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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158화 (158/200)

158화. 미나의 진정한 힘

미나와 윤수, 그리고 최형우만 남은 방주.

윤수가 미나를 치료하며 물었다.

“누나! 무서워. 아빠 왜 저래? 우리 죽는 거 아니지?”

“괜찮을 거야. 누나 능력이 뭐야? 마인드 리딩이잖아.”

“응!”

“그러니까 몇 백 마리가 와도 누나가 윤수 지킬 수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응. 알았어!”

하지만 최형우는 미나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미나야.”

“네.”

“내가 생각하는 말 잘 듣고 예 아니오로 대답하렴.”

최형우는 윤수에게 들리지 않도록 머릿속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네가 한 말이 사실이니? 수백 마리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다는 것 말이야. 내가 생각하기로 넌 그게 불가능해. 그게 가능했다면 지난번에 물고기 인간들한테 고전할 필요가 없었겠지. 내 생각이 맞지?》

미나는 최형우의 생각을 읽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실 미나의 능력은 다수를 상대로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기억을 조작하고 지우는 능력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했고, 그에 따라 그녀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 점을 최형우가 단번에 캐치한 것이다.

미나의 반응으로 상황을 알게 된 최형우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윤수를 뒤로하고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그럼 네가 생각한 방법이 뭔지 말해줄 수 있겠어? 아, 예 아니오로 대답하기엔 곤란하겠구나.》

최형우의 생각에 미나가 괜찮다며 윤수를 바라보았다.

“윤수야!”

“응.”

“잠시 자고 있을래?”

“아? 응? 아-아.”

윤수가 갑자기 갓난아이처럼 행동한다.

그러더니 풀썩 주저앉고 잠에 취해들고 만다.

“윤수를 잠시 잠재웠어요. 이제 2시간 정도는 마음 편히 말하셔도 돼요.”

“그래.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요. 기껏해야 익룡 4마리에서 6마리, 그 정도를 무력화시키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죠.”

미나의 말에 최형우가 중얼거렸다.

“그 정도도 남들이 보면 강하겠지만…….”

“1,600마리나 되는 익룡들을 상대하기에는 무리죠. 그래서 전 잠들어 있는 율리만을 깨워 3명을 부활시키려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그걸 반대해서 문제였지만…….”

“그렇지만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잖니. 다른 2가지 방법은?”

“2번째는 1번째와 같아요. 다만 거인병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방주 바깥으로 빼오는 거죠. 이 경우 익룡들은 확실히 무찌를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거인 청정구역인 제주도에 거인이 생겨날지도 모르지.”

“네. 결국엔 다 거인병에 걸리게 되겠죠.”

잔혹했다. 너무나 잔혹한 결말이었다.

“3번째는?”

“율리만을 희생시켜 익룡과 싸우게 만들 수 있어요. 율리만은 최첨단 생체기반 AI, 율리만이 만든 구체들을 활용하면 무조건 익룡을 몰살시킬 수 있죠.”

“하지만 그 방법을 쓰면 부작용이 있겠구나? 그래서 그 방법을 꺼내지 않은 거고. 맞니?”

최형우의 물음에 강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면 율리만은 자신을 이루고 있는 아메바 물질을 더 이상 세포 분열할 수 없게 되요. 지금도 그녀는 한계에 이르렀어요. 세포분열을 수백만 번 반복한 결과, 더 이상 분열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죠. 제가 알기로 그녀의 생명은 고작 10년 남짓 남았고, 그 10년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만 해요. 그게 아니면…….”

“아니면?”

“다시 한 번 지옥 같은 시간을 반복해야겠죠.”

“다시 한 번?”

미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율리만의 기억을 전달받은 그녀는 그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알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똑같은 일을 벌이고,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고, 실험체처럼 유린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한 번 데이터를 모아 거인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체를 쌓아야 한다.

“다시 한 번이라니?”

최형우의 말에 미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형우는 이미 미나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대강 눈치 채고 있었다.

“미나야.”

“네?”

“그 방법은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 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고통스러울 거야. 지금도 넌 고통스럽지 않니? 율리만이 겪었던 모든 것을 알게 돼서 혼자 짊어지려고 하고 있잖니.”

“아저씨......”

최형우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아직 청소년인 네가 짊어질 필요는 없어. 그러기 위해 어른들이 존재하는 거야. 미나 넌 여기에 남아서 기다려. 나머지는 아저씨가 다 해결하마.”

“……”

최형우의 얼굴에는 비장한 각오가 담겨 있었다.

젊은 친구들만 전장에 내보내고 통제실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가 보마. 모든 것을 해결하고 오마.”

최형우가 전장을 나갔다. 그리고 자신을 거대화시키기 시작했다.

무려 10m 크기까지 늘어난 최형우가 동료들을 향해 나아간다.

동료들은 이미 전장에서 방주로 접근하는 익룡을 몰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전선은 자꾸만 뒤로 밀려났다.

백현과 아람은 이미 녹초가 된 듯 숨을 헐떡였고, 체력이 강한 김만철만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익룡을 한 마리 한 마리 처리하고 있었다.

“만철아! 도와주마!”

“아저씨! 여길 왜 오셨어요? 방주 지키셔야죠.”

“어차피 한 방향에서만 오잖니! 너희가 밀리면 무슨 소용이 있어?”

최형우의 말도 맞는 말.

최형우는 몸을 10m까지 키운 후 익룡의 머리를 잡고 방망이처럼 사용해 다른 익룡들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최형우가 합류하니 전장에는 한순간 희망이 감돌았다.

커다란 거인의 존재가 익룡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가지게 한 것.

하지만 모든 익룡이 겁을 먹고 행동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크기 40m는 될 법한 거대한 익룡이 최형우를 물어뜯기 위해 날아들었다. 익룡 중에서도 가장 큰 놈이었는데 마치 A320항공기만 한 크기는 최형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최형우도 멈추지 않았다. 1/4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정면으로 앞섰다.

그러나 녀석의 커다란 부리가 최형우의 다리를 낚아챘다.

최형우는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치는 것을 알았다.

거대화 능력으로 무거워진 상태인데도 가뿐히 낚아서 상승하는 거대 익룡.

강백현과 김만철이 다급하게 외쳤다.

“아저씨! 아저씨!”

최형우는 찢어질 듯한 다리의 통증을 참아내고 있었다.

‘이 녀석은 백현이나 만철이가 이길 수 없어. 내가 해결해야 해. 내가!’

최형우가 다리가 물린 채로 몸을 180도 비틀어 녀석의 날개를 잡아챘다.

‘다행이야. 성공했어.’

그 다음은 다리 부분부터 거대화를 푸는 것.

익룡의 부리가 콱 소리와 함께 닫히며 최형우가 다리를 빼내는 데 성공한다.

거대 익룡은 자신의 날개에 달라붙은 최형우를 떼어 내려 안간힘을 썼다.

고공비행을 하고, 날개를 쉴 새 없이 펄럭이는 등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최형우는 죽을힘을 다해 날갯죽지의 뼈 부분을 붙잡았다. 그리고 다시 몸을 거대화시켜 녀석의 등에 올라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대 익룡은 무거워진 최형우의 무게에 당황하기는커녕 아예 상공을 향해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최형우는 숨이 막혔다. 산소농도가 낮은 터라 힘이 빠졌다. 그럼에도 이 녀석을 이대로 보내줄 순 없었다.

양손에 힘을 주어 녀석의 날갯죽지를 찢기 시작하자, 거대 익룡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거대 익룡도 바보는 아니었다.

상공으로! 또 상공으로.

거대 익룡이 노리는 것은 최형우의 산소부족이다.

날개가 급격하게 차가워졌다. 팽창된 공기 때문에 주변의 온도가 순식간에 하락하는 것이다.

최형우의 거대화된 팔이 추위에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날갯죽지를 찢으려 했던 팔에도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형우는 포기를 몰랐다.

‘이 녀석만은…… 가장 큰 이 녀석만은 내가! 내가!’

녀석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굴의 의지를 뿜어댔다.

거대 익룡이 제아무리 뿌리치고, 제 아무리 고도를 높여도 최형우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최형우가 해내고 말았다.

부우우욱 소리와 함께 날갯죽지가 찢어졌다.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르며 낙하하는 거대 익룡.

익룡은 쉴 새 없이 날개를 펄럭였다. 하지만 날개가 찢어진 탓에 제대로 비행할 수 없었다.

거대 익룡이 추락하기 시작하자, 나머지 익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들 중 최강이라 생각했던 녀석의 패배가 그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온 것이다.

김아람이 마지막 힘을 짜내어 떨어지는 최형우의 속도를 늦추었고, 강백현은 보호막 파편으로 계단을 만들어 김만철이 디디고 올라갈 발판을 만들어냈다.

김만철은 최대속력으로 달려 거대화가 해제된 최형우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형우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거대 익룡과 싸운 탓이었다.

그런 그를 받아낸 김만철. 왔던 길을 되돌아오며 최형우에게 말했다.

“아저씨, 고생하셨어요.”

김만철의 말에 정신을 잃었던 최형우가 간신히 말을 떼었다.

“상황은?”

“최악이죠.”

“익룡들은 얼마나 남았지?”

“1,500마리? 클클, 여기서 끝인가 봐요.”

“젠장…… 젠장! 젠장!”

미천한 힘.

거대 익룡 하나를 잡느라 모든 힘을 써버린 최형우는 자신의 나약함을 탓했다.

하지만 그건 최형우만 그런 게 아니다.

김만철도 김아람도, 강백현도 분한지 뒤로 물러났다.

거대 익룡은 분명 물리쳤는데……

분명 물리쳤는데, 뒤쪽에 같은 크기의 익룡이 20~30마리는 더 보이기 시작했다.

좌절, 분노, 거기에 두려움.

백현 일행은 예측된 패배에 눈을 감았다.

‘누가 와도 못 이겨. 어느 누굴 데려와도 희생은 불가피해!’

그런데 뒤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들었던 소리다.

어제까지만 해도 바다에서 들었던 소리.

그건 바로 크라켄의 울음소리였다.

45m짜리 크라켄이 미나를 태운 채로 지상으로 올라와 있는 것이다.

크라켄의 다리 9개가 한번에 9마리 익룡의 목을 조이며 휘둘러댔다.

거대 익룡이 접근하자, 4개의 다리를 한꺼번에 뻗어내며 단번에 익룡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 모습에 거대 익룡은 무리를 지어 크라켄의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미나는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걱정하지 마. 크라켄도 혼자가 아니야!”

크라켄의 동료가 하나 둘 바다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크기 70m짜리 형님 크라켄, 크기 85m짜리 엄마 크라켄, 거기에 89m짜리 아빠 크라켄까지!

미나는 방긋 웃으며 백현에게 소리쳤다.

“크라켄이 부름에 응해줬어. 이제부터는 안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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