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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105화 (105/200)

105화. 미나가 강한 이유

김건우는 자신이 왜 당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턱을 가격당한 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머리가 울려 정신이 없었다.

그를 야유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기하라는 아우성, 자존심이 상했다.

“기권할 리가 없잖아. 원래 여자한테는 지고 들어가는 거야. 봐준 거라고 알았어?”

김건우의 말에 강미나가 두 주먹을 쥐며 권투자세를 한 채 도발했다.

“그럼 덤벼요. 오빠가 먼저 덤벼 봐요.”

머리의 울림이 잦아들었다.

앞에 있는 강미나가 똑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여리여리한 몸,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이 보였다.

‘이길 수 있어. 우연일 거야. 우연이야. 우연일 수밖에 없어.’

김건우가 재빠르게 도약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그런데 강미나가 몸을 기울이며 김건우의 주먹을 간단하게 피해내더니 도약하는 힘을 역이용해 다리를 걸었다.

다리가 걸려 순간 중심을 잃은 김건우가 바닥에 꼬꾸라졌다.

“와, 건우 형 여자한테 진다!”

“대박, 쟤 아까 그건 우연이 아니었나 봐.”

김건우는 당황했다.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2번이나 공격이 들어온 탓에 방비할 시간이 없었던 탓이다.

미나는 김건우를 향해 말했다.

“마스터랑 달리 건우 오빠는 제가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 몇 번을 시도해도 오빤 날 이길 수 없어요.”

미나의 도발에 김건우가 화를 냈다.

“너 자꾸 나 무시할래?”

그런데 갑자기 흐르는 코피. 김건우는 자신의 얼굴에서 코피가 터진 것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미나가 공격해왔다.

정면으로 달려오는 미나, 정직하게 날아오는 주먹. 당연히 힘과 힘에서는 자신이 우위였다. 그런데 미나는 또 시야사각지역인 발밑에서 니킥을 꽂아넣었다.

주먹 공격일 줄만 알았던 김건우가 당황하며 팔꿈치로 무릎차기인 니킥을 막았다.

팡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뒤로 밀려나는 김건우.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얼굴에서는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강미나는 당황한 김건우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접근하며 설명했다.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오빠의 다음 공격이나 방어자세도 알 수 있다는 것이죠. 건우 오빠는 굉장히 정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에요. 하지만 그런 성격은 읽히기 쉬워요. 오빠의 방어자세와 공격자세만 알고 있다면 제 입장에서는 위험할 게 없죠. 솔직히 작전조 사람들 중에 절 이길 사람은 없었어요. 오빠가 가장 약한 게 아니라 오빠가 가장 센 사람이기 때문에 오빠를 고른 거예요. 난 약하지 않아요. 여자라는 이유로 작전조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은 철회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건우는 그제서야 미나의 강함,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미나는 머리가 좋았다.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천성을 가졌다.

물론 슈트를 입지 않았다면 저 정도 반응속도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승리일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미나는 거기까지 생각한 것 같았다. 처음부터 슈트를 입고 승부를 보자고 제안했었으니까.

김건우는 여기서 패배를 인정할 순 없었다.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 그래서 진심을 담아 자신의 전투능력을 발휘할 생각이었다.

그런 김건우의 생각을 읽은 미나가 도약하기 시작했다.

몸이 회전하는 힘을 이용한 돌려차기가 김건우의 사각지대에서 날아왔다.

김건우는 물질투과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투과시켜 미나의 공격을 무위로 되돌렸다.

강미나는 자신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곧바로 거리를 벌려 경계를 유지했다.

“왜? 놀랐어? 생각 읽었으니까 알았을 것 같은데?”

“놀라진 않았어요. 다만 오빠가 한 말은 어기셨네요.”

“뭐?”

“능력 썼잖아요. 물질투과 능력을 쓰신 거 아니에요?”

“너도 썼잖아. 마인드 리딩.”

“난 안 쓴다고는 안 했잖아요.”

“그게 중요해?”

둘의 말싸움을 보며 구경하던 사람들이 김건우에게 야유를 부렸다.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면 어떻게 하냐! 쪽팔린 줄 알아야지.”

“그냥 받아줘. 저 정도면 작전조에 충분하구만!”

“그래. 받아줘라. 나 같으면 기특해서라도 받아주겠다.”

김건우는 자신을 나무라는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

“조용히 관전이나 해요. 참견하려면 그냥 다들 나가시고요!”

“오우야! 무섭네. 무서워.”

“아~ 진짜!”

김건우는 진심이었다.

당한 것을 갚아서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접근했다.

김건우가 달려가며 미나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생각을 읽고 뒤로 도약하며 거리를 벌렸다.

김건우는 작전을 바꿔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미나는 고양이처럼 자세를 낮게 낮추더니, 다리를 걸고는 또 뒤로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강미나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김건우는 미나의 표정을 보며 씩 웃었다.

“역시 그런 거였네.”

“뭐가 그런 건데요?”

“내 파훼법이 맞았다는 거지. 네가 거리를 벌리는 것으로 난 깨달았어. 네가 네 약점을 스스로 알리게 된 거야.”

“건우 오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데요?”

“넌 내가 왜 이러는지 알고 있잖아. 넌 한 수밖에 대처하지 못해. 처음 충돌할 때 딱 한 수. 그 다음 난전이 벌어지면 행동이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에 대처하지 못하는 거야.”

“…….”

강미나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사실이었다. 처음 공격은 예측해서 피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시야사각에서 공격하여 상대방에게 유효한 타격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상대방이 마음먹고 들어와서 난전을 유도한다면 자신의 패배는 거의 확정적이었다.

근력, 체격, 전투의 경험 모든 것이 뒤쳐진다. 하지만 미나는 그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김건우가 난전을 벌이고자 공격을 허용하며 들어왔다.

방어자세로 접근,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한 후, 쉴 새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미나는 막기에도 급급해보였다.

팡팡! 팡팡!

슈트가 비명을 질러댔다. 미나는 막다가 안 되겠는지 김건우의 안면에 주먹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김건우는 자신의 안면을 내주고 미나의 안면을 타격했다.

둘의 끝없는 주먹다짐이 계속 되었다.

여자와 남자를 떠나서 서로의 근성을 주고받는 것이다.

숙연해지는 분위기.

미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느덧 사라지고, 얻어터지면서도 주먹을 날리는 미나를 향해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피멍이 들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근력이 약한 미나 쪽이 더 심하게 뭉개졌다.

“이 나쁜 새끼야. 그만해. 여자 얼굴이 뭐야!”

“김건우 조장님! 너무 심하신 것 같은데요?”

“그만! 그만해요! 그만!”

사람들의 목소리에 김건우가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미나의 얼굴에는 이미 찢어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슈트만 아니었다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을 입은 미나였지만 비틀거리면서도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

강미나가 비틀거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김건우에게 다가갔다.

김건우는 당황했다.

“뭐야. 야! 야! 말 좀 해 봐. 뭐야!”

하지만 미나는 말없이 김건우를 응시하며 다가오더니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다만 아까와는 달리 김건우에 닿지 않았다.

강미나는 이미 머리에 충격을 받아 쇼크 상태에 있었다.

시야는 이미 어두워진 상태.

한참이나 주먹을 휘두른 강미나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푹 쓰러지고, 사람들이 쓰러진 미나를 향해 몰려들었다.

미나는 기절하기 직전까지 의지를 불태웠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관중들 앞에서 보여주었다.

그런 미나의 행동에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김건우는 자리에 없는 사람과 같았다.

모두가 강미나가 잘못 되었을까봐 걱정스런 마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회복조! 회복조 불러요!”

“윤수! 박윤수 데려와요! 박윤수! 박윤수 데려와요!”

“어떻게 여자를 이렇게 때리냐. 무식한 놈 진짜!”

“그러게요. 아, 잘못되면 어떻게 해. 어떻게 해.”

* * *

다음 날.

강미나는 정선희의 방에서 깨어났다. 정선희는 물수건으로 미나의 머리를 닦아주다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상태를 물었다.

“어? 괜찮아?”

“네. 언니.”

“어휴, 생산조 가지.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해? 너도 참 어지간하다 진짜.”

“미안해요. 언니. 어떻게 됐어요? 누가 이겼어요?”

“뭘 누가 이겨. 당연히 김건우 조장이 이겼지. 됐어. 너 언니랑 같이 생산조나 해.”

“…….”

강미나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그걸 보며 옆에 있던 윤수도 울먹거렸다.

“누나 울지 마. 누나 울면 윤수도 슬퍼.”

“미안해. 윤수야. 누나 잠깐만 나가 있을게.”

강미나가 회복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없는 다리. 비틀거리는 몸.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정선희가 보다 못해 말했다.

“좀 더 쉬어. 내상을 완벽하게 치료하려면 한두 번 더 윤수한테 도움을 받아야 해.”

“언니, 잠깐만 다녀올게요.”

“어디를 가! 누워있으라니까.”

“언니, 미안해요.”

강미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떼며 작전조 사무실로 이동했다.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하자. 이대론 안 돼. 이렇게 해서는 오빠를 만날 수 없어.’

맨날 오빠의 도움만 받았다. 다른 사람의 도움만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만 했다.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행동해야만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나먼 과거가 생각났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 너무 힘들고 어려웠을 때, 오빠만이 옆에서 지켜주고 믿어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페이즈 1 때, 악어 크로커한테 잡혀 있을 때 자신을 홀로 구하러 온 게 생각났다.

페이즈 2에서 얼굴이 망가져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빛의 기둥까지 업고 올라간 것도 백현 오빠였다.

모든 페이즈가 끝나고 거인에게 잡혀왔을 때,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스스로 잡혀온 것도 백현 오빠였다.

이제까지 도움만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오빠를 도와줘야 할 차례였다. 언제까지 애들처럼, 여자라고 보살핌만 받는 것은 더 이상 사양이었다.

작전조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건우의 목소리였다.

“누구야?”

“강미나예요.”

“들어와.”

작전조 사무실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강미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굳은 얼굴로 미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강미나는 답답해했다.

‘왜 다들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야?’

아직 윤수로부터 치료 받지 못한 김건우는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채,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하러 왔어? 설마 작전조에 들어오겠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또 여자 얼굴에 손대기는 싫은데…….”

“건우 오빠, 나 포기 안 할 거예요. 작전조 꼭 들어가고 싶어요. 현장에서 뛰면서 내 친오빠 행방을 알고 싶어요.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더 승부해요. 네? 네?”

미나의 말에 김건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다시 승부할 생각은 없는데? 이긴 건 나잖아?”

“오빠! 건우 오빠!”

“그 오빠 소리 허락한 거 취소야. 오빠라고 부르지도 마.”

“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김건우 뒤쪽에 있는 작전조 사람들이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미나는 그들의 생각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강미나가 씩 웃으며 김건우에게 말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건우 조장님.”

“야! 너 또 내 생각 읽었냐?”

“읽을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뒤쪽에 계신 조원분들께서 표정 관리가 안 되어서 알아차렸을 뿐이에요.”

미나의 말에 다들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고.

뒤에서 지켜보던 조원이 속마음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이것 봐! 건우 형, 내가 속이지 말자고 말했잖아. 누구보다도 강미나 받고 싶어 했으면서, 거절하면 어쩌지? 안 오면 어쩌지? 이러면서 얼굴에 반창고 붙이자고! 그럼 미안해서라도 다시 승부하자고 안 할 거라고 막 이랬잖아. 근데 이게 뭐야? 다 들킨 거잖아.”

“크크, 아까 처 맞고 잠꼬대하면서 건우 형이 뭐라고 했는지 아냐? 《미나야! 안 돼. 너는 미성년자야. 오빠는 널 지켜줄 의무가 있어.》 이 지랄 했다니까. 완전 미쳤었어. 대박! 이거 특종감. 10년 우려먹을 자신 있다 진짜!”

그걸 들은 김건우가 발끈했다.

“야! 내가 언제 그랬어?”

“아까 얼굴 처 맞고 자면서 잠꼬대로 그랬다니까. 아오! 녹음만 됐어도 대박인데!”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부정하는 김건우의 얼굴이 금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김건우 팀장님, 앞으로 공과 사는 구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건우 팀장님은 제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미나의 재치어린 말에 조원들이 하하하 거리며 웃음으로 화답했고, 그날부로 미나는 작전조원의 홍일점이자 막내요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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