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성 회귀자의 아포칼립스-36화 (36/230)

제36화. 하늘악어 레이드 (3)

"끄어어어억!"

옆구리에 치명상을 입은 하늘악어가 울부짖었다.

악어의 거대한 몸뚱이가 요동쳤다.

"크으으윽!"

눈이 완전히 새까매진 혜경이 악어의 입을 붙들고 있었다.

그녀의 온 얼굴에 검은 핏발이 돋았다.

"불신자! 빨리!"

그녀의 입에서 완전히 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검은 숲의 목자가 완전히 강신했다는 뜻이었다.

그 강대한 검은 숲의 목자가 완전히 강신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당연했다.

애초에 세 번째 시험의 하늘악어는 잡으라고 있는 마물이 아니니까.

"조금만 참아라."

상원이 씩 웃으며 오른팔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악어잡이 갈퀴발톱이 새파란 달빛을 받아 흉흉하게 빛났다.

[스킬 <살기를 담은 연장>을 활성화합니다.]

[아이템 <악어잡이 갈퀴발톱>에 예리한 살기가 담깁니다.]

만웅의 성현 <귀기를 담은 연장>의 열화판 스킬.

물리 공격력을 늘리는 덴 제격인 스킬이었다.

스킬의 효과를 받아 손가락 사이사이의 칼날발톱에서 보라색 검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

악어의 등 위에 서 있는 집행사의 눈이 불신으로 물들었다.

"이야아아아아악!"

장기를 토해낼 것처럼 포효하며, 상원이 갈퀴발톱을 사선으로 내질렀다.

쩍!

두꺼운 나무판이 쪼개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하늘악어의 두꺼운 비늘 가죽이 갈라졌다.

퍽 하고 피가 분수처럼 튀어나와 상원을 덮쳤다.

"끄어어어어엉!"

하늘악어가 고통에 가득 찬 포효를 질렀다.

그리고 악어가 미친 듯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그 통에 혜경의 두 발이 땅에서 뽑혀나왔다.

그녀는 이제 악어의 콧등에 매달려 두 팔과 두 다리로 아가리를 막고 있었다.

"더는 못버텨! 어서!"

검은 숲의 목자가 외쳤다.

"거 참, 그것밖에 못 버티나!"

상원은 씩 웃고는 갈라진 악어의 가죽에 왼손을 쑥 집어넣고 매달렸다.

미친 듯 꿈틀거리는 악어의 옆구리에 매달린 모양새가 마치 로데오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저항이 심하네. 하지만 이제 머지않았다.'

상처 속에 집어넣은 왼손에 부드러운 살이 만져졌다.

악어의 가죽이 뚫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악어잡이 갈퀴발톱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칼날을 내장에 박아 넣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칼날에 흐르는 독기가 악어에게 주입되기 때문이었다.

"하앗!"

힘찬 기합을 지르며 상원이 상처 속으로 오른손을 쑤셔 넣었다.

푹 하는 소리를 내며 칼날발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하늘악어의 찐득거리는 체액이 울컥 울컥 쏟아져 나왔다.

흘러나오는 액체의 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이제 내장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저거 좀 있으면 쓰러지나 보다!"

"우리도 힘냅시다!"

수험자들이 각종 스킬을 쏟아 부었다.

불덩이며 벼락에 에너지 덩어리가 허공을 갈라 악어에게 박혔다.

악어를 공격하는 수험자들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으으으으윽!"

악어가 거대한 트림 소리를 냈다.

악어의 뱃속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게 상원에게도 느껴졌다.

"또 마비독인가보다!"

"피해요, 빨리!"

수험자들이 외쳤다.

악어의 등 위에서 집행사가 차가운 눈으로 수험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이 상원과 마주쳤다.

상원은 그녀의 눈빛에서 악어가 최후의 수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악어의 뱃가죽이 부풀어 오르는 기세도 심상치 않았다.

"그르르르르릉."

푸시이이이익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악어가 마비의 숨결을 길게 토해냈다.

이번 숨결은 앞서 두 번보다 훨씬 길었고 냄새도 심했다.

서울역 동편 광장의 수험자 모두를 마비시킬 수 있는 농도와 양이었다.

'이정도면 스킬을 쓰는 악어도 무사하지는 않을 텐데. 정말 끝을 봐야 되겠다는 거구나.'

상원이 날카로운 눈으로 집행사를 쏟아보았다.

집행사는 어떤 표정도 없이 서울역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끄으으으윽."

털썩 소리를 내며 혜경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검은 숲의 목자도 마비 가스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다른 수험자들도 하나둘씩 쓰러졌다.

문혁이 놓친 별운검이 땅바닥에 떨어지며 뗑그렁 소리를 냈다.

악어에게서 멀리 떨어져있던 진아까지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런 젠장. 이렇게 악어 밥이 되는 건가?"

무릎을 꿇고 앉은 만웅이 욕을 내뱉었다.

주저앉은 수험자들을 내려다보는 집행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제 하늘악어를 막을 건 없다는 것처럼.

이리저리 서울역 광장을 훑어보던 악어의 시선이 혜경에게 박혔다.

악어가 쩍 입을 벌리자 날카로운 이빨이 달빛을 받아 빛났다.

"크으으윽, 젠장."

바닥에 쓰러진 혜경이 신음했다.

악어가 입을 쩍 벌리고 혜경을 향해 돌진했다.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널따란 서울역 광장 전체가 쿵쿵 울렸다.

그때였다.

“잠깐, 집행사.”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집행사는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히 마비 독을 뒤집어쓰고 쓰러졌어야 할 상원이 악어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집행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만했던 그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어째서?"

'드디어 입을 열었군.'

아름다운 목소리에서 당혹과 경악이 느껴졌다.

어떻게 수많은 수험자들을 쓰러뜨린 마비의 숨결을 맞고서도 쓰러지지 않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끝이다.”

씩 웃으며, 상원이 악어의 상처 속으로 갈퀴발톱을 힘차게 밀어넣었다.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체액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갈퀴발톱이 가죽을 뚫고 내장에 박혔다는 뜻이었다.

"그아아아악!"

악어의 몸부림에 상원이 튕겨져 나왔다.

하지만 상원이 악어의 몸 속에 박아넣은 갈퀴발톱은 악어가 몸부림칠 때마다 살을 파고들었다.

늪지 광견과 화살 구렁이들이 하늘악어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품었던 치명적인 독이 하늘악어의 혈관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악어의 움직임이 서서히 멎었다.

눈코입에서는 새까만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산 같은 악어의 거체가 굳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툭 하는 소리를 내며 악어가 주둥이를 닫았다.

성역 서울역에 선포된 종말의 카운트다운, 하늘악어를 쓰러뜨린 것이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지, 수험자들은 그저 멍한 표정이었다.

[3급 마물 <하늘악어>를 쓰러뜨렸습니다.]

[기여도에 따른 보상 정산을 시작합니다.]

수험자들은 시스템 메세지가 뜨자 하늘악어를 쓰러뜨렸다는 걸 실감하는 것 같았다.

"어... 어어?"

"와아아아!"

의문에 찼던 표정이 탄성으로 바뀌었다.

살아남은 수험자들은 광장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렀다.

문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만웅은 줄줄 울고 있었다.

바닥에 누운 혜경도 킬킬 웃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기뻐하지 않았다.

상원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집행사!"

상원이 외쳤다.

수험자들이 웃음과 울음을 그치고 상원을 보았다.

집행사도 차가운 눈으로 상원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째서 시험이 끝나지 않는 거요!"

주술나무를 모두 없애지 않아도 세 번째 시험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서 클리어 조건이라고 말할 수 없는 방법. 바로 성화를 삼키러 온 하늘악어를 없애는 것이었다.

하늘악어를 쓰러뜨렸다는 메세지까지 떴으니 클리어 조건은 충족되었다.

하지만 시험은 끝나지 않고 있었다.

"수험자 조상원."

집행사가 공중을 사뿐사뿐 걸어 상원 앞에 섰다.

집행사는 상원과 같은 눈높이에서 상원을 쏘아보고 있었다.

"부정이 의심된다."

집행사의 목소리는 높낮이가 없어 기계음 같았다.

"소환조사를 실시한다. 수험자는 오라를 받으라."

집행사가 품에서 붉은 채찍을 꺼냈다.

겉보기엔 그냥 채찍이었지만, 한번 묶이면 모든 힘을 빼앗기는 <집행사의 포승줄>이었다.

집행사가 포승줄을 꺼냈다는 건 상원을 강제로라도 끌고 가서 조사하겠다는 의미였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집행사들의 첫 번째 목적은 합격자 수를 통제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난이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오디나스를 축출하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난이도가 너무 낮다고 판단한 집행사는 난이도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킬 금제까지 풀린 하늘악어를 조기 투입했더니 그 하늘악어까지 잡혀버렸다.

그만큼 상원의 활약은 통계적인 예측 범위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집행사로는 부정행위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성급했다.'

집행사에게로 두 손을 내밀며 상원은 씩 웃었다.

"집행사 <엘가>."

집행사의 두 눈이 커졌다.

하찮은 수험자가 집행사의 이름을 알 리가 없었으니까.

"조사를 받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상원이 주위를 슥 둘러보았다.

윤진아의 눈에 분홍 불꽃이 이글거렸고, 송혜경의 눈이 까맣게 물들었다.

저 남쪽 하늘, <해안선의 귀신>이 있는 자리가 총총하게 빛났다.

서울역 광장에 승천자들이 임하고 있었다.

"하늘악어를 둘째날 밤에 부르고 스킬 금제까지 풀어놓은 조치가 합당한지, 잘 설명하셔야 될 겁니다."

기선 제압을 위해 던진 말에 집행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그의 말이 맞다.

진아가 상원 옆에 서서 말했다.

그녀에게서 따스한 분홍빛 오오라가 흘러나왔고 목소리에는 성스러운 기운이 넘쳐흘렀다.

그녀의 수호신 <낙원의 수문장>이 빙의했다는 뜻이었다.

- 본관도 귀관의 설명을 원하오.

문혁도 상원 옆에 섰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위엄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크윽."

집행사 엘가가 신음을 흘렸다.

집행사는 웬만한 승천자들로서도 건드리지 못한다.

그러나 낙원의 수문장과 해안선의 귀신은 일개 집행사가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승천자님들."

상원이 한 발짝 나서며 승천자들을 만류했다.

"아무래도 저희 페이스가 너무 빠르다 보니 집행사께서 난이도 조절에 있어서 고려하셨어야 될 사항을 면밀하게 살펴보시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상원이 낙원의 수문장과 해안선의 귀신을 돌아보았다.

"집행사님, 제 결백은 여기 두 승천자들께서 보장해주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두 화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하얀 집행사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급작스러운 난이도 폭등에 희생된 화신들과 승천자 분들의 처지가 안타깝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결과가 좋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상원이 두 눈에 힘을 주고 엘가의 눈을 쏘아보았다.

"이쯤 하시지요, 집행사 엘가."

"그르릉."

두 눈이 새까맣게 물든 혜경이 상원 곁에 서서 으르렁거렸다.

세 승천자를 곁에 둔 상원의 위세에 질린 엘가가 주춤 물러났다.

"좋습니다."

엘가가 채찍을 거두며 말했다.

"승천자들이 세 분씩이나 그대의 결백을 보증하신다니, 이에 대해 더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집행사의 눈에서 녹색 안광이 이글거렸다.

"우리 집행국이 항상 그대를 주시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선 집행사의 앞에 검은 차원문이 열렸다.

[세 번째 시험, <성화 사수>를 통과했습니다.]

[시험 보상 정산이 시작됩니다.]

집행사가 차원문 속으로 사라짐과 함께 시험 종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세지가 떴다.

"와아아아!"

희열에 가득찬 함성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아... 끝났습니다."

문혁이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고생했어요 다들."

진아가 파리하게 웃었다.

"이야! 끝났다! 끝났어!"

만웅은 자기 동생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드디어 세 번째 시험이 끝났다.'

새파랗게 빛나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상원이 기지개를 켰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6번 시험의 히든 던전을 공략하려면 4번과 5번 시험에서도 철저히 계획대로 움직여야 했다.

“일단은 이것부터 해야지.”

[의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포인트 분배를 위해 상원은 의체 관리 인터페이스를 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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