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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150화 (150/200)

150화. 거대 괴수

상황이 다 끝난 후 걸어오는 오빠를 향해 미나는 핀잔을 늘어놓았다.

“오빠! 지금까지 뭐했어? 상황 다 끝났거든?”

“아, 이게 다 뭐야? 잠깐만.”

백현이 미니맵을 펼쳐보았다.

그러자 녀석들의 이름들이 나온다.

“피시맨이네.”

“피시맨?”

“응. 정확히 말하면……”

《피시맨 Fishmen ★★》

- 인간과의 유전자 합성을 통해 탄생한 물고기 인간.

지능이 낮고 성격이 포악하다. 굉장히 공격적이며, 한 마리가 행동하면 나머지도 군중심리에 의해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라는데?”

백현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미니맵에 그게 보인다고?”

“네. 확실히 조금 달라졌네요.”

미니맵 능력은 방주 안에서와 달리 훨씬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김만철이 백현의 말을 듣고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강백현! 네가 자고 있어서 식겁했잖아. 방금 전까지 얼마나 위험했는지 아냐? 뭐 했어? 진짜 자고 있었어?”

만철의 말에 강백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긁적였다.

“이해 좀 해주세요. 많이 피곤했어요. 제가 오죽하면 잠을 잤겠어요?”

강백현의 능청스러운 대꾸에 김만철이 고개를 저었다.

“넌 어떻게 변한 게 없냐?”

“변하면 이상한 거죠. 그나저나 다들 무사하신 거죠? 이상 없는 거죠?”

“응.”

강백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 보인다.

강백현은 방긋 웃으며 윤수에게 말했다.

“윤수가 다 치료해줬구나.”

“응. 엉아! 내가 다 고쳤어.”

“그래. 윤수야. 그런데 사람한테는 고쳤다는 게 아니라 치료했다고 말해야 하는 거야. 구분해서 써야 해. 고치는 건 기계나 물건을 고치는 거고, 생명체는 치료하는 거고.”

“응. 알았어. 그런데 엉아? 그 피시맨은 다 도망친 거야?”

“어? 도망?”

“응. 엄청 많았는데, 갑자기 다 사라져서.”

윤수의 말에 강백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라지다니? 잠깐 확인해볼게.”

백현은 미니맵을 통해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륙 방향으로 도망가는 피시맨 무리가 보인다.

그런데 의아했다.

‘도망? 도망을 가?’

강백현은 미니맵을 통해 피시맨들이 도망가는 반대방향을 바라보았다.

인양선이 향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곳.

그곳에 무언가가 보인다.

커다란 점이었다.

강백현이 해당 지점을 눌러 미니맵을 확대하자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크라켄 Kraken ★★★★★》

- 거대문어와 거대오징어의 합성종. 다리 9개를 가진 45m짜리 연체괴물.

거대오징어처럼 자신의 몸을 다른 모습으로 위장할 수 있다.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생명체 중 하나.

흰수염 고래도 잡아먹을 수 있는 거대포식자.

강백현은 크라켄의 존재를 확인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예상하던 만만한 세계가 아니야.’

순간 두려웠다. 자신이 알고 있던 지구와는 다른 환경, 다른 생명체.

거대한 포식자 앞에서 인간은 한낱 미물이나 다름 없어 보였다.

충격 때문일까?

머리에서 지이이잉 소리와 함께 두통이 밀려왔다.

패닉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김아람이 당황해서 강백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백현아! 강백현 왜 그래?”

“아-아.”

“강백현! 뭘 봤길래?”

강백현의 반응에 김만철과 최형우도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나도 마찬가지였다.

미나는 강백현이 본 기억을 읽고, 마인드 리딩을 응용하여 윤수를 제외한 동료들에게 해당 장면을 전달해주었다.

그러자 동료들 또한 충격과 놀람이 뒤섞인 얼굴이 되었다.

“이게 백현이가 보는 미니맵인가 하는 화면이니?”

“네. 맞아요.”

“으으으으. 얼마나 큰 거야!”

때마침 크라켄이 돌고래를 포식하는 장면이 미니맵에 잡혔다.

돌고래가 바둥바둥 빠져나가려 노력했지만, 거대한 빨판의 무시무시한 흡착력은 돌고래의 생존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었다.

백현은 미나 덕분에 따로 동료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백현은 자신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이유를 말했다.

“이미 너무 가까이 접근했어요.”

“응. 맞아.”

“지금 방향을 튼다고 해도 크라켄을 피할 순 없어요. 이대로 무사히 지나가길 기다려봐야죠.”

백현의 걱정도 이해가 갔다.

인양선 위에 놓인 방주.

인류의 유일한 희망인데 크라켄 녀석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엄청난 크기의 포식자 앞에서 그저 떨고 두려워하고만 있어야 하다니.

그때 김아람이 말했다.

“스크류 소리라도 줄여야 하는 거 아니야?”

“어?”

“대부분 물고기들은 진동과 소리로 위험을 감지하잖아요. 먹이를 감지할 때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최대한 소리를 줄여야죠. 안 그래요 아저씨?”

김아람의 말에 강백현이 말했다.

“맞아! 얼른 불부터 끄고, 스크류부터 정지시켜야 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죠.”

“응.”

강백현은 어느새 모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최형우 아저씨랑 만철이 아저씨는 스크류 쪽을 정지시켜주세요. 저랑 아람이는 불을 끄러 갈게요.”

“그래. 그렇게 하자.”

“그게 맞네. 맞는 것 같아.”

순식간엔 정확한 판단을 한 백현 덕분에 일행이 두 그룹으로 쪼개졌다.

그룹이 둘로 나뉘자 능력상 도움이 안 되는 윤수와 미나는 호스 쪽으로 이동했다.

“윤수야! 물 틀 수 있어?”

“응!”

윤수가 수도꼭지를 조작해 물을 틀자 바닷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나는 바닷물로 캠프파이어의 불을 껐다.

강백현과 김아람 조도 역할을 빠르게 수행했다.

스르르륵.

수증기가 발생하면서 율리만의 사체가 급속도로 식기 시작했다.

‘여기는 끝났어. 다른 쪽은 잘할 수 있겠지. 있을 거야.’

인양선 끝.

거대한 스크류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 앞에서 김만철과 최형우는 당황해하는 중이었다.

“저건 너무 크잖아.”

“배가 이만한데, 당연히 커야죠.”

크기 5m짜리 스크류 2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터빈 엔진의 힘으로 돌아가는 스크류에 굵은 로프를 던져 넣는 김만철.

그러자 스크류가 로프에 걸려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로프가 스크류에 빨려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거대한 힘이 발생하고 로프를 매어 둔 고정판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끼이익! 끼이익!

다행히 로프와 스크류가 마찰을 일으키며 스크류의 회전이 멈췄다.

하지만 터빈엔진에서 전해지는 힘 때문에 로프가 계속해서 빨려 들어가는 게 문제였다.

그걸 보는 김만철과 최형우는 환장할 지경이었다.

“고장 나는 거 아니야?”

“일단 더 이상 빨려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해요. 고정판이 떨어지면 큰일나요! 아저씨! 거대화!”

“아!”

김만철은 신체 강화로 악력을 강화시켜 로프를 붙잡고 버텼다.

최형우도 마찬가지였다. 고정판에 미치는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두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는 힘 싸움을 계속했다.

하지만 이건 결국 일시적인 방법이었다.

불을 끄지 못하면 방법이 없을 터.

인양선을 움직이는 터빈을 멈추지 않는다면 모두 크라켄의 먹이로 전락할지 모른다.

* * *

거대한 소각장.

율리안의 가루를 태우고 있는 곳.

강백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람아, 나한테 열기가 오지 않도록 도와줄래?”

“응.”

김아람은 공기를 압축하여 강백현의 주변에 공기의 벽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바닥부터 올라오는 열기가 공기층에 대류를 일으켜 아람이가 만든 벽을 계속 허물고 있었다.

강백현은 4인의 분신을 만들어 힘을 전부 끌어모았다.

강백현의 본체와 분신들이 보호막으로 단순하고 평평하지만 두꺼운 벽을 만들어냈다.

4명의 분신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보호막을 밀기 시작했다.

5개의 평판이 모아져 정육면체의 결계를 만들어냈다. 바닥을 제외한 5분면이었다.

정육면체의 결계가 만들어졌다. 분신들은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문제는 상공에 있는 백현의 역할이었다.

“불을 끄려면 4가지 방법이 있어. 냉각하는 방법과 공기를 차단해서 질식시키는 방법, 가연물질을 제거하는 방법, 그리고 촉매를 이용하는 방법.”

“바닷물로 끄지 말라는 거야?”

“응. 그렇게 되면 나중에 다시 불을 피우려 해도, 바닷물이 다 증발할 때까지 연료를 태울 수가 없잖아. 그래서 산소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가야 해. 이 방법밖에 없어.”

김아람은 강백현을 믿고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내고 있었다.

“으으으으으. 빨리! 빨리!”

아람이가 폭주할 것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뜨거운 열기로 인한 대류를 차단하는 것은 아람으로서도 벅찬 일이었다. 압축된 공기가 팽창하여 아람이 만들어낸 염력의 벽이 계속 무너진다.

완전히 무너지면 강백현은 열기에 노출되어 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소중한 소꿉친구를 살리기 위해, 아니 인류를 살리기 위해.

강백현은 5개의 보호막이 접촉한 것을 확인하고 상공에서 거대한 결계를 하강시켰다. 곧 정육면체가 화염을 덮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아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염력을 거둬들였다.

뜨거운 불꽃이 백현의 결계 안에서 춤을 추었다.

화염은 산소를 갈구하며 결계 바깥으로 빠져나오려고 요동쳤다.

백현이 만든 평평한 보호막이 이리저리 휘어지기 시작했다.

백현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지어졌다.

‘화염을 전부 막는 게 쉬운 건 아니네.’

“백현아! 괜찮아?”

“아……. 응.”

확실히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 그래도 낮은 생존의 가능성이 더 낮아지고 만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비슷한 형태의 결계 하나를 더 만들어내는 강백현과 분신들.

그 결계를 이용해 무너지기 시작한 보호막을 보완했고, 결국 화염을 완전히 가두는 데 성공했다.

백현은 이제 내부의 산소가 사라져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독하게 긴장한 탓인지 백현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슈트에서는 거품 모양의 기포가 마구 생겨나며 체력의 한계를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불꽃은 사그라들었다.

백현은 불이 꺼지고 나서도 결계를 1분 이상 더 유지하다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결계를 해제했다.

터빈엔진이 꺼지고, 신이 난 듯 최형우와 김만철이 다가왔다.

“해냈냐?”

“네. 해냈죠.”

“잘했다! 잘했어!”

“당연한 거 아닙니까?”

강백현은 축 늘어진 채 공중에서 아람이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착지했다.

“꼴이 뭐냐?”

“아, 그러게요. 이제는 크라켄이 저희를 발견하지 못하기를 기다려봐야겠네요.”

“그래. 우리가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다들 모여.”

일행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다들 쭈그려 앉은 채 서로를 감싸안았다.

인양선은 여전히 앞으로 전진하는 중이었지만, 그건 앞서 항속하던 관성 때문이었다.

엔진이 꺼진 인양선은 그저 바다를 떠다니는 부유물일 뿐.

주변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배는 물살을 가르는 소리를 제외하면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강백현은 미니맵을 띄우며 생각만으로 미나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이제 곧 크라켄 옆을 지나가게 될 거야. 실시간 화면을 전달해줄래?’

미나는 마인드 리딩으로 강백현이 보고 있는 미니맵을 일행 모두에게 전달했다.

크라켄 접근까지 앞으로 100m. 90m. 50m, 30m, 10m…….

다행히 크라켄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인양선이 곁을 지나고 있지만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백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순간, 백현의 미니맵에 포착된 크라켄이 갑자기 2m 크기의 눈을 꿈적이며 수평선 위를 지나가고 있는 인양선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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