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안조이 에스퍼는 나야.” 가이드로 발현해 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된 조이. 하지만 7구역에 두고 온 어린 동생과 도박중독자인 아버지가 늘 걱정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불길했던 그의 예감처럼 아버지의 도박 빚 때문에 집이 넘어갔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조이는 자신이 이 일을 해결하겠다며 어린 동생을 위로했지만 암담하기만 하다. 백방으로 돈을 구하던 중 우연히 조이에게 기회가 생긴다. 조이를 찾아온 중년 신사는 며칠 전 폭주를 일으켜 사관학교로 실려 온 에스퍼(권명)의 아버지다. 그는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고 싶으니 밀접 가이딩을 해 달라며 조이에게 두툼한 돈 봉투를 내민다. 중년 신사의 제안을 거절 할 수 없었던 조이는 결국 돈을 받고 권명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데 며칠 뒤 이상한 소문이 들려온다. *** “강간…범?” “어! 권명 위에서 실컷 즐기다 간 변태를 찾고 있대.” “변태……?” “응! 미친놈이래! 아픈 애 위에 올라타서 신나게 자위하다가 휙 사라졌대!” “미… 미친놈!” 조이는 그런 미친놈은 당장 감방에 처넣어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물론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일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조이 말고 다른 누군가가 권명을 급습한 것이라 여겼었다. 그런데 권명이 확성기처럼 떠드는 말이 어쩐지 기시감을 자극했다. “그 변태가 뭐라더라? 시체야 일어나라. 돈값을 해라? 뭐 이런 이상한 주문을 외웠다나?” “푸우웃!” “윽! 뭐야 조이!” “주… 주문?” “어. 또라이가 또라이 짓 한 거지. 근데 진짜 누굴까?” 조이는 턱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주스를 닦아 냈다. 하얀색 셔츠가 엉망이 됐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조이는 그날의 일을 곰곰이 다시 떠올려 봤다. 조이의 다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조이는 침대에서 내려오던 중 낯선 눈동자를 보았었다. 짙은 바다 같은 눈동자. 그저 착각이라고 여겼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 권명의 입에서 춥춥 빨렸던 가슴 한쪽이 둥그렇게 젖어 있었다. 투명하게 변한 하얀색 셔츠 위로 뾰족하게 솟은 붉은 젖꼭지가 보였다. 권명은 그 부위를 손가락으로 꽉 쥐며 협박하듯 말했다. “나랑 북쪽으로 갈 거지?” 이딴 짓을 안 해도 간다고 했을 것이다. 권명이 좋아서가 아니라, 동생을 찾기 위해서. 조이는 권명의 손을 쳐 내며 말했다. “윽…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놔! 떨어지겠어!” “떨어지면 내가 갖지 뭐!” “미… 미친놈!” 권명은 다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로를 질주했다. 조이는 권명과 페어를 이루는 것이 진정 잘한 선택인지 살짝 의심이 들었다. ‘어쩐지 맛이 갔다. 저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