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1)
그리고 언유는 다음날, 다소 어색한 걸음걸이로 복도를 걸었다. 1년 넘게 다닌 단과대가 오늘따라 낯설었다.
어제 정사가 끝난 뒤 학교에 가도 되냐고 언유는 어렵사리 입을 뗐다. 다른 게 아니라 그냥 졸업이 하고 싶다고. 그거면 된다고. 조금만 더 다니면 되니까. 형이 시키는 건 뭐든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형은 뜻밖의 소리를 했다.
‘학교는 형이 일찍이 허락했잖아. 가고 싶으면 가.’
‘……정말요?’
여기서 정말 간다고 하면 화를 낼 것도 같아 언유는 살살 눈치를 보며 되물었다. 하지만 형은 진심인 듯했다.
‘규칙만 잘 지키고. 그거 때문에 이번에 혼난 거잖아.’
형이 두 번은 안 봐준다고 했지? 형이 하는 말에 언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되는 건가? 언유는 어안이 벙벙했다. 생각보다 쉽게 떨어진 허락이 믿기지 않았다. 형은 벙찐 언유의 허리를 잡아끌어 품에 안았다.
‘그런데 언유야.’
찹찹한 잠옷에 언유의 맨몸이 닿았다. 마주 보고 누운 형의 눈빛은 차가웠다.
‘학교에 보내주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언유는 형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다정한 말투와는 달리 내용은 살벌했다. 언유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화내지 말라는 뜻으로 형의 허리를 마주 껴안고, 이곳저곳에 쪽쪽 뽀뽀를 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도 덧붙였다.
이제 언유는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대신 다시 기사 아저씨를 붙여야 했다. 또한 학교 마치고 다른 곳으로 새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었다. 형이 출장 간 사이 누렸던 자유와는 달리, 무조건 수업만 듣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며칠간 집에 처박혀 있었던 언유에게는 이것만으로 감지덕지였다.
언유는 오랜만에 강의실에 앉아 저가 빠진 횟수를 손가락으로 세었다. 제일 많이 빠진 수업은 세 번이었고, 나머지도 두 번은 빠졌다. 이 정도면 F는 아니었다. 성적에 의의를 두는 편은 아니어서 F만 아니면 됐다. 이대로 꼬박꼬박 출석하면 이번 학기도 무사히 넘기게 될 터였다. 언유는 안심하며 책을 열었다.
진도를 어디까지 나간 줄 몰라 이리저리 페이지만 넘기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 언유 오빠?”
긴 생머리에 사근사근한 인상의 여자애였다. 언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형은 학교에 가서 남과 말을 해도 된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중학생 때는 안 됐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는 거지. 대답을 해도 되는 걸까……? 망설이는 언유가 이상했는지, 상대방이 손바닥을 눈앞에다 대고 휙휙 저었다.
“오빠?”
언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고갯짓 정도는 해도 되겠지……? 언유가 속으로 잔뜩 고민하는 사이, 상대방은 본론을 꺼냈다.
“저희 3월에 학교 행사랑 겹쳐서 엠티 못 갔잖아요, 그래서 늦게라도 가려고 준비 중인데, 혹시 오빠도 가실래요?”
엠티……? 살짝 가슴이 설렜다. 여태까지 언유에게 엠티를 갈 거냐고 물어본 사람은 처음이었다. 강의실에 언제나 우울하게 앉아있다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튀어가는 언유에게는 아무도 그런 걸 물어봐 주지 않았다.
하지만 언유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보나마나 형이 싫어할 거다. 그러자 맞은편에 선 이가 실망스러운 얼굴을 했다.
“오빠 올해가 마지막일 텐데 아쉽지 않아요? 내년엔 졸업반이라 바빠서 못 가잖아요.”
졸업반이든 뭐든 떠나서 형이 못 가게 할 텐데……. 그 말을 고갯짓으로 대답할 수가 없어 언유는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저 혼자 떠드는 게 머쓱했는지, 여자애는 혹시나 생각 바뀌면 말해달라는 걸 끝으로 자리를 떴다. 언유는 페이지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엠티……. 그러고 보니 엠티도 한 번 가지 못했다. 저번에 술자리에 가고 싶었던 만큼, 사실 언유는 학교 행사에도 관심이 많았다. 형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고 싶지 않았고, 보내줄 것 같지도 않아 참았을 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어제 학교 가는 걸 허락해준 것처럼 갔다 오라고 할지도 모른다는 요상한 희망이 가슴속에서 자라났다. 한 번만 말해볼까……. 말만 해보는 거야. 그 정도는…….
언유가 잔뜩 상념에 빠져있을 때, 교수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됐다. 언유는 금방 수업에 집중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자 다음 수업은 교양이었다. 언유는 재빠르게 단과대를 빠져나와 인문대로 뛰어갔다. 혹시나 단과대에서 마주칠지도 모를 한 사람 때문이었다.
채현재.
학교에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을 때, 사실 제일 먼저 현재 생각이 났다. 현재는 꺼진 휴대폰에 분명 연락을 했을 테고, 아무 답장이 없는 저 때문에 분이 제법 났을 것이다. 언유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언유는 집에 있을 때도 종종 현재 생각이 나곤 했다. 저를 이 지경에 빠뜨린 원흉이란 생각이 들다가도, 애틋해지곤 했다. 그게 보고 싶다는 감정인지 언유는 알 수 없었다.
형과 현재는 다르면서도 많이 닮았다. 엄하고 무섭게 굴다가도 은근히 봐주는 형과, 무례하게 대하다가 이상한 데서 져주는 현재는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형이 언유를 짓누르고 섹스하는 걸 좋아한다면, 현재는 이상한 취향을 밝혀내 사람을 부끄럽게 했다. 물론 두 가지 전부 언유를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언유의 몸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건 형이었다. 형은 언유를 빠르게 절정에 다다르게 하고 눈이 짓무를 때까지 흐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유는 은밀히 원하는 것들을 형에게 요구할 수 없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날 화풀이처럼 배 안에 싼 이후로 형은 다신 그 짓을 반복하지 않았다. 체벌도 마찬가지였다. 엉덩이와 뒷보지만 매를 맞았다. 현재처럼 가슴도, 아래도 빨아주지 않았다. 언유는 밖에서 배워온 이상한 버릇이 아니라 형이 가르쳐준 대로 자지를 받아야 했기에 절대로 저것들을 형에게 언급할 수 없었다. 현재가 아니었다면 평생 몰랐을 언유의 취향이었다.
그렇다고 불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형과의 섹스 후엔 늘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몰랐다면 모를까, 현재가 주던 쾌감을 언유는 종종 떠올렸다.
형과 현재는 종류가 달랐다. 궤를 달리하는 쾌감은 서로 공유될 수 없다. 형이 주는 성감을 현재가 줄 수 없고, 형도 마찬가지다.
‘형이란 사람이랑 씹질할 수 있겠어요?’
갑작스럽게 현재가 전에 한 말이 떠올랐다. 이런 변태 짓 받아주는 사람은 저뿐일 텐데, 형이랑 할 수 있겠냐고.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언유는 발끝을 바라보았다. 분명 단과대를 나올 때만 해도 뛰던 발걸음은, 머릿속에 뒤엉킨 혼란 덕분에 느리게 변했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 인문대에 도착했다.
마찬가지로 오랜만인 강의실의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가방에서 교양책을 꺼내 펴는데, 파도처럼 기억이 언유를 덮쳤다. 언젠가 여기에 현재가 찾아왔었다. 옆자리에 털썩 앉고, 어깨 위로 손을 올리며 귀에다 대고 발정 났냐고, 그리고 화장실에 데려가서……
“선배.”
언유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경직된 근육에서 끼익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언유는 눈앞의 현실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이게, 진짜인가. 아님 내 환상이 만들어낸 산물인가.
“선배.”
그 때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현재가 맞았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얼굴에 살이 빠져 턱선이 날렵하게 드러났다. 언유는 침을 꼴깍 삼켰다.
“잠깐 이야기 좀 하게 밖으로 나와요.”
현재가 언유의 손목을 잡았다. 잡아끄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잡고 있을 뿐이었다. 언유는 한발 늦게 그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다급하게 가방을 챙겨 어깨에 메고, 강의실을 뛰쳐나왔다.
“……!”
하지만 언유보다 빠르게 달려온 현재가 앞을 가로막았다. 제 덩치로는 현재를 뚫고 도망칠 수 없다 판단한 언유는, 눈을 내리깐 채 말했다.
“나, 난 너랑 할 얘기 없어.”
목소리가 벌벌 떨렸다. 누가 들어도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형이 제게 사람을 붙여놨을지도 모르는데 현재와 말을 섞을 수 없었다.
언유의 말에도 현재는 여전히 버티고 선 채였다. 그렇게 둘은 한참을 대치했다. 먼저 입을 연 건 현재였다.
“나 선배네 집 알아요.”
그게 뭐? 언유는 속으로 말을 삼켰다. 대꾸를 해주지 않아야지 스스로 물러갈 터였다. 입을 앙다물고 버티자, 현재가 답답하다는 듯 거칠게 제 머리를 헤집으며 말했다.
“찾아갈 수 있었는데 선배 좆될까봐 안 찾아갔다고요.”
“…….”
“그러니까 잠깐만 시간 내줘요.”
고개를 푹 숙인 언유에게 현재가 손을 내밀었다. 잡으라는 듯이. 하지만 언유는 그 손이 폭탄이라도 되는 듯 어깨까지 들썩이며 놀란 눈을 했다. 현재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가며 보다가 언유가 말했다.
“난, 싫…… 싫어.”
그리고 교양을 듣는 것도 포기하고 주차된 차로 뛰어갔다. 어서 집으로 가야 했다. 더 지체한다면 현재에게 잡히겠지, 잡히면 형한테 혼나겠지. 언유는 땀까지 뻘뻘 흘려가며 뜀박질을 했다.
겨우 차 앞에 도착해 숨을 헐떡이며 문을 열려던 언유는 그 상태로 잠시 멈췄다. 팔이 아래로 떨어졌다. 이제야 현재가 방금 했던 말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
언유는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언유는 곧 문을 열고 차 안에 탔다.
* * *
“앗, 아, 하응…….”
언유가 엉덩이를 들썩였다. 오늘은 검사할 때 속옷을 벗을 필요가 없었다. 아래가 트여 보지와 뒷보지까지 드러나는 속옷이어서 입은 채로 형의 무릎에 엎드렸다. 어린애가 매를 맞는 자세를 한 채 언유는 최대한 신음을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안을 부드럽게 만지는 손길에 보지가 찔끔찔끔 애액을 뱉었다.
“언유가 오늘따라 왜 이럴까.”
“아앙, 하으, 앙……. 형, 형이 만져주는 게, 하응, 좋아서, 언유가 보짓물 쌌어요, 죄송해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언유는 숨을 헐떡였다. 아래가 자꾸 뜨거워졌다. 하으, 으……. 발기한 자지를 들킬까 봐 엉덩이를 계속 들어야 해 더 힘들었다.
그 때, 애액에 잔뜩 젖은 손가락이 뒷보지에 박혔다.
“하앙!”
“보짓물은 자지 받을 때만 싸는 거라고 했잖아. 지금은 보지 검사하는 중인데.”
“아, 아흐응, 하윽……! 죄, 죄송해요, 형. 흐윽, 언유가 발정 나서…… 아읏!”
형이 손목을 둥글게 돌렸다. 언유의 허리가 덜덜 떨렸다. 길고 굵은 손가락이 스팟 근처를 자극하자, 배 안이 자꾸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언유가 저도 모르게 주름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졸라대자 형이 혼이라도 내듯 갑자기 깊숙하게 안을 쑤셨다. 아, 흐으응! 흐으…… 앙! 손등뼈가 입구에 닿을 만큼 깊었다. 언유가 신음을 내질렀다. 전립선을 강하게 자극당하는 바람에 자지가 바짝 서서 아랫배에 붙어 꺼떡였다.
속옷 밖으로 우스꽝스럽게 튀어나온 성기를 언유가 저도 모르게 형의 허벅지에 비비고 말았을 때였다. 형이 뒷보지에서 거칠게 손가락을 빼냈다.
“흐으, 읏!”
“우리 언유가 언제 이렇게 간이 커졌지.”
형은 언유가 자지로 흥분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그건 언유에게는 안 될 일이었다. 잠시 머릿속이 소강상태가 됐다. 전에 자르겠다는 말을 들어서 더 그랬다. 언유는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네이비색의 정장 바지에 제 체액이 묻은 게 보였다. 언유는 그 자리를 핥기 시작했다.
“형, 언유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네……?”
혀를 내어 빨면서 형을 올려다봤다. 침으로 오히려 바지가 젖고 있었다. 제발 용서해달라는 듯이 높이 세운 엉덩이를 슬며시 흔들기도 했다.
“언유가 잘못했어요. 자지로 느끼면 안 되는데. 용서해주세요.”
여전히 높이 엉덩이를 든 자세로 언유는 형의 허벅지 안쪽에 얼굴을 비볐다. 발기하지 않아도 큰 자지가 느껴졌다. 그제야 화가 좀 누그러들었는지, 형이 언유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내려가서 검사 마저 받자.”
“네에.”
혼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형이 넘어가 줬다. 언유는 고분고분히 바닥에 내려가 형을 등지고 엎드렸다. 그리고 보지와 뒷보지가 잘 보이게끔 엉덩잇살을 잡아 벌렸다.
보짓살이 벌어지며 입구가 드러났다. 빠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하응……. 바깥 공기가 닿자 괜한 기대를 품는 것처럼 아랫배가 저릿했다. 어쩌면 뒤에 형이 있기 때문일지 몰랐다.
그런데 형이 언유를 부르더니 명령했다.
“형 보고 무릎 꿇고 앉아.”
그럼 안 보일 텐데……? 잠시간 의문이 들었지만 언유는 형이 하라는 대로 했다. 꾸지람을 듣는 것처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자, 형이 다시 말했다.
“더 가까이 와.”
고분고분히 따르며, 언유는 무릎걸음으로 기어갔다. 소파 바로 아래까지 가자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발을 뻗어 언유의 허벅지 안쪽을 툭툭 찼다.
“더 벌리고.”
“네에…….”
“발장난은 그만 쳐.”
은근슬쩍 발로 속옷에 난 틈 사이를 자극하는 걸 들켰다. 언유는 혼이 날까 봐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구멍에서 발을 뗐다. 그 때 불쑥, 형의 발이 언유의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하윽, 혀, 형……!”
발등이 보지 입구를 문질렀다. 긴 홈에다 발 가장자리를 비비적거리다, 다시 압박을 했다. 안을 쑤셔주는 것도 아닌데 애태우며 문지르는 바람에 신음이 샜다.
세밀하지 못하고 투박하게 움직이는 동작이 클리토리스까지 건드리자 언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으, 읏……. 허벅지에 움찔움찔하며 힘이 들어갔지만, 형이 벌리라고 했는데 감히 오므릴 순 없었다. 발등이 개가 핥은 것처럼 금세 축축해졌다.
“우리 언유는 아무거나 갖다 대도 좋나 봐.”
“흐, 응, 아니에요, 아아앙……! 형이, 형이 좋아서, 하으, 응……! 아, 형, 흐읏, 제발…….”
“이것 봐, 발가락으로 쑤셔줘도……”
“하, 아앙!”
“……좋아 죽잖아.”
엄지가 안으로 들어올 것처럼 거칠게 입구를 문댔다. 아, 아앙……! 보짓물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다 못해 바닥에 떨어졌다. 가볍게 절정에 달한 탓에 허리에 힘이 빠져 자꾸 상체가 앞으로 기울었다. 몸이 화끈거리며 열이 올랐다. 몸에 흰색 레이스 팬티 한 장만 걸친 채로, 언유는 몸을 바들바들 떨어대다 다급하게 형을 불렀다.
“흐으, 형, 아니, 아니에요, 언유는, 하앙…… 형한테만, 흐읏, 헤프게 굴어요. 아흑, 형, 언유 보지 간지러워요……, 하앙, 앙……!”
언유는 어느새 엉덩이를 옴찔거리며 은근히 아래를 발등에 문대고 있었다. 애원하는 언유의 말이 그리 듣기 싫지 않았는지, 형이 무표정한 얼굴을 살짝 풀었다. 그리고 상이라도 주는 것처럼 발가락으로 보지를 쑤셨다.
으으응……! 손가락보다는 짧지만 훨씬 굵은 게 안으로 들어오자 언유는 눈까지 질끈 감고 허리를 돌렸다. 하으, 응……! 읏, 형, 혀엉……. 좋아, 요. 하앙……. 허리가 잘게 떨렸다. 형은 그렇게 한참을 괴롭히다, 다시 한번 언유가 정액을 토해낸 뒤에야 발을 뗐다.
“언유야.”
“하으으…….”
형이 이름을 부르자 언유는 풀린 동공을 하고도 제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언유는 바닥에 몸을 낮췄다. 형의 발등에 혀를 가져다 대고 끈적한 체액을 꼼꼼히 핥아 삼켰다. 발가락도 마찬가지로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는 것처럼 입에 넣고 쪽쪽 빨아대자 형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리 와.”
형이 상반신을 언유 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언유도 형 쪽으로 몸을 들어 올려 입을 맞췄다. 언유가 얌전히 입술을 벌리자 두꺼운 혀가 그 사이를 가르고 들어왔다. 흐응, 응……. 입 안 구석구석을 혀가 과격하게 탐했다. 마찰에 입 안 가득 침이 고였다. 형한테서 넘어온 타액과 합쳐져 혀 아래가 흥건해졌다. 언유는 모든 걸 목 뒤로 삼켰다.
“착하다.”
그 말이 나오자 언유는 조금 머뭇거리다 소파 위로 올라가 형의 목을 껴안았다. 혀엉……. 눈을 깜빡이며 부드러운 머리칼을 형의 어깨에 부볐다. 딱 봐도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모습에, 형이 먼저 말문을 틔웠다.
“우리 언유가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이럴까.”
“형……. 저 엠티, 한 번만 가보면 안 돼요……?”
말끝을 연달아 늘어뜨리며 언유가 애원했다. 눈썹을 팔(八)자로 만든 채였다.
“엠티?”
“네에. 언유는 한 번도 못 가봐서, 하루만이라도 좋으니까…… 졸업 전에 한 번만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빠르게 덧붙였다.
“그런데 형이 만약에 안 된다고 하면 안 갈 거예요. 언유는 형 말 잘 들으니까요…….”
그 말에 흐음, 하고 형이 고민하는 티를 냈다.
지금 형은 보내줄까 말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언유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아 강아지처럼 여기저기 쏘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향인 걸 알기에 엠티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저번에 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도 잔뜩 겁에 질려 벌벌 떨던 언유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부탁을 한다니.
“…….”
형이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으며 언유를 바라봤다. 언유는 저도 형을 따라 미소 짓다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괜히 찔려서였다.
사실, 엠티에 가고 싶다고 말한 건 충동에 가까웠다.
현재와 마주친 다음 날부터 언유는 일부러 강의실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 교수가 도착할 때에 맞춰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무조건 빠르게 뛰어나갔다. 중간에 빈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차 안에서 보냈다. 어쩔 수 없이 캠퍼스 안을 걸어야 할 때는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을 했다. 예전 휴대폰은 일찌감치 형이 버렸기에 새로운 걸 들고 다녔다. 번호도 물론 바꿨다.
이쯤 되자 현재도 알아들은 건지, 아니면 언유가 잘 피해 다닌 건지 둘은 다시 만나지 않았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현재가 만만찮은 성격인 걸 아는 탓에 ‘왜?’라는 의문이 자꾸 들었다.
그때쯤 저번에 안면을 튼 여자애가 다시 언유에게 물었다.
‘오빠, 진짜 엠티 안 가요?’
자꾸 말을 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과대표였다. 과 사정에 어두운 언유는 그제야 그애가 왜 자꾸 물어보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언유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요……? 저희 가겠다는 사람 적어서 못 갈지도 모르는데, 진짜 오빠도 못 가요……?’
어중간한 시기에 엠티를 가자고 하니 안 간다는 사람이 많다고 과대표는 풀이 잔뜩 죽어있었다. 언유는 그 말에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까운 사정이지만 별수 없었다. 그렇게 넘어가려고 했다, 과대표가 익숙한 이름을 꺼내지 않았더라면.
‘채현재만 간다 했어도 될 텐데!’
‘……채현재?’
언유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언유의 당황스러움을 알지 못하는 과대표는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걔만 간다고 해도 애들이 따라서 많이 올 텐데, 안 갈 거라고 하더라고요. 1학년인데 왜 안 가. 아, 오빠도 현재 누군지 알죠?’
당연히 알 거란 말투였다. 언유는 모르는 척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과대가 놀랍다는 얼굴을 했다. 입학할 때부터 수석에, 얼굴도 잘생겨, 키도 몸매도 좋아 유명하단다. 듣자 하니 집안사람들이 모두 의사 아니면 약사라고 하는데, 늦둥이라서 다른 분야로 가도 봐줬다나 뭐라나. 그런 배경인데도 과 활동에 빠지지 않고 선배한테도 잘해 다른 학년들도 다 안다고 했다.
입학하고 한 달 사이에 벌써 몇 명한테나 고백을 받았는데도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아 눈이 엄청 높을 거라는 말까지 과대는 곁들였다. 언유는 조금 벙찐 기분으로 과대가 쏟아내는 잡담을 들었다.
항상 현재와 만나면 섹스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화를 한 적이 없어, 학교에서의 현재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 잘생겼다는 생각을 언유도 여러 번 했었는데 역시나 남들 눈에도 잘생긴 모양이었다. 거기까지 떠올리자 갑자기 찾아온 건 원인 모를 섭섭함이었다. 정작 피해 다닌 건 자신이면서 언유는 현재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그날 이후로 보이지 않는 건 저가 잘 피해 다녀서가 아니었다. 현재가 더는 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였다. 인기도 저렇게 많은데 언유 하나에게 집착할 이유가 없었다. 원한다면 아무에게나 대시해서 사귈 수 있겠지. 꼭 저가 아니어도 되리라.
현재에게는 이런 엠티도 시시할지 모른다. 친구도 분명 많을 테니까 굳이 과에서 하는 행사에 목맬 필요 없겠지. 한편 언유는 이 나이가 되도록 술자리도 제대로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점점 대비되는 현실에 기분이 저조해져 갔다.
그러다 충동적으로 형에게 엠티에 가고 싶다 말하게 된 것이다. 말이나 한번 해보자는 생각은 했었지만, 정말 말할 마음은 없었기에 스스로 말하고도 조금 놀랐다.
더 놀라운 건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말이었다.
“그래. 언유가 가고 싶으면 가도 돼.”
“……진짜요?”
언유는 이번에도 형이 진심인지 눈치를 살살 보며 되물었다. 형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대신에 가서 꼬박꼬박 전화하고.”
……진짜인가보다. 언유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가서 약도 잘 챙겨 먹고.”
언유가 먹는 약은 하루에 한 번만 먹으면 되는데, 대신에 매일 같은 시간에 챙겨 먹어야 했다. 형이 당부하는 말에 이번에도 언유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알았어요.”
“차는 기사 아저씨 차 타고. 올 때도 아저씨가 데리러 갈 거야.”
“네.”
열심히 대답하자 형이 언유의 뺨을 쓰다듬었다. 아까의 흥분이 남아있어 얼굴은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형의 손바닥에 마찬가지로 뺨을 부비며, 언유가 방금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그리고…… 걔는 안 온대요.”
“걔?”
형의 눈매가 가느스름해졌다. 언유가 잠시 대답을 저어하자, 형이 다시 물었다.
“걔가 누군데?”
“…….”
“누구냐고, 언유야.”
“아, 아니에요. 잘못했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언유가 붕붕 고개를 저었다. 형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았다. 형은 언유가 언급하는 것조차 싫어하는 것이다. 아예 예전 일 모두를 묻어버리고 싶은 듯했다. 형이 오해할 것 같아 미리 말한 건데 오히려 화나게 할 뻔했다.
“언유가 잘못 말했어요…….”
언유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형을 쳐다봤다. 다행히 형은 언유의 납작한 배를 만지며 다정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약 먹고, 씻자.”
“네, 형.”
언유가 수줍게 두 팔을 벌렸다. 형이 언유를 안고 욕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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