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 - 결혼식
결혼식을 두 번이나 하는 것이 흔할까? 수도에서는 흔할지 모르나 7구역 촌놈에게는 무척 낯선 일이었다. 심지어 같은 사람과 두 번의 결혼식이라니. 그런 조이와 달리 권명은 두 번이 아닌 열 번이라도 올리고 싶다는 입장이었다.
첫 번째 결혼식은 하뉨에 도착하자마자 치러졌다. 하뉨으로 향하는 내내 권명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이의 손을 꽉 움켜쥘 뿐. 조이 역시 그러했다 특별히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런데 하뉨까지 15km가 남았다는 이정표를 보고는 심장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와 가. 조금만 참아.”
권명은 밤새 운전한 게 조금도 피곤하지 않은 듯했다. 에스퍼의 체력이란.
하뉨은 두 번째 방문이지만 처음 온 것처럼 낯설었다. 조하를 데리고 탈출할 때는 이 도시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없었고 그저 모텔 방에 몸을 숨기기 바빴으니까.
“다 왔다.”
권명은 하얀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건물을 가리키며 도착을 알렸다. 조이도 글씨를 읽을 줄 아니 저 건물이 무엇인지는 알았다. 밤새 달려온 첫 번째 목적지는 구청이었다.
“안 피곤해?”
“피곤해? 그래도 안 돼. 이것만 하고 가.”
권명은 서류 절차를 마치기 전까지는 절대 쉴 수 없다며 조이를 잡아당겼다. 권명이 말하던 그 도장이라는 게 서류 절차를 말하는 것 같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꽤 사람들이 많았다. 권명은 번호표를 뽑아 오더니 잠시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사이에 연고 바르자.”
권명은 주머니에서 연고를 꺼냈다. 급하게 병원을 떠나면서도 연고를 챙긴 모양이었다. 조이는 순순히 얼굴과 몸을 내맡겼다. 권명은 조이의 얼굴과 팔에 꼼꼼하게 연고를 바르더니 대뜸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안조이. 너 결혼하면 이제 날 뭐라고 부를 거야?”
“응?”
권명의 이름이 안권명이 될 리 없는데, 달라질 게 있을까?
“그런 거 있잖아. 여보, 자기 이런 거.”
“으윽. 소름 돋아.”
조이는 권명을 향해 여보나 자기라고 부르는 상상을 했다. 징그럽고 온몸이 배배 꼬일 정도로 간지러웠다.
“고민해 봐. 딱딱하게 안조이. 권명. 이렇게는 못 부르지, 우리가 남인가?”
권명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애칭이라. 조이는 그냥 권명. 이렇게 정직하게 부르는 게 좋은데.
“자, 양쪽 모두 혼인서약서를 읽고 서명하세요.”
조이는 이런 식의 혼인서약서는 처음 보는 것이기에 주의 깊게 읽으려 했으나 권명은 이미 단숨에 서명을 마친 상태였다. 쫓기듯 펜을 휘갈겼다.
“뭘 그렇게 봐? 그냥 사인해. 너 이제 어디 못 가.”
“누… 누가 어디 간대? 그냥 신기해서 그렇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라는 뻔한 얘기야. 그러니까 서명해.”
“잠깐만.”
권명이 자꾸만 서명을 강요하니 조이는 더욱 집중해 혼인서약서를 읽고 싶어졌다. 권명의 말대로 서로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쭉 있었고 아랫부분에는 이혼에 대한 조항도 있었다. 조이는 그제야 왜 권명이 하고 많은 도시 중 하뉨에서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는지 깨달았다.
“이게 뭐야?”
“뭐?”
이혼 조항에 따르면 혹여 이혼하게 되거든 조이와 권명은 꼭 하뉨으로 돌아와야 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혼 접수가 불가했다. 또한 이혼 조정 기간은 3년이었다. 그중 6개월 이상을 하뉨에서 체류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조항도 있었다.
“안조이! 너 뭘 보는 거야! 빨리 서명해! 당장!”
권명은 조이의 손을 끌어 와서는 거의 반강제로 서명을 하게 만들었다. 조이가 이혼 조항 쪽으로 눈만 돌려도 눈을 삐쭉 세워서는 매섭게 노려보았다.
“흐흠. 이로써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신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권명은 조이를 꽉 끌어안았다. 화상 후유증으로 벌건 조이의 양 볼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안조이! 이제 내 거!”
참으로 명랑한 말투였다. 후후 불면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다닐 정도로. 조이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권명은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환하게 웃으며 조이를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조이는 멍하게 권명을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쏟아졌다. 권명이 저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조이도 그저 기뻤다.
그것이 첫 번째 결혼식이었다. 두 번째 결혼식은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오직 결혼식을 올릴 목적으로 권 사장의 별장을 리모델링한다고 했다. 주인 허락도 없이 그래도 되느냐고 물었으나 권명은 뻔뻔하게 마음대로 할 거라고 대꾸했다.
리모델링이 끝나기 전까지 조이와 권명은 하뉨 시가지 내 임시 거처에서 머물렀다. 권명 말로는 결혼식을 위해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그저 가족들을 초대해 밥 한 끼 대접하는 정도의 결혼식을 생각했는데, 권명은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초대장, 식기, 음식, 식 순서 등 준비할 게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다행히도 권명은 알아서 척척 결혼식을 준비했고, 조이도 어느 정도. 아니, 거의 전 과정을 권명에게 위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물이라는 말을 들은 후 조이는 뒤늦게 번쩍 정신을 차렸다.
수도에서 조하를 돌보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고 조하가 방학 동안 하뉨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예물은 어떻게 하기로 했느냐고 물었다.
“그게… 뭐죠?”
“요즘 다들 간소하게 한다고 하더니. 그러기로 했나 보죠?”
“아… 예…….”
조이는 뒤늦게 통신구로 예물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그러자 시계나 구두 또는 정장이 튀어나왔다. 조이는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조이는 저런 물건을 사 줄 능력이 없었다.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대가로 통장을 주고 오지 않았던가. 즉 조이는 빈털터리였다.
하지만 권명에게 적어도 이런 거 하나는 해 주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자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조이는 권명에게 선물 비슷한 걸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조이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일자리를 찾자!’
아침잠이 많은 조이는 늘어지게 자다가 10시쯤 일어나고는 했다. 권명은 할 일이 많은지 새벽같이 일어나 격렬한 운동을 하고는 개인적인 볼일을 보고 12시쯤 귀가했다. 즉 조이가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오전이라는 자유 시간이 있는 것이었다. 권명은 귀가 후 젖먹이 아기처럼 떨어질 생각을 안 했기에 조이는 오전 시간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지난주 권명과 점심을 먹었던 카페가 떠올랐다. 이곳에서 한 블록만 가면 되는 곳이었고, 직원을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본 적이 있었다. 7구역에서 10년 동안 살던 탓인지 조이는 그런 걸 곧잘 발견하고는 했다. 권명의 눈에는 메뉴판만 보였겠지만.
하뉨은 굳이 따지면 4구역에 속하는 곳이지만 특별 자치구와 비슷했다. 북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이고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투뤼와도 가깝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하뉨에 숙소를 잡고 투뤼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했다.
그 때문에 7구역과는 비교할 수 없이 물가와 임금수준이 높았다. 조이는 사장이 제시한 임금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7구역에서 10살 때부터 일을 해 왔지만 이렇게 높은 급여를 받은 적은 없었다. 어려서는 덜 자란 어른이기에 반토막 난 급여를 받아야 했고 다 커서는 일할 사람이 널려 있기에 제대로 된 임금을 받을 수 없었다.
“근데.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을까?”
“예?”
“왜 이렇게 얼굴이 익지. 말투를 봐서는 북부 출신이 아닌데… 그래서 뭐라고 부를까?”
“조… 조하요!”
조이는 조하의 이름을 팔아먹었다. 조이는 자신이 출연한 방송을 잊고 있었다. 대단한 시청률을 올렸다고 들었지만 방영된 지 벌써 석 달도 지난 일이었다. 그사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어느 정도 잊혀졌을 것이라 여겼는데, 조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는 것 같았다.
“조하 씨. 내일부터 출근하도록 해. 우린 아침 손님이 많아서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동안 근무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잘됐네.”
* * *
그날부터 조이의 이중생활이 시작되었다. 조이는 돈을 벌 생각에 실실 웃음이 튀어나왔다. 권명은 조이보고 그냥 놀고먹으며 쉬라고 했지만 조이의 태생이 그런 한량과는 거리가 멀었다.
권명이 말한 전생이나 환생 같은 건 믿지 않지만, 만약 그런 게 존재한다면 조이는 노새였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높은 산을 매일같이 오르는 노새.
“조이야. 권명 형아는 볼일 좀 보고 올게.”
“으응…….”
조이는 잠에 취한 척 작게 대답하고는 이불 속에 얼굴을 숨기려 했다. 그런데 권명이 이불을 휙 걷어 내고는 조이의 어깨며 가슴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지난밤 실컷 괴롭힘당한 젖꼭지를 아쉽다는 듯 핥았다.
“으읏…, 아파…….”
조이는 몸을 반대쪽으로 돌렸다. 혹시 권명이 눈치라도 챈 걸까? 오늘따라 늦장을 부렸다. 조이의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 왔다.
“오늘 저녁까지 애칭 정하는 거 잊지 마. 난 정했어.”
권명은 조이의 어깨에 쪽 하고 입을 맞추고는 몸을 일으켰다. 권명은 지난번부터 자신을 뭐라고 부를지 정하라고 난리였다. 그냥 권명. 이렇게 부르면 될 텐데.
조이는 권명이 나갈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묘하게 스릴 있었다. 권명 몰래 이런 짓을 벌인다는 게. 선물을 건네는 순간 권명이 얼마나 깜짝 놀랄지 생각하면 벌써 기분이 좋았다.
카페에서 일을 한 건 처음이지만 조이는 잡일에 잔뼈가 굵었다. 10살 때부터 일을 해 왔으니 잡일 경력이 10년이었다. 사장은 조이가 곧잘 따라 하자 퍽 만족스러운 듯했다. 여전히 조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했지만.
“휘핑크림 올려 드릴까요?”
“예, 그렇게 해 주세요.”
“휘핑크림 올린 아이스 바닐라라테 하나요.”
조이는 음료 주문을 전달한 후 조각 케이크를 포장해 손님에게 건넸다. 그런데 손님은 조이를 보더니, 사장이 그러했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분 맞죠?”
“네?”
“아닌가……?”
조이는 이런 이중생활도 재밌었다. 손님들 중 일부는 조이를 기억하는 듯했으나, 조이가 카페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는 설마 아니겠지 하는 표정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조이도 점점 대범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라고 묻는 말에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네?’ 하고 대답하면 모든 일이 끝났다.
조이는 시계를 본 후 앞치마를 벗었다.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사장에게 인사를 건넨 후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골목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깜짝이야!”
골목에서 튀어나온 사람은 깜짝 놀란 조이를 보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사라졌다.
“뭐야……?”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후 조이는 샤워를 할 생각이었는데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상보다 권명의 귀가가 빨랐다. 조이는 헐레벌떡 옷을 벗어 던지고는 침대로 기어들어 갔다.
“조이야! 형아, 왔다!”
권명은 부스럭거리며 뭔가를 내려놓더니 곧바로 조이가 있는 침실로 다가왔다. 권명의 발걸음에 맞춰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이불이 살짝 들리더니 아래쪽에서 뜨겁고 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히익! 뭐… 뭐 하는 거야?”
“뭐야. 깼어?”
조이는 이불을 들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권명은 머리만 이불 속에 밀어 넣고는 조이의 성기를 입에 물고 있었다.
“대… 대체 뭐 하는 거야?”
“인사.”
권명은 여전히 조이의 성기를 입 안에 물고 있었다. 조이는 가만히 지난날들을 떠올려 봤다. 조이는 기억나지 않는 몽정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허벅지에 하얀 정액이 굳어 있었다. 가만 보니 그때 그건… 몽정이 아니었다.
“떨어져! 당장!”
조이는 기겁을 하며 권명을 밀쳤다.
“알았어! 떨어지면 되잖아!”
권명은 뭘 잘했다고 삐진 표정을 지었다. 황당함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밤에도 그런 짓을 잔뜩 해 놓고는 아직도 부족한 걸까?
“근데, 조이 형아. 체력이 좀 좋아진 것 같은데?”
“응? 어…….”
그 말이 맞았다. 아기처럼 연약해졌던 조이의 몸이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권명과의 그 짓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연약했었는데 지금은 어느새 매일 밤 권명의 성기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마다 권명 몰래 일을 할 정도로.
“잘됐다. 그럼, 오늘 이거 써 볼까?”
“뭐?”
권명은 자신이 기가 막힌 걸 발견했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잠옷을 입고 거실로 나가자 권명이 사 온 것으로 보이는 박스나 쇼핑백이 현관에 가득 쌓여 있었다. 조이는 아무래도 풀타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군에 있어서 몰랐는데 권명은 사치가 좀 심했다.
컵 하나를 사도 조이는 무난한 물컵 하나만 고른다면 권명은 색깔별로, 또는 독특한 모양이라며 닥치는 대로 쓸어 담았다. 권 사장에게도 버림받았고, 군에는 전역서까지 제출한 상황이기에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알뜰하게 살아야 했다.
“이게 대체 다 뭐야? 너! 자꾸 이러지?”
“필수품만 샀어. 다 싼 거야.”
권명은 푼돈 좀 쓰고 왔다는 태도였다. 정말 이러다가는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다. 저렇게 씀씀이가 커서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것부터 봐 봐.”
권명이 건넨 박스 안에는 집게 같은 게 들어 있었다. 도통 그 쓰임을 알 수 없었다.
“이게 뭐야?”
“옷 올려 봐. 직접 보여 줄게.”
권명은 조이가 옷을 걷어 올리기도 전에 자신이 직접 옷을 들치더니 집게를 어딘가로 가져갔다. 조이는 한발 늦게 이것의 정체를 깨달았다.
“아!”
“좋지?”
“아… 아파, 떼!”
“안 돼. 바로 한 발 빼자. 젖꼭지만으로도 가게 해 줄게.”
“싫어!”
“잠깐. 근데 왜 너한테 커피 냄새가 나지?”
권명은 조이를 향해 킁킁 냄새를 맡았다. 조이는 흠칫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권명의 후각이 남다르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조이가 어디에 있든 기가 막히게 찾아내던 권명의 개코. 오전 내내 커피를 뽑던 탓에 냄새가 몸에 밴 모양이었다.
“무… 무슨 커피 냄새! 이… 이거는 뭘… 어떻게 하는 건데……?”
조이는 그저 화제를 돌릴 생각에 집게에 대해 물은 것인데 어쩐지 음흉한 변태가 된 기분이었다. 권명은 조이의 물음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조이 형아도 은근히 밝혀?”
“아!”
권명은 집게와 함께 들어 있던 리모컨으로 뭔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곧장 윙윙- 진동 소리가 들려왔고 지난밤 실컷 괴롭힘당한 가슴에서 스멀스멀 쾌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흐…….”
“조금 더 세게 해 줄까? 넌 좀 아픈 걸 좋아하니까.”
“시… 싫어!”
권명은 역시나 조이의 말을 반대로 이해했다. 싫다는 말에도 조금씩 세기를 더해 갔다. 조이는 자꾸만 아래가 반응할 것 같아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가슴에서 올라오는 윙윙거리는 진동이 조금씩 조이의 몸을 달구고 있었다. 지난밤 폭풍처럼 조이의 몸을 휩쓸고 지나간 그 느낌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아흐…….”
“안조이. 야해.”
권명은 사진을 찍듯 눈도 깜빡이지 않고 조이를 살폈다. 곤란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고 있는 표정, 상의를 꽉 움켜쥐고 있는 손, 움찔거리는 몸, 앵두처럼 빨간 젖꼭지.
홀린 듯 권명의 입술이 조이의 삐쭉 솟은 가슴에 닿았다. 집게에 눌린 탓에 잔뜩 부풀어 오른 그 위로 권명의 혀가 닿았다.
“하읏… 아파… 아!”
권명은 조이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집게를 잡아당겼다. 가슴살이 위로 들릴 정도로. 아픔과 쾌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어쩌면 아픔보다 쾌감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섰어. 너.”
“거짓말!”
아래쪽에서 열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못 말리는 몸이었다. 아픔에도 이렇게 반응하다니.
“그거 알아? 너랑 나랑은 매칭률이고 나발이고, 이런 게 제일 잘 맞는다?”
“이런 거?”
“속궁합.”
권명은 거칠게 집게를 뽑아 던졌다.
“아아!!”
저릿한 아픔에 가슴을 움켜쥐려 했으나 그 전에 권명의 손이 조이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권명은 조이의 팔을 바닥에 내리누르며 피가 나올 듯 붉어진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아읏!!”
권명은 턱선이 도드라질 정도로 격렬하게 가슴을 빨았다. 젖먹이 아기처럼 힘껏. 조금 큰 신음 소리를 내지르며 권명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봤지만, 소용없었다.
“아읏… 사… 살살 해! 아… 읏!”
“자지나 좀 보고 말해. 좀만 더 빨아 주면 너 오줌 싸듯 싸겠다.”
권명의 말대로 아래쪽은 만지지도 않았건만 한껏 열이 올라 물을 뱉어 낼 듯 부풀어 있었다.
“아읏… 그… 그만해. 아읏!”
발버둥 치며 권명을 밀쳤으나 그럴수록 권명의 혀 놀림은 더욱더 음란해졌다. 그곳이 저릿해질 정도로 강하게 젖꼭지를 빨아 당겼고, 그럴 때면 감전된 것처럼 몸이 위로 튀어 올랐다. 그러고 나면 깜짝 놀란 몸을 달래듯 부드러운 혀가 부풀어 오른 열매를 애무했다.
조이는 발가락 끝까지 힘을 주며 꼼지락거렸다.
“아… 아! 손 놔줘!”
권명은 조이가 성기에 손도 대지 못하도록 꽉 잡고는 젖꼭지만을 집요하게 애무했다. 허벅지를 안으로 모아서 힘을 주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정액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아!!”
권명이 한 번 더 강하게 젖꼭지를 빨아 당기는 순간 성기가 발발 떨리더니 기어코 물을 쏟아 냈다. 오줌을 싼 것처럼 얇은 잠옷 바지가 젖어 있었다.
“아읏… 아흐…….”
뽁소리와 함께 입 안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젖꼭지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원래도 그리 작은 크기가 아니었지만 유독 도톰하게 부풀어 있었다. 다른 이의 젖꼭지처럼 낯설었다.
“젖꼭지로 가 버렸네? 음란해. 안조이.”
“하아… 하흐…….”
권명은 음란한 젖꼭지라며 삐쭉 솟은 그곳을 손가락으로 비벼 댔다. 그때마다 조이의 아래가 또다시 반응할 듯 부들부들 떨려 왔다.
“하으…. 아……!”
이제 권명은 조이의 바지를 훌러덩 벗기더니 조이의 가랑이를 쫙 벌렸다. 이런 벌건 대낮부터 그 짓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한껏 오므라든 구멍으로 권명의 시선이 느껴졌다.
“조이 형아는 구멍도 귀엽고 야해.”
권명의 손가락 하나가 성기에서 흘러나온 정액을 그곳에 치덕치덕 바르며 문질렀다. 구멍 안으로 손가락이 파고들 듯 말 듯 간지럽히는 느낌에 조이의 구멍이 조금씩 벌어졌다.
“빨아 줄까?”
“아니!”
“알았어. 대신 박을게.”
“아으……!”
권명의 성기가 구멍 안으로 서서히 밀려 들어왔다. 매일같이 받아 내는 물건이지만 매번 부담스러운 크기였다. 구겨진 이맛살 위로 ‘쪽’ 하고 권명의 입술이 닿았다. 꽉 감겨 있던 눈을 슬그머니 떴다.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 권명의 얼굴이 보였다. 태양 빛이 유독 권명을 향해 쏟아지는 것같이 반짝거렸다.
홀린 듯 그 얼굴을 바라보던 조이는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아!”
권명은 조이와 눈을 마주치며 허리를 움직였다. 어쩐지 오늘 오후가 무척 길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 * *
똑똑똑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살갗에 닿는 기분 좋은 온도에 눈을 떴다. 거실에서 그 짓을 했건만 지금 이곳은 욕실이었다. 조이가 깨어난 것을 알아차렸는지 등 뒤로 권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날 뭐라고 부를지 고민해 봤어?”
저녁까지 생각해 놓으라고 했던 권명의 말이 떠올랐다. 대낮부터 그 짓을 하고 나니 벌써 저녁이었다. 생각이라는 걸 할 틈이 없었다.
“난 정했어. 물어봐 봐.”
“뭔데?”
권명의 입에서 괴상한 애칭이 튀어나올까 봐 걱정되었다. 권명은 생각보다 낯짝이 두껍고 뻔뻔한 구석이 있으니까.
“그냥 토마토도 아니고 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
다 큰 성인을 그런 말도 안 되는 애칭으로 불러도 합법인 걸까? 저런 징그러운 애칭으로는 절대 불리고 싶지 않았다. 굳이 채소로 애칭을 정해야 한다면 조금 터프한 채소가 되고 싶었다. 자이언트 호박 같은.
“조이 형아 얼굴이 항상 방울토마토 같잖아. 터트려 먹고 싶게.”
권명은 조이의 붉은 얼굴을 핥으며 개소리를 싸질렀다. 화상 후유증으로 조이의 얼굴에는 24시간 홍조가 피어 있었다. 권명은 그런 조이의 얼굴을 볼 때면 24시간 흥분하고는 했다. 온종일 섹스하는 얼굴이라고.
“어떻게 사람 얼굴이 이럴 수 있지? 24시간 박아 달라는 것 같아. 야해.”
“너 아픈 사람 놀리냐?”
“너도 신기하지 않아? 아파도 이렇게 꼴리게 아프다는 게?”
권명은 진심으로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망할 놈.
조이는 권명의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그럼에도 권명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옆구리라도 한 번 더 꼬집을까 했으나 그냥 두기로 했다.
“애칭. 내가 하나 추천해 줄까?”
조이는 들어는 보자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권명의 입에서는 역시나 생각할 가치도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쥬키니. 아님 가지.”
쥬키니. 가지. 모조리 성기를 닮은 채소였다. 조이는 한 번 더 권명의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알았어. 애호박 아니면 자기야. 둘 중 하나는 꼭 골라야 해. 빨리!”
“참 나!”
성기를 닮은 채소로 권명을 부를 수는 없기에 선택지가 없는 물음이었다. 자기라니. 온몸이 근질거렸다.
* * *
조이의 이중생활이 일주일을 넘어가고 있었다. 권명은 여전히 조이가 아침이면 죽은 듯 잠을 자는 줄 알고 있었다. 이번 주까지만 일하면 그래도 권명에게 그럴듯한 구두 정도는 사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던 중 조이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다. 카페로 향하는 골목에 이상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방송사 마크가 찍힌 차도 보였다. 조이는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카메라의 방향이 카페를 촬영하는 구도였다.
“설마……?”
저 카메라가 촬영하고자 하는 타깃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려고 하는데, 모여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조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어! 저기다! 안 중위님! 안 중위님!”
이 소란의 정체는 조이를 찾기 위함이 맞았다. 조이는 범죄자도 아니건만 몸을 돌려 도망쳤다. 저들에게 잡히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 힘껏. 조이는 익숙하게 골목을 누비며 도주했으나, 저들의 집요함이 조이의 다급함을 이길 듯했다.
“안 중위님! 잠시만요!”
대체 뭘 얻어 가려고 저리도 절실하게 조이를 따라오는 걸까. 힐끔 뒤를 돌아보자 열댓 명의 기자들과 카메라맨이 따라오고 있었다. 걸렸다가는 끝장이다.
조이는 눈앞에 있는 골목을 바라보았다. 권명과 종종 산책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골목 깊숙이 지나다닌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저들을 피할 곳은 저곳뿐이었다. 오른쪽 왼쪽 복잡한 골목을 휘저을수록 미로를 헤매는 기분이 들었다.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권명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런 불안한 마음을 곱씹는 순간 누군가 등 뒤에서 조이를 낚아챘다.
“읍!!”
“어디지? 어디? 저기다! 저기!”
등 뒤로 익숙한 파장이 느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부활 작전을 끝으로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었는데. 조이는 반항을 멈추고 어두운 골목 한쪽에 몸을 숨겼다. 기자들이 엉뚱한 곳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조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바짝 긴장했던 몸이 거친 숨과 함께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등 뒤에서 예상했던 대로 개소리가 튀어나왔다.
“꼼짝 마. 가진 거 다 줄 테니 엉덩이 벌려!”
조이를 낚아챈 인물은 이런 상황에서도 뻔뻔한 소리를 내뱉었다. 어떻게 권명이 이곳에 있는지 물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바빴다.
“스릴 있는데? 여기서 한 발 빼고 갈까?”
“이… 이 변태가!”
“쉿!”
골목 끝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조이는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길 잘했다 조이의 입에서 나올 신음 소리를 막아야 했으니까. 권명의 커다란 손이 조이의 앞쪽으로 접근했다. 말랑한 성기를 꽉 움켜쥐고 매만지자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는데도.
“으읏….”
“말랑한 자지가 섰네?”
“으으…, 아읏…….”
“입 틀어막아. 여기서 딸치는 거 다 알겠어.”
조이는 필사적으로 입을 가로막았다. 권명의 손이 조이의 하의 속으로 파고들더니 마침내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그 물건에 닿았다. 꽉 움켜쥐고 자신의 성기를 매만지듯 위아래로 훑자 온몸에서 열이 올라왔다.
“으읏…, 윽…. 아흐…….”
정막한 골목 한쪽에서 이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권명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금방이라도 사정할 듯 자극이 몰려왔다. 점점 더 몸이 앞쪽으로 기울어졌다.
“아읏…, 나… 나와…….”
“쌀 것 같아?”
권명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조이의 성기 앞쪽을 틀어막았다. 그러고는 무지막지하게 흔들었다.
“아읏! 아! 아읏……!”
권명이 조이의 몸을 받쳐 주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꼬꾸라졌을지도 모른다. 거칠게 숨을 내쉬는데 권명이 조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밀가루 포대 짊어지듯.
“내… 내려놔!”
“가만히 있어. 너 집에 가면 궁둥이 맞을 준비나 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권명은 위협적으로 말했던 대로 조이의 옷을 하나씩 벗겨 냈다. 진짜로 엉덩이라도 때리려고 저러는 걸까?
“방울이 너, 왜 말도 없이 나갔어? 누굴 만나려고 그런 거야? 어?”
“만나긴 누굴 만나! 커피 사러 간 거야!”
“커피?”
그럴듯한 변명은 아니었다. 이 집에는 버젓이 커피머신이 있었으니까.
“너 말 안 들어서 안 되겠다. 궁둥이 대. 몇 대 맞을 거야?”
“안 맞아! 내가 왜! 아야!”
권명은 손바닥으로 조이의 맨 엉덩이를 찰싹 내려쳤다. 조이는 다 큰 성인이 이렇게 엉덩이를 맞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아야! 아… 아파!”
조이는 엉덩이를 가리며 소리쳤다. 권명은 웃음을 참으며 애써 엄한 소리를 내뱉었다.
“몇 대 맞을 거냐고! 내 맘대로 때려?”
“세… 세 대!”
철썩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조이의 볼기가 파르르 떨렸다. 엉덩이에서 찌릿한 통증이 올라왔다. 엉덩이를 비비며 아파하자 권명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똑바로 대. 두 대 더 남았어.”
“아야!”
“아파?”
권명은 조이의 양쪽 볼기를 꽉 움켜쥐고는 흥분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조이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진짜 아파!”
“그럼 핥아 줄까?”
“아니!”
조이의 의사를 묻는 말이 아니었다. 조이의 볼기가 쫙 벌어지며 지난밤에도 실컷 고문당한 구멍이 입을 벌리듯 벌어졌다.
“진짜 자지 밝히는 구멍이라니까? 벌써 입을 벌리고 있어. 자지 달라고. 실컷 괴롭혀 달라고.”
“그… 그런 거 아니…. 아읏!!”
권명의 꼿꼿한 혀가 벌어진 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권명과의 그 짓은 다 좋았지만, 이것만큼은 싫었다.
‘왜 거길……!’
“아흐! 그… 그만!”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피해 봤지만 권명은 집요하게 따라와 구멍을 핥고 혀를 쑤셔 넣었다. 조이의 둔덕 사이로 깊게.
권명이 며칠 전부터 부르기 시작한 애칭, 방울토마토처럼 조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화상 후유증이 아니라 수치스러움에.
“그… 그만! 제발…! 하읏!”
“왜 말도 없이 나간 건지 말해.”
“…….”
“좋아. 더 빨지 뭐.”
권명은 실실 웃으며 고문하듯 혀를 움직였다. 최소한 그곳에서 얼굴이라도 치우고 물어봤다면 이렇게 수치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이는 비밀을 지키려 했으나 아래에서 올라오는 그 미끄덩거리는 물건에 항복하고야 말았다.
“돈? 돈이 필요했다고?”
“어…….”
권명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뉨으로 이사 온 이후 조이가 돈을 쓸 일은 없었으니까. 조이의 역할은 주로 권명의 사치에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였다.
“그럼 지금 나한테 말해. 내가 사 올게. 지금 당장. 그딴 일을 왜 해?”
권명은 필요한 물건이 뭔지 물었다. 당장 사 오겠다는 듯. 하지만 권명 본인의 선물을 사 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 조이의 침묵을 지켜보던 권명은 다시 구멍을 핥을 듯 조이의 가랑이를 벌려 왔다. 이러다가는 기억나지 않는 전생까지 실토할지도 모른다. 조이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예… 예물! 예물 사 주려고 그랬어!”
“예물?”
조이는 며칠 전 아주머니와 통화했던 일과 예물로 구두를 사 주려고 했다는 일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말에 권명은 입이 찢어질 듯 환하게 웃더니 조이를 꽉 끌어안았다. 선물을 아직 주지도 않았건만 이미 받은 표정이었다.
“안조이. 내 바주카포 누구 거야?”
대뜸 바주카포의 주인을 묻는 말에 조이는 조금 당황했다. 권명은 꽤 여러 번 자신의 바주카포는 조이의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번 물음에 대한 답도 그러하겠지.
“내… 거?”
“그래! 그럼 탄피는 누구 거겠어?”
“내… 아니… 네 거.”
“잘 알면서 왜 몰라? 우린 서로의 자지를 공유하는 공동체란 말이야. 부부. 내 것은 네 것이나 마찬가지고, 네 것도 내 것이나 마찬가지야.”
권명이 가지고 있는 것과 조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조이가 가진 거라고는 평범한 크기의 부랄 두 짝이 전부였다. 권명은 조이의 이런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손을 꽉 잡아 왔다. 그것도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는 왼손을.
“안조이. 우린 부부야. 서로 가릴 것도 숨길 것도 없는 부부. 옷 입고 따라 나와.”
조이는 순순히 겉옷을 걸친 후 권명을 따라나섰다. 권명은 조이를 어디론 간 데려갔다. 백화점이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조이의 앞에 멈춰 선 권명은 손에 뭔가를 쥐여 주었다.
“자, 이거 받아.”
“……?”
“아. 이건 카드라는 거야. 이걸로 물건을…….”
“나도 뭔지 알거든!”
조이는 그저 이 카드를 왜 준 거냐고 묻는 것이었다. 권명의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부부니까.”
즉 자신이 가진 재산도 조이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난 이게 좋을 것 같아. 어울려?”
권명은 진열된 시계 중 하나를 손목에 걸치더니 어떠냐고 물었다. 조이는 권명의 옆으로 다가갔다. 하얀색 천에 감긴 시계가 적당한 간격으로 진열돼 있었다. 권명이 고른 시계도 좋아 보였지만 조이의 눈에 들어온 물건은 따로 있었다.
“이거로 사. 튼튼해 보여.”
“어울리냐가 중요한 거지!”
“어울리기도 하고.”
“방금 고르신 게 제일 잘 어울려요. 안목이 좋으셔서.”
직원은 프로였다. 보는 눈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닌 조이지만, 저런 칭찬을 들으니 또 기분이 좋았다. 권명 역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사 줘. 저거로.”
권명은 어서 결제하라며 조이에게 고갯짓을 했다. 조이는 자신의 손에 들린 카드를 내려다보았다. 진짜 이래도 되는 걸까?
“뭐야? 막상 사 주려니까 아까워? 그래?”
“아냐! 하나도 안 아까워.”
조이는 서둘러 결제를 마치고 포장된 시계를 받았다. 조이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던 권명은 영수증은 버려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자…….”
“고마워. 방울아.”
권명은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사실 모든 일이 마음에 달린 것이었다. 권명의 카드로 결제를 하고 포장된 선물을 건넸을 뿐인데도, 진짜 조이가 사 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염치없지만 진정 그러했다. 권명의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을 받았다는 표정이었으니까. 조이가 기대했던 딱 그 표정.
“권명… 그… 해.”
“권명?”
“…자기야…….”
조이는 기어들어 갈 듯 작은 목소리로 권명에게 달콤한 말을 전했다. 권명은 조이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경쟁하듯 대답했다.
“내가 더.”
* * *
조이와 권명은 권 사장의 별장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다. 결혼식 날짜가 다가왔기에 그러했고 킁킁 냄새를 맡고 다니는 기자들 때문이기도 했다.
기자들이 카페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니는 바람에 이곳도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죄를 지은 것도 없건만 이렇게 도망치듯 권 사장의 별장으로 향해야 할까 싶었는데 다음 날 뉴스를 보고 조이는 권명보다 빨리 짐을 챙겼다.
카페 사장과 단골들의 인터뷰로 조이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소탈하고 성실한 전쟁영웅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허겁지겁 도망가는 뒷모습은 영 없어 보였지만.
서제국이라는 강력한 적이 사라지고 나자 내부 정치가 술렁이고 있었다. 패가 갈려 전쟁영웅이라고 불릴 만한 이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곳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피만 흘리지 않을 뿐 전쟁터보다 더 살벌한 곳이었다. 그들의 살해 방법은 총으로 살을 꿰뚫는 것보다 더 잔인했다.
사회적 매장.
그 무기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아버지처럼 될 것이다. 조이는 어리숙하고 야망만 컸던 아버지가 정쟁에 휘말려 추풍낙엽처럼 쓸려 내려갔던 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저들의 기대와는 달리 조이는 정치에는 전혀 뜻이 없었다.
허겁지겁 짐을 챙기는 조이와 달리 권명은 여유로웠다. 간단한 짐만 챙기고 나머지는 사람을 부려 옮기겠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권명의 쇼핑 중독이 꽤 심각한 탓에 임시로 머물고 있던 숙소는 10년 동안 산 것처럼 짐이 많았다.
“이런 건 뭐 하러 챙겨? 어차피 발가벗고 지낼 텐데.”
권명은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언젠가 말했던 대로 나체수영을 하며 발가벗고 지낼 생각인 듯했다. 권명은 조이가 쑤셔 넣은 잠옷을 빼내고 그 안에 요상한 물건을 집어넣었다.
며칠 전 조이의 가슴에 매달려 있던 물건 같은 거. 조이는 권명의 눈치를 살피다 그 물건을 슬쩍 빼놓았다. 권명 말대로 아래쪽으로는 손도 대지 않고 정액을 쏟아 냈지만 무서운 물건이었다.
“다 챙겼으면 출발하자. 벌써 냄새 맡았나 봐.”
“어. 빨리 가자!”
권 사장의 별장으로 향하는 내내 권명은 깜짝 놀랄 각오를 하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조이는 권명이 기대하는 것처럼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을 생각이었다.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 조이는 말 그대로 입이 쩍 벌어졌다. 조이가 알던 결혼식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푸르른 잔디 위에 임시로 지어진 야외 식장은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었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것처럼 천장 가득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은은한 파스텔톤의 천이 바람에 휘날렸다.
조이가 서 있는 이곳과 눈앞에 보이는 저 꿈같은 곳이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감히 저런 곳으로 들어가도 되는 걸까? 하지만 조이는 어른이었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모습을 보고도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기는.
“우리 이제 거지 된 거 아냐? 너 얼마 썼어?”
조이는 권명의 멱살을 쥐어 잡고 대체 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방울아.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우린 매년, 아니지, 분기마다 이런 결혼식을 올릴 수 있으니까.”
분기마다라면 조이가 예상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큰 것 같지는 않았다. 조이는 조금 의혹에 찬 눈빛으로 권명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권명은 진정 분기마다 이런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적어도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길바닥에 나앉지는 않을 것 같았다. 조이는 조심스럽게 식장으로 다가갔다.
한쪽에는 노을처럼 은은한 조명이 밤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었다. 아직은 빈자리지만, 결혼식 당일 날이면 조이와 권명의 결혼을 축하해 줄 사람들로 가득할 테지.
“몇 명을 초대한 거야?”
“네가 아는 얼굴은 다 초대했어. 있는 대로 알려야지. 방울이 내 거라고.”
의외로 권명은 군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을 초대한 모양이었다. 저 사교성 없는 놈이 어쩐 일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었는데, 덧붙이는 말을 보니 그저 이 결혼을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이쪽으로 와 봐. 여기가 우리 자리야.”
권명은 하얀색 천이 깔린 길 위로 조이를 잡아끌었다. 예식 당일 날은 이 길 위에 하얀색 꽃이 뿌려질 것이라고 했다. 조이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꿈속에 있는 것처럼 몽환적인 기분이 들었다.
“마음에 들어?”
“응… 엄청.”
조이의 청개구리도 이번만큼은 튀어나오지 못했다. 조이의 솔직한 대답에 권명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조이의 코앞으로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고는 뻔뻔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럼 칭찬의 뽀뽀나 좀 해 봐.”
“참 나.”
조이는 주변을 한번 살펴본 후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 * *
결혼식 당일 날, 권명은 능숙하게 조이를 이끌었다. 도통 잠을 잘 수 없었던 조이는 수면 부족과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입장하자.”
권명은 조이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조이는 그 손을 잡으며 신부가 서 있는 곳까지 길게 늘어선 꽃길을 걸었다. 신부는 한참 동안 입을 벌리며 좋은 말을 떠들었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쿵쿵 거세게 뛰는 심장 소리 때문에.
그런 조이의 마음을 알아차린 건지 권명이 말없이 손을 꽉 잡아 왔다.
“두 사람의 앞날에 행복과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기나긴 주례사가 끝나고 조이는 하객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조이가 아는 얼굴이 하나둘 보였다. 수도로 돌아온 후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는 권명의 형, 조이의 비밀 정보원이었던 한 중위, 조이를 실컷 부려 먹던 이휘 대위까지. 그리고 언젠가 조이가 상상했던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조하의 모습이 보였다.
조하는 조이를 바라보며 양쪽 엄지를 치켜세웠는데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 웃음이 터졌다.
“안조하. 그건 또 뭐야?”
“친구한테 배운 거야. 한 개면 최고고 두 개면 진짜 최고!”
조이는 조하의 머리를 마구 흐트러트렸다. 조하의 옆에 있는 아주머니 역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늘 수심에 가득 찬 얼굴만 봤었는데, 저리 환하게 웃으니 보기 좋았다.
마지막으로 조이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권명을 바라보았다. 아마 이곳에 있는 어떤 사람보다 행복한 이는 권명일 것이다. 잘생긴 얼굴에서 광채가 쏟아졌다.
예식이 끝나고 조이는 샴페인을 연거푸 두 잔 들이마셨다. 쿵쿵 거세게 뛰던 심장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정숙하게 예식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술이 들어가자 춤을 추거나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조이와 권명 역시 춤을 추었는데, 권명은 조이가 헤벌쭉 웃을 때마다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춤을 추는 중에도 조이의 벌건 볼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그만해. 사람들이 보잖아.”
“그럼 더 해야지.”
“아야!”
권명은 조이의 벌건 볼을 살짝 깨물기까지 했다.
“너도 볼 대! 나도 깨물 거야!”
권명은 어서 깨물라며 알아서 잘생긴 얼굴을 가져다 댔다. 조이는 힘껏 깨물어 줄 생각이었는데 어째 이빨 자국을 남기기에 아까웠다. 저 반질반질한 낯짝이.
“한 번만 봐준다!”
조이는 인심 쓴다는 듯 물어뜯는 대신 권명의 얼굴을 살짝 밀쳤다. 하뉨으로 온 이후 권명은 늘 꿈속을 거니는 것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었었는데, 그날의 웃음은 유독 조이의 마음속에 오래 기억됐다. 권명의 눈에 비친 조이의 표정도 저러할 테지.
떠들썩한 결혼식 파티가 끝나고 조이와 권명은 단둘만의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별장 입구는 결혼식장처럼 꾸며져 있었다. 조이는 하얀색 꽃잎을 밟으며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온통 꽃으로 장식된 방 안으로 들어서자 조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황혼」의 사운드트랙이 귓가에 들려왔다. 권명은 느릿한 음악에 맞춰 조이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 조이는 어느새 하얀 달빛을 맞으며 나신의 몸이 되었다.
“…….”
권명은 한숨을 내쉬며 조이의 몸을 감상했다. 홀로 이렇게 벗고 있으려니 민망했다. 조이는 권명의 셔츠 끝을 잡아당기며 어서 벗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벗겨 줘.”
권명은 어리광을 부리듯 옷을 벗겨 달라고 했다. 조이는 이 역시도 어색했다. 늘 권명은 옷을 찢어발기듯 벗어 던지고는 했는데.
조이는 권명의 셔츠 단추를 아래에서부터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조금씩 권명의 속살이 보일수록 괜스레 숨도 가빠 왔다.
“하아…….”
“마음에 들어?”
권명은 키득거리며 조이를 놀렸다. 조이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권명의 셔츠 단추를 풀어 헤치자 단단한 몸이 드러났다. 곱상한 얼굴과 달리 성난 몸을 손바닥으로 은근하게 훑었다.
권명의 입에서는 조금 전 조이의 입에서 나왔던 것과 같은 낮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조이는 손바닥으로 울퉁불퉁한 복근을 매만졌다. 조이의 손길을 따라 권명의 복근이 움찔움찔 반응했다. 힐끔 아래를 내려다보자 아래쪽이 두툼하게 부풀어 있었다. 예복 바지가 비좁아 보일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그곳을 움켜쥐었다.
“하아…….”
조이는 평소와 달리 적극적으로 권명의 몸을 매만지며 애무했다. 화답하듯 권명의 커다란 손이 조이의 옆구리를 쓸어내리더니 번쩍 들어 올렸다.
“아!”
침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권명이 조이를 내려놓았다. 조이를 내려다보는 권명의 눈매가 예쁘게 아래로 휘어져 있었다.
“방울아. 나 너무 행복해.”
“나도… 너무.”
조이는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늘 텅 비어 있던 심장이 이처럼 충만한 적이 없었다. 행복의 기운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촘촘하게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불운이 조금도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랑해. 안조이.”
권명의 부드러운 입술이 조이의 벌건 볼과 코끝에 쪽쪽 닿았다가 마지막으로 조이의 입술에 정착했다. 짝을 맞추듯 맞물린 입술 사이로 서로의 혀가 춤을 추듯 뒤엉켰다. 온몸의 체온을 순식간에 끌어 올리는 입맞춤이었다.
“하아… 나도… 사랑해…….”
부족한 호흡으로 살짝 입술이 떨어져 나가자 조이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권명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신없이 입을 맞추었다. 참을 수 없다는 듯. 주인이 반가워 견딜 수 없는 강아지 같았다. 빗방울처럼 쏟아지는 입맞춤에 조이의 입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만! 그만! 강아지도 아니고.”
“멍멍!”
권명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강아지 소리를 흉내 냈다. 조이는 그 모습에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보니까 방울아. 넌 웃는 모습이 제일 귀여워.”
“원래는 뭐가… 제일… 그랬는데?”
“사정할 때. 얼굴이 온통 빨갛게 변하는 게 깨물어 먹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
권명은 시범을 보이듯 조이의 얼굴을 ‘앙’ 하고 깨물었다. 조이는 피식 웃으며 권명의 목을 끌어와 다시 입을 맞추었다.
그날의 관계는 예전과 달랐다. 불이 붙은 것처럼 성급하지 않았다. 권명은 성스러운 물건을 만지듯 조이의 온몸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목을 타고 아래로 내려간 입술이 붉은 자국을 남기며 떨어졌고 딱딱하게 솟아오른 유두에 한참 동안 머물렀다. 혀끝으로 삐쭉 솟은 유두를 이리저리 쓸어내리자 가슴에서 간지러움이 피어났다.
“아흐…….”
혀끝으로 가지고 놀던 젖꼭지가 권명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찌릿한 자극에 조이는 권명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권명은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듯 조이의 붉은 유두를 한참 동안 번갈아 가며 빨아 당겼다.
권명은 오늘따라 유독 느릿느릿하게 조이의 몸을 애무했다. 그럴수록 조이는 자꾸만 속이 탔다. 빨리 하나가 되고 싶었다.
“이제 그만… 넣어 줘.”
조이는 스스로 다리를 잡아 벌렸다. 늘 쑥스러워 하지 못했던 일인데 어쩐지 오늘은 아무렇지 않았다. 연거푸 들이마신 샴페인 탓인지. 권명은 유혹하듯 그곳을 드러낸 조이의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하… 오늘은 좋은 말만 하고 싶은데.”
“그럼 참아.”
권명은 또 헛소리를 하려고 시동을 걸었다. 조이는 그 말을 막아 세웠다. 권명은 실실 웃으며 조이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손가락 하나가 축축하게 젖은 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뭔가를 확인하듯 내벽을 꾹꾹 누르며 자극했다.
“바로 넣어도 되겠다. 안쪽까지 녹진하게 풀렸어.”
손가락이 빠져나간 자리에 단단하게 발기한 귀두 끝이 닿았다. 조이는 숨을 내쉬며 힘을 풀었다. 곧바로 뜨거운 살 기둥이 내벽을 가르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하읏……!”
천천히 밀고 들어온 성기 끄트머리가 내벽 안쪽을 부드럽게 ‘꾸욱-’ 누르며 떨어졌다. 형광등이 켜졌다 꺼진 것처럼 눈앞이 번쩍했다. 절로 아래쪽으로 힘이 들어갔다. 빠져나가는 권명의 성기를 붙잡듯.
권명은 피식피식 웃으며 얄미운 소리를 내뱉었다.
“살살 물어.”
“으읏…, 더…….”
조이는 권명의 얼굴을 끌어 와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더 넣어 달라고. 깊게 넣어 달라고.’ 피식피식 웃던 권명의 얼굴에도 점차 여유가 사라졌다.
“아흣…! 아……!”
불기둥이 조금씩 속도를 높이며 쿵쿵 파고들었다. 단단한 귀두가 내벽 한곳을 뭉그러트리듯 짓눌렀다. 조이의 눈앞이 또다시 하얗게 물들었다. 머리끝을 쭈뼛 서게 만드는 쾌감이었다.
“아…! 아흣!”
“방울아, 여기가 좋아?”
“어…! 거기. 하읏!!”
조이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권명은 조이의 몸을 꽉 끌어안은 채 쾅쾅 그곳을 내리눌렀다. 조이의 입이 점점 크게 벌어지며 교성이 튀어나왔다. 낯설고 큰 소리이기에 늘 억눌러 왔으나 오늘만큼은 마음껏 내지르고 싶었다.
권명은 그 소리에 화답하듯 더욱 고약하게 허리를 놀렸다. 조이는 지나친 쾌감에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오열하듯 눈물을 쏟아 내며 허리를 뒤틀었다. 그곳이 짓눌릴 때마다 권명의 어깨 위에 올려진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권명의 벗은 몸을 봤을 때부터 참고 있던 사정감이 몰려왔다. 조이는 자신의 성기를 만질 생각에 손을 앞으로 가져갔다.
“아… 앞…! 아흐…! 아… 앞에.”
권명은 대신 만져 주겠다는 듯 조이의 손을 치우더니 귀두 끝을 콱 틀어막았다. 조이의 얼굴이 뒤로 넘어갔다.
“아!!”
앞뒤로 휘몰아치는 자극에 숨이 넘어갈 듯 교성을 내질렀다. 권명은 훤히 드러난 조이의 목덜미를 콱 물며 힘껏 성기를 치받았다.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그곳이 강하게 짓눌리는 순간 벼락이 내리꽂혔다.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찌릿하게 훑고 지나간 쾌감에 조이의 눈이 반쯤 돌아갔다.
“아흐…! 아아!!”
꽉 오므라든 내벽이 권명의 성기를 강하게 압박했다. 권명 역시 사정을 했는지 조이의 귓가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아…! 흐으…….”
지나친 쾌감에 조이는 흐느끼듯 울먹였다. 권명은 그런 조이를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 주었다. 조이가 진정할 때까지.
“조이야. 방울아.”
“권명… 권명…….”
눈물로 흐릿한 시야 사이로 권명의 얼굴이 보였다. 권명은 손을 들어 올려 조이의 눈물을 훔쳐 주었다. 방울토마토처럼 붉게 물든 조이의 얼굴 위로 권명의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이마, 볼, 그리고 입술.
“방울아. 첫날밤이니까 조금 길게 해도 괜찮겠지?”
“응?”
“그렇지?”
아마 조이는 홀린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인 것 같았다. 권명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서는 조금 전 조이가 사정한 액체를 핥아 먹었다. 우윳빛 액체를 타고 조금씩 내려온 권명의 입술이 조이의 성기에 닿았다.
말랑한 성기를 입 안에 넣고 쭉 빨아 당기자 그곳에서 곧바로 열이 올라왔다. 조이의 성기를 입 안에 넣고 올려다보는 권명의 눈빛이 너무 야했다.
“그… 그만…. 같이… 같이 해.”
눈치 빠른 권명은 조이의 성기를 뱉어 내고는 위로 올라왔다. 입을 맞추며 조이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파도처럼 잠시 사라졌던 쾌감이 다시 밀려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조이는 권명의 얼굴에 약했다. 그 탓인지 그날 조이는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이리저리 흔들려야 했다. 권명은 조이의 다리를 벌린 채 온갖 자세로 성기를 쑤셔 넣었다. 옆으로 누워서, 뒤집어서, 정자세로, 다시 들어 올려서.
조이는 끝을 모르는 쾌감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침을 흘렸다. 이렇게 느끼다가 바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머릿속을 스쳤으나 이내 그런 생각은 또 다른 쾌감으로 덧칠됐다.
“아읏! 아!! 아흐……!”
“하아… 조이야. 안조이!”
* * *
조이는 귓가로 들려오는 작은 허밍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 환한 빛이 조이의 눈을 간지럽혔다. 굳이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정오의 햇살이었다. 조이는 끔뻑끔뻑 눈을 감았다 떴다.
“일어났어? 배고프지?”
권명은 기다렸다는 듯 침대로 다가와 조이를 내려다보았다. 언제나 느끼는 미스터리였다. 왜 조이의 몸은 이렇게 아픈데 권명은 날아갈 듯 가뿐해 보일까? 숙면을 한 것처럼 광이 나는 저 얼굴이 얄미웠다.
권명은 뾰로통한 조이의 입술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일어나 봐. 내가 요리를 했어! 우리 방울이 주려고.”
권명은 조이를 번쩍 들더니 식탁으로 데려갔다. 정말 요리를 하고 있던 게 맞는지 부엌이 난장판이었다. 대체 뭘 만들려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잠깐만. 사과만 썰면 끝나. 기다려.”
권명은 고기를 다듬을 때 쓸법한 칼로 사과를 깎고 있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는 사람이 더 불안했다. 권명을 말릴 생각에 몸을 일으키려는데 그사이 날카로운 칼날이 기어코 권명의 손가락을 스치며 지나갔다.
“아? 날카롭네?”
“칼인데 당연히 날카롭지! 어디 봐 봐! 많이 다쳤어?”
조이는 본능적으로 권명의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피 맛이 꽤 진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손가락을 깊게 베인 것 같았다. 조이는 우물우물 물고 있던 권명의 손가락을 입 밖으로 빼냈다.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고 심각하다면 병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기다려 봐. 밴드 좀 찾아볼게.”
“잠깐! 방울아! 이거 봐 봐.”
“……?”
하지만 권명은 다급하게 조이를 잡아채서는 조금 전 베인 상처를 눈앞에 가져다 댔다. 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상처를 바라보았다. 분명 피 맛이 꽤 진하게 났었는데 더 이상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어느 정도 아물어 있었다.
“설마……?”
권명의 회복력이 좋은 편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마치 가이딩을 받은 것 같았다. 그것도 상성이 아주 잘 맞는 가이딩을.
“조이야. 아무래도. 능력이 돌아온 것 같은데?”
조이는 얼떨떨하기만 했다. 가이딩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었다. 조이의 화상을 치료하던 박사의 말대로 가이딩 능력이 퇴화하는 대신 조이의 회복력이 좋아진 것이라 여겼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사라졌던 가이딩 능력이 하루아침에 되살아났다.
가이딩 능력을 되찾은 건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수선을 떨 만한 일은 아니었다. 조이가 가이드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가이드가 아니어도 권명의 옆에는 조이가 있을 테니까. 지금 조이에게 중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병원 가 볼래?”
“아니. 밥이나 줘. 배고파.”
권명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조이가 숟가락으로 식탁을 내려치며 밥을 달라고 소리치자 재빨리 아침 식사를 내왔다. 요란하게 만들던 음식은 팬케이크였다. 모양도 엉망이었고 굽기도 들쑥날쑥한 팬케이크.
“어때? 맛있지?”
“아직 안 먹었거든?”
아직 팬케이크를 입 안에 넣고 씹지도 않았건만, 권명은 한껏 기대하는 표정으로 조이의 반응을 기다렸다. 조이는 그 순간 대단한 미식가가 된 기분이었다. 권명은 대단한 미식가의 평가를 기다리는 아마추어 요리사이고.
“흠.”
“왜? 싱거워?”
“흠… 합격!”
조이의 입에서 합격이라는 말이 나오자 권명은 낄낄거리며 조이의 얼굴에 뽀뽀를 쏟아부었다. 조이가 고개를 돌리며 입맞춤을 피하자 권명은 혀로 조이의 얼굴을 핥기까지 했다. 그쯤 되니 조이 역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