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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115화 (115/200)

115화. 복귀

김만철의 충격적인 패배.

두 형제는 기절한 채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김만철의 상태를 확인하고 분쟁조정 중단을 통해 김아람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본선으로 가는 티켓을 획득한 버키는 얼떨떨한 모습으로 동생에게 물었다.

『어쩌냐?』

『뭘 어떻게 해. 형이 이긴 건데. 당연히 형이 본선 가야지.』

『네 꿈이었잖아.』

『내년으로 미루면 되지. 괜찮아.』

『그래. 미안하다.』

『오케이! 괜찮아.』

집으로 돌아온 버키와 바키 형제.

바키는 의식을 차린 김만철에게 마지막 음식을 건네며 작별인사를 했다.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한국말.

“아, 어. 고-마다.”

“네?”

“고마밥다.”

“고맙다고요?”

“아, 고맙다.”

『어렵네. 알아들었으려나?』

둘은 언어가 통하지 않았다.

바키는 겨우 두 달간의 기간이었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음식으로 최고급 햄과 콘 옥수수를 직접 준비한 것.

그걸 알아차린 김만철도 미안함을 표했다.

“미안합니다. 우승했어야 하는데……”

바키는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먹이통을 김만철의 앞에 갖다놓고 그가 먹기를 기다렸다.

온몸에 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것을 본 바키는 인터넷으로 검은 구체를 불렀다.

5분 뒤 도착한 검은 구체로부터 40포인트를 사용해 구입한 펫 전용 연고.

그것을 김만철의 상처에 발라주기 시작하는 바키. 김만철은 상처 부위가 따끔따끔했지만, 그의 마음을 알기에 참고 또 참았다.

힌 시간 후, 윤수의 치료를 받고 회복한 한태석이 버키와 바키 형제의 집에 나타났다.

『바키 님,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인 건가?』

『네. 우리 사이의 계약은 끝났으니까요.』

바키는 아쉬운 표정으로 먹이통 앞에 있는 김만철을 들어 한태석 옆에 놓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혹시 물어봐주겠어? 아니다. 지정해제하는 게 조건이었으니까, 마지막은 나보다는 가족끼리 보내는 게 좋겠지.』

『네. 그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번 물어는 보겠습니다.』

바키는 검은 구체를 통해 김만철의 남은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철이 형. 거주지로 돌아갈 건지 아닌지 물어봐달라네요.”

“본선 진출 못했으니까 돌아가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바키한테는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한태석이 거인어로 김만철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바키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즐거웠다고 전해줘.』

『네.』

『그리고 이건 선물이고.』

『네?!』

김만철은 자신의 능력 강화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체 강화 레벨이 3이 된 것.

“레벨 3이 됐어.”

“만철이 형, 정말이에요?”

“그래.”

한태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바키가 이유를 말했다.

『고민했던 게 실수였던 것 같아. 처음부터 투자했으면 우승했을지도 모르는데. 미안해서 주는 선물이야. 늦었겠지만.』

『아닙니다. 레벨 3부터는 포인트가 엄청나게 들어갈 텐데, 힘든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래. 지정해제는 바로 할까?』

『바키 님만 괜찮으시다면 꼭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김만철 씨가 다른 분의 펫으로 들어갈 일은 없으니까요.』

『응. 그럼 남겨둘게. 해제는 내가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아쉬운 작별인사. 손을 흔드는 김만철과 그런 만철의 사진을 찍는 바키.

그때 형인 버키가 김아람을 바키의 방으로 데려오며 말했다.

『너도 작별인사해야지. 맨날 싸우기만 해서 좀 그런가?』

『하긴, 그러네. 맨날 티격태격 싸우기만 했지. 서로 짝짓기 시켜주려고 붙여놨을 땐 정말이지, 고함에 고성에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

버키와 바키 형제의 말에 한태석이 민망한 모습으로 말했다.

『아마 사이가 좋았어도 연령 차이가 많이 나서 짝짓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연령 차이?』

『네. 김아람이 한참 크는 아침의 태양 같은 존재라면, 김만철은 사그라드는 석양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리고 김만철에게는 점찍어둔 짝이 있습니다.』

『아…… 그래서 싸웠던 거구나.』

한편, 거인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김아람과 김만철은 작별의 순간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축하한다. 아람아. 본선 가서 꼭 우승하길 바랄게.”

“아저씨,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 내가 너보다 약했던 것뿐인데,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아저씨!”

“응?”

“선희 언니한테 잘해줘요.”

“그래야지.”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약속해요. 아저씨는 언니한테 진짜 잘해야 하니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가보면 알 거예요. 그럴 때가 됐으니까.”

“…….”

김아람은 한편으로는 미안해하면서도, 자신이 싸워야 한다는 사명감을 잃지 않았다.

‘언니 곁에는 아저씨가 있어야 해요. 소생의 돌은 제가 구해올 거예요. 본선을 넘어 대륙 대회까지 가서 꼭 구해올게요. 그러니까 응원해줘요.’

“간다. 아람아. 이제는 보기 힘들겠지?”

“아니요. 다시 봐야죠. 우승하고 돌아올게요.”

버키 바키 형제가 떠나가는 한태석과 김만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김아람은 버키의 어깨 위에 올라가, 두 사람이 현관 문 밖으로 떠나는 것을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헤어짐은 언제나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그들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순 없다. 거인은 거인의 삶이 있고, 인간은 인간의 삶이 있으니까.

돌아가는 길에 김만철이 한태석을 향해 물었다.

“요즘은 어때? 거주지는 별일 없지?”

“아니요. 많은 일이 있었죠.”

“많은 일?”

“하나하나 설명하려면 복잡해요. 진기 형이 연락이 안 된 지 꽤 돼요.”

“이진기?”

“네. 그리고 마스터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미나는 잘 적응하고 있어?”

“네. 미나는 작전조에 들어왔어요. 아마 만철이 형하고 앞으로 같이 전투 임무에 투입될 거예요. 지금은 지니어스 타워 지형정찰 임무에 투입되었고요.”

“뭐?! 미나가 작전조에 들어갔다고? 걔는 정보조에 더 어울리지 않나? 그것보다 아직 미성년자잖아. 걔는 생산조나 회복조 등 안전한 곳에서 임무를 줘야지. 누가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

김만철의 말에 한태석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걔 고집을 누가 꺾겠어요. 본인이 기어코 작전조에 가겠다고 하는데 누가 말리냐고요. 실제로 저도 허락하겠더라구요. 미나 걔가 아주 독해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뭐든 하겠더라구요.”

“그게 무슨 말이야?”

“보시면 알아요. 그것보다 아까 아람이 말은 무슨 소리예요? 정선희 씨 곁을 지켜주라는 뉘앙스로 말하던데.”

“…….”

“설마 좋아하는 사이?”

김만철이 대답 대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가요! 형! 왜요?”

“됐어. 인마! 남자새끼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아?”

“형! 형!”

거주지로 돌아온 두 사람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다.

얼마나 빨리 걸었는지 온몸이 다 젖을 정도였다.

김만철은 곧바로 정선희의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숙소 안에는 정선희 대신 윤수만이 혼자 남아 베개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저씨!”

“어. 윤수야. 오랜만이야. 많이 컸네.”

“응. 근데 아저씨, 아람이 누나한테 졌어?”

“누가 그런 말을 해?”

“사람들이 테레비로 봤대. 아저씨가 한 대도 못 때리고 그냥 졌다고.”

“아, 아니야. 그런 사실 없어. 아저씨는 최강이야. 그래서 윤수도 지키고, 윤수 엄마도 지키는 그런 최강.”

“킥킥, 나도 아저씨 믿어.”

윤수의 말에 웃음 짓던 김만철이 정선희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엄마는 어디 계셔?”

“밥하는 시간이야. 그래서 지금 주방 쪽으로 가면 있을 거야.”

“응. 그럼 아저씨 잠깐 윤수 엄마 보러 갈게.”

“어!”

김만철은 빠르게 빠져나와 정선희가 있는 곳을 향했다.

광장을 지나, 안쪽에 있는 공동주방에 도착한 것.

때마침 식사 준비가 끝난 주방에서 정선희는 기지개를 켜며 동생들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얘들아 고생했어.”

“네. 선희 언니도 고생하셨어요.”

“언니! 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일부터는 나오지 마세요.”

“어머! 괜찮아. 아직은 펄펄해.”

“네. 언니.”

그런데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김만철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김만철 오빠다.”

“저 오빠야?”

“응 맞아. 오늘 아람이한테 완전 박살났대.”

“그래서 온 거구나?”

“응. 그런 것 같아.”

김만철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정선희에게 다가갔다.

“선희 씨. 저 왔어요.”

“네. 고생했어요. 식사 안 했죠?”

“네. 아직은 안 했습니다.”

“일단 먼저 드세요. 오늘은 특별히 식빵 준비했으니까. 맛있을 거예요.”

거인들의 대형마트에서 공수해 온 식빵. 그것을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누는 게 오늘 생산조의 일.

한 사람 몫에 맞게 잘린 식빵을 입에 넣으며 김만철이 말했다.

“별일 없으셨죠?”

“만철 씨도 별일 없었죠?”

김만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이기고 돌아왔어야 하는데…….”

“괜찮아요. 아, 그것보다 윤수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잘 크고 있으니까.”

“네.”

어색함이 계속 되었다.

김만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정선희 또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김만철은 해야만 했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저 선희 씨.”

“네. 만철 씨.”

“아람이가 그러더군요. 선희 씨한테 잘하라구요.”

“…….”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가서요. 저는 목숨이 얼마 안 남았는데…….”

김만철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그게 사랑 고백이라면! 정선희가 시한부 인생인 자신과 결혼하기를 희망하는 거라면, 미안해서라도 그건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몰라요? 정말 몰라요?”

“아, 제가 시한부 인생이기도 하고, 지금 사는 게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선희 씨는 좋은 분 만나셨으면 해서요.”

“그럼 그날, 그건 무엇이었나요?”

“네?”

“3개월 전 건우 씨랑 취한 채로 저희 방 와서 술주정한 거 기억 안 나세요?”

그녀의 말에 김만철의 얼굴이 붉어졌다.

거인의 냉장고에서 술을 훔쳐 먹은 그날이었다.

한 잔씩만 먹자던 게 두 잔이 되고 네 잔이 되고 두 병이 되던 날.

김건우는 김만철에게 용기를 내라며 정선희의 방으로 함께 쳐들어갔던 적이 있었다.

“그날을 기억하지 못하면 제가 웬수죠. 그 실수는 인정합니다.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철 씨!”

정선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김만철이 영문을 몰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정선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정선희가 김만철의 품에 안겨온 탓에 당황한 김만철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선희 씨.”

“그날, 실수라고 전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남편을 죽인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실 줄 몰랐어요. 아~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정선희가 당황스런 얼굴로 김만철의 손을 잡았다.

“선희 씨. 일단 식사부터 하죠. 천천히 얘기해요.”

“아- 네.”

그런데 정선희가 앞에 놓은 식빵을 바라보자 구역질을 하기 시작한다.

김만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정선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희 씨, 몸이 안 좋아요?”

“그게 아니에요.”

“네?”

“저 임신했어요. 만철 씨.”

“아…….”

“당황하지 마시고요.”

“당황한 게 아닙니다. 축하드립니다.”

김만철의 반응에 정선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 아? 설마- 아니죠?”

“만철 씨, 정말 이럴 거예요?”

“네?”

“만철 씨와 제 아이예요. 3개월. 3개월 됐고요.”

그녀의 말에 김만철은 모든 것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정선희를 책임지라는 김아람.

아람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임신. 그리고 둘 간의 관계.

“선희 씨.”

그 둘은 그 복잡한 상황에 말 대신 포옹으로 서로의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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