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5성 능력자
아람이의 말에 김만철과 강백현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5성이라고?”
“응. 지금 별이 하나 추가됐어. 잠깐만!”
김아람은 자신의 앞에 뜬 메시지를 확인했다.
페이즈 진입 때부터 항상 뜨던 메시지.
그 창이 오랜만에 아람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불의 힘을 가진 62m급 8등급 거인(★★★★★☆)을 제압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전투참여 보상으로 1632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불의 힘을 가진 62m급 8등급 거인(★★★★★☆) 제압에 따라 ★★★★★으로 승급에 성공하였습니다.》
메시지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꽤 자세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한다.
『변경된 내용』
기존 등급 : ★★★★
변화된 등급 : ★★★★★.
《이제 고유스킬을 5개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
《Tip : 스킬 레벨은 4가 최대(Max)입니다.》
그걸 본 김아람이 자신의 사용자 정보를 띄웠다.
<사용자 정보 User information>
○ 직업 : 광폭의 소녀 / ★★★★★ (Up!)
○ 고유스킬
1. 염력 Lv 2.
2. 아직 배우지 않았습니다.
3. 아직 배우지 않았습니다.
4. 아직 배우지 않았습니다.
5. 아직 배우지 않았습니다.
6.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 고유권능
폭주
등급에 비해 초라한 능력창.
아람이는 사실 스킬과 권능이 별로 없었다.
한 번 죽었기 때문에 레벨도 초기화된 적이 있다.
현재는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입장도 아니기에 그리 메리트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예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것으로 아람이의 의심은 확고해졌다.
“백현아, 아무래도 우리는……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게 아닐까?”
그녀로서는 현재의 불신이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보상 포인트를 얻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지금 이곳이 진정으로 어떤 곳이냐에 대한 의문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아람의 심정에 내심 동감하는 백현이었지만 애써 담담하게 대꾸했다.
“빛의 기둥을 통과하면 알게 되겠지. 일단은 연료부터 채우자.”
“아, 응.”
연료를 채우는 일은 간단하다.
거인을 태우면 합성 텅스텐이 포함된 잔해를 얻을 수 있다.
이 합성텅스텐이 코어 에너지로 활용된다.
코어 에너지를 얻으면 차원을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
차원을 이동하면 과거로 갈 수 있는가?
처음에는 의문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분명히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미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코어 에너지를 모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그런데 지금은 그게 확실치 않아 보였다.
아람이가 거인을 압축해서 태우기 시작하자 방주의 에너지가 채워졌다.
그동안 미나는 자신의 의심을 솔직하게 토로하기 시작했다.
“율리만이 준 정보는 정확하지 않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아니면 그게 나를 조종하기 위해 심어둔 더미 기억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오빠, 확실하게 대답 못 줘서 미안.”
“아니야. 괜찮아.”
타오르는 거인의 뼈 사이로 회색빛의 순도 높은 합성텅스텐이 드러난다.
터빈 엔진은 합성 텅스텐은 액체가 되어 녹아버리고, 그 액체는 곧 코어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백현은 망가진 병기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탑승했던 병기의 일부가 녹아버렸다.
병기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화염에 노출되어 죽었을 터.
녹아버린 부분은 슈트와 달리 복구되지 않아 흉한 모습 그대로였다.
아람이는 염력을 사용해서 불에 녹아 노출된 합성 텅스텐을 터빈엔진에 집어넣고 있었다.
물론 김만철도 놀지만은 않았다.
거인들의 사체를 소각장에 집어넣는 역할을 김만철이 맡고 있다.
슈트에 탑승한 채로 열심히 사체를 집어던지는 김만철.
백현은 알아서도 잘 하는 두 사람을 보며 미소를 띄웠다.
“만철이 형! 불에 안타게 조심하세요. 병기는 불에 약하고 복구도 안 되니까.”
“어. 그래야지.”
최태우가 연료 게이지를 확인하며 무전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지금 에너지 13% 채워졌다. 얼마나 더 태워야 하니?》
《음, 2/3 정도 태운 것 같아요.》
《그래? 거인 한 마리에 20%나 에너지를 채워주는데? 혹시 한 마리 더 잡을 수 있어?》
《아뇨! 지금 힘들어죽겠어요. 목숨 거는 게 쉬운 일인가요?》
무전으로 서로의 의사를 교환하는 최태우와 강백현.
《그래. 알았다. 아, 올라올 때 강에서 물 좀 길어올래? 몸이 건조하네.》
《알겠어요.》
《그리고 만철이한테 윤수 좀 데려가라고 해라. 올 때 먹을 것도 구해오고.》
《네. 미나 없나요? 미나한테 데려오라고 할까 하는데?》
《미나는 자. 피곤한가 본데?》
《그럼 제가 데리러 갈게요.》
백현은 날개 능력을 가진 미나가 윤수를 여기로 데려왔으면 했다.
하지만 피곤하다는데 자신이 못할 것도 없다.
백현은 보호막을 발판 삼아 20m 높이에 있는 통제실로 올라갔다.
“형아. 배고파.”
“응. 잠깐 내려가자.”
“응.”
윤수의 허리를 잡아들고 20m 아래로 내려가는 강백현.
윤수의 뱃속에서 꼬르르륵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강백현의 뱃속도 요동치고 있었다.
‘감자, 다 주지 말고 조금이라도 남겨두지.’
백현은 윤수를 데리고 물가로 나갔다.
“우와!”
“깨끗하네.”
“응.”
처음 보는 청정수.
바닥까지 투명하게 보이는 냇가.
수질등급은 안 봐도 1등급이 분명했다.
보호막으로 그물을 만들어 냇가에 펼쳐놓으면?
물고기가 걸린다.
농어, 쏘가리, 메기에 배스까지.
“우와! 물고기! 물고기다!”
“응. 일단 옮기자.”
백현은 나뭇가지를 꺾어 잡은 물고기에 끼워넣었다.
총 5마리의 물고기.
윤수가 그중 하나를 들고 방긋 웃는다.
강백현은 물고기 4마리를 들고 방주에 연결된 소각장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앉아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병기가 보인다.
“만철이 형! 고기 구워먹죠. 잡아왔어요.”
“아, 응.”
김만철이 병기 밖으로 빠져나왔다.
물에서 튀어나오듯 병기 안에서 빠져나온 김만철.
그가 잡아온 물고기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배스는 안 먹는데?”
“배스가 뭔데요?”
“저거 못생긴 고기, 저거 생태계 파괴 주범이지.”
김만철은 나뭇가지를 모아왔다.
이미 소각장에 붙은 불을 이용해 모닥불을 피우고 거기에서 농어와 쏘가리, 그리고 메기를 굽기 시작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생선을 들여다보는 김만철.
“오~ 생선 맛있겠는데? 싱싱하네.”
“네. 생각보다 수질도 깨끗하고 좋더라구요. 형,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맛있게 구워볼게요.”
“거인들이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네. 우리 살 때는 이런 천에 물고기 별로 안 살았잖아.”
“그러게요. 주변 환경을 보면 공기가 이렇게 맑았나 싶네요. 미세먼지도 하나 없잖아요.”
“그래. 거인만 없으면 이런데서 살고 싶기도 하다.”
김만철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백현이었다.
확실히 인류는 자연을 훼손했다.
맑은 공기와 물, 졸졸 흐르는 냇물과 펄떡펄떡 차오르는 민물고기.
21세기 대한민국 도심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이다.
오염, 파괴, 멸종 등의 위기를 맞이한 지구.
하지만 인간이 없는 이곳은 어째서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워 보이는 것일까?
부시럭부시럭.
숲속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왔다.
“엉아! 멧돼지!”
“멧돼지도 알아?”
“응. 저기 멧돼지 있었어.”
거인들 사이에서 노니는 멧돼지들.
짹짹짹짹.
나무 위에서 짝을 찾는 듯 참새가 노래한다.
그리고 냇가에는 물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어 먹잇감을 찾는 오리들도 있다.
모두가 제 위치를 찾은 듯 평온한 삶을 지속하고 있다.
“아빠, 탄다! 타!”
“응.”
윤수의 말에 김만철이 나뭇가지를 돌리며 생선을 골고루 익혔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행복일까?
그러고 보니 정말로 평온하게 웃어본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김만철이 방긋 웃으며 생선비늘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탄 부분을 덜어내자 내부 속살이 새하얗게 익어 있다. 김만철은 거기서 뼈를 발라내 아들인 윤수한테 먼저 내밀었다.
“윤수야! 많이 먹어.”
“응. 아빠도 먹어.”
“응. 나도 먹을 거야.”
비록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챙기는 부자.
그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백현아, 아람이 데려와 같이 먹자.”
“네. 알았어요.”
김만철의 말에 강백현이 움직였다.
병기에 탄 채 합금 텅스텐을 엔진으로 옮기는 김아람.
“아람아! 생선 구워놨어. 작업 끝내고 와.”
“금방 갈게.”
잠시 후 김아람은 작업을 마치고 모닥불 앞에 도착했다.
병기에서 내리더니 마지막 생선을 입에 물며 투덜거렸다.
“난 왜 메기야?”
“늦게 왔으니까.”
“레이디는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큭큭, 네가 잡아 와. 굽는 건 내가 할게.”
“귀찮으니까 그냥 먹을래요.”
김아람은 메기를 먹으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신선한 생선살.
생선의 잘 익은 속살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아람의 얼굴에 미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한 마리를 몽땅 먹어치운 아람이 윤수에게 물었다.
“윤수야. 맛있게 먹었어?”
“응. 맛있었어.”
“그래. 잘 했어.”
윤수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람이.
윤수는 그게 기분 좋은지 아람이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웠다.
평온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아람이가 말했다.
“다음은 어디야?”
“제3경비구역.”
“어딘데?”
“부산. 일단 에너지는 채워진 것 같아. 최태우 아저씨 말로는 20% 정도 채워졌단다.”
“응. 그건 나도 들었어. 그나저나 기껏 얻은 병기가 망가져서 어떻게 해? 이거 슈트하고 달리 재생도 안 되는데.”
아람이가 자신이 탔던 병기를 바라본다.
병기 일부가 열에 녹아내린 흔적이 보인다.
“응. 수리할 수 있으면 좋은데, 수리 안 되나?”
“누가 수리할 건데?”
“방주는 자가수리기능이 있잖아. 에너지만 있으면 수리되지 않으려나?”
김아람의 혼잣말에 박윤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수리를 왜 해?”
“수리를 왜 하냐니? 고쳐야지 다음에도 쓰지.”
“고치는 거면 내가 할 수 있어.”
윤수의 대답에 아람이가 방긋 웃더니 윤수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을 시도했다.
“윤수야! 저거는 윤수가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야. 치료로 되는 게 아니라, 같은 재질의 재료로 땜질 같은 걸 하고 맨들맨들하게 만드는 과정이 있어야 하거든. 그건 전문가가 해야 해. 이해가 됐니?”
아람이의 설명에 김만철은 100점짜리 대답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썩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윤수가 정색하며 말했다.
“누나, 나 저거 고칠 수 있어.”
“어?”
“저거 내 능력으로 고쳐져. 원래처럼 고칠 수 있으니까 기다려 봐! 알았지?”
윤수의 손에서 녹색의 빛이 흘러나온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불꽃에 녹아내렸던 부분이 피부가 재생되듯 복원되기 시작했다.
강백현과 김만철, 김아람의 얼굴이 삽시간에 변했다.
“윤수야. 어떻게 한 거야?”
“그냥 사람 치료할 때랑 똑같아. 그러니까 윤수도 치료할 수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