소설리스트

7성 회귀자의 아포칼립스-159화 (159/230)

제159화. 올림포스의 침공 (6)

'보이지 않는 죽음'이 깍지낀 손으로 턱을 괴고 물었다.

"카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카일이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보이지 않는 죽음이 날카로운 눈으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수련 한 번 다녀왔다고... 그렇게 갑자기 차원이 다른 힘을 쓰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대해를 달리는 말'이 벌떡 일어섰다.

"맞아! 카일, 도대체 뭐야?"

카일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간부들을 쏘아보았다.

으드득

카일이 이를 갈며 말했다.

"서울역의 잡놈들을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판에, 길드 마스터가 힘을 가지니 그 힘을 시기해? 네놈들이 그러고도 대 올림포스의 간부라고 할 수 있어?"

순간 간부들의 얼굴이 굳었다.

"아니 말이 너무...."

대해를 달리는 말이 울컥해서 나서는 걸 부길드장 '서약의 수호자'가 제지했다.

"잠깐만요, 아론."

서약의 수호자가 서늘한 눈으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냥 수련만 하고 온 게 맞아요?"

카일의 가슴 속에서 불길이 끓어 올랐다.

'도대체 이 여자까지 지금 나한테 왜 이러는 건가?'

카일이 인상을 쓰고 말했다.

"흥! 길드장이 하는 말을 믿지를 못하는군."

서약의 수호자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카일, 태도가 너무 달라요. 지금 당신은 꼭 열 받아서 행패 부리는 술주정뱅이 같다고요."

뭐라는 거야?

지금 나를 술주정뱅이 취급하는 건가?

카일이 파도처럼 험담을 쏟아냈다.

"역시, 질투의 여신 같은 걸 수호신으로 두니 하는 꼬라지가 가관이구만!"

'질투의 여신'은 서약의 수호자의 수호신인 '황소 눈의 어머니'의 멸칭이었다.

그 말에 서약의 수호자의 눈에서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뭐라고요?"

그녀의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떠오르면서, 그녀의 주변으로 황금색 오오라가 피어올랐다.

그녀의 너머에 있는 수호신, 주신급 승천자 '황소 눈의 어머니'의 분노가 화신을 통해 분출되고 있었다.

엄청난 진동이 회의실을 덮쳤다.

쿠구구구

지진이라도 난 듯 집기들이 와장창 엎어지며 천장에서는 흙먼지가 떨어졌다.

카일이 서약의 수호자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가에서 황금색 스파크가 튀었다.

'이 년을 그냥 구워 버릴까?'

아니다, 참자.

이래 봬도 명색이 대 올림포스의 길드장인데 체면이 있지.

카일은 그대로 몸을 돌려 거대한 문을 박차고 회의실을 나와버렸다.

그래도 감히 자신을 쏘아보던 서약의 수호자의 황금빛 눈동자가 잊혀지지가 않았다.

카일이 주먹을 쥐었다.

그의 주변에서 황금색의 맹렬한 스파크가 튀며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감히...."

아니다.

여기서 화를 내봐야 좋을 게 뭔가?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서울역의 벌레 같은 놈들에게 쏟아부을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올림포스의 길드원들을 소집해야겠지.'

카일이 한껏 목청을 돋우고 그의 전령을 불렀다.

"샘!"

거대한 지하도시에 카일의 목소리가 우렁우렁 메아리쳤다.

회의실 앞을 지나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카일을 쳐다보았다.

"샘 메르쿠리우스!"

메아리가 다 사라지기도 전, 카일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샘 메르쿠리우스, 카일의 직속 전령이었다.

샘이 말했다.

"예, 마스터."

카일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했다.

"샘, 올림포스 길드원 전원을 광장에 집결시켜라. 사냥 나가 있는 놈들도, 해외 지부에 나가 있는 놈들도 전부."

샘이 의아한 눈으로 카일을 올려다보았다.

"전부요?"

"전부."

샘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전부요?"

까득, 카일이 이를 갈았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전부 하나 같이...!'

"그래! 전부! 왜 말귀를 못 알아먹어!"

주변을 지나던 길드원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네, 네. 알겠습니다. 사유는...."

"서울역 침공."

카일이 씹어뱉듯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샘 메르쿠리우스가 홀연히 사라졌다.

"후우."

카일은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도대체 이놈의 길드는 왜 이런단 말인가? 길드장이 힘을 가지니 간부라는 것들이 질투를 하질 않나, 고작 전령 놈이 말꼬리를 붙잡고 있질 않나.'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드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때 어느새 곁에 다가온 '보이지 않는 죽음'이 카일에게 말을 걸었다.

"카일... 자네...."

"조용히 해."

카일이 서늘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죽음을 쏘아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서울역을 친다."

카일은 회의실을 나오는 간부들과, 주변을 둘러선 길드원들을 쏘아보았다.

"이건 명령이야."

그들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흥."

콧방귀를 뀐 카일이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향했다.

"멍청한 놈들."

발에 힘을 주어 땅바닥에 구두굽을 찍어 걸으며, 카일은 마음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짜증을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억눌렀다.

* * *

그보다 조금 이른 시각, 광화문 광장.

깊은 밤의 새하얀 달빛이 광화문 광장을 비추었다.

그 달빛 아래서 서울역의 성속성 수험자들이 광장의 마물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수녀복을 입은 수험자가 성수를 뿌릴 때마다, 가사를 걸친 수험자가 염주를 휘두를 때마다 마물들은 그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 중심에 '낙원의 성화' 윤진아가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수호신 '낙원의 수문장'의 음성이 들렸다.

- 어린 양아, 낙원을 지킬 불꽃을 내리노라.

"알겠습니다.“

[권능 스킬 ‘지천사의 불씨’를 발동합니다. 사악하고 부정한 것들은 모두 타오를 것입니다.]

그녀의 두 손끝에서 분홍색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커다란 안경에 분홍 불꽃이 반사됐다.

그녀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그녀에게 달려들던 마물들이 폭발음과 함께 그대로 잿더미가 돼버렸다.

진아가 낙원의 수문장을 따라 말했다.

- 부정한 것들을 심판할지어다.

"부정한 것들을 심판하실지어다."

그녀는 트랜스 상태에 접어들어 있었다.

그렇게 서울역의 수험자들은 광화문 광장을 정리하며 광장의 북쪽으로 향했다.

완전히 무너져버린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 그들은 마침내 광화문 앞에 다다랐다.

광화문을 지키는 커다란 '지옥의 사냥개'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부서져 버린 도로를 지나 수험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집채만 한 맹수들이 해일처럼 몰려들고 있었지만, 진아는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다.

그녀는 최강의 성속성 수험자였으니까.

진아가 다른 수험자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물러서세요."

그녀가 거세게 발을 굴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발밑에서부터 분홍색 불꽃의 고리가 대지를 집어삼키듯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깽!"

단말마와 함께 달려들던 지옥의 사냥개들이 백골이 되어 무너져버렸다.

곁에 있던 수험자들이 말했다.

"맙소사, 진아 씨. 얼마나 강해진 거예요?"

"역시 세브로 랭커는 다르구만. 허허허."

진아가 쑥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별거 아니에요."

그리고 수험자들이 굳게 닫힌 광화문을 바라보고 섰다.

광화문 너머에서 무시무시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안이죠?"

진아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사를 걸친 수험자가 말했다.

"정말 무시무시한 마기군. 한 나라의 왕궁이었던 곳에 이 정도 마기라니...."

수녀복을 입은 수험자가 대답했다.

"왕궁이었으니까 그러겠지요. 다른 유적지는 진작에 던전이 되어버린 곳이 많은데... 경복궁은 이상하게 지금껏 잠잠하다 싶었네요."

노인이 굳게 닫힌 경복궁 문에 손바닥을 올렸다.

마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진아가 물었다.

"어때요, 한 목사님?"

손바닥을 대고 있던 노인, 한 목사가 대답했다.

"대단해. 지금 느껴지는 기운만 해도 사당역 때보다 강해. 도대체 저 안에 뭐가 있는지... 겁이 날 정도군."

수녀와 스님이 중얼거렸다.

"아아, 주님...."

"나무아미타불."

진아가 얼굴이 어두워진 수험자들을 바라보았다.

'오상 스님과 아이린 수녀님이 이 정도라니....'

시험 어느 곳에 내놓아도 꿇릴 것 없는 수험자들이 저런 표정을 지을 정도로, 사당역의 상황은 처참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경복궁 안에 있는 건 어느 정도라는 말인가?

그때 진아의 머릿속에 수호신의 음성이 들렸다.

- 두렵느냐?

진아가 살짝 고개를 내리깔고 중얼거렸다.

"두렵지 않사옵니다. 성스러운 불꽃께사서 함께 하시니, 두렵지 않사옵니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차올라 그녀의 온몸으로 퍼졌다.

그 기운을 받으니 무엇에도 맞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낙원의 수문장'이 말했다.

- 나아가라. 가서 문을 열거라.

진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녀가 굳게 닫힌 광화문을 향해 조용히 나아갔다.

가운데 홍예문에 손을 대고 있던 한 목사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물러났다.

이어서 진아가, 굳게 닫힌 홍예문의 가운데 조용히 손을 올렸다.

그녀의 팔을 따라 분홍빛 오오라가 타올랐다.

- 부정한 것들은 사라질지어다.

진아가 수호신을 따라 읊조렸다.

"부정한 것들은 사라질지어다."

이어서 그녀의 손에서부터 퍼져 나간 분홍색 불꽃이 홍예문을 삽시간에 집어삼켰다.

홍예문이 새까만 잿더미가 되는 데는 불과 오 초도 걸리지 않았다.

진아는 그렇게 열린 광화문 안으로 조용히 들어섰다.

때아닌 돌풍이 일었다.

그리고 짙은 유황 냄새가 진아의 코를 찔렀다.

짙은 마기에 팔등을 따라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였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낙원의 수문장'이 그녀를 지켜주고 있으니까.

광화문을 넘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그녀를 덮쳤다.

사방에서 유황불이 그녀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피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녀가 정신을 집중하자 등 뒤에서부터 뻗어 나온 분홍색 빛의 날개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스킬 '지천사의 날개'를 발동합니다.]

[부정한 것들로부터 몸을 보호합니다.]

[스킬 '유황불 화살'이 무효화됩니다.]

스킬 메세지대로, 그녀를 향해 날아들던 유황불 화살들이 분홍색 날개에 부딪혀 불똥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광화문 너머에 도사리고 있던 이매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진아를 쳐다보았다.

"크윽...? 이런...?"

"끄이이익...."

진아는 놈들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도 전에 움직였다.

그녀가 발을 구르자, 광화문 밖에서 지옥의 사냥개들을 백골로 만들어버렸던 성화의 고리가 퍼져 나가 이매들을 집어삼켰다.

"끄아아악!"

이매들 역시 단말마와 함께 재가 되어버렸다.

한 목사를 비롯한 다른 수험자들이 광화문을 넘어선 간 이미 상황이 정리되고 난 다음이었다.

오성 스님이 중얼거렸다.

"놀랄 노자군. 여기 마물이 있었다는 것도 모를 수준이야."

진아가 오성 스님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말씀드렸죠? 제가 왔으니까 사당역 때와는 다를 거라고."

진아가 담장 너머로 보이는 근정전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죠 여러분."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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