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186화 (186/200)

186화. 다시 시작된 싸움

제한시간이 지나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아람이는 동생 김동민의 비명을 듣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염력으로 가족들을 빛의 기둥으로 내던졌다.

빠삭! 빠삭! 빠삭!

수많은 사람들의 목덜미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피분수가 주변에 퍼져 나갔다.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 사람.

큭큭 대며 미쳐버린 사람들까지.

별의별 사람들이 다 나오고 있다.

김아람은 입술을 깨물며 한탄했다.

‘페이즈 1에서 죽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현재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있어. 찰스가 적어도 3번 이상 경고했을 텐데, 왜 듣지를 않는 거야!’

그때 김만철이 김아람을 향해 소리쳤다.

“야! 김아람 너 도대체 뭐해! 빛의 기둥으로 빨리빨리 안 들어가?”

“네?”

“너 벌써 숫자 10이나 줄었어. 빨리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라고!”

김만철은 자신의 가족과 박윤수, 정선희를 이미 빛의 기둥으로 밀어넣은 상태였다. 그리고 박진석과 대치하며 김아람에게 소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는 지금 뭐하는데?”

“나? 저 사람 말리고 있지. 내가 자기 마누라 뺏어갔다고 주장하면서 날 죽이려고 하잖아.”

그 순간, 박진석의 옆에 있던 시체가 하나둘 일어서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누군데요?”

“윤수 친아빠.”

“아, 그 괴물자식?”

“그래.”

김아람은 미나를 통해 박진석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 있었다. 거인세계 거주지에서 매일 눈물 흘리며 속앓이를 하던 선희 언니가 마음을 털어놓았던 것이다. 때문에 아람은 박진석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품고 있었다.

“야! 가까이 안 와?! 잡히면 죽는다! 어?”

박진석이 자신의 능력으로 시체를 일으켜 세우고 김만철을 압박했지만, 김만철은 날렵한 동작으로 간단히 회피하며 그를 설득하려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아람은 김만철과는 달랐다.

박진석의 몸을 순식간에 공중으로 띄워 움직임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으아아악! 넌 뭐야!”

“아저씨! 능력은 그런 데 쓰는 거 아니거든?! 거인 잡으라고 준 능력이지, 사람 협박하는 데 쓰는 거 아니야!”

박진석은 김아람의 염력을 몸소 체험하며 힘의 차이를 실감했다.

죽은 시체를 조종하는 능력은 매개체가 있어야만 한다.

매개체가 있더라도 김아람처럼 신체를 공중으로 띄울 수 있는 상대에겐 손을 쓸 수 없다.

거기에 무섭다.

주르르륵.

박진석의 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거기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압박에 오줌까지 지려버렸다.

“으아아아악! 살려줘! 제발! 제발! 제발! 목숨만은 살려줘!”

“그러니까 알아서 잘 하라고요!”

김아람은 박진석을 김만철 가족이 들어간 빛의 기둥과는 다른 기둥으로 던져 넣었다.

그러자 김만철이 당황해서 김아람에게 말했다.

“아람아, 그렇게 던지면 어떻게 해?”

“왜요! 나쁜 놈이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그때의 기억이 없잖아. 원래는 착한 친구일지 어떻게 알아?”

김만철의 말에 김아람이 자신의 가족들이 통과한 빛의 기둥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아저씨, 나쁜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래요. 아저씨도 잘 생각해요. 사람 믿다가 큰 코 다쳐요.”

* * *

빛의 기둥을 통과한 백현과 미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빛의 기둥마다 도착점이 달라.”

“응.”

“거기에 제한인원도 있고.”

백현이 떨어진 곳에는 이미 30여 명이 통과해 있었다.

《섹터 006 지역에 30/30명이 입장했습니다.》

《최대 인원 입장으로 대피소와 연결된 빛의 기둥이 소멸합니다.》

섹터 006지역.

홀로그램은 계속해서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섹터 006 지역의 거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질형 7등급 거인(★★★★★)

-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거인

※ 일반적인 물리공격은 통하지 않습니다.

○ 투척형 4등급 거인(★★★★☆)

-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거인, 뛰어난 동체시력과 악력을 이용해 500m 바깥의 타겟도 공격할 수 있다.

※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거인들과 달리 피냄새만이 아닌 시각으로도 목표를 찾아낼 수 있다.

○ 맹독형 5등급 거인(★★★★★)

- 온 몸이 독성물질로 가득한 거인.

※ 독성물질은 조금만 흡입해도 치명적일 수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 복합형 8등급 거인(★★★★★★☆)

- 자신의 몸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거인.

-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 이제까지 공략된 적 없는 거인, 이 거인만 제거하면 바로 탈출 가능.

백현은 미니맵을 통해 006지역이 어디인지 확인해보았다.

놀랍게도 이곳은 행정구역상 강원도 속초시.

이곳을 지배하는 거인은 총 4개체였다.

“거인들이 도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그러게. 코빼기도 보이지 않네.”

아직까지 거인을 한 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사람들.

페이즈 1, 2, 3에서 각각 낙오한 이들이었다.

반면에 거인세계에 살던 인간들은?

“거인들 무서워할 것 없어. 우리 인간들하고 똑같아. 걔네는 생명 함부로 안 죽인다.”

겁이 없다.

미나는 그런 사람들을 말로 설득할 생각은 없었다.

“오빠, 미니맵 띄웠지?”

“어.”

“해당구역 사람들한테 전부 전송할게.”

“응.”

미나는 함께 전송된 30여 명의 위치를 백현의 미니맵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들에게 백현이 보고 있는 미니맵 화면을 전달했다.

능력을 이 정도로 발동 가능한 것은 능력의 레벨이 올라서가 아니라 병기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나와 백현은 제2경비구역에서 얻은 병기를 타고 이곳에 왔기에, 남들보다 유리한 포지션을 얻을 수 있었다.

불행히도 거인은 일행의 코앞에 있었다.

빛의 기둥이 사라진 바로 그곳.

수십 미터 크기의 거인 하나가 멍한 표정으로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나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3m나 되는 병기를 움직여 건물 뒤로 몸을 숨겼다.

“오빠! 빨리! 이쪽으로! 이쪽으로 와!”

다 무너져가는 건물 뒤로 백현을 유도하는 미나.

백현은 누구보다도 동생을 우선했기에 동생의 지시에 따르며 몸을 피했다.

정보가 제공된 4종류의 거인.

그리고 지금 백현과 미나의 근방에 있는 거인은 누가 봐도 맹독형 거인이었다.

맹독형 거인의 손이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보라색 독연기가 주변에 퍼진다.

주변에 퍼진 독은 사람들을 질식케 만들었다.

거인은 집요하게 인간들을 노렸다.

피를 흘리는 사람이 없는데도 인간들의 숨은 위치까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미나야. 어떻게 된 거야? 건물 안에 숨었는데 거인이 어떻게 알아낸 거야? 피 냄새도 안 나는데 어떻게 아는 건데?”

미나는 마인드 리딩 능력을 거인에게 사용해보았다. 그러자 예전 7등급 거인에게는 통하지 않던 그 능력이 지금은 발휘가 가능하다.

“냄새, 혈액 냄새를 맡았어. 피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피 냄새가 안 나는 건 아니야. 피부에 감싸여 덜 나는 것뿐이지. 다만, 슈트까지 챙겨 입었다면 피 냄새가 퍼지지는 않는 것 같아.”

거인을 상대하려면 역시 최소 슈트는 입어야 한다.

그래야 후각에 민감한 거인으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다.

찰스의 경고에도 대비를 소홀히 했던, 슈트 없는 인간들이 차례대로 잡아먹혔다.

그러면서 인간의 피가 흩뿌려지자 잡아먹히며 주변의 거인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걱우걱.

인간들을 물어뜯고 씹어대는 거인들 앞에서 사람들은 무력함에 빠졌다.

너무나 충격적인 모습에 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저항할 의지를 상실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미나와 백현이 있었다.

병기에 탄 둘은 슈트를 입은 사람들을 안전한 장소로 유도했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오세요!”

백현은 슈트 입은 사람들을 건물 뒤쪽으로 안내했다.

일단은 거인의 시선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

다른 사람들이 희생되는 사이, 백현과 미나는 일단 생존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백현과 미나가 병기에서 빠져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난 페이즈 2에서 설악산 등반에 성공했는데, 왜 또 여기인 건데? 저 거인들은 도대체 뭐고!”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여기는 페이즈 3에서 사망하신 분도 계시고, 페이즈 2에서 사망하신 분, 페이즈 1에서 사망하신 분도 계세요. 오른쪽에 남은 생명 표시가 있는 분은 한 번씩 사망하신 분들이세요. 클론이라는 글자가 있는 분들이요.”

“클론?”

“우리가 클론이야?”

미나의 말에 백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러분! 클론인지 아닌지는 현 상황에서 중요하진 않습니다. 일단 우리는 저 4개체의 거인을 죽여 포인트를 얻어야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 거인들을 죽이고 빛의 기둥을 통해 다시 아까 있던 장소로 가야만 안전합니다. 일단 슈트를 챙겨 입으신 건 굉장히 잘하신 겁니다. 간략하고 빠르게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슈트는 여러분들이 흘린 땀을 기반으로 최대치까지 능력을 발휘합니다. 평소에는 얻을 수 없는 강대한 힘을 일시적으로 짜낼 수 있죠. 하지만 한계 이상으로 쓰면 망가지게 됩니다. 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슈트는 능력을 신체의 한계 이상으로 쓸 수 있게 해주지만, 그렇게 되면 슈트에서 비명을 지르며 경고를 할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저 무식하게 큰 거인들을 우리가 어떻게 이기라는 거고?”

“거인들은 피 냄새를 맡으면 흥분합니다. 먹잇감으로 인식하고 산 채로 잡아먹으려 하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슈트를 입은 채 피만 흘리지 않으면 거인은 우리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이 점만 명심하시면 문제없을 겁니다.”

강백현의 말에 이번에는 미나가 고개를 저었다.

“투척형 거인은 예외예요. 저기 체구가 작은 거인은 인간이 시야에 잡히면 원거리에서 돌을 던집니다. 돌에 맞아서 죽어가는 인간을 먹는 녀석이죠. 이것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거인을 하나씩만 저희 쪽으로 유도해주실 수 있다면, 오빠와 제가 둘이서 거인들을 정리할게요. 저희는 슈트의 강화버전인 병기를 가지고 있어서 거인과 상대하기 좀 더 수월할 거예요.”

미나와 백현이 사람들을 설득했다.

힘을 뭉치자고, 자신들의 작전에 응해달라고.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개뿔! 우리보고 유도하라고? 미쳤어? 미친 거야?”

갑자기 주변과 동화되며 모습을 숨기는 카멜레온 능력자가 있었다.

“미안해요. 우리는 우리들만의 생존방식이 있어요.”

안개가 되어 사라지는 남자. 자신의 몸을 호롱불로 바꿔 그 뒤를 따르는 여자.

안개 능력자와 호롱불 능력자까지 떠나자, 사람들도 각자 생존하기 위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오빠……. 이 사람들 말이 안 통해. 미니맵을 보여줬는데 왜 안 믿어주는 건데?”

미나의 말에 강백현이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아직 믿음직스럽지 않은 거야. 저 사람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강백현의 대답에 미나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모두가 떠나간 것은 아니었다. 그들을 믿고 남은 사람도 있었다.

“천사의 게임 때 백현 씨와 미나 씨를 본 기억이 나요.”

“네?”

“어머님과의 승부도 명쾌하게 봤고요.”

슈트은 남자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가 다가오자 이윽고 얼굴이 드러났고 강백현과 미나는 미소를 지었다.

“저는 장복남이라고 합니다. 어머님으로부터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아~ 어머님의 성함은 최복자입니다. 아~ 근데 나 말 편하게 해도 되죠? 내가 한참 나이 많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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