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187화 (187/200)

187화. 장복남의 능력

“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 일단은 생존이 우선이에요.”

장복남이 누군지 미나와 백현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안내로 페이즈 4가 아닌 거인세계로 건너갈 수 있었다.

그때는 그게 페이즈의 끝이라고, 행복한 미래가 펼쳐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목격한 것은 실험복을 입고 인간을 회수하던 거인들의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꿈꿨는데…….

혼자 남은 장복남은 허망한 듯 사람들이 흩어진 사람들이 있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생존자들끼리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다들 흩어지다니, 다들 멍청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니까.

홀로 남은 장복남을 거인으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은 강미나가 허망한 듯 중얼거렸다

“아저씨는 공격능력이 전혀 없으셨네요.”

공격능력이 없다는 것은 거인과의 전투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걸 장복남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내 능력은 첫인상이야. 처음 본 사람이라도 나에게 호감을 가지게 만들 수 있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전혀 도움이 되진 않을 건 나도 알고 있어.”

40여 명의 부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최복자 할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한때 처음 만났던 백현 일행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첫인상 때문이었다니.

절대 선하게 생긴 게 아닌데, 오히려 얼굴엔 나쁜 놈이라고 쓰여 있는데 그 능력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는다.

하지만, 거인뿐 아니라 제반 전투에선 전혀 쓸모없는 능력이었으니 미나가 실망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장복남은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페이즈 2하고 같은 건가? 아니면 그 비슷한 거겠지? 거인을 죽여 포인트를 얻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미션.”

“네. 맞아요.”

“그렇다면 내가 미끼가 되어주마. 슈트의 기본 성능을 끌어낸다면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그의 말에 강백현은 방긋 웃어보였다.

병기를 탑승해 있어 장복남에게 그 표정이 전해지진 않았지만, 미나는 자신의 능력으로 오빠인 강백현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고마워요. 아저씨, 아저씨의 그 외모에 대한 편견이 아마 아저씨한테 그런 능력을 가지게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아세요? 아저씨의 그 험준한 얼굴 뒤에 숨겨진 그 선한 마음이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거.》

백현의 생각에 미나 또한 웃음을 지었다.

‘맞아. 오빠, 이 아저씨는 악의가 없어. 우리를 도와주려는 것도 자신이 책임지는 부하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야. 자신이 살아남아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을 다시는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그 마음.’

미나는 장복남을 통해 빛의 기둥의 또 다른 비밀을 알아냈다.

저번 메시지에서 확인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장복남은 부하들과 함께 미나와 백현이 통과한 빛의 기둥을 통과하려 했다.

문제는 30명의 제한인원 중 장복남이 30번째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하들은 우주선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즉 그의 부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저씨, 전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그래서 아저씨를 따르는 동생들과 방금 전 우주선에서 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분들과 다시 만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저희를 도와주려는 거죠?”

미나는 마음을 읽어 이미 장복남의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한 번 읊었다.

그러자 장복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다.

“그래. 내가 너희들을 도우려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근데 마음을 읽는다고 해서 말인데, 사실은 내가 죽기 직전에 너희들하고 탈출했어야 하거든? 난 미래예지 능력을 받은 터라 분명히 성공했을 거야. 거인들의 집에서 사육되며 좋은 배우자도 만나고, 비록 갇혀있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을 텐데……. 그런데 내가 왜 죽은 거지? 너희들 얼굴을 보면 그렇게 시간이 오래 지난 것 같진 않거든? 혹시 내가 왜 죽은 건지 알고 있니? 내가 받은 예지 능력에 의하면 백현이 너랑 인형의 집에서 만났어야 할 텐데, 넌 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있는 거지?”

장복남의 질문에 강백현이 대답했다.

“아저씨는 예지능력대로 그대로 수행하셨어요. 예지능력의 한계였던 10일차에 저를 만났죠.”

“그래. 그 이후 어떻게 된 거니? 난 어떻게 된 거지?”

“거기까진 전 모르겠어요. 저는 거인의 몸에 달라붙어서 탈출을 시도했어요. 그 다음 거인에게 잡혀 사육 당했고 지금에 이르렀죠. 말로 하면 길어요. 아무튼 아저씨는 그 인형의 집에서 굉장히 행복해하셨던 것까지는 알고 있습니다.”

한편 그 상황에 대해 강미나의 기억은 달랐다.

미나는 강백현을 찾기 위해 아르케 1-1지역에서 5지역으로 이동한 바 있었다.

그때 보았던 장복남의 최후.

그건 거인에 의한 안락사.

인형의 집에 살고 있던, 아니 거인에게 길러지던 사람들은 모두 주사기에 의해 생명을 뺏겼다.

꿈꾸는 듯 행복한 얼굴로 죽음을 맞이한 그들. 정말 행복했을까?

여전히 의문이었다.

‘안락사 당했다고는 절대 말 못해. 죽을 때까지 말 못해.’

수많은 일이 있었다.

거인에 의해 사육되고, 안락사를 당하는가 하면, 이제는 거인을 해치우기 위해 전투에 내몰렸다.

그래서 미나는 이제 솔직하지 못했다.

선의의 거짓말이 죄가 된다면 미나는 백번 천번 이상 벌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오늘도 그런 상황이었다. 미나는 자신만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로 장복남의 관심을 진실 대신 다른 곳으로 유도했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은 지금의 상황에만 집중해요. 아저씨의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 그럼 너희 지시에 따르마.”

장복남은 자신이 미끼 역할을 할 것을 자청했다.

그리고 강백현은 그런 그를 이용한 작전을 순식간에 구상했다.

* * *

5분 뒤, 날카로운 칼날의 파편이 어떤 거인을 노렸다.

거리가 너무 멀어 큰 타격을 줄 순 없었지만 시선을 돌리기에는 충분했다.

백현이 자신의 보호막 파편이 명중한 것을 보며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여기까진 작전대로야.’

○ 투척형 4등급 거인(★★★★☆)

-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거인, 뛰어난 동체시력과 악력을 이용해 500m 바깥의 타겟도 공격할 수 있다.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피 냄새가 아니어도 타겟을 확인하고 공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타겟은 바로 인간이다.

장복남이 옥상 뒤편에서 소리를 질렀다.

“이리 와! 여기다 인마! 여기라고!”

인간이 최대로 낼 수 있는 목소리의 크기는 약 130데시벨.

최대 가청거리는 인간 기준으로 70m다.

하지만 거인 기준이라면? 30m 이하.

그건 거인의 청각이 인간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미끼가 되어주기로 한 장복남은 투척형 거인의 시선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순식간에 바위가 날아온다.

그 바위가 장복남이 방금 전까지 있었던 장소를 정확하게 노린다.

장복남은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거인이 던진 바위를 피했다. 그러면서 건너편 돌무덤 뒤에 몸을 숨긴 일행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강백현은 미니맵을 켜며 거인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예상대로 투척형 거인이 움직였다.

투척형 거인은 자신이 포착했던 먹잇감을 찾기 위해 손발을 전부 다리 삼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4족 보행을 통해 마치 거미처럼, 아니 스타크래프트의 드라군처럼 움직이는 투척형 거인이었다.

그 녀석이 강력한 악력을 가질 수 있던 이유는 발을 손처럼, 손을 발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4개체의 거인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히트 앤 런.

그게 녀석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존방식이었다.

체구는 작지만 도구를 활용할 줄 알고 날렵한 움직임을 보유한 거인.

거인은 자신이 왜 ★★★★☆(4.5성)인지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계획대로.

《미나야! 됐어! 지금이야!》

강백현은 자신의 마음을 통해 작전대로 신호를 보냈다.

미나만이 들을 수 있는 신호.

그렇기에 거인에게 들킬 일은 없다.

강백현은 거인의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리 재빠른 움직임을 가진 거인이라도, 아무리 동체시력이 뛰어나더라도 시야가 없는 뒤쪽의 공격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거인은 예상치 못한 보호막 파편의 공격을 받고 심각한 출혈을 일으켰다.

출혈은 거인의 체내 텅스텐 농도를 서서히 낮추기 시작한다.

그건 거인이 인간의 능력에 의한 공격에 취약해진다는 것을 뜻했다.

백현은 예상치 못한 출혈에 뒷걸음질 치는 투척형 거인에게 다시 한번 타격을 가했다.

이번에도 사각지역.

이번에 녀석을 공격한 것은 백현의 분신이었다.

2번의 연속된 공격에 투척형 거인은 당황하여 뒤로 도약했다.

그런데 그 뒤에는 백현의 분신보다 더한 놈이 있다.

“이리로 올 줄 알았어. 미나야, 고맙다.”

모든 것을 예상하는 힘, 그건 예측의 힘.

미래예지가 아닌 마음을 읽는 힘이다.

거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미나는 거인의 본능도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특히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녀석들은 지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수가 더 훤하게 보였다.

‘오빠! 뒤쪽으로 빠질 거야. 뒤로 150m! 거기서 기다려!’

마인드 리딩은 상대방의 기억을 읽기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기억을 전달하기도 한다.

슈트와 병기에 의해 강화된 마인드 리딩은 200m 떨어진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거리가 멀어지면 능력은 약해지지만, 단순히 단편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정도라면 무리가 없다.

파일 전송시 1테라바이트를 가까운 거리에 전송하는 것과 10바이트를 먼 거리에 전송하는 것.

그런 차이라고 생각하면 미나의 능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순한 명령이라면 더욱 먼거리로도 전달할 있었다.

지휘자로서 미나의 능력은 지금 현재로서는 최강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능력 외의 보조 장비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작전 완료니?》

장복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은 방주에서 가져온 워키토키였다.

백현이 무전기를 챙겨온 덕에 일행은 미나를 경유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할 수 있었다.

즉, 미나가 능력을 모두 소모해 마인드 리딩을 쓰지 못하더라도 대안이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모든 정보는…….

《네. 투척형 거인 1기 제압 완료했습니다. 마무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강백현의 미니맵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강백현의 목소리에 장복남과 강미나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 환호성을 들으며 강백현은 첫 번째 승리 후의 지시를 내렸다.

《장복남 아저씨, 투척형 거인 막타 치셔서 기여도 획득하시기 바랍니다. 포인트 획득 확인 후 두 번째 거인 제압작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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