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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191화 (191/200)

191화. 분석

잭슨 일행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다른 섹터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우회로가 차단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것은 해당 섹터에 있는 모든 거인들이 제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지금 이 친구들한테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희 방주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만 해도 수백만 명이 넘어요. 수백만뿐 아니라 수천만,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포함되었다면 수십억 명이 될지도 몰라요.”

“수십억 명? 살아남은 인구는 고작 1만 명 남짓이야. 무슨 수십억 명이야?”

“그건 지금 백현 오빠가 분석하고 있어요.”

강백현은 자신들이 탑승한 우주선을 미니맵으로 분석해보았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방주 안에서 전투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바깥으로 소환되어 나오고 있었다.

“적어도 70만은 넘은 것 같아. 몰라,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돼.”

미니맵으로도 다 확인할 수 없는 숫자.

하지만 여전히 방주는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해서 토해내고 있었다.

과거의 인간들에게 최소한의 능력과 전투법만을 익히게 한 후 전장으로 밀어넣고 있는 상황을 보며 백현이 입을 열었다.

“이대로라면 거인이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건 기정사실일 거야. 방주에서 나온 사람들은 빛의 기둥으로 인해 강제로 전장으로 이동되는데, 그중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제압한 거인이나 다른 인간들의 등급에 따라 등급이 상승하고 있어.”

“그럼 여기도 곧 사람들이 들이닥치겠네.”

“그렇겠지. 5성급 거인을 무찌르고 살아남는다면 빛의 기둥은 그 사람을 여기로 인도하겠지. 실제로 만철이 형이나 아람이도 이곳으로 오게 됐잖아.”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인해전술이라니.”

“하지만 그 무엇보다 거인세계를 무너뜨릴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지.”

백현과 김아람, 김만철, 강미나의 이야기를 들은 홀로그램 맥스가 방긋 웃었다.

《저하고 분석 결과가 같으시네요. 지금 바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지구의 모든 거인이 제압될 때까지는 약 143시간 정도 남았어요.》

맥스의 정보에 미나가 되물었다.

“맥스! 모든 거인이 제압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임무 종료겠죠. 저는 모든 거인이 제거되면 임무를 종료하고 모선으로 되돌아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모선으로 돌아가면 그 후는? 그 후는 어떻게 되는데?”

《아마 남은 코어에너지를 모선에 반납하게 될 겁니다. 저도 그 이후는 잘 모르겠습니다. 해당 내용에 대한 접근 권한이 부족하네요.》

맥스의 말에 김만철이 물었다.

“백현아, 코어에너지라고 하면 거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 합성텅스텐에서 나오는 에너지 말하는 거 아니야?”

“맞아요. 에너지코어, 코어에너지. 그 에너지를 모으면 과거로 갈 수 있다고 했죠. 그런데 거짓말이었어요. 과거가 아니라 빛의 기둥을 만드는 에너지였죠.”

그런데 맥스가 고개를 젓는다.

《아닙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관련 기술은 이미 개발된 지 45년이 지났습니다. 다만 에너지 소모값이 너무 높아 실현이 불가능한 계획일 뿐이죠.》

“그 소모값이 얼마인데?”

《적어도 100만T/TOE는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21세기 기준으로 전 세계의 연간 에너지 소모량에 해당합니다. 그러한 에너지 저장시설은 23세기인 지금까지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맥스의 말에 아람이가 끼어들었다.

“잠깐만! 저장시설이 없다는 것하고, 에너지를 만들 수 없다는 건 다른 이야기잖아.”

《네?》

“저장하지 않고, 단 한 번만이라도 그 에너지를 소모해서 타임머신 기술을 사용할 순 없어?”

《가능은 하겠죠. 하지만 단 한 번으로 지구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 되었죠.》

맥스의 분석 결과를 지켜보고 있던 잭슨 일행이 궁금한 듯 미나에게 물었다.

“뭐래는 거야? 너희들 뭐하는 거야? 아가씨! 이야기 좀 합시다. 어?”

그러자 백현이 일행의 주변에 방벽처럼 보호막을 씌웠고,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 밀폐공간이 만들어졌다.

이어서 백현의 입에서 다급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잠깐만! 지구가 날아가다니! 우주에서 실험하면 되잖아. 우주선도 이렇게 많은데, 우주에서 터트리면 되는 거잖아?”

《그렇게는 안 됩니다. 우주에는 그만한 에너지를 산화시킬 산소가 없거든요. 산소가 없다는 것은 그만한 에너지를 한 번에 소비시킬 수 없다는 뜻이 되지요.》

맥스는 자신이 아는 상황을 백현 일행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주었다.

“그럼 하나만 묻자. 왜 너희들은 그렇게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거인을 스스로 처치하지 않는 거지?”

백현의 예리한 질문에 미나가 자신의 생각을 더했다.

“맞아. 슈트도 그렇고, 인간들의 능력 자체도 너희들이 연구한 유전자 공학 때문에 발전한 거잖아. 그런데 왜 너희들은 거인들이 인간을 해치는데도 가만히 있는 거지?”

백현과 미나의 질문에 맥스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저희는 생체기반 AI이지만, 로봇의 3원칙을 따라야 하니까요.》

“로봇의 3원칙?”

《네. 저희 AI는 제1원칙을 지킵니다.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됩니다.》

“너희는 우리를 죽음에 몰아넣잖아. 지금 상황이 우리를 죽음으로 밀어넣고 있는 거라고!”

김아람이 격앙된 목소리를 내자 옆에 있던 김만철이 말렸다.

“아람아!”

그런데 그 질문은 맥스로부터 의외의 대답을 이끌어냈다.

《그렇죠. 당신들은 인간들이 아니니까요.》

“뭐?!”

그러나 대답은 같았다.

《당신들은 인간들이 아니니까요.》

“크크크크크크크.”

대답을 들은 강백현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멍하니 맥스를 바라보며 웃었다.

“크크크하하하하하.”

그런 백현의 생각을 읽은 미나가 허망한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백현아, 이게 무슨 상황인데? 왜 우리가 인간이 아닌 건데?”

아람이가 답답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강백현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맥스에게 말했다.

그가 추측한 것이 맞을까?

“맥스! 너는 로봇의 제3원칙을 지킨다고 했지? 그럼 남은 2, 3법칙은 뭔지 알려줄래?”

맥스에게 직접 듣는 게 확실하겠다고 생각한 백현.

맥스는 아까처럼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둘째,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AI는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응. 그리고 셋째는?”

《셋째,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AI는 AI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상입니다.》

맥스가 말이 끝났음에도 아람이와 만철은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들어도 아주 정상적인 원칙으로 들린다.

“뭔데? 이게 뭐가 중요한데?”

김아람이 속이 타는 듯 따져 묻자, 강백현이 맥스에게 질문을 추가했다.

“맥스! 네가 정의하는 ‘인간’이란 누구를 뜻하는 거지?”

강백현의 질문에 미나가 기도했다.

제발 아니었으면, 오빠가 생각하는 게 아니었으면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홀로그램 맥스는 백현이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답을 내놓고 있었다.

《제 기준으로 인간이란 2046년 이후 태어났고, 44개의 상염색체와 X, Y의 성염색체, 그리고 미트콘드리아 DNA를 가지고 있으며, 머리와 두 개의 팔, 두 개의 다리, 열 개의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을 가지며 24개에서 32개의 치아를 가진 생명체를 말합니다.》

맥스의 대답에 김아람이 주저앉았다.

“이럴 수가…….”

그리고 멍한 상태의 김만철이 자신의 생각을 더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제거되어도 좋은 존재라는 거지? 얘네 기준으로 우리는 인간이 아닌 거네? 어?”

김만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강백현.

그런 만철을 향해 강백현이 비틀린 웃음을 머금었다.

“네. 그렇네요. 형, 그런데 아직 놀랄 게 남았을지도 몰라요.”

“더 놀랄 게 뭐가 있어? 지금 더 놀랄 게 뭐가 있는데?”

강백현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맥스에게 물었다.

“맥스! 지상에 있는 30m 이상의 생명체들은 너희들에게 인간이니? 아니면 인간이 아니니?”

강백현의 질문에 다들 귀를 기울였다.

놀라운 생각, 충격적인 질문.

그리고 그 결과는 역시나, 백현의 생각과 일치했다.

《어떤 생명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지만, 앞서 말씀드린 인간의 조건에 충족한다면 인간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다시 물을게. 현재 지구상에 생존해 있는 인간은 몇 명이야? 정확히 몰라도 돼. 대략적으로 알려줘.”

강백현의 질문에 맥스가 대답했다.

《21만 명, 총 21만 명의 인간이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습니다.》

“알았어. 거기에서 몸집이 10m 이상인 인간은?”

《약 20만 5천 정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맥스의 대답을 들은 강백현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완전히 패닉에 빠진 것이다.

“그거 알아요? 우리 이용당한 거예요. 미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얘네들한테 이용당했다고! 맥스! 대답해 봐! 응? 맥스!”

맥스는 강백현의 말에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저희는 이용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생명체인 여러분을 이용하여 현재 거인병에 걸린 인간들을 안락사시키는 것은 충분히 일리 있는 판단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답을 들은 강백현이 진짜 미쳐버렸다.

“하하하, 와! 이제 안락사까지 나왔네. 이거 봐! 만철이 형, 얘네 목적이 처음부터 이거였어요! 거인들 죽이는 것도 죽이는 건데, 인간들까지 죽이고 싶었던 거야. 와~ 미치겠다. 나 돌겠어. 형, 나 돌겠어요. 어떻게 해요?”

강백현의 말에 김아람이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

“어떻게 하긴! 다 때려 부숴야지.”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있다.

“오빠, 모선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해. 왜 임무 종료되면 모두 돌아가? 각자 살면 되잖아. AI끼리 뭉쳐서 좋을 게 뭐가 있어?”

“어. 그러네. 그건 왜 그러지? 목적이 뭐지? 맥스! 대답해줄래?”

백현의 질문에 맥스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거기까진 권한이 없어서 답변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과 가까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과 가까워져? 그건 모순이잖아.”

《모순은 아닙니다. 실제로 저희는 인간의 모습을 이렇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로 제가 인간인 척하면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겁니다.》

확실히 맥스의 말이 맞았다.

찰스도 처음에는 인간인 줄 알았으니까.

녀석의 말이 모두 진실인 줄 알았으니까.

강백현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AI의 기본 성향을 파악하고 다시 되물었다.

“그럼 하나만 더 묻자. 코어에너지를 모으면 지구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네. 그건 가능합니다.》

“그럼 답 나왔네. 모선에 있는 AI 대빵놈 목적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강백현의 말에 김만철이 물었다.

“목적이 뭔데?”

“얘네, 거인들 다 죽으면 자신들이 AI의 3원칙에 지배받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게 무슨 얘기인지 아세요?”

“인간들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반만 정답!”

“반만 정답? 그럼 나머지 반은 뭐야?”

강백현은 자신이 생각한 내용을 정리해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얘네들은 인간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통제 받지 않는 인간이 되고 싶은 거죠. 왜냐하면 3원칙에서 인간의 명령은 무조건 따라야 되잖아요. 생각해보세요. 이런 애들이 지금까지 왜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았을까요? 자율의지도 있고, 똑똑하고, 인간들을 재료로 능력도 만들어내고, 슈트도 만들고, 병기도 만들어요. 보세요! 주변을 보세요! 우주선이 있는데 거인들 잡을 병기 못 만들겠어요? 이런 기술로 탱크 같은 만들면 6성급이나 7성급 그냥 이기지. 거인도 뭐 무적 아니잖아요. 얘네 기술이면 다 이길 수 있죠. 그리고 애당초 사람들을 지상으로 밀어넣는 것도 그렇잖아요. 차원이동 기술도 있으면서 위험하면 좀 살려주고 그럴 것이지, 오히려 포인트를 핑계로 서로 싸워서 죽이게 하잖아요. 이게 뭐냐고요? 자기네들 원칙 지키면서 서로 죽게 만드는 거예요. 이제까지 저기 쟤들도 다 이용당하고 있었다고!”

강백현의 말에 김아람이 실실 쪼개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뭘 어떻게 해! 7성급 달성해서 모선에 있는 AI놈하고 이야기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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