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신설 부대
조이는 택시를 잡아타고 부대로 복귀했다. 곧바로 한 중위를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지난밤 다짐했던 대로. 다행히도 스파이 활동이 끝났는지 한 중위를 만날 수 있었다.
“새로운 소식은?”
늘 그렇듯 한 중위는 조이를 음침한 곳으로 안내했다. 사방을 살핀 후 안전하다고 판단이 섰는지, 품 안에서 사진 뭉치를 꺼냈다.
“대박 소식이야. 자 이걸 봐 봐.”
조이는 사진을 받아 들었다.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실험실이었다. 동제국의 스파이 중 하나가 그곳으로 잠입한 듯했다. 몰래 찍은 것이기에 구도가 엉망이었지만, 그럼에도 조이는 모든 사진을 꼼꼼히 살폈다.
“어?”
“왜? 뭔데?”
사진을 통해 만나 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사진 끄트머리에 작게 나온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조이는 아버지가 조하를 팔아넘긴 이상, 더 이상 아버지를 찾지 않을 생각이었다. 부자의 인연은 아버지가 먼저 끊어 낸 것이니까. 그럼에도 마음 한쪽에 자리 잡은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떨쳐 내지 못했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사진을 보자 조이는 잊고 있었던 분노가 다시 치솟았다. 아버지는 꽤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욕설이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씨발.
“다른 사진은? 실험실로 끌려간 피해자들 사진은?”
두툼한 사진 뭉치를 모조리 확인했지만, 조하의 얼굴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한 중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곳까지는 아직 들어갈 수 없었대. 그래도 이 정도면 대박이지?”
“응…….”
잔뜩 흥분해 있던 한 중위는 조이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큼큼’ 기침을 하며 말을 덧붙였다.
“동생이 거기 있다고 했지? 그럼 적어도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 봐야 실험실이잖아.”
“들어보니까. 강화 인간 프로젝트는 거의 사장 위기래.”
“그럼 더 안 좋은 거 아냐? 실험체로 쓰던 사람들을 죽이면 어떡해?”
“아… 이건 기밀인데… 사실…….”
한 중위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 추가 정보를 털어놓았다. 강화 인간 프로젝트가 실패하자 서제국에서는 실험체 중 돌연변이로 발현할 싹이 있는 이들을 회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것이었다.
조이는 조하가 이미 돌연변이로 발현을 했거나, 아니면 돌연변이로 발현할 가능성이 큰 상태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살아 있는 게 증거나 다름없었다. 조하가 쓸모없는데 아버지가 멀쩡할 리 없었다.
그럼에도 조이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말이 좋아 회유지, 정신 개조에 가까운 짓을 당할지도 모른다.
“회유? 조하는 고작 10살이야…….”
“알아. 잔인한 것들… 어린애한테…….”
가슴에 들어앉은 바윗덩이가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군에서도 이 문제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조만간 특수부대가 신설된다는 말이 있어. 아마 서제국 실험실을 전담하게 될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인 소식이었다. 조이 홀로 조하를 구해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조이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테지만, 의지만 가지고 조하를 구해 낼 수는 없었다.
“그 특수부대. 자격 요건 나오거든 꼭 알려 줘.”
“응 걱정 마! 수시로 확인해서 바로 알려 줄게. 그리고…….”
한 중위는 말끝을 흐리며 조이의 눈치를 살폈다. 조이는 한 중위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권명과 약속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조이는 이런 중요한 정보를 가져다준 한 중위에게 마땅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손 정도야.
“잡아.”
한 중위는 기다렸다는 듯 조이의 손을 잡았다. 무슨 귀한 것이라도 되는 듯 조이의 손을 꽉 움켜쥐며 조이의 팔을 매만졌다. 조이는 문뜩 궁금해졌다. 대체 가이딩이 무엇이기에 이리도 원하는 걸까?
“너. 내가 불쌍해서 이렇게 해 주는 거야? 아님 가이딩 때문인 거야?”
“무… 물론 네 상황이 안타까우니까 그런 것도 있지…….”
조이는 물끄러미 더 말해 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한 중위는 조이의 눈치를 조금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
“넌 가이드니까 모르겠지만… 사실. 이게… 엄청 좋아. 근데 정신계 에스퍼한테는 가이드를 잘 안 붙여 주잖아.”
에스퍼만큼이나 가이드는 부족했다. 매년 사관학교에서는 훈련받은 에스퍼와 가이드를 전장으로 내보내지만, 그들의 생존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이드의 생존 확률은 더더욱 낮았다. 전투에서 적군의 공격에 사망하거나, 정신 쪽 문제로 전역하는 가이드도 많다고 들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가이딩이 덜 필요한 정신계 에스퍼에게는 매칭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가끔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경우, 의무병에 속한 가이드들이 가이딩을 해 주지만, 매칭률도 형편없고 또한 무한대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이는 물끄러미 상기된 얼굴로 가이딩을 음미하는 한 중위를 바라보았다. 권명의 얼굴이 곧바로 떠올랐다. 조이를 내려 보던 표정. 몸짓. 그런 것들이 조이를 자꾸 오해하게 만들었다.
“너 상상해 봐. 네 가이드가 다른 놈을 가이딩을 해 준다면 어떨 것 같아?”
“싫지! 그럼 내가 그만큼 가이딩을 못 받잖아.”
“근데 넌 왜 그래?”
“어? 아… 아니! 손 정도는…! 너 혹시?”
한 중위는 기겁을 하며 권명에게 자신에 대해 말한 거냐고 되물었다. 사형선고라도 받은 듯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니. 왜? 말해 줘?”
“절대! 절-대 말하면 안 돼? 알겠지? 걔는… 여하튼 절대 안 돼.”
“왜? 권명한테 쥐어 터질까 봐?”
“얻어터지면 다행이게? 걘 아마 날 죽일걸?”
조이가 낄낄거리며 웃어넘기자 한 중위는 진지하게 다시 말했다.
“걔네 형도 그렇고. 걔네 집안은 가이드한테 좀 지나친 구석이 있어.”
“형?”
“어… 그러니까 절대 말하면 안 돼 알겠지?”
조이는 권명에게 이 비밀 가이딩을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형이라면 사장을 말하는 걸까? 사장은 군에서 문제를 일으켜 7구역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했는데, 그 문제가 가이드와 관련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증폭기 하나 구해다 줄 수 있어?”
“증폭기?”
조이는 오전 내내 권명에 대해 생각했었다. 권명의 유난스러움, 예민함. 혹시 권명이 조이를 가이드 이상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싶어 고민했던 것인데, 괜한 걱정이었다. 그저 에스퍼의 강한 소유욕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이는 앞으로 권명과 관계를 맺는 일은 가능하면 피할 생각이었다. 그 짓은 꽤 만족스럽지만, 쓸데없는 잡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오전 내내 조이를 골치 아프게 했던 그런 생각들처럼.
‘그런 황당한 고민을 하다니.’
조이는 어렵게 증폭기를 얻어 S중대의 임시 캠프로 돌아왔다. 한 중위는 정보국에 있는 증폭기 하나를 몰래 꺼내 왔다. 저 물건을 들고나오는 데 반나절이나 걸렸다.
어찌나 겁이 많은지 조이의 손에 증폭기를 넘겨주는 순간에도, 본부에서 찾거든 바로 돌려주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권명이 망가트린 증폭기는 지금 수리 중일 테니, 수리가 끝나거든 다시 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숙소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등짝이 보였다. 며칠 지나서야 다시 만나게 될 줄 알았건만, 권명은 메모에 남긴 말처럼 숙소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작은 싱글 침대에 어깨를 한껏 구긴 채 누워 있었다.
‘저게 또 무슨 청승이지?’
조이는 조용히 방문을 닫은 후, 증폭기를 내려놓았다. 최대한 조용히 움직인다고 생각했는데, 그 작은 소리에도 깼는지 권명은 ‘휙’ 고개를 돌려 조이를 노려보았다. 한숨도 자지 못한 듯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조이는 죄를 지은 것도 없건만 움찔 놀라고야 말았다.
“어딜 쏘다니다 지금 오는 거야!”
권명은 벌떡 일어나 고함을 치며 조이에게 다가왔다. 쾅 소리가 나도록 조이를 벽으로 밀치기도 했다. 딱딱한 벽에 코가 부딪혀 얼얼함이 느껴졌다.
“윽! 아프잖아! 갑자기 왜 그래!”
“씨발. 너. 뭐 하다 왔어?”
권명은 조이에게 대답한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조이의 하의 속으로 대뜸 손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손이 엉덩이에 닿자 ‘주뼛’ 소름이 돋았다. 깜짝 놀란 조이의 반응을 무시하며 권명의 손이 곧바로 주름진 입구에 닿았다.
“미… 미친놈! 뭐 하는 거야?”
“가만히 있어! 안 그럼 그 새끼한테 가서 확인할 거야.”
“으읏!”
권명의 커다란 방망이도 쑥쑥 받아먹던 구멍은 꽉 다물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권명의 손가락은 주름진 입구를 꾹꾹 누르며 메마른 구멍을 벌리고 있었다. 마치 뭔가를 확인하듯.
“아파!”
조이가 아프다고 소리치며 상체를 흔들자, 권명이 그제야 떨어져 나갔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권명의 얼굴은 극도로 피로해 보였다.
“너… 대체 왜 그래?”
황당하다는 조이의 물음에 권명은 씩씩거리더니 소리쳤다.
“몰라!”
권명은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조이는 황당함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 대뜸 조이를 벽으로 밀치고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쑤셔 넣던 황당한 짓거리에 대한 변명이 고작 ‘몰라?’.
‘이게 장난하나!’
조이는 오늘 단단히 권명을 혼쭐내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권명은 조이를 무시하듯 이불을 뒤집어썼다.
“야! 너 일어나!”
조이는 권명이 뒤집어쓴 이불을 휙 걷어 냈다. 그런데 늘 여유롭던 권명이 괴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이는 예상외의 모습에 조금 당황하고야 말았다. 대체 무엇이 권명을 저리도 괴롭게 하는 걸까? 아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너… 뭔 일 있어?”
“안조이. 여기 누워 봐.”
권명은 벽 쪽으로 바짝 붙어 공간을 만들었다. 머뭇거리는 조이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곳에 누우라고 침대를 탕탕 두들겼다. 조이는 평소와 다른 권명의 얼굴에 순순히 침대에 몸을 뉘었다. 권명은 아무 말도 없이 조이를 꽉 끌어안았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절박하게.
확 치솟았던 화가 가라앉았다. 안 하던 짓을 하면… 그렇게 된다던데. 어디가 아픈 걸까? 권명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조이의 눈 위로 커다란 손을 가져다 댔다. 자신의 얼굴을 감추듯.
* * *
설핏 잠이 들었던 조이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이 새벽에 누군가 사격이라도 하는 걸까? 그런데 조이는 자신을 깨운 소리가 총소리가 아닌 발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권명은 뭔가를 밟고 서 있었다.
“으음… 뭐야… 뭐 해?”
“어?”
조이의 물음에 권명은 드물게 당황한 듯했다. 조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 순간 조이는 황당함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 권명이 열심히 밟고 있는 것은 증폭기였다. 그것도 조이가 어렵게 구해 온 증폭기.
“야!”
권명은 또다시 실수로 밟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었다면 실수일 것이다. 하지만 반복된다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니었다. 실수인 척하는 고의지.
“너! 이거 당장 고쳐 내. 이거 어렵게 구해 온 거란 말이야! 돌려줘야 하는 거라고!”
“알았어. 고쳐 주면 될 거 아냐! 근데 누구한테 줘야 하는 건데?”
그 순간 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권명 요놈이 머리를 쓰고 있었다. 조이에게 증폭기를 건넨 자를 찾으려는 수작이 눈에 훤히 보였다.
“나한테 줘. 내가 다시 돌려줄 테니까. 너 이번 주까지 고쳐 내!”
“그럼 같이 가.”
조이는 자신의 정보원을 노출시킬 생각이 없었다. 조이는 권명의 눈앞으로 검지를 들이밀며 이번 주까지라고 한 번 더 경고했다.
“알았어. 근데 나 가이딩해 줘.”
“뭐? 아니 한 게 뭐가 있다고 가이딩을 받겠다는 거야?”
“열나는 것 같아!”
권명은 떼를 쓰듯 어지럽다고 소리쳤다. 조이는 한숨을 푹 내쉬며 권명에게 다가갔다. 한 중위에게 그러했듯 손을 내밀었다. 권명은 조이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자신의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조이는 어정쩡한 자세로 끌려가다 권명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조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권명은 산소호흡기를 통해 숨을 내쉬는 사람처럼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조이의 냄새를 깊게 빨아들이듯.
권명이 환자라면 조이는 의사와 비슷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가이딩이라는 건 순전히 환자의 기분에 달린 일이었다. 조이의 눈으로 확인 가능한 폭주 증상이 없는 한, 손만 잡는 가이딩으로도 충분한지 아니면 점막까지 사용해야 하는지는 오로지 권명에게 달려 있었다.
한 중위는 가벼운 접촉으로도 충분히 만족해했으나, 권명은 힘이 강한 에스퍼여서 그런지 손을 잡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조이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그때 등 뒤로 딸깍하고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할까?”
“아니.”
하자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알았다. 조이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등 뒤에서 들려왔던 ‘딸깍’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는데, 권명은 조이와 눈을 마주치며 뻔뻔한 질문을 다시 내뱉었다.
“그럼 손가락만 넣는 건?”
“안 돼.”
“넣는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묻는 건지 모르겠다. 권명의 손이 불쑥 조이의 하의로 파고들었다. 옴짝달싹 못 하게 조이를 꽉 끌어안은 이유가 있었다. 이놈.
“으읏…….”
꽉 물려 있는 구멍 위로 젖은 손가락이 닿았다. 손가락에 뭔가를 바른 것인지 지난번 삽입과 달리 부드럽게 구멍이 벌어졌다.
“으윽… 그… 그냥 넣고만 있어.”
점막으로 가이딩을 받고 싶은 거라면, 손가락만 쑤셔 넣고 있어도 충분한데 권명은 자꾸 조이의 내벽을 꾹꾹 누르며 자극했다. 빙글빙글 그곳을 문지를 때마다 조이의 구멍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물이 흘러나오는 느낌에 저절로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안조이. 이거 자지 아냐. 물지 마.”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권명의 손가락은 성기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쿨쩍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조이의 바지 속이 꽤 답답했는지 권명은 조이의 바지를 끌어 내렸다. 아래로 찬바람이 느껴졌지만, 구멍 속에 박힌 손가락의 움직임 때문에 금세 몸이 달아올랐다.
“으읏… 그냥 넣고만 있으라니까. 읏…….”
권명은 조이의 엉덩이가 꾹 눌릴 정도로 손가락을 깊숙이 쑤셔 넣었다. 그럼에도 성기처럼 깊게 파고들지 못한 손가락은 아쉽게 조이의 구멍을 자극할 뿐이었다. 그 순간 창피한 기억이 떠올랐다. 불과 며칠 전, 조이는 스스로 엉덩이를 벌린 채 성기를 갈구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또다시 그 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그… 그만해 이제. 충분히 가이딩했어!”
“하아… 1분만. 어? 어?”
권명은 조이의 턱을 핥으며 어리광을 부렸다. 어쩌면 권명이 저렇게 정도를 모르고 요구하는 이유가 있었다. 조이는 이상하게 저 얼굴에 약했다. 부탁보다는 명령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얼굴로 이렇게 어리광을 부릴 때면 굳게 먹은 마음도 스르륵 풀리고는 했다.
조이의 침묵을 긍정이라고 여겼는지 권명의 손가락이 무식하게 조이의 구멍을 헤집기 시작했다.
“아아! 아읏!”
손가락이 빠르게 구멍을 자극하자 젖은 소리와 함께 엉덩이 골을 따라 물이 흘러 내렸다. 조이는 권명의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 권명과 관계를 맺을 때면 늘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몽롱하게 변하고는 했다. 지금도 또렷했던 조이의 눈이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다.
“그만!”
조이는 자신의 몸을 서서히 잠식하는 쾌락을 어렵게 밀쳐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권명은 조이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 들었다.
“빼… 빼!”
권명의 손가락이 쑤욱 빠져나가자 아래로 주르륵 뭔가가 흘러내렸다.
“나 씻을 거야!”
권명을 밀쳐 내고 조이는 서둘러 욕실로 향했다. 곧바로 샤워기의 물을 켜고는 삐쭉 솟은 성기를 움켜쥐었다. 성기를 훑어 내릴 때마다 아쉽다는 듯 조이의 구멍이 뻐끔거렸다. 조이의 몸은 이제 더 이상 앞을 만져 주지 않아도 사정할 수 있었다. 오히려 때때로 앞을 만져 주는 것보다 뒤를 만져 주는 게 더 강렬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아… 진짜 못 말려. 안조이.”
* * *
조이와 권명은 작전장교의 부름으로 본부로 소환되었다. 항상 세트로 취급받았었는데, 이번에는 각각 따로 장교와 면담을 하게 되었다. 한참 동안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을 한 권명이 튀어나왔다. 조이는 바통 터치하듯 장교실로 들어섰다.
“앉게. 여기는 김정명 감독이네.”
익숙한 얼굴이었다. 언젠가 태혁을 촬영하며 호들갑을 떨던 자였다. 조이는 어색하게 앉으며 장교의 말을 기다렸다. 장교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중요한 말을 툭 내뱉었다.
“안조이 중위를 신설 부대에 추천할 생각이네.”
조이는 깜짝 놀랐다. 한 중위가 말했던 신설 부대가 작전장교의 입을 통해 나오다니. 조이와 권명은 발령 보류 상태였는데, 지금 장교는 조이를 그 부대에 넣어 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조이가 먼저 부탁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이의 없습니다. 꼭 가고 싶습니다!”
“아주 좋은 자세네. 동제국의 군인다워.”
“감사합니다.”
“또 자네에게 한 가지 더 제안할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군 방송에 자네를 내보내는 게 어떨까 싶어.”
작전장교는 조이의 발령 서류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그 서류 안에는 조이의 영창복무 기록과 조이를 심문하며 얻은 정보가 쓰여 있을 것이다. 또한 조하에 대한 이야기까지.
“동생 때문에 그러십니까?”
“맞네. 제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더군. 그렇지?”
장교는 조이의 앞에 앉아 있는 사내에게 말했다. 감독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며 조이의 사연이 퍽 인상 깊었다며 입을 뗐다.
“이야기가 아주 좋아요. 7구역 출신 형제에게 벌어진 비극. 동생을 구하기 위한 형의 노력. 잘만 만들면 온 제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을 소재죠!”
감독은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말했다. 조이에게는 나쁠 게 없는 제안이었다. 감독의 말대로 군을 넘어 모든 구역에 있는 이들이 조이의 사연을 듣게 된다면, 군에서도 실험실 급습 작전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일 테니 성공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실험실 급습 작전-안조이 중위 편」. 벌써 재밌네요!”
피디는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우리 중위님 인물도 훤해서 아주 좋은 그림이 나오겠는데요?”
“잘 부탁합니다.”
그 후 조이는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군대 훈련과 홍보병 역할을 모두 소화해야 했다. 대충 깎은 조이의 머리는 단정하게 다듬어졌고, 흐릿한 눈썹은 좀 더 짙게 칠해졌다. 또한 늘 입던 군복 대신 아주 불편한 홍보용 군복을 입게 되었다.
실용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옷이었다. 어깨와 가슴에는 주렁주렁 장식이 매달려 있었고, 칼처럼 예리하게 다림질된 칼라에 잘못 쓸렸다가는 목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자. 우리 장교님들 몸 좀 풀렸으면 바로 시작할까요?”
조이는 어색하게 카메라 앞에 섰다. 조이의 옆에는 태혁이 있었고, 그 옆에는 밉상 한솔이 있었다. 사실 이 촬영에는 권명도 있어야 했지만, 권명은 홍보병 역할을 거절했다. 그 때문에 가이드 둘에 에스퍼 하나인 이상한 삼각 구도의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다.
“잠깐만! 흐음…….”
감독은 왼쪽 오른쪽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군 모델 셋을 다양한 각도로 살펴보았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흐음’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솔 소위님은 잠깐만.”
조이는 태혁의 가이드도 아니건만, 감독은 얼굴의 합이 좋다며 태혁의 옆에 조이를 세웠다. 촬영에 배제된 한솔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감독의 혀는 요사스러웠다.
“진짜 가이드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거지, 이런 사진 따위가 뭐 중요하겠습니까? 안 그래요?”
조이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종이 구겨지듯 구겨진 한솔의 표정이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중위님들은 45도 각도로 살짝 틀어 주실게요!”
태혁과 조이는 45도 각도로 몸을 틀어서는 허공을 응시했다. 또는 정면을 바라본 채 7구역 목사들이 주로 짓던 푸근한 억지 미소를 지어야 했다. 조이와 태혁이 찍힌 사진 위로 어떤 홍보 문구가 들어갈지 벌써 상상이 됐다. ‘군으로 오십시오.’, ‘가자! 서제국으로.’ 등 20세기 프로파간다를 떠올리는 문구가 인쇄될 테지.
“좋습니다! 자 오늘은 인터뷰까지만 하고 보내 드릴게요.”
고작 사진 찍는 일인데도 무척 지치는 일이었다. 몸이 아닌 정신이. 억지웃음을 짓던 입가가 경련을 일으키듯 파르르 떨렸다. 조이는 인터뷰 스튜디오로 이동하며, 지난밤 달달 외운 답변을 떠올렸다.
동생을 위해 이 위험한 일에 지원하게 되었고, 군을 믿고 기필코 동생을 구해 내겠다는 대답. 또한 은근하게 서제국을 향한 분노를 자극하는 말도 덧붙여야 했다.
“제 동생은 고작 10살인데. 그런 동생을 상대로… 잠시만요.”
모든 것이 연출된 장면이었다. 조이 역시 이곳에서 연기를 할 생각이었다. 조이는 조하를 떠올리면 쉽게 침울해졌고, 종종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약한 모습은 오직 혼자일 때만 보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조이는 이곳에서 대충 우는 척이나 하며 인터뷰를 끝낼 생각이었는데, 숨길 수 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조명 담당, 마이크 담당, 카메라 담당, 대본을 들고 있는 방송 작가들.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조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컷! 아-주 좋습니다. 우리 중위님 배우 해도 되겠어!”
조이는 창피한 마음에 재빨리 촬영장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조이를 붙잡더니 조이의 얼굴이 묘하게 청승맞아, 동정심을 자극한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던졌다. 조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촬영장을 벗어났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자 조이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소매로 닦고, 훌쩍거리는 코를 ‘팽’ 하고 휴지에 풀었다.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다니.
“조이!”
등 뒤로 조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이는 재빨리 코를 훔치던 휴지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언제 울었냐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 태혁아.”
“조이. 혹시… 울었어?”
“아… 아니! 난 안 울어!”
태혁은 마치 운 거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해 준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생했어. 힘들지?”
“어… 너도 고생했어. 우습게 봤는데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
“그렇지?”
태혁은 수고했다며 조이의 어깨를 두들겼다. 마침 조이는 태혁에게 할 말이 있었다. 신설 부대에 태혁이 합류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이의 사정이 퍽 딱했는지 태혁이 자진한 것이었다.
“태혁아. 고마워.”
“응?”
“신설 부대 말이야. 들었어.”
“아. 당연한 일이야.”
태혁은 자신도 수도에 막냇동생이 있다며 조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탈영 얘기 들었을 때. 꽤 놀랐어. 넌 누구보다도 학교생활에 의욕적이었잖아. 그런데 동생 때문이라는 말 듣고 나니 모든 게 이해되더라.”
“응… 그래도 고마워.”
태혁같이 주목받는 군인이 신설 부대에 합류한 것은 큰 홍보 효과를 누리는 일이었다. 신설 부대는 이전까지 군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부대였다. 육군이지만 공수부대처럼 낙하산을 들고 뛰어내려야 하며, 정보군 스파이처럼 적진으로 숨어 들어가야 했다. 단순히 전선을 지키는 일이 아닌 기상천외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부대였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탓에 지원병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작전장교는 자발적인 지원이 어려울 경우 강제로 배정하겠다고 했으나, 다행히도 태혁의 합류가 큰 관심을 일으켜 지원병 모집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자. 우리 포스터야. 잘 나왔길래 하나 가져왔어. 집에 보내 드려.”
“어? 어…….”
이 포스터를 자랑스럽게 보여 줄 가족은 N50 구역에 있지만 그럼에도 조이는 순순히 포스터를 받아 들었다. 태혁은 여전히 다정했다. 조이는 이전처럼 태혁을 보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종종 조이를 대신해 한솔을 엿 먹이는 감독 덕분에 그러했고, 예전처럼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태혁은 조이가 늘 꿈꾸던 군인의 표본이었다. 그런 태혁 옆에 동등하게 서 있는 것 자체가 조이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고작 사진 촬영이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거지? 같이 가자.”
“그래.”
태혁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는 조이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워킹맘의 기분이 이러할까? 회사에서 치여, 집에서 치여.
요즘 권명의 소름 돋는 짓거리는 절정에 다다랐다. 분리불안이라도 앓는 건지, 조이가 숙소로 돌아오면 단 한 순간도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심지어 조이가 볼일을 볼 때면 뒤에서 성기를 대신 잡아 주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다 권명이 자처한 일이었다. 작전장교는 권명에게도 홍보 모델을 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으나, 권명은 그 지겨운 일을 또 하라는 거냐며 거절의 뜻을 비쳤다. 그 대답에 감독의 얼굴이 환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뒤늦게 태혁에게 듣기로, 권명은 일찌감치 생도 시절 방송을 탄 적이 있었다. 「사관학교-권명 생도 편」이었다. 조이는 드물게 그 방송이 궁금했는데 권명은 그 이야기만 나오면 엉뚱한 말을 했다. 그런 거 볼 시간에 정액이나 한 발 더 빼자며 말을 돌렸다. 권명이 저렇게 감추려 하니 더더욱 궁금했다.
“권명 편 너도 본 적 있어?”
“응. 생도 특집은 처음이라 단체 관람했었어.”
“어땠어?”
“아… 흥미로웠지.”
태혁의 대답은 아리송했다. 재밌었다는 걸까? 단체 관람을 할 정도면 꽤 관심을 받는 방송이었을 텐데. 태혁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숙소 앞에 도착했다.
“조이 조심히 들어가. 내일 보자.”
“응. 잘 가. 태혁아!”
“먼저 들어가.”
“아냐. 너 먼저 가.”
조이와 태혁은 서로 먼저 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조이가 태혁의 등을 밀치면 반대로 태혁이 몸을 돌려 조이의 등을 밀었다. 조이는 자꾸 웃음이 나왔다. 태혁 역시 그러한지 단정한 얼굴 위로 보기 좋은 웃음꽃이 피었다.
키득거리며 장난을 치는데 등 뒤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신 보내 줘?”
“어……?”
순식간에 장르가 바뀌는 기분이었다. 청춘 드라마에서 호러로.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권명이 위협적인 덩치를 드러냈다.
“대신 보내 주냐고!”
“그… 그럼 나 먼저 갈게!”
조이는 태혁을 뒤로하고 권명을 잡아끌었다. 권명은 태혁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뭔가를 중얼거렸는데, 그 말이 ‘묻어 버린다’와 비슷하게 들린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권명은 조이의 옷을 받아 착착 걸었다. 옷 정리는 조이보다 권명이 잘했다. 조이는 옷을 걸어 두기보다는 주로 바닥에 허물 벗듯 깔아 놓고 다음 날 주워 입는 편이었다.
“빨리 씻어.”
조이는 권명의 말대로 옷을 벗어 던지고는 샤워부스로 향했다. 그런데 샤워볼이 보이지 않았다. 권명은 샤워볼이 무슨 대단한 귀중품이라도 되는 듯 꼭꼭 숨겨 놓았다. 등 뒤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씻겨 줄게.”
거절의 말은 당연히 권명이 우걱우걱 삼켜 버렸다. 진짜 말 안 듣는 놈이었다. 권명은 물 온도를 조절한 후 조이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만 밀어! 짜부라지겠어!”
권명은 조이를 압사시키듯 벽으로 밀쳤다. 그러더니 대뜸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야!”
조이는 어쩐지 권명이 그곳을 검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변태적인 목적으로.
“너…! 뭐 검사하냐?”
“왜 찔려?”
“찔리긴! 내가 뭘 했다고!”
권명은 꽉 다물린 조이의 구멍을 확인하더니 실실 웃으며 조이의 볼에 쪽 입을 맞추었다.
“히익?!”
조이는 급습을 당한 듯 얼어 버렸다. 조이와 권명이 꽤 그 짓을 자주 하는 건 맞지만, 이런 간지러운 짓을 하는 사이는 절대 아니었다. 조이와 권명의 사이는 수도에서 흔하게 말하는 섹스 파트너와 비슷했다. 섹스 파트너끼리 이런 간지러운 짓도 하나?
“너… 뭐 한 거야?”
“뭘? 돌아. 반대쪽도 닦아 줄게.”
귀신에 씐 걸까? 조이는 며칠 전 떠올렸던 그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야 할지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러웠다.
“야. 권명.”
“뭐?”
권명은 콧노래를 부르며 조이의 몸을 샤워볼로 이리저리 문지르고 있었다.
“너… 혹시…….”
“혹시 뭐?”
조이는 권명의 평온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저 표정 안에 조이를 고민하게 했던 그 감정이 비치는지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확실한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 대놓고 물어보는 게 빠를 테지만, 어쩐지 먼저 묻기가 어려웠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만약 아니라고 하면……?’
“혹시 뭐? 왜 말을 하다 말아.”
“아니야. 구석구석 문질러!”
샤워를 마치고 나자 권명은 조이의 머리를 말려 주었다. 조이는 이럴 때면 잠이 쏟아졌다. 어려서도 잠투정을 부릴 때면 어머니는 늘 이렇게 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었다. 어린 조이는 잠들기 싫어도 스르륵 잠들고는 했었는데.
“안조이. 침대에서 자.”
“어… 어…….”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침대까지 걸어갔다. 조금은 딱딱한 침대 위에 몸을 뉘자, 곧바로 조이의 몸 위로 뜨거운 몸이 닿았다. 권명은 발가벗은 조이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며 조이의 잠을 방해했다.
“그만해.”
스르륵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내맡기려는데, 조이의 가슴 위로 권명의 입술이 닿았다. 예민한 조이의 몸은 이런 자극을 무시하지 못했다.
권명과 밀접접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예민한 조이의 몸도 문제였고, 권명의 떼씀도 문제였다. 자꾸만 머리가 아프다고 꽥꽥 소리를 질러 대니 조이로서는 몸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입 다물고 얌전하게 있으니까.
“아읏… 아파. 살살 해.”
“그럼 맛있지나 말든가.”
권명은 다시 고개를 내려 삐쭉 솟은 가슴을 입에 물었다. 누가 들으면 조이의 가슴에서 맛있는 물이라도 나오는 줄 알 것이다. 그냥 작은 살덩이일 뿐인데, 권명은 맛있다는 듯 쭙쭙 빨아 당겼다.
“으윽…….”
매일같이 빨린 젖꼭지가 점점 커다랗게 변하고 있었다. 이제는 흰색 티셔츠를 입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꼭 안에 티셔츠 하나를 더 받쳐 입어야 했다.
“내일 나도 같이 가.”
“어딜? 촬영장?”
“어.”
“아읏. 아래는 하지 마. 또 씻어야 하잖아.”
“씻을 필요 없이 핥아 먹을게. 됐지?”
“아읏!”
아래를 내려다보니 커다란 덩치의 권명이 조이의 하체에 달라붙어 있었다. 살짝 발기한 성기를 탁탁탁 흔들어 세우더니 입 안으로 쭈욱 빨아 당겼다
“아흐……!”
조이는 자연스럽게 권명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살살 해 달라는 의미로. 하지만 권명은 단 한 번도 관계를 맺을 때 조이의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었다.
“아읏… 아……!”
“좋아?”
권명은 조이의 성기를 반쯤 입에 물며 올려다보았다. 조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흣! 아… 아파!”
“고개 돌리지 마. 네 자지를 맛있게 빨아 주는 날 봐야지.”
“아! 아읏……!”
권명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조이의 성기를 깊게 머금었다 뱉어 냈다. 어찌나 쭉쭉 빨아 당기는지, 권명의 목구멍으로 조이의 성기가 쑥 넘어갈 것 같았다. 그 아찔함에 조금 높은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깜짝 놀란 조이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곳 숙소는 그리 방음이 잘되는 곳이 아니었다.
“그렇게 좋았어? 아주 까무러치네.”
권명은 놀란 사슴처럼 입을 틀어막고 있는 조이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못된 표정. 저런 표정을 짓고 나면 더욱더 못살게 굴었다. 권명은 다시 조이의 성기를 입에 물었다. 조이의 골반을 꽉 움켜쥐던 손이 슬금슬금 올라와 조이의 가슴에 닿았다.
“아읏!”
양쪽 가슴을 꽉 움켜쥐자 금방이라도 정액을 쏟아낼 듯 아래가 움찔거렸다. 성감이란 것이 모두 연결된 것인지, 가슴을 자극할 때마다 성기가 꼿꼿해졌고, 구명 역시 입을 벌리듯 반응했다. 권명의 손가락은 뾰족하게 솟은 젖꼭지를 쭉쭉 잡아당겼다. 밀려오는 사정감에 조이는 파닥거리며 권명을 밀쳤다.
“그… 아읏… 그만. 나… 나와!”
비키라는 조이의 말에도 권명은 보란 듯이 성기를 꽉 쥐고 귀두를 쭉쭉 빨아 당겼다. 어서 뱉어 내라는 듯 혀로 요도구를 꾹꾹 누르기까지 했다.
“아… 아읏…! 아으흣!”
파닥거리던 조이의 움직임이 멈추며 열이 오른 몸이 축 늘어졌다. 사정 후 거칠게 숨을 내쉬는데, 아래에 있던 권명이 피식피식 웃으며 올라왔다.
“조이 형아 자지 맛있네?”
“미… 미친!”
조이는 홱 몸을 돌렸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권명은 기분이 좋은지 등 뒤로 조이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문뜩 조이는 궁금해졌다. 권명은 이런 관계를 뭐라고 부를까?
* * *
다음 날 권명은 촬영장에 따라나서겠다고 했으나, 조이도 권명도 촬영장으로 향할 수 없었다. 서제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던 에스퍼가 복귀하며 긴급한 정보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었다. N50 구역의 실험실이 폐쇄될지도 모른다는 소식.
작전장교는 부대원 중 장교들을 모두 소집하여 그동안 비밀리에 작업했던 작전을 선보였다. 작전명 벌목. 훼림을 완벽하게 장악할 작전이자, 신설 부대의 첫 임무였다.
“이번 작전의 목적은 실험실에 갇힌 제국민을 안전하게 본국으로 이송하는 것이다.”
교전이 벌어지면 신설 부대는 헬기를 타고 N50 구역으로 잠입하는 것이 작전의 시작이었다. 그곳에서 부대원들은 개조된 군용차를 타고 실험실을 급습해 실험체로 잡혀 있는 이들을 구조한 후, 복귀하면 끝나는 작전이었다.
듣기에는 무척 간단해 보이지만, 작전 내용을 듣는 장교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무척 위험한 작전이었고, 타이밍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만약 교전이 조금만 더 길어지면 신설 부대는 앞뒤로 적군에게 포위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작전장교는 부대원들의 어두운 표정을 무시한 채 추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실험체를 확보하는 즉시 억제구를 착용시킨다.”
실험체 중 일부는 에스퍼로 자라날 싹이거나, 아니면 이미 에스퍼였다. 그들 중 일부가 서제국의 끈질긴 회유에 넘어간 것이라면 이 작전의 커다란 변수가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작전장교는 에스퍼 전용 억제구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조이는 이번 작전에 대한 정보가 빽빽하게 담긴 스크린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A팀, B팀, C팀. 낙하. 7층. 지하. 퇴각. 수많은 글자가 허공에 뒤섞였다.
드디어 조하를 구출하는 날이 온 것이다. 그런데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불길한 가정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조이의 심장은 불안한 날갯짓을 하듯 파르르 떨렸다.
조이와 대원들은 남은 디데이 전까지 실험실 잠입과 시가전을 대비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훈련이 끝나고 나면 온몸이 땅으로 질질 끌릴 듯 피로했으나,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불길한 악몽 탓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뒤숭숭한 꿈자리를 뒤로하며 조이는 훈련에 매진했다. 조이는 이번 작전에 그 누구보다도 큰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이에게는 그저 단순한 임무가 아니었다. 구원이나 마찬가지였다. 동생을 구하는 일이자, 조이 스스로를 구하는 일.
“B팀 집결!”
개별적으로 연습을 하던 대원들이 호각 소리를 듣고 집결했다. 한 번 더 호각 소리가 들려왔고 조이는 곧바로 두꺼운 밧줄을 타고 건물 밖으로 매달렸다. 조금씩 벽을 타고 내려간 후, 창문을 통해 실내로 진입했다.
훈련용으로 급조한 건물이지만, 눈앞에 있는 이곳이 서제국의 실험실처럼 느껴졌다. 환상을 보는 듯 멍해진 순간, 또다시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삑-
권명은 훈련 중 미숙한 부분을 지시한 후, 다른 팀으로 넘어갔다. 조이에게 별다른 말이 없는 걸 보면 문제없이 해낸 것 같았다.
베테랑 군인들도 버거워할 정도의 고강도 훈련이었지만 조이는 어쩐지 몸이 가벼웠다. 사실 온몸에서 올라오던 통증이 한계를 넘어서자 아득하게 느껴지는 상태였다.
마라토너들이 느낀다는 세컨드 윈드. 호흡 곤란, 근육통, 가슴 통증이 지나간 후 모든 것이 수월하게만 느껴지는 순간이 조이에게도 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조이를 막아 세우는 자가 있었다. 홀린 듯 낙하 훈련 탑으로 향하는 조이에게 태혁이 말을 걸어왔다.
“조이. 쉬면서 해.”
“난 괜찮아.”
“부상을 조심해야 해. 아주 중요한 작전을 앞두고 있잖아? 그렇지?”
태혁은 조이를 달래며 벤치로 이끌었다. 태혁이 쥐여 준 물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모금 머금었다. 곧바로 꿀꺽꿀꺽 물을 삼켰다. 조이는 그제야 자신이 목이 말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이 힘들지?”
“아니야. 할 만해.”
조이는 진정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기에 그리 대답했다. 하지만 태혁은 걱정스럽게 조이를 바라보았다. 태혁은 조이의 긴장을 풀어 주려는 것인지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으나, 조이의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 태혁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조이는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
“물 줘!”
훈련 지도를 끝낸 권명이 가까이 다가왔다. 맡겨놓은 물건을 찾아가듯 조이가 마시던 물을 낚아채 벌컥벌컥 마셔댔다.
“저기 물 많잖아.”
조이는 물통이 쌓여 있는 곳을 가리켰으나, 권명은 본 척도 안 했다.
“넌 네 가이드 얻다 팔아 치우고 여기 있냐?”
태혁은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한솔이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진입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몸짓이 어색하고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훈련용 수류탄을 던지고 곧바로 진입하려 했다. 등 뒤에 있던 부사관이 재빨리 한솔을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 훈련용 수류탄이기에 천만다행이었다. 실전이었다면… 끔찍한 상상이었다.
“정말 대-단한데?”
권명은 비꼬듯 피식거리며 말했다. 태혁은 먹이를 주지 않겠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정말이지 저놈은 저 입이 문제였다. 가이드와 에스퍼는 어찌 되었든 한 팀이었다. 같은 팀을 저렇게 비꼬면, 기분이 상하기 마련이었다.
만약 누군가 조이에게 권명의 실력을 비하하는 말을 했다면 곧바로 반박했을 것이다. ‘넌 얼마나 잘나서!’와 같은.
“조이 형아는 나랑 낙하 훈련 한 번 더 해. 아까 보니까 자세가 불안했어.”
“조금 더 쉬라고 해. 아직.”
“내 가이드는 내가 잘 알아요. 태혁 중위.”
권명은 태혁의 말을 뚝 자르며 말했다. 조이는 안 그래도 훈련을 계속하고 싶었기에 알아서 낙하 훈련 탑으로 향했다.
조이는 앞장서 계단을 올랐고 등 뒤로 권명이 따라왔다. 꼭대기에 다다르자, 등 뒤에 있던 권명이 말을 걸어왔다.
“안조이. 너 이번 작전 빠질래?”
“뭐?”
조이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조이는 혹여 권명이 장난을 치는 건 아닌지 그의 표정을 살폈다. 드물게 진지한 표정이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위험 부담이 커. 하나만 틀어져도 끝장인 작전이야.”
“안 위험한 작전이 어디 있어? 난 무조건 갈 거야.”
권명은 조이의 눈을 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군에서는 이번 작전이 성공해도 좋지만 실패하는 게 더 좋다고 여겨.”
“그게 무슨 말이야?”
서제국과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하자 사람들은 점점 서제국을 향한 분노를 잊어 갔다. 아니, 잊었다기보다는 외면했다. 그들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온종일 방영되는 국방 채널을 붙잡고 살 수는 없으니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미사일이 날아왔다거나, 몇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신문 기사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실 그런 방송과 신문이 아니라면, 전쟁은 퍽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국경과 가까운 7구역이 아닌 다른 구역은 어느새 평범한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군에서는 이번 작전을 통해 사그라지는 제국민들의 분노를 되살릴 작정이었다. 촬영감독 말대로 아주 좋은 소재였다. 천대받는 7구역 출신이지만, 전쟁의 피해자는 10살 먹은 어린아이이고, 제국의 신참 군인이니까.
“그래도 난 갈 거야.”
조이는 단호하게 이번 작전을 취소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조이의 대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권명은 머리를 거칠게 넘겼다.
“다른 놈들은 모르겠지만. 네 동생은 내가 기필코 데려올게. 무슨 수를 써서든. 그러니까… 이번 작전은 하지 마.”
권명의 말은 온통 앞뒤가 맞지 않았다. 본인 입으로 이번 작전은 위험하니 조이에게 빠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본인은 그 작전을 수행하겠다는 걸까? 왜 조이의 동생을 기필코 구하겠다는 걸까? 언제부터 조하를 알았다고. 조하를 본 적도 없으면서.
“너… 나한테 왜 이래……?”
며칠 전부터. 아니, 생각해 보면 꽤 예전부터. 권명이 조이를 따라 7구역으로 향했을 때부터 궁금했던 물음이었다.
“뭘?”
“왜…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면서, 내 동생은 구하겠다는 거야……?”
조이는 권명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늘 조이를 뚫어지게 관찰하던 권명이 이번에는 조이의 눈을 피했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장난치듯 답했다.
“그럼 그냥 버리고 오라는 거냐?”
권명은 피식거리며 답을 회피했다. 그럼에도 조이는 어렴풋이 느껴졌던 권명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서로의 살을 맞대고 숨결을 나누는 그런 행위는 그저 쾌락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가랑비에 옷 젖듯, 마음도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조이는 권명이 그러했듯, 그 마음을 모른 척할 생각이었다.
“내 동생 얼굴은 알고?”
“너랑 비슷하겠지 뭐. 맹하게 생긴 얼굴.”
조이는 나름대로 자신이 꽤 똘똘하게 생겼다고 여겼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촬영 감독도 그렇고 권명도 그렇고. 맹하다니.
“나 먼저 내려간다.”
조이는 팔뚝만 한 밧줄을 꽉 움켜쥐고 낙하 준비를 마쳤다. 밑으로 떨어지기 전 조이는 덧붙이듯 말했다.
“난 무조건 N50으로 갈 거야. 권명.”
그 말만 남긴 채 조이는 아래로 쭈욱 내려갔다. N50 구역. 적국의 영토. 조이는 그곳으로 꼭 가야 했다. 다른 누구도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었다. 그곳으로 가지 않는다면 조이를 밤새 괴롭히는 악몽은 끝나지 않을 테니까.
* * *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조이의 악몽은 점점 형체를 갖추어 갔다. 불안한 마음을 대변하듯 어둡고 칙칙했던 꿈에 내용이 생겨났고, 조하의 얼굴이 흐릿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꿈에서 조하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조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조하야! 조하야……!”
조하가 죽는 꿈이었다. 서제국 놈들이 조하를 커다란 유리관에 담아 보관하는 꿈. 여린 살갗을 조각내 박제하는 꿈.
“진정해. 꿈이야. 꿈.”
“조… 조하가…….”
권명의 손이 조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허공을 응시하던 조이의 눈이 권명의 얼굴에 닿았다. 자다 일어난 것 같지 않게 맑은 눈이었다. 그제야 조이는 서서히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었다.
조이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했던 그 모든 일이 꿈이란 걸 알지만, 그럼에도 ‘쿵쿵’ 요란하게 떨리는 심장은 쉽사리 안정을 찾지 못했다. 맹수에게 쫓기는 초식동물처럼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가만히 앉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불안을 참을 수 없었다.
“안조이. 괜찮아?”
권명은 조이의 얼굴을 잡아당겨 자신을 보게 했다. 그 눈에 비친 조이는 겁을 집어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려움을 조금도 숨기지 못하는 표정.
조이는 두 눈을 감는 것조차 두려웠다. 또다시 조하가 난도질당하는 꿈이 조이를 덮칠 것만 같았다. 조이는 이대로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조이를 몰아붙이고 싶었다. 그 방법이라며 권명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조이는 권명의 손을 천천히 끌어 와 입에 물었다. 고운 얼굴과 달리 거친 손가락을 혀로 핥았다. 성기를 애무하는 것처럼 입을 오므리며 손가락을 빨아 당겼다. 조이를 내려다보던 권명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안조이?”
조이는 권명의 몸 위로 올라탔다. 놀란 눈으로 조이를 응시하는 권명의 시선을 피한 채 열기를 내뿜는 성기를 꽉 움켜쥐었다. 한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물건을 양손으로 훑었다. 손바닥에 불끈 솟은 핏줄이 이리저리 쓸리도록 흔들었다.
“하아…….”
권명의 입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흥분한 살덩이에서는 질척한 물이 흘러나와, 찌걱찌걱 젖은 소리가 들려왔다. 조이는 쫓기듯 손을 움직였다. 지금 당장 저 성기를 사정시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는 듯.
“그만.”
불끈 솟은 성기를 움켜쥐고 있던 조이의 손 위로 권명의 손이 닿았다. 사정없이 떨리는 조이의 눈을 마주하던 권명은 자세를 바꾸어 조이를 올라탔다.
“안조이.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조이는 두 눈을 감았다. 조이의 다리가 귓가에 닿을 정도로 꾹 눌리며, 구멍이 벌어졌다. 그 위로 뜨거운 불기둥이 체액을 바르듯 둥글게 맴돌았다.
“그냥… 그냥 해 줘.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빨… 아흑!!”
아직 준비되지 않은 구멍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조이는 입을 크게 벌린 채 억눌린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아래에서 말도 못 할 통증을 올라왔다.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았다. 악몽 같은 꿈보다는 차라리 이런 고통이 좋았다. 권명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며 어서 움직이라고 속삭였다.
조이의 명대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성기가 내벽을 쭉 밀고 들어왔다.
“아아!!”
야릇한 신음 소리가 아닌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길을 내듯 깊숙이 파고든 성기가 쑤욱 빠져나갔다. 밑이 빠질 것처럼 뻥 뚫린 느낌이 들었고 이내 또다시 뜨거운 불기둥이 배 속을 가득 채웠다.
“아윽! 아!!”
쿵쿵 체중을 담아 내리꽂히는 성기가 조이를 단숨에 흐트러트렸다. 얼굴에 하얀색 물감을 뿌린 것처럼 눈앞이 흐려졌다. 조이를 괴롭게 했던 모든 것들이 그 하얀 물감에 물들어 녹아내렸다. 조이가 원하던 대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힘에 정신없이 몸이 흔들렸고, 내장 깊숙이 살 기둥이 박혀 올 때마다 조이의 성기에서는 힘없이 물이 쏟아져 나왔다. 정액도 아닌 멀건 물로 조이의 상체가 뒤덮였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조이의 머릿속에는 오직 구멍과 성기로 가득했다.
권명은 조이의 뼈와 살을 발라 먹는 포식자가 되어 조이를 덮쳤다. 짐승처럼 몸을 섞었다. 조이는 스스로 엉덩이를 벌려 성기를 받았고, 권명은 조이의 몸을 부서트릴 듯 허리를 움직였다. 쾅쾅 내벽을 파헤치던 공격이 유독 깊어지는 순간, 층을 쌓아 가던 쾌락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
미친 듯이 흔들리던 조이는 고장 난 장난감처럼 침대 위로 쓰러졌다. 눈을 감고 입을 다무는 법을 잊은 듯 텅 빈 표정으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럼에도 권명은 조이의 가랑이를 다시 벌렸다.
아무리 정액을 토해 내도 부족하다는 듯 기절한 조이를 흔들어 깨우고 물을 먹인 후 다시 몰아붙였다. 어스름이 깔린 새벽이 올 때까지 조이는 종이 인형처럼 침대 위에서 힘없이 나부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