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123화 (123/200)

123화. 가족

거주지로 돌아온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노숙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표정이 가득했다.

한편, 마스터인 장명훈은 이제까지 관심대상이 아니었던 강백현에 대한 궁금증이 극에 달해 있었다.

“강미나, 강백현이 너희 오빠라고 했나?”

“네.”

“어떻게 된 거야? 소생의 돌은 어디서 난 거고.”

“저도 모르겠어요. 오빠랑은 연락이 닿지 않은 지 오래 돼서요. 그런데 마스터!”

“응?”

“저도 아람 언니 만나러 가 봐도 될까요? 직접 대화했을 테니까 만나서 들어보고 싶어요.”

“그래. 그렇게 해.”

강미나는 마스터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안 됩니다. 마스터.”

“아니야. 미나가 가야 합니다.”

김건우가 반대했지만 오히려 정보조장인 한태석은 자신 대신 강미나가 가는 편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왜?! 네가 가면 되잖아.”

“아람이한테 악감정 있는 것은 아닌데요, 제 팔 부러뜨린 사람이 김아람이잖아요. 한 달 전 일, 기억 안 나요?”

한태석은 고개를 저으며 김아람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고 그 말에는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결국 김건우가 강미나가 가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강미나는 김만철과 함께 바키의 집으로 향했다.

“축하드려요.”

“얼떨떨하네. 그래도 다행이다. 백현이가 살아있어서.”

“네. 그런데 아저씨, 오빠는 어디로 간 걸까요?”

“황제의 펫이 됐다는 건, 아무튼 가장 안전하다는 거잖아. 너무 걱정부터 하진 말자.”

“네.”

바키의 집에 도착한 김만철은 자신을 반겨주는 바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주인님!』

『잘 살아있었네. 살은 좀 빠진 것 같고.』

이제 단순한 단어는 말할 수 있는 김만철에게 바키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곧바로 김만철은 소생의 돌을 사용했다.

그의 몸 주변에 백색 빛이 퍼져나가며, 얼굴에 붉은 빛이 감돌았다.

서로간의 통역이 끝나고, 휴먼종끼리의 시간이 주어졌다.

미나는 김아람에게 오빠의 안부를 물었다.

“언니, 통화했었다면서요?”

“응. 정보의 섬으로 간대.”

“네?!”

“데이터 아일랜드.”

그 말을 듣자마자 미나는 갑자기 고통스러워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안 돼! 안 돼!”

그러자 김아람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왜 그래! 그냥 대화하러 간 거잖아?”

“아니야! 그분은 아니야. 아니야! 오빠가 가면 안 돼. 내가 가야 해. 내가! 내가!”

미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을 미치도록 만들었던 환청.

그 목소리의 정체는 율리만 박사였다.

그런데 그를 만나러 간다고?

율리만은 항상 속삭였다. 사람이 죽어야 한다고.

서로 잡아먹지 못하는 인간들은 죽어야 마땅하다고.

그 목소리와 환청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른다.

사람이 미쳐갈 때 즈음이면, 그때마다 바람 빠진 목소리로 인간이 작아진다는 둥, 쥐한테 잡아먹힌다는 둥의 이야기들을 속삭였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달랐다.

인간을 죽인 것은 율리만. 율리만이었다.

미나는 넋이 나간 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가야 해. 오빠 혼자 보내선 안 돼. 안 돼.”

김아람은 동공이 풀린 채 혼잣말을 내뱉은 미나를 보며 걱정스런 어조로 달래기 시작했다.

“미나야. 혼자 안 보내.”

“…….”

“걱정하지 마. 언니가 백현이 만나러 갈게. 우승해서 우리도 율리만 섬으로 가자.”

* * *

작전을 앞둔 마지막 날이었다.

김만철은 소생의 돌 덕분에 목숨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온 거주지.

김만철이 출동 전 하루를 앞두고 정선희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말을 남겼다.

“내일 갑니다.”

“만철 씨…….”

“네. 선희 씨.”

“가지 마요. 목숨 걸 필요 없어요.”

“아니요. 가야 합니다. 아르케를 지배하고 있는 바키우스라는 거인을 처치하고 버키라는 거인을 황제로 만들면, 백현이가 향하고 있는 율리만 섬이라는 곳으로 갈 수 있대요.”

“거기 가서 뭐하려고요? 그냥 윤수 옆에 있어요. 아니, 내 옆에 있어주면 안 돼요?”

“그러게요. 제가 원한 건 그거였는데, 지금은 또 다른 걸 원하네요.”

김만철의 대답에 정선희가 자신의 가슴을 쾅쾅 내리쳤다.

“속 터져! 바보예요? 가면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뭐가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엄청 세다면서요! 마스터도 못 이길 정도로 엄청나다면서요!”

조윤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정선희는 김만철이 최종 작전에 참여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하지만 김만철에게도 신념이 있었다.

“백현이가 준 목숨이에요. 미나 때문에도 몇 번을 살아남았고요. 저는 선희 씨를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백현이와 미나를 책임져야 할 의무도 있어요.”

“…….”

김만철의 생각이 확고한 것을 알자, 정선희가 김만철의 손을 자신의 배에 가져다 댔다.

아빠가 온 것을 알아챈 것인지, 조그마한 생명체가 정선희의 배를 발로 차는 것이 느껴졌다.

“만철 씨 아이예요. 꼭 가야 해요?”

“미안해요. 약속할게요. 꼭 돌아오기로.”

“진짜! 그렇게까지밖에 말 못해요? 내가 원하는 대답 아닌 거 잘 알잖아요.”

“미안해요. 선희 씨.”

정선희의 뱃속에서 자신의 아이가 자란다고 해서,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만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었다.

김만철 역시 갈등이 심했지만 그것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걸 알았는지 정선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일 아침까지는 내 방에 있다 가요.”

“……네.”

* * *

다음 날, 작전조 인원들은 사전에 계획한 침투로로 이동하기 위해 모였다.

정선희는 김만철을 마중나와 손을 흔들었다. 어제는 잠들어 있던 윤수도 오늘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당당하게 말했다.

“다들 다치지 말아야 해!”

박윤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러자 정선희가 박윤수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며 말했다.

“가서 아빠한테 줘.”

“아빠?”

“응. 이제부터 만철 씨가 윤수 아빠야. 아빠라고 부를 수 있지?”

박윤수는 정선희의 말을 듣고 김만철을 향해 뛰어갔다. 아이의 손으로 넘겨진 것은 찰흙으로 빗은 4명의 가족.

투박하지만, 박윤수와 김만철, 정선희, 그리고 이제 곧 태어날 아이가 아직은 마르지 않은 채로 놓여 있었다.

“아빠!”

“아빠?”

“응. 엄마가 아저씨보고 이제 아빠라고 부르래. 그러니까 아저씨는 오늘부터 아빠인 거야?”

“응.”

“조심히 돌아와! 꼭 와야 해!”

“그래.”

윤수의 말에 아빠의 미소를 짓는 김만철. 그런 그를 일단 놔두고 동료들이 먼저 침투로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마스터가 앞장서고, 그 뒤에 김건우, 강미나. 거기에 홍성환에 홍성운 등 정보조 인원들이 뒤를 따랐다.

한태석을 포함한 정보조 인원도 오늘은 현장에서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

유사시 지원도 해야 한다.

더 이상 안전한 곳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다. 이번에야말로 최종 작전.

숙연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은지, 동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처럼 농담을 하며 이동했다.

떠나는 동료를 바라보며 김만철은 자신도 가야 할 시간임을 알았다.

“윤수야.”

“응. 아빠!”

“만약에 아빠가 죽게 되면 엄마 혼자 모시고 살 수 있지? 동생이 태어나도 잘 보살펴 줄 수 있지?”

“싫어! 아저씨가 아빠 해야 해.”

“후후, 그래. 할 거야. 만약이라고 했잖아. 만약! 그래. 금방 작전 마치고 돌아올게.”

“응.”

떠나는 김만철을 보며 정선희는 애써 눈물을 참았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최형우가 정선희를 위로했다.

“울지 마. 울면 만철이가 슬퍼할 거야.”

“네. 알아요.”

* * *

새벽 밤길,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이미 3번이나 확인했던 루트이고, 길을 오가는 거인들의 패턴도 확인했다.

언덕길을 오르는 장명훈과 일행들.

비탈길을 건너 김건우의 능력으로 새벽 버스에 잠입한다.

저번과는 달리 한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 이유는 조금의 변수라도 없애기 위해서.

거인에게 들키지 않도록 입을 다물고 첫차 시간까지 대기하는 것이다.

예정 시간이 되자 예상대로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종목표 지점.

지니어스 타워에 도착하자, 김건우가 투과능력으로 만들어낸 구멍으로 정보조 및 작전조원들이 하나둘 뛰어내린다.

마스터는 작전조를, 한태석은 정보조를 이끌며 뛰기 시작했다.

아직 새벽,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와중에도 거인들 최고의 축제여서 그런지 거리에는 거인들이 가득했다.

장명훈이 슬라이딩 하듯 몸을 날려 지하통로로 진입하고, 한태석은 반대편 방향의 환풍구 쪽으로 달렸다.

모든 인원을 버스에서 내려놓고 제일 마지막에 탈출한 김건우가 한태석을 향해 말했다.

“한태석! 조심해라.”

“네. 조심하세요! 건우형.”

작전조와 정보조, 서로 다른 침투로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당초의 계획에 따라 첫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있었다.

* * *

한편, 버키는 우승자로서 최종 결선에 참가하기 위한 수속을 마치고 있었다.

『떨리지? 걱정하지 마.』

긴장하고 있는 김아람의 머리를 쓰다듬자, 김아람이 눈을 흘기며 근육질의 거인을 째려보았다.

『하하, 끝까지 귀여운 맛이 없다니까!』

사실 김아람은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결선에 참여한 이유는 사실 자신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서, 소생의 돌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미나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한태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들, 그리고 강백현이 향한 장소 등이 김아람으로 하여금 복잡한 생각에 잠기게 한 것이다.

율리만, 데이터 아일랜드. 이것이 만약 지구로 돌아갈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지금 뜬 메시지가 그에 관련한 시련을 말하는 거라면?

지금, 참가 등록을 하고 있던 버키가 당황한 채, 직원들에게 문의하는 중이었다. 왜 자신에게 이런 메시지가 떴는지를.

[위대한 지도자의 길이 열렸습니다.]

[아르케의 황제 자리에 올라 동료들과 함께 데이터 아일랜드의 시련에 도전하십시오.]

[남은 시간 169일 3시간 51분 33초…… 32초…… 31초.]

『결선 최종 멤버로 등록하신 분들, 전부 떴다고 하더라구요.』

『어떻게 된 거야? 황제 자리에 오르라니?』

『아무래도 바키우스 님이 버키 님께 도발의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닐까요? 일단 바키우스 님은 버키 님의 아버지시니까요.』

버키가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버지와 아들. 그러나 이성을 잃고 미쳐버린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후, 버키와 바키는 그날 바로 가출을 했었다.

그런데 뭐? 자신을 죽이고 황제가 되라고? 이게 바키우스 놈이 보낸 메시지라고?

『‘아버지, 도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당신은 도대체 뭡니까?’』

한편 버키의 펫, 김아람에게도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뜬 홀로그램.

그건 메인 페이즈 2.

김아람은 자신에게 뜬 홀로그램 메시지를 한 글자 한 글자 읽기 시작했다.

[메인 페이즈 2, 왕좌의 탈환.]

- 실험체 키메라를 죽여 최고의 생명체로 거듭나세요. 업적을 쌓고 강해져서 《왕좌의 게임》에서 승리하세요.

[제한시간 : 126일 3시간 51분 33초…… 32초…… 3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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