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153화 (153/200)

153화. 붉은 피부의 인간들

최형우의 대답에 피부가 붉은 사람들이 최형우와 윤수의 주위를 둘러쌌다.

그러고는 수갑을 꺼내 두 사람의 팔에 채웠다.

최형우는 당황해서 물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우리는 당신들을 받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니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 텐데요.”

붉은 인간들의 행동에 최형우가 침착한 태도로 대응했다.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좋게좋게 갑시다. 수갑 푸시죠!”

그러자 붉은 인간들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당신 몇 살이야?”

“뭐?”

“몇 살이기에 아직 사태 파악을 못 한 거야? 어?”

붉은 인간 하나가 최형우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슈트를 입고 있기에 그리 큰 충격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뭐지? 이 고통은?’

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내부 장기로 전달되는 커다란 진동, 그리고 섬뜩한 복통.

최형우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느낌에 순간 당황했고, 결국 수갑을 채운 팔을 거대화시키기로 결심했다.

말이 안 통하니 일단 위압감을 주어 상황을 진정시키려 한 것.

하지만 그의 전매특허인 거대화 능력은 발동하지 않았고, 그걸 바라보는 붉은 인간들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찬 수갑이 설마 그냥 단순한 수갑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최형우는 함정에 빠졌다고 직감했다. 그래서 윤수를 바라보았다.

“윤수야! 도망가!”

“으……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지만 어린 윤수를 그들이 그냥 둘 리가 없었다.

붉은 인간의 주먹이 꼬마 윤수의 복부를 타격했다.

그러자 윤수의 눈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듯 크게 떠지더니,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헌데 그 순간, 붉은 인간들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황한 녀석들이 공중에서 손발을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지면에 닿지 않는 터라 스스로의 몸을 제어할 수 없었다.

5m 높이까지 올라간 수십 명의 붉은 인간들.

중력의 방향으로 상승하던 그들의 몸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내려쳐졌다.

붉은 인간들을 무력화한 김아람은 다시 염력을 사용해서 최형우와 윤수의 수갑을 풀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아-아, 윤수가 걱정이야.”

최형우는 자신의 안일함에 고개를 저으며 윤수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보호막 발판을 밟고 내려오던 백현과 미나가 최형우를 안심시켰다.

“윤수는 잠깐 기절한 것뿐이에요. 슈트를 입고 있어서 피해가 덜했어요. 깨어나기만 하면 스스로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

최형우는 아까 가격당한 복부를 바라보았다.

그 부분의 슈트 조직이 뭉개져있었다.

미나가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아마 저들의 공격은 슈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 슈트뿐 아니라 우리의 능력도 무력화시킬 수 있더라. 그런데 저들은 누구지?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최형우는 슈트의 자가 복원 기능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복부 바깥의 조직이 얇아지면서, 가격당한 부위의 손상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동안 김아람은 통증에 신음하는 붉은 인간들을 내려다보았다.

“피부는 왜 저런 거야? 엄청 빨갛잖아! 미나야. 생각 읽었어?”

“네? 잠시만요, 언니!”

미나가 붉은 피부의 인간들의 생각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김아람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악!”

강백현의 눈에 갑자기 주저앉는 아람이의 모습이 보였다.

무릎 관절이 기이하게 꺾였고 그 부근에서 엄청난 혈액이 땅 위로 번지고 있었다.

“아람아! 아람아!”

강백현이 아람의 주변에 보호막을 두르려 하자, 김아람이 강백현을 멀리 밀쳐냈다.

“으으윽. 왜!”

김아람은 강백현이 자신의 주위에 보호막을 펼치면 염력이 막힌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눈에 자신을 노리고 총을 쏜 녀석이 조소를 머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죽어! 죽어! 죽어!”

김아람이 녀석의 목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그러자 강력한 염력이 발동했고 붉은 인간이 신음을 내뱉었다.

“크억…….”

“죽어버려! 죽어버리라고!”

김아람은 분노에 가득 차 녀석의 목을 꺾어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염력이 통하지가 않는다.

“켁-켁, 켁-켁.”

붉은 인간이 목을 붙잡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걸 본 김아람이 버럭 분노를 토해냈다.

“강백현! 너! 왜 막아! 왜 막냐고!”

강백현은 차분하게 미나에게 부탁했다.

“기절시켜 줘, 미나야. 아람이 폭주했나 봐.”

“응. 알았어.”

미나의 손짓 하나에 김아람이 정신을 잃고 기절한다.

기절한 아람의 상처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강백현.

‘다행이다. 출혈이 심하진 않아. 윤수만 정신 차리면 다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람이의 분노 조절은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그래서 강백현은 아람이를 막을 세 사람을 정해두었다.

바로 자신과 미나, 그리고 윤수다.

자신은 보호막으로 염력을 막아낼 수 있고, 미나는 정신적으로 아람이를 무력할 수 있다. 윤수는 아람의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3중 안전 체계.

강백현은 천천히 총을 쏜 녀석에게 걸어갔다.

그는 목을 옥죄이는 힘이 사라지자 자신에게 접근하는 강백현에게 주저 없이 총을 발사했다.

탕탕! 탕탕!

방아쇠가 네 번 왕복하자 4개의 총알이 날아갔다.

강선에 의해 수백 번의 회전을 거듭하며 날아가는 총알.

그 위력은 사람을 단번에 살상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총알은 강백현 앞에서 빙글빙글 돌며 힘을 잃었다.

“아니!”

“몇 번을 쏴도 통하지 않습니다. 제가 당신을 살려둔 것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뭐라고?”

“어떤 일이 있었나요? 지난 수백 년간 인간들에게, 아니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강백현은 서서히 다가가며 손을 내밀었다.

넘어져 있는 상대를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강백현의 손을 뿌리치고는 다시 총을 겨누었다. 강백현은 그 총을 가시처럼 생긴 보호막으로 부숴버렸다.

“그 무기는 저한테 안 통합니다.”

“아! 으!”

“아직도 직접 말할 생각은 없는 건가요?”

“우리가 배신자인 너희들을 환영할 줄 알았어?”

“배신자? 그게 무슨 뜻이죠?”

대답 대신 강하게 노려보는 붉은 인간.

그러나 이미 강백현은 모든 의문이 풀린 상태였다.

“미나야. 네가 한 거야?”

“응. 미안, 기억이 조각조각 나 있어서 온전하게 전달할 순 없었어.”

“아니야. 이 정도면 충분해.”

미나는 백현에게 녀석의 기억을 흘려보낸 참이었다.

붉은 인간이 이제까지 겪었던 모든 기억이 백현의 머릿속에서 정리되었다.

“송현우 씨. 나이 96세, 36세 당시 거인병을 막기 위해 자신의 유전자를 변이, 몸에서 현무암을 합성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거인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었군요. 그래서 제주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송현우 씨 당신이 만든 치료제를 투여했죠.”

“내 기억을 읽은 건가?”

강백현이 송현우의 말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그로 인해 무한한 생명을 얻었지만, 부작용으로 피부가 붉어지고 생식기능을 잃게 되었죠. 제가 틀렸나요?”

“하-하하하.”

“그게 끝이 아니에요. 당신들은 파충류와 같은 삶을 살고 있어요. 몸이 따뜻해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 거죠. 매일같이 불로 몸을 데워야만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어요.”

“그만해!”

송현우의 말에 다른 붉은 인간들이 저항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당신은 결국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연구를 계속했고, 최근에는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죠.”

“그만하라니까!”

송현우의 고함에 옆에 있던 붉은 인간 중 하나가 말을 꺼냈다.

“닥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태우야! 얘네들 말 믿지 마!”

태우란 남자의 말에 미나가 나섰다.

“최태우, 46세. 송현우 닥터 밑에서 수련의로 15년째 일하는 중이고, 송현우 닥터를 가장 존경하고 있네요. 결혼은 하지 않은 독신이시고요.”

“아…….”

미나는 최태우에게 말했다.

“저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고 전달할 수 있어요. 스스로 판단해주세요.”

곧 송현우의 기억이 최태우라는 남자에게 전달되었다.

최태우는 미나의 마인드 리딩 능력을 체험하고 당황을 금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 홀로 연구를 계속하는 송현우의 모습이 보였다.

* * *

최태우가 연구실 독방 문 앞에서 송현우를 불렀다.

“닥터! 이제 방에서 좀 나오시죠. 거기서 며칠째십니까?”

“아아, 혼자 있고 싶어.”

“이제 곧 겨울입니다. 앞으로 5개월 동안 동면상태에 들어갈 텐데, 그 전에 난로 앞에서 따뜻한 불 좀 쬐시죠.”

“아, 혼자 있고 싶다니까? 자네는 자네 친구들과 좋은 시간 보내게. 5개월 뒤에 보자고.”

송현우의 말에 최태우가 결국 연구실 독방 앞에서 되돌아섰다.

최태우가 돌아간 것을 확인하자, 송현우가 방긋 웃으며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어제 갓 잡은 돼지고기.

소화기관이 정상으로 돌아온 송현우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에 고기를 구웠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돼지고기를 한 점 입에 넣은 그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하하, 이 맛이야. 이 맛!”

고기를 먹고 난 후 그가 한 행동은…….

* * *

식욕, 성욕, 배설욕 거기에 인간의 오감을 되찾은 송현우. 그는 동면을 취하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홀로 6개월을 인간의 형태로 지냈다.

그리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거인병 바이러스 농도 133ppm, 위험수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십시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경고의 메시지.

‘인간으로 되돌아가면 거인화 변이는 막을 수 없는 건가?’

* * *

송현우의 비밀을 알게 된 최태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닥터! 그동안 혼자 인간의 형태로 돌아가셨던 겁니까? 매 겨울마다 혼자 그렇게 사신 겁니까? 저흴 속이고 그렇게 살아오신 겁니까?”

최태우의 말에 송현우가 고개를 저었다.

“태우야!”

“그만하십시오! 이제 닥터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최태우는 다른 붉은 인간들을 둘러보며 미나에게 요청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내가 본 기억을 전해줘.”

“괜찮겠어요? 혼란스러울지도 몰라요.”

“그래. 상관없어. 다들 알아야 할 내용이니까.”

강미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읽은 기억을 전달했다.

그러자 붉은 인간들이 놀란 표정으로 최태우와 송현우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최태우가 그들에게 말했다.

“다들 봤지?”

“네. 형님!”

“네. 봤습니다.”

“이들을 우리 기지로 안내해. 이야기는 그 후에 하자고! 얼른 모셔!”

“알겠습니다.”

붉은 인간들이 길을 열어주었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에 있던 화강암이 자동문처럼 움직이고, 그곳에 밑으로 향하는 비밀계단이 보였다.

최태우가 그걸 가리키며 백현 일행에게 말했다.

“일단 들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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