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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성 회귀자의 아포칼립스-33화 (33/230)

제33화. 대강령술사 공략전 (4)

<20층의 흑마술 양초>가 뿜어내는 저주가 보라색 연기 같은 형체를 띄며 퍼져 나갔다.

바닥에 깔리며 퍼진 연기가 좀비들과 망령 거미까지 덮쳤다.

그러자 그들의 사지가 보라색으로 물들며 동작이 확연히 느려졌다.

저주의 효과였다.

'흑마술 양초, 저주란 저주는 다 들어있지. 언데드니까 감정 계열 저주는 안 먹히겠지만, <둔화>니 <서행> 같은 건 효과 만점이란 말이야.'

이제 그들은 거의 나무늘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망령 거미들도 아까처럼 빠르지 않았다.

"끄아아아악!"

몇 개 남지 않은 오디나스의 머리가 절규했다.

팟!

오디나스의 눈구멍이 검푸르게 빛났다.

흑마술 양초의 저주를 해제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흑마술 양초의 저주는 오디나스의 실력으로는 풀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라색 기운은 여전히 좀비들과 망령 거미들을 속박하고 있었다.

"역시 네 스승의 술법을 풀지 못하는구나."

저벅저벅, 상원이 오디나스에게 걸어갔다.

"으으으윽!"

오디나스가 신음했다.

끄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망령 거미가 상원에게 달려들었다.

망령 거미의 움직임은 저주 때문에 현저히 느렸다.

상원은 살짝 뒤로 물러나며 망령 거미의 이빨을 피했다.

그리고 망령 거미의 정수리에 주먹을 연달아 내리꽂았다.

쾅쾅 소리와 함께 망령 거미의 정수리가 찌그러지며 분홍 불꽃이 휘날렸다.

"그으으윽...."

망령 거미가 재가 되어 사라졌다.

"더 해봐라."

상원이 오디나스를 바라보고 말했다.

"너...."

오디나스의 머리들이 상원을 굽어보았다.

그리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너는... 어째서? 저주에... 걸리지 않지?"

오디나스의 의문은 당연했다.

흑마술 양초는 함부로 쓸 수 없는 물건인데, 이유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저주를 걸기 때문이다.

과연, 상원의 허리춤까지 자욱한 보라색 연기가 깔려 있었지만 상원의 사지는 보라색으로 물들지 않았다.

"글쎄, 왤까?"

상원이 외쳤다.

"네 스승의 술법이 너무 조잡해서 그런 것 같다!"

"뭣...?"

오디나스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사이, 상원이 공중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뛰어오른 상원이 착지하며 망령 거미 하나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그다음 앞으로 뛰어들며 거미 두 마리를 차례로 해치웠다.

오디나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망령 거미, 그중 셋을 해치우는 데 걸린 시간이 5초도 되지 않았다.

"오디나스! 네 스승도 나를 어찌하지 못하는데, 이런 장난감으로 어쩌겠다는 거냐?"

"으아아아악!"

상원의 고함을 들은 오디나스가 격렬하게 꿈틀댔다.

"머리통을 부숴주마! 그딴 말 지껄이지 못하게!"

'말이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빙의가 잘 되고 있군.'

상원이 생각하는 찰나, 오디나스의 머리가 몇 개만 남기고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꿈틀꿈틀, 쏟아진 목에서 사지가 자라나 망령 거미가 되었다.

의령수의 수많은 머리들 중 거의 모두가 망령 거미가 된 것이다.

"제국을 무너뜨린 군대다! 그 맛을 똑똑히 보아라!"

오디나스의 외침은 그 기세가 제법 흉흉했다.

망령 거미들이 눈에서 검푸른 빛을 쏟아내며 상원에게 달려들었다.

"하... 오디나스. 고작 생각해낸 게 이거냐."

상원이 나직이 말했다.

"그러니까 니가 니 스승을 넘어서지 못한 거다!"

흑마술 양초가 뿜어내는 짙은 보라색 안개가 새로 생겨난 망령 거미들마저 덮쳤다.

"그르르르륵."

망령 거미들이 그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안개 속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약한 놈들, 디버프까지 받으면 그냥 코인 출금기지.'

상원이 거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주먹질과 발길질 한 번 한 번에 망령 거미들이 재가 되었다.

[망령 거미를 해치웠습니다. 보상으로 170 코인을 얻었습니다.]

코인을 얻었다는 시스템 메세지가 계속 떴다.

"네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이제 고작 세 번째 시험인데 어떻게 그렇게 강한 거지?"

오디나스가 물었다.

'이제 빙의가 다 됐구나.'

상원이 오디나스를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하늘을 가득 메운 파란색 보름달 아래, 오디나스가 몇 개 남지 않은 머리로 상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좋다, 이제 다 됐다.'

완전해진 빙의, 몇 개 남지 않은 머리.

상원은 끝낼 때가 왔음을 알았다.

"알 것 없다. 다만, 이것 하나만 알아둬라."

상원이 보라색 연기를 헤치고 나가며 두 팔을 벌려 보였다.

그의 팔에선 보라색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네 스승의 술법도 나에겐 통하지 않아!"

'이제 그걸 꺼내라 오디나스.'

상원이 오디나스를 보며 생각했다.

오디나스가 이 시험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한 술법이 아직 남아 있었다.

"끄... 끄흐흐흐흐!"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오디나스의 얼굴들이 일그러졌다.

"네놈. 자만이 지나치구나. 하등한 인간 주제에. 이것들이 끝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파란 밤하늘 아래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었다.

"내 강령술은 이게 끝이 아니다!"

오디나스의 얼굴들이 일제히 상원을 향해 입을 벌렸다.

검푸른 도깨비불들이 오디나스 주변으로 모이고 있었다.

벌린 입들마다 파문이 일어났다.

에에에에에에

흑마술 양초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한, 낮고 음침한 소리가 퍼져 나갔다.

오디나스가 새로운 술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그걸 쓰는군.'

비장의 술법을 준비하는 오디나스를 올려다보는 상원의 마음은 편안했다.

'아니 그 전에 저쪽 상태부터 확인해야지.'

상원이 몸을 돌려 명희를 바라보았다.

흑마술 양초의 보라색 안개가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보라색으로 물든 사지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에서도 보라색 빛이 돌았다.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고 땀이며 침, 배설물이 마구 흘러나왔다.

"으... 으윽!"

그렇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고 있었다.

'흑마술 양초의 저주를 모조리 받고 있는데도... 잘 버티는군. 대단하다.'

상원은 감탄했다.

양초가 내뿜는 정신계 저주까지 모조리 받으면서 버티는 수험자를, 그것도 세 번째 시험에서 만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아... 아이님."

명희가 신음하듯 말했다.

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오디나스를 올려다보았다.

얼마 남지 않은 머리, 준비되는 최후의 술법,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유성희의 신도.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

"와라 오디나스!"

도깨비불들이 모조리 오디나스에게 흡수됐고, 한순간 저음이 끊기며 숨막히는 정적이 거리를 덮쳤다.

그리고,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오디나스가 온 내장을 그대로 토해내듯 절규했다.

거대한 포효에 거리는 지진이 난 것처럼 우르릉 흔들렸다.

그 외침에 흑마술 양초가 뿜어낸 연기도 저 멀리 쓸려갔다.

'<원혼 군주의 절규>. 흑마술 양초를 모방해서, 수많은 저주를 한 번의 절규에 집약한 스킬. 과연 물건은 물건이군.'

상원은 귀를 막으며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긴 절규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악!"

뒤에서 명희가 비명을 질렀다.

<원혼 군주의 절규>는 수많은 저주를 한 번에 들이붓는 강력한 스킬이다.

이제 막 수호신과 계약한 수험자들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니, 명희가 게거품을 물고 혼절해 있었다.

오디나스는 상원도 그런 꼴을 하리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상을 살짝 찡그렸을 뿐, 상원은 멀쩡하게 서 있었다.

"너 정말... 도대체 정체가 뭐냐."

툭, 툭, 오디나스의 머리가 하나씩 떨어지고 있었다.

의령수에 빙의한 오디나스는 의령수의 에너지를 끌어다 썼다.

이제 에너지를 다 한 의령수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불신자다."

상원이 재가 되어 흩어지는 의령수를 향해 걸어갔다.

"어떡하냐. 니 스킬도 안 믿는 걸."

"불신자...."

불신자, 모든 스킬과 성현을 무효화하는 상원의 개성.

사기적인 개성이었다.

어떤 스킬도 쓸 수 없고 어떤 승천자와도 계약할 수 없다는 단점은 치명적이었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고.’

의령수에서 거대한 검푸른 불꽃이 솟아올랐다.

"기억하겠다! 하하하하하하!"

휘익, 오디나스의 혼을 담은 불꽃이 허공에 흩어지고 그의 웃음소리가 허공을 떠돌았다.

머리가 다 떨어진 의령수는 이제 고목이 되어 있었다.

[시험 <대강령술사 오디나스 공략전>에 합격했습니다.]

[합격 보상을 정산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합격 보상으로 2천 코인을 지급합니다.]

시험 한 번에 2천 코인, 분명히 대단한 보상이었다.

하지만 고작 코인만 노리고 번거로운 일을 한 건 아니었다.

훌쩍 의령수의 줄기를 타고 올라간 상원이 의령수 줄기 윗부분에 손을 박아 넣었다.

콰직 하고 들어간 손을 꺼내자, 크기가 멜론만 한 검푸른 구슬이 나왔다.

구슬 안에선 검푸른 도깨비불이 요동치고 있었다.

'드디어 얻었다!‘

[귀물급 보구 <의령수의 심장>을 획득했습니다.]

오디나스가 개발한 도구로, 강령술의 효과를 극대화시켜주는 물건이다.

'지금 당장은 강령술을 쓰지 않으니 필요가 없지만, 나중에 아나르의 시험을 헤쳐나가려면 이게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별도 얻을 수 있다.

상원은 의령수의 심장을 브라이싱크론 지갑에 집어넣었다.

메론만 한 구슬이 작은 카드지갑 속에 쑥 빨려들어갔다.

회귀 전에도 상원은 의령수의 심장을 얻으려고 의령수를 찾아왔었다.

두 번째 별을 얻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있으면 좋은 물건이긴 했으니까.

'정말로 죽을 뻔 했지.'

그때는 특수 좀비들을 소환하는 패턴조차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지금은 웬만한 화신이라면 얻는 게 불가능한 아이템 의령수의 심장조차도 비교적 손쉽게 얻었다.

'이 정도면 위업이 꽤 올랐으려나.'

상원은 의체 관리 시스템을 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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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체 관리 시스템]

접근이 허가된 정보들만 표시됩니다.

레벨 2 (89%)

성능: 괴력 55, 용력 55, 술력 40

스킬: 마나 삼키기, 동굴적 감각, 지하의 문, 결투장, 하늘의 불씨(2), 좀비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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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원혼 군주의 절규>는 못 배웠군. <좀비 소환>이 생겼지만 내가 만든 좀비가 없으니 있어 봐야 무용지물이고... 89%면 다음 레벨업도 머지않았네.'

얻고자 했던 것들을 거의 모두 얻었다.

이제 이번에 달성하려고 했던 마지막 목표를 달성했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상원이 고개를 돌려 명희의 상태를 확인했다.

명희는 멍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오디나스의 버프를 받아 빨라졌던 좀비들은 오디나스가 사라지자 느릿느릿 움직였다.

분홍색 불씨를 담은 주먹으로 좀비들을 해치우며 상원은 명희를 향해 다가갔다.

"으... 으으."

상원은 명희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총기가 사라져 있었다.

손등의 표식도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완벽하네."

상원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하나교 교주 유성희의 성현 <성년의 징표>, 그 세 번째 약점.

연결된 자들까지 공격하는 기술에는 쥐약이다.

그 점에서 <성년의 징표>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성희가 괴물이 돼 있던 건, 초반에는 연결된 자들까지 공격하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 오디나스가 쓰는 <원혼 군주의 절규>만 빼고.

'이제 원강수의 상태를 봐야 되겠네. 이 여자는... 나중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니 일단 데려가야 되겠다.'

상원은 쓰러진 명희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그때, 예상치 못했던 시스템 메세지가 떴다.

[성역 <서울역>의 세 번째 시험의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성역 <서울역>에 대해 시험 종료 카운트 다운이 선포되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맹수가 울부짖는 것 같은 긴 포효가 들려왔다.

서울역쪽이었다.

'젠장! 난이도 조정을 할 줄은 알았지만... 저걸 벌써 내보냈다고?'

미간을 찡그리며, 상원은 서울역을 향해 훌쩍 몸을 날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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