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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128화 (128/200)

128화. 도르시안의 비밀

정보조원은 셋이었다.

(+), (-)극을 이용하여 전지를 충전할 수 있는 강병호, 형과 텔레파시 능력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홍성환, 거기에 한태석.

작전조였지만 예비조에 배속된 김만철은 현재 입구에서 망을 보고 있는 상태.

한태석은 부하들이 떠날 준비를 하는 10분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나열했다.

1. 조윤아의 지배 능력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2. 공격방식은 몸을 구속한 후 악력으로 압사시키는 것.

3. 지배의 범위는 미확인.

4. 강미나와 전 마스터인 장명훈은 50층에서 이탈하여 35층에서 모습을 보였음.

5. 김아람은 현재 스테이지에서 무사히 작전 수행 중, 하지만 스테이지 5까지 살아남아야만 조윤아에게 도전할 기회가 생긴다.

한태석은 냉정한 말투로 강병호와 홍성환에게 지시했다.

“일단 경기장까지 이동한다.”

“네.”

“CCTV에 연결할 수 있는 잭 말고는 다 버리고 가!”

“네. 알겠습니다.”

“흑흑, 형!”

“질질 짜지 말고, 형 복수해야지. 홍성환! 홍성환! 정신 차려!”

“네. 태석이 형.”

솔직히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정확히 분석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피해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침을 삼키고,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이동하는 사람들.

한태석은 죽어버린 동료들을 기약하며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미나는 전 마스터인 장명훈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쁜 사람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자신의 삶에 충실했을 뿐이었다는 생각이 떨쳐지지가 않았다.

미나는 마스터와의 첫 만남을 생각했다.

진기 오빠와 함께 자신을 구하러 온 건우 오빠와 장명훈.

그는 소생의 돌을 노리고 배신한 이진기의 목숨을 그 자리에서 앗아갔다.

그때부터 자신은 마스터에게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생각은 달랐다.

장명훈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과 함께한 동료들을 아꼈다.

동료를 잃고서 더욱 냉정해진 그였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의 죽음 전 기억들이 미나의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흘러들어왔다.

수십 년 간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즐거웠던 추억들이 미나의 머릿속에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미나는 깜짝 놀랐다.

자신은 율리만 10호의 죽음을 목격하고 뒤돌아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저런 기억이 보이는 걸까?

미나의 앞에 검은 구체가 있었다. 여기저기 상처 입은 채 손상된 검은 구체였다.

“율리만?”

검은 구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구체는 미나가 보유하고 있는 포인트를 강제 사용하고 있었다.

미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검은 구체를 바라보았다.

녀석이 메시지를 떠올렸다.

《이것으로 왕좌의 게임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스스륵, 검은 연기를 내며 동작을 정지하는 검은 구체.

미나는 녀석이 손을 본 자신의 능력을 확인했다.

<사용자 정보 User information>

○ 직업 : 공주 (Princess) / ★★★★

○ 고유스킬

1. 마인드리딩 Lv 3. (UP!)

2. 한계돌파 Lv 3. (New!)

3.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4.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마인드리딩 레벨 3.

거기에 한계돌파 레벨1, 레벨2, 레벨3까지 상승된 것.

강미나는 한계돌파의 능력을 확인해 보았다.

《한계돌파》

30일에 한번, 자신의 모든 능력을 한 단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동급 레벨까지만 사용 가능합니다.

미나가 한계돌파를 사용하자, 미나의 홀로그램 내 숫자가 다음과 같이 변화했다.

○ 고유스킬

1. 마인드리딩 Lv 3. (UP!)

이란 글자가 스르륵 사라지고.

○ 고유스킬

1. 마인드리딩 Lv 4. (MAX!)

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미나는 마인드리딩 레벨 4의 능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접근만 하면 누구든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율리만 박사님,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았어요. 그 뜻대로 움직여줄게요.”

검은 구체가 제안한 선택지.

미나는 연기가 되며 동작을 멈춘 검은 구체를 뒤로 하고 일행들이 향한 최상층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아르케, 도르시안, 신디아와 함께 4대륙 중 하나인 밤바비아 초원.

그 어느 곳보다 녹음 짙은 자연을 유지하고 있는 밤바비아의 거인 수는 매일같이 줄어들고 있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제는 안 됩니다.』

신하의 충언에 밤바비아의 황제가 응답했다.

『저 녀석을 압송하라! 한 달간 목조감옥에 집어넣도록!』

밤비 황제는 자신이 아끼던 신하 요스케를 초원 내 목조감옥에 가두라고 지시했다.

『폐하, 폐하!』

밤바비아의 목조감옥은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다른 감옥과 달리 위가 열린 공간.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전부 맞아야 하고, 벌레가 꼬이면 영락없이 벌레에게 피를 내주어야 한다.

야밤에 들려오는 배고픈 들짐승들의 울음소리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게 하며, 먹을 것도 따로 주지 않아 배고픔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주식은 빗물과 벌레. 그곳에서 일주일만 지내도 거인들은 거의 반죽음에 이르는 상태가 된다.

충신 요스케가 끌려가며 원망스러운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황제는 끝내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진 않았다.

그래야만 했으니까.

밤바비아의 거인들은 다른 대륙의 거인들과 외모가 많이 달랐다.

황제를 제외한 모든 거인들이 대머리.

털 하나 없는 맨들맨들한 피부를 가졌다.

유전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10살이 넘은 거인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제모를 하게 된다.

털끝 하나하나까지 모두 제거하는 과정.

밤바비아 초원의 연구소에서는 그 털들을 모아 무언가를 만들었다.

황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 결과를 바라보았다.

검은 액체가 피와 뭉쳐 동그란 형체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붉은 구체가 밤바비아 대륙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번 달은 얼마나 생산했지?』

황제의 질문에 공장장이 대답했다.

『20,000여 명의 체모로 검은 구체 16개, 붉은 구체 6개를 만들어냈습니다.』

『생산량이 적군. 이대로는 안 돼! 붉은 구체는 왜 여섯밖에 없는 거지?』

황제의 질문에 공장장이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산아제한정책이란 명분으로 국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태아를 적출하고 있는데, 어느새 이게 정착화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둘째부터는 낳지 않는다는 건가?』

『네. 정확하십니다.』

『그럼 오늘부터는 첫째도 적출해.』

『네?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적은 인구가 더 줄어들게 됩니다. 폐하, 이건 아닙니다.』

『시간이 없어. 우리 국가가 멸망하기 전에 이 세계가 멸망할지 모른다. 오늘부터 임신 5개월 이상 된 임산부는 다 소집시켜.』

초원 밤바비아는 황제의 명령 때문에 절망적인 상황으로 바뀌었다.

산아제한정책에 이어, 출산제한정책까지.

그 이유는 간단했다.

보다 많은 붉은 구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때, 황제에게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폐하, 신디아 대륙에서 700여 명의 백성을 이끌고 율리만 섬으로 출정했다는 소식입니다.』

『생각보다는 빨랐군. 그래. 우리 대륙은 얼마나 준비되었지?』

『86% 진행되었습니다. 붉은 구체가 14개만 더 있으면 바로 출정할 수 있습니다.』

황제는 신하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준비 중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전쟁, 남은 시간은 4개월.

하지만 이미 신디아가 움직인 이상 누가 빨리 율리만 섬을 정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남은 태아는 열넷인가?』

범죄임을 알면서도 밤바비아의 황제는 임산부를 차례차례 소집했다.

이제 붉은 구체를 원하는 수량만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밤바비아의 황제는 뒤돌아 자신의 처소로 이동했다.

처소 옆, 그의 펫이 자리하고 있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코뿔소.

기형적으로 자란 코뿔소의 뿔이 천장을 뚫어버린 상태다.

황제는 펫의 뿔을 매만지며 말을 걸었다.

『또 흥분했구나. 진정해. 금방 싸울 수 있게 해줄게. 알았지?』

황제의 손길에 천장을 뚫어버린 코뿔소의 뿔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다.

『그래그래.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 * *

최상층으로 향하는 미나의 발걸음.

미나는 동료들과 떨어졌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았다.

‘이제는 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50층.

그곳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최강자전의 모습이 보인다.

김아람이 거인 버키와 함께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커다란 원형 안에 들어간 거인들.

그런데 커다랗던 원이 좁아지기 시작한다.

붉은 구체가 만들어낸 기둥이 원 주변을 돌며 피부도 녹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열을 내뿜는다.

그 경계면이 점자 줄어들자 원 안의 주인과 펫들은 서로를 바깥으로 밀치며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체격이 좋은 버키에 비해 조그마하고 힘도 약해보이는 김아람은 경쟁에서 좋은 희생양이었다.

생존자들 중 일부가 의기투합하여 김아람과 버키를 바깥쪽으로 밀어냈다.

“버키! 이 바보야! 몰리면 어떻게 해! 움직여! 움직이라고!”

『대책 좀 강구해! 한쪽 말고 다른 쪽도 보라고!』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을 노리는 거인들과 펫.

이 광경을 보며 미나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 미안해요. 이것밖에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좀만 더 버텨요.”

미나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김아람 주변 거인 셋의 기억을 지웠다.

원거리였지만, 현재 미나의 능력은 맥스(Max).

불가능 따윈 없었다.

버키를 바깥으로 밀어내던 거인 셋이 갑자기 당황했다.

자신들의 펫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더니, 열기를 뿜어내는 기둥으로 스스로 돌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어를 잃고 달려나가는 펫들. 살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데도 무엇인가에 홀린 듯 비명을 내지르며 움직였다.

미나는 펫들의 내면에서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들이 가장 무서웠던 기억을 끄집어내고 그 장소로부터 이탈하라는 메시지를 함께 주입한 것이다.

거인들의 펫은 하나같이 같은 장면을 상상했다.

커다란 비커 안에 갇혀 있다가 위쪽에서 부어지는 액체에 의해 자신의 몸이 녹아내리는 광경.

키메라가 되기 직전 자행되었던 끔찍한 실험.

그로 인해 자신의 인격은 두 개가 되었다.

두 개의 인격을 제어하는 역할은 항상 강한 자의 몫이었지만, 강미나의 마인드리딩에 노출된 지금은 약한 인격이 처음으로 신체에 대한 제어권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신체에 더하여 현재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이 겹치며 펫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앞에 있는 기둥이 제 아무리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도, 이전에 몸이 녹아내린 기억이 있는 펫들은 이 장소에서 이탈하려고만 했다.

그 결과는 어김없이 죽음이었다.

김아람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과연 누굴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천장 위,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미나였다.

“언니! 조그만 참아요! 다 해결할게요.”

너무 멀어서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 하지만 실루엣이나 움직임, 그리고 웅얼거리는 음성 자체가 분명 미나였기에 김아람은 이런 절망 속에서도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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