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168화 (168/200)

168화. 국방과학연구소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현재의 정보로는 어느 것도 얻을 수 없었다.

목 뒤의 통증은 뭐였을까?

거대한 철제다리를 지나 좁은 소로를 지나면 국방과학연구소가 나올 것이었다.

백현은 걸어가며 동료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미니맵 상에 동료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통과했구나.’

국방과학연구소에 진입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니맵에 보이지 않는 거고.

동료들의 행동반경을 추측한 백현은 분신을 만들었다.

“부르셨습니까?”

“불렀어?”

각기 다른 성격의 분신.

그러나 그들에게 요구할 것은 단 하나였다.

“주변에서 거인들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줘. 방법은 알지?”

분신들이 과학연구소에서 멀리 떨어진 채로 피를 흘리는 것.

재물이 되어 거인들의 주의를 끄는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완수하지. 그대에게 행운이 있기를.”

분신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백현은 자가치유 능력을 사용, 서서히 회복되는 자신의 체력을 확인하며 일행들의 발길을 뒤쫓았다.

한편, 미나는 과학연구소에 들렀다.

텅스텐 합성금속으로 된 문을 통과했지만, 사람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김아람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나야. 잡히는 거 없어?”

“네. 안 보여요.”

어둠이 깔린 곳.

전등은 들어오지 않았다.

다행히 벽에 걸려 있는 비상용 손전등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손전등의 빛이 어두운 곳을 지나가자 비밀에 쌓여있던 과학연구소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수학기호, 세포 모양의 도식. 유전자 변이에 관한 연구문건, 유전자 변형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 등.

공대 출신인 아람이는 호기심을 보였고, 공학, 과학과는 거리가 먼 미나는 눈을 찡그렸다.

공부와는 거리가 먼 김만철은 곧바로 고개를 떨구며 아람이에게 자신이 발견한 자료를 넘겼고, 윤수는 그런 아빠를 바라보며 실망의 눈빛을 금치 못했다.

“최태우 아저씨가 옆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솔직히 전문용어라서 뭐라고 쓰인 건지 모르겠어.”

“무전기로 물어보면 되잖아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 미나야! 네가 해볼래?”

그런데 아쉽게도 무전기의 전파가 닿지 않았다.

“이게 왜 안 되지? 아저씨, 이거 왜 그래요?”

“어? 왜 안 되지?”

군필자 김만철이 무전기를 조작해보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잘 되던 무전기가 되질 않는다.

“어? 진짜 안 되잖아.”

김만철의 말에 김아람이 대꾸했다.

“초단파라서 그럴 거예요.”

“초단파?”

“네. 무전기의 전파는 주파수에 따라 굴곡이 다른데, 초단파는 파형이 직선의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건물 안에서 건물 밖으로는 연결이 잘 안 되죠. 이거 기본 아니에요?”

김아람의 핀잔에 박윤수가 또 한 번 실망스런 눈빛을 보냈다.

“야, 윤수 앞에서 쪽 좀 주지 마.”

“네. 알았어요.”

“큭큭, 그래. 그래도 옛날 아람이 모습 돌아오니까 기분은 좋네.”

“네?!”

“아니, 의기소침하지 않아서 좋다고.”

“됐거든요? 자료나 챙기죠. 최태우 아저씨한테 가져가서 확인 받아야 하니까요.”

아람이의 말에 김만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를 정리하는 일행들. 그러나 아무래도 허무한 표정을 짓게 된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낡은 종이들 천지.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는 눈에 띄지도 않는다.

과연 여기에 중요한 연구 데이터가 있을지 아무래도 회의적이다.

그래서일까?

한참 서류를 정리하던 김아람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미나야. 우리 이제 어떻게 해?”

“언니, 희망을 가져요.”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얻은 게 없잖아.”

그 순간, 갑자기 국방과학연구소 전체에 진동이 전해졌다.

“뭐야! 갑자기 뭔데!”

“아-으으으.”

드르르렁! 드르르렁!

건물 천장에서 떨어지는 흙먼지들. 그리고 지하 방향에서 들리는 거대한 소음.

차르르르르. 치르르르르.

모종의 금속음도 들리고.

크르릉. 크르릉.

정체불명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지하에 뭔가 있어?”

“언니도 그렇게 들었어요?”

“응. 지하에서 들린 소음이었어.”

예상외의 성과. 그런데 지하로 가는 계단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누군가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미나야! 아람아! 윤수야! 다친 데 없어?”

“오빠.”

“백현아.”

“엉아!”

백현을 발견하고 박윤수가 김만철의 품에서 빠져나와 달려가서 안기려 한다.

그런데 그러다가 다시 되돌아온다.

“냄새! 쓰레기 냄새.”

“아- 윤수야. 미안.”

썩은 호수에 숨었다 온 탓일까, 백현의 몸에서는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그에 따라 일행들이 코를 막고 백현의 접근을 막았다.

“오빠 다가오지 말고 거기 있어. 냄새 완전 심해.”

미나는 강백현을 보며 코를 막더니 자신의 《정화》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백현의 몸에서 나던 썩은 냄새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냄새가 잦아들고서야 아람이가 물었다.

“그 거인은 어떻게 됐어?”

그녀의 질문에 백현이 고개를 숙였다.

“죽었어.”

“뭐?”

“거인들한테 잡혀먹었어. 거인들끼리도 서로 잡아먹나 봐. 그런데 아람아! 너 혹시 5등급 거인을 죽였을 때 목 뒤가 아프진 않았어?”

“목 뒤?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아니, 나한테 이상한 일이 일어났거든. 페이즈 2에서 동물을 잡거나 사람을 죽이면 포인트를 얻었잖아. 방주 안에서 키메라를 잡았을 때도 그랬고.”

“그런데?”

“여기 거인들을 잡아도 그게 유효한 것 같아.”

“…….”

모두가 말문이 막혔다. 김만철이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도 조종당하고 있다는 거야?”

“확실하진 않아요. 제가 대화하던 거인이 초대형 거인에게 죽었는데, 기여도라는 이상한 개념이 생겨나더니 제 보유 포인트가 늘어난 것 같아요.”

“그럼 어딘가 빛의 기둥도 있고 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확실하진 않아요. 미나야. 넌 아는 거 없어?”

강백현은 아람에게서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자, 이번에는 미나에게 물었다.

미나는 율리만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나는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알면 말했겠지. 오빠 말이 사실이야?”

“기억 읽으면 알잖아.”

“응. 잠시 확인해볼게.”

미나는 강백현의 기억을 읽은 후, 그 내용을 모두에게 공유했다. 그러자 김아람이 충격을 받았는지 주저앉았다.

“괜찮아?”

“기억나.”

“어?”

“기억이 나. 최형우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내가 분노했을 때 저 메시지가 나한테도 떠올랐었어. 그땐 정신이 없어서 뭐가 뭔지, 내가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몰랐는데 네 기억을 보니까 알겠어.”

강백현은 아람이한테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거인을 죽이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일행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강백현이 입을 열었다.

“불안해할 것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한테는 더 좋은 상황일지 몰라요.”

“좋은 상황이라니?”

“능력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잖아요. 아람이 같은 경우 아직도 염력 레벨이 1로 낮은 편이고, 어쩌면 만철이 형도 추가 능력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빛의 기둥도 없고, 사람도 없잖아.”

“정보를 찾아봐야죠. 일단 밑으로 내려가죠. 지하에 살아있는 거인이 있습니다. 5등급 거인이네요.”

백현은 국방과학연구소에 진입한 후, 지하에 거인이 있다는 사실을 미니맵을 통해 진작부터 확인하고 있었다.

“거인이 있다고?”

“응. 실험체였던 것 같아. 자세한 것은 내려가서 확인해보자고.”

미나에게서 손전등을 건네받은 강백현이 비밀계단을 찾아냈다.

페인트가 완전히 벗겨진 캐비닛을 옆으로 치우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거인의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탁탁탁탁.

계단을 내려가는 백현 일행들.

한참을 내려가자, 엄청난 크기의 공동구가 보였다.

공동구 안에 보이는 거인의 모습.

거인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쇠사슬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공동구는 거인을 연구하는 시설이었다.

거인을 중앙에 두고, 그 주변으로 테라스가 있으며 인간의 거주지가 수없이 놓여 있었다.

아직까지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테라스도 있고, 이미 다 부서져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든 거주지도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간이라고는 코빼기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미나야. 거인의 기억을 읽어볼래?”

“응. 시도해볼게.”

백현의 말에 미나가 30m짜리 거인의 기억을 읽기 시작했다.

거인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 크르르릉. 크르르릉.

그런데 예상외의 반응이 나타났다.

금방 제압이 될 줄 알았던 거인이 거대한 손으로 미나를 향해 뻗기 시작했다.

이를 본 김아람이 거인의 손을 막았다.

그런데 잠시 힘겨루기를 하던 김아람이 겁에 질린 채 소리를 질렀다.

“도망쳐! 못 막아! 나 혼자 못 막아!”

김아람의 당황스런 얼굴을 본 김만철이 움직였다.

아람이와 미나를 붙잡으려 다가오는 거인의 손을 강화된 발로 가격하고는 도약해서 다시 되돌아왔다.

이를 본 강백현이 미나에게 물었다.

“미나야! 거인 제어 안 돼? 너 크라켄도 제어했잖아. 45m짜리 크라켄도 제어 가능했잖아!”

그런데 크라켄과 달리 저 거인은 미나의 능력을 가볍게 무시했다.

미나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체력이 고갈되고 말았다.

체력의 한계에 달해 고통스러운 듯 주저앉는 미나의 말.

“오빠, 안 읽혀. 나, 저 거인은 기억이 안 읽혀.”

김아람도 말했다.

“백현아, 내가 폭주한 이유 알아냈어. 내 능력이 통하지 않아서였어. 거인들은 우리가 가진 능력에 기본적으로 내성을 지니고 있어. 그래서 최형우 아저씨도, 나도 익룡을 상대했던 것과 달리 고전했던 거야.”

백현이 얼른 미니맵을 뒤졌다.

그러자 아까와는 달리 정확한 정보가 미니맵에 튀어나왔다.

《30년간 실험당한 5등급 거인 / ★★★★★》

- 국방과학연구소에서 30년 전 생포한 5등급 거인으로 평범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동급 거인에 비해 텅스텐 합성량이 많은 희귀종.

연구목적 : 등급에 따른 텅스텐 합성량 및 텅스텐 합성량에 따른 내성 측정.

체내 텅스텐 합성량에 따라 거인은 강해진다.

유전자 변형으로 얻게 된 인간의 각종 능력에도 내성을 지니게 된다.

지금 백현은 내성을 가진 고등급 거인의 스펙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1, 2등급 거인과는 완전히 달랐다.

백현이 쓴 웃음을 지었다.

“일단 저 거인을 제압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거인을 우리끼리의 힘으로 제압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백현의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체력을 거의 소모한 미나는 자신의 능력인 《날개》를 펼치며 간신히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언니! 언니는 아저씨를 지키는 쪽으로 능력을 사용해주세요. 언니 또 폭주하면 이번에는 제가 못 도와드려요. 마인드리딩 능력이 이제 한계거든요.”

“알았어. 미나 넌 백현이 위주로 지켜.”

“네. 그러려고요.”

쉽지 않은 전투가 될 터였다.

인간들의 능력에 일부 면역을 가진 거인들.

바깥에는 그런 거인들이 수만, 수십만, 아니 수백만이 있을지 모른다.

백현 일행은 긴장한 표정을 잃지 않은 채, 공동구에 있는 5등급 거인을 제압하기 위해 전투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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