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166화 (166/200)

166. 거인의 특징

국방과학연구소는 서울 방배동의 어느 뒷산에 자리하고 있었다.

민간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밖에는 알려지지 않은 연구 활동을 통한 국가안보를 추구하는 곳.

백현은 레이더를 통해 대략적인 도착시간을 확인했다.

“45분이면 도착할 겁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슬슬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응.”

백현의 얼굴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서울의 현재상황은 어떨까?

이제 곧 알 수 있을 터였다.

한편 미나는 진지한 얼굴로 백현에게 말했다.

“오빠, 착륙 지점 어디로 잡고 있어?”

“착륙 지점?”

“응. 미리 대비해 둬. 지상에 착륙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야. 바다처럼 거인들이 접근하지 않는 곳이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가려는 곳이 거인 천지일지도 모르잖아?”

그러고 보니 거인들은 바다를 건너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들은 물을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한강 위에 띄워놓으면 안전할지도 모르겠네.”

“응. 보니까 배 모양으로 바꿀 수도 있잖아. 방주 자체는 물에 뜰 수 있는 듯하니 문제는 없을 거야.”

“아…… 그래. 생각해볼게.”

미나의 말처럼 서울에는 거인이 굉장히 많았다.

다들 어슬렁어슬렁.

건물 뒤에서 자고 있는 거인도 있고, 산등성이에 누워있는 거인도 있다. 아예 움직이지 않는 거인도 보인다.

거인들의 서식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넓게 서식하고 있다.

다행히 한강의 폭은 넓어서 착륙에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수위였다.

“수직 착륙 가능하지 않을까? 찾아봐.”

“아, 응.”

조종 능력을 통해 방주의 기능을 검색하는 백현.

드디어 수직착륙 모드를 찾아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트랜스폼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들 중에는 그 에너지 없이도 수직 착륙이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동료가 있었다.

“미나야. 나한테 맡겨.”

“네. 언니.”

강 위로 서서히 착륙하는 방주.

김아람이 인상을 쓰며 방주를 지탱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착륙속도가 현저히 낮아졌고, 방주는 형태를 바꾸지 않고도 강 위에 내려앉을 수 있었다.

“추억이네요.”

“그래. 그렇지.”

방배동.

미나, 아람, 백현의 집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김만철 또한 서울 사람이다.

“끔찍한 추억.”

“그래. 인정.”

백현의 말에 김만철이 동의했다.

이곳은 본래 서울에서도 뛰어난 정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가격도 3.3제곱미터당 7000만 원, 8000만 원을 호가한다.

아파트 한 채당 30억, 40억, 50억인 곳.

잘 정돈된 강변과 부대시설, 한강 둘레 길이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넝쿨만 무성하고 여기저기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철제 계단은 종잇장처럼 찢어지거나 우그러졌다.

뿐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스팔트는 동그랗게 말려서 그 아래 바닥을 드러내었으며, 아파트는 쥐라도 파먹은 듯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채로 위태위태하게 서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한 것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인들의 모습이었다

“하나하나가 저번에 상대했던 그런 크기야.”

“그렇겠지.”

백현은 다시 한 번 거인 등급표를 바라보았다.

《거인 등급표》

15m 이하 : 1등급.

15m 이상 20m 이하 : 2등급.

20m 이상 25m 이하 : 3등급.

25m 이상 30m 이하 : 4등급.

30m 이상 40m 이하 : 5등급.

40m 이상 50m 이하 : 6등급.

50m 이상 70m 이하 : 8등급.

70m 이상 100m 이하 : 9등급.

100m 이상 : 10등급.

앨버트와 함께 쓰러트린 10m짜리 1등급 거인.

하지만 그때는 도구와 함정의 힘을 이용해서 쓰러트린 것이었고, 직접 맞붙어서 이긴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최형우 아저씨를 죽인 거인은 30m급으로 5등급.

아람이가 혼자 죽이긴 했지만, 자신도 죽을 위기에 처할 정도로 폭주하고 나서야 간신히 무찌른 거인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백현은 미니맵을 통해 거인들을 확인했다.

미니맵에 등장한 거인의 표시를 눌러보니 율리만이 말해준 거인등급표가 떠오른다.

8성급 하나, 7성급 하나, 거기에 4성급 5마리에 2성급 10마리.

주변 3km에 있는 것만 해도 그 정도다.

그런데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

《아직 등급이 확인되지 않은 8등급 거인》

《아직 등급이 확인되지 않은 7등급 거인》

《아직 등급이 확인되지 않은 4등급 거인》

《평범한 2등급 거인 ★★★★☆》

“오빠, 뭘 그렇게 혼자 걱정해?”

“아니, 미니맵에 나오는 게 평소하고 달라서”

“걱정할 거 없어. 거인하고 안 싸우면 돼. 피해서 다니면 되잖아. 빨리 확인하고 오자.”

“응.”

국방과학연구소 또한 미군기지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텅스텐으로 된 벙커가 있는 건지 내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니맵 기능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백현은 이번에 남아야 할 사람을 정했다.

“아람아, 이번에는 네가 남아줘.”

“내가?”

“응. 아직 충격도 가시지 않았을 테고. 힘도 많이 썼잖아.”

미나는 자신의 오빠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생각을 읽었다.

‘언니가 또 폭주하는 모습을 보기 싫은 거구나.’

그걸 아는지 김아람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누군가 한 명은 남아서 방주에 피해가 없는지 확인해줘야 해. 나는 아람이 네가 남아줬으면 해.”

그런데 김만철이 다른 의견을 보였다.

“백현아, 내 생각은 좀 달라.”

“만철이형?”

“네가 아람이 위하는 건 알겠는데, 아람이 실력은 인정해야 한다고. 무려 30m 거인을 쓰러뜨렸어. 너 혼자 30m짜리 이길 수 있어? 확신해?”

“…….”

김만철의 말에 강백현이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나도 확신 못해. 여기 그 누구도 확신 못해. 그러니 전투능력이 있는 핵심 인물들은 다 같이 행동해야 해.”

김만철은 고개를 돌려 최태우를 향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전 최태우 아저씨가 여기 남아줬으면 좋겠어요. 의사소통이야 무전기로 할 수 있으니까 그게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요? 그리고 저희들 중에 아저씨가 유일하게 의사잖아요. 의사는 당연히 머리 좋은 사람만 할 수 있고요.”

김만철의 의견에 미나도 동의했다.

“오빠, 이번만은 만철이 아저씨의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래. 그게 맞아.”

“하지만! 방주를 이대로 둔다고? 그럴 순 없잖아.”

강백현은 자신의 의견이 꺾이자 방주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나 그 대책은 미나가 이미 알고 있었다.

“스텔스 기능이 있잖아. 에너지는 소모하지만, 그만큼 거인들로부터 확실히 안전해.”

“너 그걸 어떻게…….”

“오빠 기억을 읽으면 간단하지. 그럼 이견 없는 거지?”

스텔스 기능은 1%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빛을 굴절, 방주의 위치를 포착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다.

그 기능을 썼을 때 거인들로부터 발각되지 않았다는 기록이 방주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갈 멤버는 최태우를 제외한 전원.

김아람이 염력으로 일행을 방주에서 강변도로로 옮겨주었다.

상대적으로 거인이 적은 곳. 그래서 한적한 곳이었다.

“윤수야. 무섭지?”

“아니, 하나도 안 무서워. 오히려 재밌어.”

박윤수는 김만철의 손을 잡았다.

“윤수야. 위험하면 아빠 부르면 돼. 절대 싸우려고 하지 말고.”

“응. 윤수는 힐러야.”

“힐러?”

“응. 회복해주는 사람.”

김만철이 박윤수의 말에 피식 웃었다.

“힐러라는 용어는 어디서 배웠대?”

“네이버TV!”

“네이버TV?”

“응! 거기에선 다 볼 수 있어. 아빠는 왜 네이버TV도 몰라?”

백현은 동료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 아람이에게 물었다.

“괜찮겠어? 아까 착륙하면서 힘 너무 쓴 거 아니야?”

“이 정도는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고.”

“그래. 힘들면 말해. 내가 지켜줄 테니까.”

백현의 말에 김아람이 얼굴을 붉혔다.

“낯간지러운 말은 하지 말아줄래?”

“아 아, 오케이. 가자고!”

“응.”

강백현, 강미나, 김아람, 김만철, 그리고 박윤수.

5명의 동료들이 방배동의 한 뒷산으로 이동했다.

걸어서 40분 거리.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빨을 거침없이 드러낸 동물이 단체로 뛰어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백현아. 저것도 사람이니?”

“네. 키메라요. 확실히 키메라가 맞네요.”

《도그맨 ★★》

광견병 유전자를 통해 거인병을 치료하다 생긴 신종 키메라.

거인병을 막는 데는 성공했으나, 광견병의 영향으로 포악한 본능을 지니게 되었다. 의사소통 불가능.

네 발로 뛰어다니는 인간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얼굴에 골격은 기형적으로 비틀어져 있었다. 거기에 정말 개인 듯이 전신에 털이 빼곡하게 나 있고 발톱은 길었다.

사람인지 개인지 모를 중간 상태. 다행인 것은 얼굴은 사람을 많이 닮았다는 것.

그들이 먹잇감으로 보이는 백현 일행을 발견하고는 컹컹 짖으며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먹잇감을 두고 리더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개들의 전형적인 행동이었다.

그걸 보며 강백현이 김아람을 향해 말을 걸었다.

“어째, 페이즈 1, 그때랑 똑같은 것 같다. 너 팔 잃었을 때.”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그렇게 안 당할 테니까.”

김아람이 주저하지 않고 도그맨 6마리를 들어올렸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도그맨이 당황한 채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이미 염력에 잡힌 순간에 게임은 끝.

도그맨들이 하늘로 향해 솟구치더니 곧바로 바닥에 메쳐졌다.

깨갱! 깨갱! 깨갱! 깨갱!

나머지 도그맨들이 와락 달려들었지만, 백현의 보호막 파편이 그들의 목을 노리고 정확하게 날아들었다.

“마무리는 제대로 해야겠지?”

강백현과 김아람의 활약으로 순식간에 도그맨들이 정리되었다.

숨이 끊어져가는 도그맨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거인들이 갑자기 도그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이제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거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한 진동과 함께 이쪽으로 쉴 새 없이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속도는 예상을 상회했다.

김만철이 제 아무리 빠른 속도를 낸다 해도 거인들이 더 빠를 수도 있었다.

백현은 얼른 일행들을 숨겼다.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백현이 이끈 곳은 공동구.

강변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과 연결된 공간이다.

그런데 거인들은 백현 일행을 그냥 지나쳐 갔다.

분명 일행을 봤을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그맨들에게 달려간다.

백현은 알았다.

“거인들, 이 녀석들은 피 냄새에 반응하는 거야. 피 냄새! 피 냄새!”

마치 좀비와도 같은 녀석들.

거인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도그맨들을 들어올려 입 안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우걱대며 쉴 새 없이 먹어대는 거인들.

백현 일행이 얼른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도그맨의 시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먹을 것이 사라지자 급격하게 움직임이 줄어드는 거인들이었다.

거인의 행동을 확인한 미나가 입을 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앞으로 다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겠어.”

미나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그래서일까? 김만철의 입에서 새로운 의견이 흘러나왔다.

“피 냄새에 반응하는 게 특징이라면 생각 외로 거인들은 까다롭지 않을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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