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190화 (190/200)

190화. 001섹터로 가는 길

주류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은 미나의 말에 어이가 없는 듯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아가씨! 농담도 그런 농담은 하지 말자. 응? 요한! 왜 가면 안 되는지 100가지 이유를 대며 설명해 줘.”

리더인 잭슨의 말에 딱 보기에도 똑똑해 보이는 요한이란 사내가 말을 이어갔다.

“일단 거긴 모선을 통해서만 갈 수 있다고 해. 모선이란 우리 우주선들이 정비를 할 때 들리는 더욱 커다란 우주선으로 제로시우스라고 불리지.”

제로시우스, 그것은 올림푸스의 12신 중 강력한 번개 능력을 지닌 절대신 제우스에서 따온 명칭이었다.

“그리고 그 우주선에는 7성급 인원만 들어갈 수 있어.”

“7성급이요?”

“그래. 그 말은 7성급 거인을 무찔러야 한다는 거지. 별이 7개면 얼마나 센지 너희는 상상도 못할 거야. 별 다섯 개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아마 거기에 가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가보지도 않은 걸 어떻게 알아요?”

미나의 질문에 요한이 한쪽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로마 숫자로 5가 보이지? 저게 5성급 이상인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다는 증거야. 그리고 그 함선 안쪽에는 7이란 숫자가 그려져 있지.”

우주선 외벽에는 일정간격으로 독특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원형으로 된 문양 안에 그려진 것은 로마숫자 Ⅴ. 즉 5였다.

“우리 우주선들은 AI프로그램에 의해 모선에 방문하게 돼. 모선에서 식량과 산소, 연료를 공급받지. 물론 그 과정을 우리가 직접 하진 않아. 모든 건 이미 짜 놓은 프로그램처럼 맥스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지지.”

맥스는 현재 타고 있는 우주선의 AI에 붙은 이름이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은 AI들끼리의 의사소통을 통해 해결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우주선 내부를 보지 못하는 건 아니야. 우리가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볼 수 있듯, 모선에도 창문이 달려 있거든. 그리고 그 안에는 여기처럼 원형으로 된 문양에 로마숫자 Ⅶ이 적혀 있지.”

“안에 사람은 있었나요?”

“아니, 본 적 없어. 아무도 7성급에는 도달한 적 없고, 혹여나 있다 해도 외로워서 견디기 힘들걸? 우리 11명도 매일매일 외로워 미칠 것 같은데, 6성이 되고 7성이 되어 봐! 견디겠니?”

요한의 말에 미나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가야 해요.”

“그럼 6성급 거인을 죽여야 해.”

“죽이면 되죠.”

“와~ 이 아가씨 봐. 아주 당돌하네. 아직 99가지 이유가 남았는데, 일단 여자 중에 5성급까지 올라온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저 있잖아요.”

“어? 그건 그런데 아가씨가 최초야. 이렇게까지 운이 좋은 경우도 처음이라고~ 안 그래?”

요한이 뒤를 돌아보며 다른 이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남자들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맞아. 아가씨가 참 당돌하네. 여자가 할 일이 있고 남자가 할 일이 있는 거야.”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있다니까! 우리 봐! 다들 남자잖아. 우리가 여기까지 올라온 이유는 용맹해서야. 아가씨처럼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고!”

그런데 갑자기 빛의 기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 빛의 기둥 밑에는 007이라고 쓰여 있었다.

즉, 007섹터에서 온다는 것.

요한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잘 봐! 저기서 남자가 나올지, 여자가 나올지, 난 남자가 나온다는 데 내 ○○를 건다.”

“크크킄, 미친! 요한! 거길 왜 걸어! 겁나 웃기네. 아~ 미쳤다. 미쳤어.”

“크크크, 남자라면 당연히 ○○를 걸어야지. 안 그래?”

그런데 거기에서 나온 사람은…….

“어! 미나야!”

“언니?”

“왜 나밖에 없어? 우리 엄마는? 아빠는? 내 동생이 먼저 들어왔거든?”

김아람의 등장.

순간 당황한 요한이 어이가 없는 듯 다시 한 번 김아람을 쳐다보았다.

자신 같은 서양인도 아닌 작은 체구의 동양인, 그것도 여자가 여기에 있다니!

강미나는 김아람을 오빠인 백현에게 인계하고는 요한에게 따져들었다.

“저기요?”

“어?”

“어디 건다고 하셨죠?”

요한이 당황한 채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야야야, 말 좀 해봐.”

“요한, 너 오늘 거기 떼야겠다.”

“떼긴 멀 떼! 쟤네 5성급 아닌 것 같아. 그럴 리가 없잖아. 오늘따라 승급인원이 왜 이렇게 많은 건데?”

요한의 말에 리더인 잭슨이 말했다.

“맥스한테 확인해보면 되잖아.”

“그러네. 역시 리더! 판단력이 최고야.”

“맞아. 맥스한테 확인해보면 되겠네.”

요한이 당황한 채 맥스를 불렀다.

“쟤네들 5성급 아니지? 맥스! 무언가 착오가 있었던 거지? 이 친구들 정보 좀 보여줘. 5성급 맞아? 5성급 맞아?”

AI프로그램인 맥스는 요한의 정보요구에 미나와 김아람, 그리고 강백현의 정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요한과 일행은 화들짝 놀랐다.

고유스킬은 물론 고유권능까지 배웠다는 걸 모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들이 배운 능력은 하나같이 다 비싸고 쉽게 구할 수 없는 능력뿐이다.

“마인드 리딩에 날개에 염력에 보호막. 자연치유에 분신까지 있어. 그리고 조종 능력은 뭐야?”

능력에도 급이 있다.

멀리 뛰는 능력, 시야를 밝히는 능력, 냄새를 지우는 능력, 집중력을 높여주는 능력, 손톱을 길게 하는 능력 등 사람들은 다양한 능력을 가진다.

그런데 저 3명의 친구들이 가진 능력은 하나같이 다 남들이 선호할 만한 것들뿐이다.

거기에 듣기만 해도 강력해 보이는 염력이란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김아람은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우며 우주선 곳곳을 확인해보았다.

그 옆에서는 강백현이 현재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강백현은 발밑에 발판을 만들어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상태다.

“미쳤네. 미쳤어.”

하늘을 나는 능력만으로도 거인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은 평생을 모아도 얻기 힘들 정도로 높은 포인트를 요구한다.

더구나 그런 류의 능력은 좀 더 좋은 우주선에서만 구할 수 있었다.

4성급 데히우스급 함선에서부터 썩 괜찮은 능력을 팔기 시작하고, 5성급 아마데우스급부터 치료 능력이나 보호막 같은 종류를 팔았다.

그런데 염력은……

상상만 했지. 들어보지도 못한 능력이었다.

“염력은 6성급 함선부터 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7성일지도 몰라. 그런데 마인드 리딩은 뭐야. 생각을 읽는다는 거야? 쟤넨 뭐야! 도대체 뭐하는 것들이냐고!”

강함의 차이는 능력으로 이미 구분되어 있었다.

요한의 능력은 2개였다.

자신의 다리를 길게 늘일 수 있는 능력과 온도변화를 시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능력.

다리를 최대 3m까지 줄이고 늘일 수 있어, 높은 지형을 쉽게 올라갈 수 있었고, 열화상 카메라처럼 온도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야간 전투에 유용했다.

그런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동료들과 함께 팀워크를 이루어 5성급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료들을 잃었고, 이제 남은 자는 겨우 11명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의 높은 섹터는 포기했다.

그들이 마지막 통과한 곳은 섹터 011. 그곳의 보스인 5성급 거인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 현재의 멤버가 모인 것이다.

그런데 신입이 무려 3명이라니.

자신들은 수백 번의 경험과 데이터를 모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페이즈를 가볍게 통과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더 높은 곳을 추구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한 명이 더 나타난다.

“어? 백현아.”

“어! 만철이 형!”

“난 왜 여기 있냐? 윤수는? 선희 씨는? 우리 형은?”

“형 5성 거인 잡으셨죠?”

“응. 그렇긴 한데……”

“그래서 그런 걸 거예요. 5성으로 승급하면 다 같은 장소로 모이게 되나 봐요.”

“아, 어떻게 하지? 되돌아가는 방법은 없어?”

“그걸 찾아보는 중이에요.”

요한은 신입이 4명이 된 것을 보며 황당한 표정으로 잭슨에게 물었다.

“잭슨.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뭘 어떻게 해?”

“아니, 4명이 늘어났잖아. 15명이야.”

15명이란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15명이면 입장조건은 달성한 거네.”

“그래. 곧 열리겠지.”

11명의 시선이 중앙에 그려진 원형의 문양으로 향했다.

그곳에 쓰여 있는 숫자는 003.

즉, 섹터 003이었다.

* * *

김만철을 끝으로 더 이상 추가 인원이 생기진 않았다.

기존 인원에게 모은 정보를 토대로 미나가 백현 일행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잭슨 씨와 요한 씨한테 얻은 정보에 의하면, 저 중앙에 활성화된 기둥을 타면 003번 섹터로 갈 수 있대.”

“003번?”

“응. 그 섹터에는 6성급 거인 하나와 7성급 거인 하나가 존재해. 그 7성급 거인을 해치운 단 한 사람이 모함 제로시우스로 가게 되겠지.”

우주선의 AI 맥스가 홀로그램으로 제로시우스를 띄워주었다.

다른 우주선의 100배 이상 되는 크기. 가히 모함이라 불리는 거대한 함선.

《확실히 모함 제로시우스에는 여러분이 원하는 과거로 갈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7성급에 도달한 사용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6성급도 강하지만, 7성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하거든요.》

맥스의 말에 미나가 따져들었다.

“정말 넌 율리만과 율리안에 대해 거기까지밖에 모르는 거야?”

《네. 그들이 제 함선과 접촉하지는 않았군요. 기존 데이터가 그렇게 표기하고 있어요. 저희 같은 경우 다른 함선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것이 아니고 모선과의 연결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자세한 것은 모선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서 맥스는 잭슨 일행에게 다가가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잭슨 일행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남은 시간은 하루, 하루 뒤에 003섹터로 가는 길이 열릴 거래. 안타깝게도 이번에 열리는 섹터 중 거인이 있는 곳은 003번뿐이야. 남은 섹터의 거인들은 모두 제거됐대.”

“그렇다는 건……”

“더 이상 버티기 작전도 힘들어진 거지.”

각자 보유 포인트를 300점 이상으로 맞춰둔 6인.

그래서 생존게임이 벌어져도 안전하게 11명이란 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003번 섹터부터는 생존의 조건이 500점으로 늘어난다.

즉 현재 보유한 포인트가 500이 넘는 잭슨과 요한을 제외하고는 생존 게임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었다.

거인을 죽여 포인트를 얻지 못하면 서로를 죽여야 한다는 것.

서로 이런 일만은 없도록 그동안 같은 곳만을 반복해서 통과했다.

포인트 소모도 최소한으로, 능력도 최소한으로만 배우면서 각자의 포인트가 300점 이상이 되도록 해두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소용없게 되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5성급 함대와 연결된 모든 섹터에서 거인들이 제거된 것이다.

설사 003번 섹터를 제압하더라도 더 큰 문제가 있었다.

003번 섹터의 6성급 거인 하나와 7성급 거인을 죽이면 한 명은 6성급이 되어 6성급 함선으로 가게 되고, 한 명은 7성급이 되어 7성급 함선으로 가게 된다.

즉 15명이 전원 생존하더라도 13명은 다시 현재의 모함으로 귀환하고 2명은 따로 헤어져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7성급 거인을 죽이면 5000포인트 이상을 획득할 수 있어. 잘만 하면 모두 생존할 수 있는 거지.”

“그러나 6성급이 된 사람은? 7성급이 된 사람은? 다음 002, 001섹터에서 무조건 죽을 운명이잖아.”

“그건 상황 봐서 결정해야지. 모두가 6성급이나 7성급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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