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성 회귀자의 아포칼립스-37화 (37/230)

제37화. 희생 제의 (1)

[위업이 충분히 누적되었습니다.]

[의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업 효과로 의체가 수복됩니다.]

시스템 메세지와 함께 상원의 몸에서 녹색 빛이 쏟아져나왔다.

세번째 시험의 첫번째 밤, <흑풍회 살수>들로부터 김만웅을 구하고 첫번째 레벨업을 했다.

이번이 두번째 레벨업이었다.

'이번에도 스킬 포인트가 주어지겠지. 어디 보자.'

<신화의 몸> 관리 인터페이스를 열자 녹색 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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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체 관리 시스템]

접근이 허가된 정보들만 표시됩니다.

레벨 3 (23%)

성능: 괴력 60, 용력 60, 술력 50

- 레벨업 효과로 능력이 올랐습니다.

스킬: 마나 삼키기, 동굴적 감각, 지하의 문, 결투장, 하늘의 불씨(2), 좀비 소환

- 레벨업 효과로 스킬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원하는 스킬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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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한 번에 능력치 20과 스킬 포인트 1이 주어졌다.

보통 수험자들은 목숨을 걸고 긁어모은 코인으로 능력 물약을 사서 능력을 올리고 수호신에게 신앙을 바쳐 스킬을 얻는다.

그렇게 갖은 고생을 해서 능력을 올렸다고 해도 지금 시점에서 능력치 총합 30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상원이 <기계장치의 신>에게 받은 의체, 신화의 몸은 기본 능력치뿐만 아니라 능력치 상승 속도마저도 사기적이었다.

하지만 상원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강한 의체가 있다 해도 <일곱 별의 왕관>을 얻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었으니까.

일곱 별의 왕관은 수호 계약을 맺을 수 없는 불신자 조상원이 승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상원이 속죄할 수 있는 방법도 승천뿐이었다.

'후우.'

상원이 한숨을 쉬었다.

'감상에 빠질 여유가 없다. 빨리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해.'

상원은 거대한 손으로 볼을 짝짝 두드렸다.

멍해졌던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계획대로 시험을 풀어나가려면 지금은 이걸 찍어야 한다.'

상원은 <지하의 문>에 스킬 포인트를 투자했다.

지하의 문은 마신 <지하의 수호자>의 영토인 <끝없는 지하>로 가는 차원문을 여는 스킬이다.

두 번째 시험 '성화 사수'를 풀면서, 시청역과 서울역을 잇는 지하철에 출몰한 2급 마물, 지하 괴조들로부터 이 스킬을 얻었다.

[<지하의 문>의 레벨이 2로 올랐습니다. 스킬 효과가 강화됩니다.]

상원은 지하의 문을 처음 썼던 때를 떠올렸다.

끝없는 지하에서 지하의 수호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상원은 지하의 문을 썼다.

그때 열었던 차원문은 상원 혼자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상원이 계획대로 시험을 풀려면 차원문이 그것보다 넓어야 했다.

그래서 상원은 스킬 포인트를 <지하의 문>에 투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네 번째 시험은 그나마 좀 쉬엄쉬엄 갈 수 있겠네.'

상원은 신화의 몸 관리 인터페이스를 닫았다.

그러자 곧 다른 시스템 메세지가 떴다.

[세 번째 시험, <성화 사수>의 보상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수험자 <조상원>에게는 다음 보상이 주어집니다: 1천 코인, 하늘악어 시체 소유권]

마물 한 마리에 1천 코인, 지금까지와는 보상의 격이 달랐다.

하지만 상원은 코인에 큰 미련을 두지 않았다.

상원이 정말로 얻고자 했던 보상은 <하늘악어 시체 소유권>이었다.

상원은 새하늘교에서 승천 시험에 대해 공부할 때부터 일곱 별의 왕관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일곱 별의 왕관은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업적 일곱 개를 모았을 때 받는 칭호이다.

상원은 그 각각의 업적을 얻는 방법을 설계해보았고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컨대 일곱 개의 왕관을 구성하는 일곱 업적 중 첫 번째 별을 얻으려면 6번 시험의 히든 던전을 깨야 하고, 그 히든 던전을 깨려면 3번 시험에 나오는 하늘악어를 잡아야 했다.

'3번 시험에 나오는 하늘악어를 잡아야 된다고? 미쳤나?'

뿐만 아니었다.

1번 시험에서 나오는 성성이도 잡아야 했고, 3번 시험의 히든 미션인 대강령술사 공략전에서 오디나스를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했다.

그래서 회귀 전 상원은 일곱 별의 왕관의 존재를 아예 잊어버렸다.

하지만 일곱 별의 왕관을 반드시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된 지금, 상원은 그 계획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었다.

가능한 한 많은 변수를 염두에 두고 그 변동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여 가면서.

'후우.'

상원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세 번째 시험에서 하늘악어 시체 소유권을 얻는 것, 상상만 해보았지 실제로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동쪽 하늘 끝에서부터 서서히 햇살이 치밀어왔다.

세 번째 시험의 두 번째 밤이 끝났고, 안개로부터 해방된 새벽이 찾아오고 있었다.

겨울 새벽의 창백한 햇살이 성화 앞에 늘어진 악어의 거대한 시체를 비추었다.

금속질의 은색 비늘이 번들거렸다.

상원은 쓰러진 괴수의 시체 앞으로 다가갔다.

악어의 눈코입 그리고 옆구리의 거대한 상처에서 찐득거리는 검은 체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원이 품속에서 귀물급 아이템, 브라이싱크론 지갑을 꺼냈다.

록시와 전속 계약한 투자자만이 살 수 있는 세 물건 중 하나로, 평범한 카드지갑처럼 보이지만 아공간과 이어진 물건이었다.

상원이 악어에게 지갑을 갖다 대자, 몸길이가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악어의 시체가 지갑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늪지 광견의 발톱>과 <구렁이 화살촉>으로 <악어잡이 갈퀴발톱>을 만들었던 것처럼, 하늘악어의 시체를 록시에게 맡겨서 다른 재료와 조합해 아이템을 만드는 게 다음 할 일이었다.

6번 시험의 히든 미션을 깨려면 그 아이템이 필수였다.

"좋아."

상원은 지갑을 품속에 넣고 돌아섰다.

악어의 시체가 있던 자리에는 검은 체액의 웅덩이만이 남아있었다.

* * *

"강신이라는 게 이런 기분이었습니까."

바닥에 주저앉은 문혁이 말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 밑은 퀭했다.

상원이 집행사 엘가와 대치할 때, 문혁의 수호신 <해안선의 귀신>이 빙의하여 상원을 도와주었다.

그 의도에는 급격한 난이도 상승에 대한 불만 제기도 있었겠지만, 동시에 그 화신인 문혁이 목숨을 빚진 상원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도 있었을 것이다.

'해안선의 귀신은 그런 승천자지.'

상원이 씩 웃으며 문혁을 내려다보았다.

수호신이 화신에게 직접 빙의하는 건 화신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친다.

3번 시험의 첫 번째 밤에 낙원의 수문장이 화신 윤진아에게 직접 강신했다가 호되게 혼이 났었다.

지금 문혁도 강신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하늘악어가 뿜어낸 마비의 숨결까지 잔뜩 뒤집어썼으니 몸이 성할 턱이 없었다.

"어때요? 몸이 막 부들부들 떨리지 않아요? 머리도 멍하고 막 내 몸이 내 몸인 것 같지 않고."

문혁 옆에 앉은 진아가 말했다.

진아는 문혁보다 상태가 훨씬 나아 보였다.

목소리는 단단했고 말투는 의연했다.

그녀에게도 낙원의 수문장이 강신했지만 두 번째 강신이었다는 점에서 문혁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았다.

처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그녀도, 그녀의 수호신 낙원의 수문장도 조심했을 테니까.

'강신도 겪으면 겪을수록 익숙해지는 법이지.'

"진아씨도 대단하십니다. 이런 걸 어떻게 이겨내셨습니까."

"혜경 언니가 도와줘서 그렇죠."

첫 번째 강신으로 진아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때 혜경이 그녀를 적극적으로 보살펴주었다.

진아가 성화 곁에 앉은 혜경 부부를 보았다.

파리한 얼굴의 창훈과 여기저기 상처입은 혜경이 서로에게 기대 앉아 있었다.

부부의 얼굴이 평온했다.

성역 서울역의 수험자들은 힘을 모아 서로를 수습하고 있었다.

평소에 단련이 되어 있던 덕분인지 일찍 몸을 회복한 만웅과 그의 수하들이 마비가 아직 깨지 않은 수험자들을 성화 곁으로 옮기고 있었다.

"저 사람들 처음에는 그냥 양아친 줄 알았는데."

진아가 말했다.

"사람들은 어려움을 함께 겪으면 끈끈해집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도 바뀝니다."

특수부대 출신인 백문혁, 그의 말투에서 경험이 묻어나왔다.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상원의 말에 문혁과 진아가 상원을 올려다보았다.

"승천 시험이라는 게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세 번째 시험이 수험자들을 단결시켜줬다면, 네 번째 시험은 다시 흩어버리지요."

그러면서 상원은 회귀 전의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회귀 전에는 네 번째 시험 때문에 성역 서울역은 파탄 직전까지 갔었고, 그 영향은 다섯 번째 시험까지 미쳤다.

"무슨 시험이길래...."

진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 별거 아닙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상원이 씩 웃었다.

"다른 성역들은 그럴 겁니다만, 저희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상원이 진아 옆에 앉아 그녀의 눈을 보았다.

동그란 안경 아래 커다란 눈망울이 맑았다.

"다음 시험에서는 진아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상원이 진아를 보고 말했다.

어젯밤, 상원은 진아에게 악마 문으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를 지키는 역할을 맡겼다.

강신의 후유증 때문에 성치 않았는데도 진아는 그 일을 잘 처리했다.

회귀 전 랭킹 4위까지 올랐던 낙원의 성화 윤진아, 지금 그녀의 잠재력이 가감 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진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젯밤에 하신 것과 같습니다. 마물들을 때려잡는 일을 할 겁니다."

"그런 거라면 자신있어요."

진아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먹... 이라기보다는 조막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긴 하지만.'

상원이 진아의 여린 손을 보며 생각했다.

"그런데, 어젯밤보다는 많이 어려울 겁니다."

진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진아씨 지금 능력치가 어떻게 되시죠?"

"지금요? 그러니까... 어..."

진아가 상태창을 살펴보는지, 그녀의 표식이 파랗게 빛났다.

"지금 제가 괴력이 4, 용력이 3이고 술력이 13이네요."

세 번째 시험이 끝나는 시점에 능력치 총합 20이면 최상위권이었다.

"코인은 충분하시죠?"

"아... 꽤 많이 있어요."

악마 문을 지키면서 기어나오는 새타니들과 그슨대들을 잔뜩 먹어 치웠을 테니 코인과 신앙은 충분할 것이다.

어쩌면 천 코인을 넘겼을지도 모른다.

"네 번째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록시가 올 겁니다. 그러면 록시한테서 능력 물약을 사세요. 물리력 10에 술력 20은 돼야 됩니다."

"아, 알겠어요."

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제가 할 건 뭔가 없습니까?"

문혁이 물었다.

"안타깝지만, 다음 시험은 저랑 진아씨의 역할이 중심입니다. 문혁 씨는 그냥 저희를 도와주시면 됩니다."

역할이 없는데 실망한 건지, 문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너무 낙담하지는 마세요. 시험마다 그걸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스킬과 능력이 다른 것일 뿐입니다."

상원이 문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때였다.

"구우우우우."

새벽빛을 받으며 광장 저 멀리서 커다란 비둘기가 날아왔다.

록시의 전서구였다.

"자, 다음 시험을 준비합시다. 진아씨, 아시겠죠? 물리력 10에 술력 20입니다.“

‘그리고 나도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지.’

상원이 진아에게 웃으며 말하고는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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