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96화 (96/200)

96화. 훈련

1일차 토너먼트 경기가 끝났다.

버키와 바키 형제가 김아람과 김만철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다행이네. 쉽게 이겼어.』

『그러게. 바키야. 고생했다.』

『고생은 뭘, 얘네들이 고생했지 뭐.』

바키의 손이 김아람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쓰담쓰담.

김아람은 바키의 통통한 손가락이 자신을 스치자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조심해! 걔는 만지는 거 싫어하더라. 알몸 보이는 것도 엄청 민감하다며!』

『어? 형 건 안 그래?』

『응. 옷 벗겨놓으니까 알아서 샤워하고 샴푸질 하고 하던데? 확실히 휴먼종은 머리가 좋아. 그건 확실해.』

『얘네들도 그놈처럼 말이나 통했으면 좋겠다. 그럼 재밌을 텐데.』

바키, 버키 형제들은 한태석만이 유일하게 자신과 대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일단 좋은 데나 데려가자. 오늘 하루 고생했잖아.』

『좋은데? 어디 갈 건데?』

『일단 가보면 알아.』

각각 버키와 바키의 가방 케이지 안에 있던 만철과 아람.

그들의 가방이 열리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황금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건물.

블링블링한 모빌이 달려 있어 어린이들은 물론 가족적인 취향에 딱 맞는 인테리어.

거기에 메이드복과 집사 옷을 입고 맞이하는 거인들까지.

“여기가 어디야? 아람아! 도대체 여긴 뭐하는 데냐?”

“그걸 나한테 왜 물어요?”

“왜 이렇게 까칠해?”

“그냥 귀찮아. 집에 가고 싶어. 쉬고 싶어. 이 거인들 진짜 말이 통해야지!”

김아람의 불평불만이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종속관계.

그들에게 복종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소생의 돌을 얻고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

『애동호텔이야?』

『응. 오늘 마침 50% 할인 프로모션 하더라구.』

애완동물호텔.

줄여서 애동호텔.

애동호텔은 애완동물의 A부터 Z까지 책임지는 럭셔리 컨셉의 호텔이었다.

그곳의 메이드 복을 입은 여성점원이 버키와 바키를 알아보고 유난을 떨었다.

『어머어머! 오늘 토너먼트 1차 통과하신 버키, 바키 형제분 맞으시죠?』

『네. 맞아요.』

『아~ 마침 잘됐네요. 이번 예선 참가자 모든 분들께 특별히 50% 할인 행사 들어가고 있거든요. 4시간 풀패키지에 500제니입니다. 두 분 다 하시겠어요?』

버키가 바키를 보았다. 동생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네. 그걸로 해주세요.』

『저 고객님? 펫 능력만 잠시 해제 부탁드려도 될까요? 위험할지도 몰라서요.』

『네. 그래야죠.』

검은 구체를 불러오는 메이드 여성.

그걸 조작하는 버키와 바키 형제.

곧이어 김만철의 신체강화 능력이 해제되었다.

그리고 김아람의 염력 능력이 해제되었다.

『옷은 잠시만요. 스캔 후에 제작해드릴게요.』

붉은 구체가 왔다.

붉은 구체는 민간용이다.

김만철과 김아람을 스캔하는 붉은 구체.

그리고 그들의 체형에 맞는 옷이 표기된다.

붉은 구체가 애완동물을 위한 전용 옷을 생산해냈다.

『일단 이걸로 갈아입히시고, 저쪽 해님반으로 오세요.』

『해님반이요?』

『네. 고객님 아이들처럼 작은 친구들이 가는 곳이 해님반이에요. 크기 10cm 미만 아이들만 저희가 따로 관리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버키와 바키가 김아람과 김만철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방금 지급받은 블링블링한 무늬의 옷으로 갈아입혔다.

아람이는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저항할 수 없었다.

『얘는 옷만 갈아입히면 항상 이러더라.』

『원래 동물들이 그렇지 뭐.』

『형 건 순하잖아.』

『근데 여기 만지면 안 순해.』

김만철이 갑자기 훅 들어오는 버키의 손에 당황했다.

엉덩이를 만지는 손가락이 적응되지 않은 것.

버키는 뭐가 그리 좋은지 김만철의 탄력 있는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얘는 여기 만질 때가 기분 제일 좋더라. 푹신푹신해.』

『형은 좋겠다. 나는 만지지도 못하게 해. 만지면 토라져서 우니까.』

『잘 길들여 봐. 그루밍 좀 하다 보면 친해지겠지.』

『그럴까?』

옷을 갈아입힌 다음 바로 간 곳은 미용실.

김만철은 당황했다.

“미용실?”

“아. 뭐야! 누가 이런 거 한대?”

김만철과 김아람이 당황한 듯 뒤돌아서서 항의했다.

“안 해! 안 한다고!”

“내 머리 누가 자른다고 했어? 응?”

그런데 미용실을 담당하는 거인은 활짝 웃으며 두 주인에게 말했다.

『애완동물이 다들 미용실 싫어하시는 건 아시죠? 그래도 일단 저질러보세요! 비포-애프터 사진 저쪽에 걸려있거든요? 원하시는 스타일 있으시면 골라보세요.』

버키와 바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당 거인에게 말했다.

『알아서 해주세요. 저희는 사우나 좀 다녀올까 하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가 고객님 만족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네!』

김아람은 당황스러웠다.

달콤한 설탕 하나를 건네며 꼬드기는 거인.

『이거 먹고 얌전히 있어. 얌전히 있어야 해.』

마치 애완견이 된 느낌이었다.

김아람의 긴 머리를 잡아들더니 조그마한 미용가위로 자르기 시작하는 거인.

그런데 김아람의 몸이 너무 작으니 실수를 연발한다.

『아, 너무 많이 잘랐나?』

『주인도 없는데 그냥 가스 쓰고 기계로 하자.』

『그럴까? 걸리면?』

『안 걸리게 해야지. 가스 조금만 써.』

『응. 그래야겠다.』

미용실 직원인 거인 하나가 김아람에게 수면가스를 먹였다.

김아람은 당황했다.

의식이 가라앉고 있었다.

안 돼! 머리가! 내 머리가!

잠시 후 정신이 들었다.

이곳 미용실은 참 특이하다.

거울이 없다.

그도 그럴 수밖에.

펫에게 자기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까.

펫은 의사 표현을 못하고 소통을 못하니까 거울이 필요 없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미용사의 재량에 의해 애완동물의 외모가 정해진다.

김아람은 의식을 되찾은 채, 아직 골골 자고 있는 김만철을 바라보았다.

김만철의 머리가 노란색이 되었다.

거기에 거인들이 김만철의 옷을 벗겨 모든 털을 밀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제모.

잠시 후 김만철이 일어났다.

“어?”

그리고 당황한 듯 자신의 몸을 체크했다.

완벽하게 밀린 깔끔한 몸.

털 하나 없는 벌거숭이가 된 자신의 모습이었다.

다행히 팬티는 입고 있었다.

팬티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다 밀었잖아!”

그걸 보며 김아람이 엄청 웃었다.

“아저씨, 왜요? 맘에 안 들어요?”

그런데 김만철이 김아람을 보며 핀잔을 늘어놓았다.

“네가 남말할 처지는 아닐 텐데?”

“네?”

“네 머리 색깔 봐. 네 머리 색깔이나 보고 말해.”

김아람이 손을 올렸다. 그런데 여전히 손이 묶여 있다.

그래서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그러자 머리가 흐트러지며 자신의 앞머리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김아람은 당황했다.

“분홍색? 아저씨! 나 머리 분홍색으로 염색된 거예요?”

“응. 전부 다 분홍색.”

“아!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내 스타일 아니야! 아니라고!”

그런데 사우나에서 돌아온 두 거인은 펫의 변화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바키가 먼저 김아람을 살펴보았다.

『예쁘게 잘 됐네요. 컬러가 확실하네요.』

『다행입니다.』

점원의 대답에 버키도 김만철의 몸을 주물럭거리며 들여다본다.

『괜찮네요. 털이 굉장히 보기 싫었는데, 밀어놓으니 좋네요. 매끈하니까 얘도 좋아하잖아요.』

『아~ 다행이에요. 다음 코스로 가실까요?』

다음 코스는 스트레칭 코너다.

애완동물 각 종에 맞게 유연성을 길러주는 코너.

거인들이 김만철과 김아람을 강제로 붙잡고 다리를 찢는 동작을 시도한다.

김아람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악! 가랑이 찢어져. 가랑이 찢어진다고!”

그걸 보며 바키가 걱정했다.

『괜찮은 건가요?』

『네. 괜찮아요. 첫날은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지면서 고통스러울 수 있는데요. 이게 나아지면 유연성이 굉장히 좋아지면서,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요.』

김아람은 화가 났다.

하지만 자신의 운동 부족을 누구한테 탓하리.

강제로 다리를 찢고, 허리를 앞쪽으로 굽혀서 유연한 몸을 만들어주는 동작.

‘그래. 이건 그나마 내가 나을 거야. 아저씨 안됐네. 엄청 아플 텐데…….’

그런데 의외로 김만철은 잘했다.

아주 잘한다.

당연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계속 해 왔으니까.

『버키 형, 형 펫은 굉장히 잘하는데? 동작도 유연하고.』

『그러네. 의외다. 역시 내 통통이. 나랑 잘 맞아.』

김만철은 유연성이 뛰어났다.

그래서 버키가 김만철을 엄청 챙겼다.

고객이 좋아하자, 거인들은 신이 나서 다음 동작을 알려주었다.

직접 손으로 만져주며 김만철의 자세 하나하나를 다듬어주는 거인들.

『와! 대단해요. 마운틴 자세, 다운 독 자세, 삼각 자세까지. 다 소화하는데요?』

『그러네요. 이게 어려운 동작인가요?』

『그렇죠. 휴먼종 같은 경우는 유연성을 기르려면 운동을 많이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버키 고객님의 펫은 이미 뭐, 완성되어 있다고 보이네요.』

그러자 바키가 되물었다.

『제 펫은 어느 정도일까요?』

『음…….』

『솔직하게!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뭐, 평생 운동하고는 담을 쌓았다고 봐야죠. 기초체력이 많이 부족하고, 많이 운동해야 해요. 고객님!』

『그런가요? 운동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던데…….』

『형제분이 같이 사신다고 하셨죠?』

『네.』

『그럼 저희가 솔루션 하나를 해 드릴게요. 아마 암컷, 수컷이니까 잘 될 거예요.』

애동호텔이 끝나고 김아람은 골아떨어졌다.

안 그래도 피곤했던 몸인데, 억지로 스트레칭까지 시키니 체력이 고갈된 탓이었다.

반면 김만철은 멀쩡했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별반 무리는 없었다.

김만철은 케이지 안에 있는 금속에 자신의 외모를 비추어보았다.

노란 스포츠머리.

아무리 봐도 스트리트 파이터의 가일이나 철권의 폴하고 같은 모양이다.

‘괜찮네. 잘 어울려.’

김만철이 씩 웃었다.

집에 돌아가자 거인들이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케이지 밖에 준비된 음식.

딸기잼을 섞은 콩가루. 그리고 얼음물.

인절미 팥빙수와 맛이 비슷해 김만철과 김아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배고팠는데, 저 정도면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때, 동생 바키가 말했다.

『형! 나는 내일 우리랑 붙을 펫들 자료들 좀 다운 받을게. 오늘 생방송이어서 전투 자료 올라와있을 것 같아.』

『오케이, 그럼 나는 아까 받았던 솔루션 시키고 있을게.』

『어? 내 펫 조심해서 다뤄. 많이 싫어할 텐데.』

『괜찮아. 먹을 것 앞에 두고 시키면 할 수밖에 없어.』

버키는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에 오늘 받은 솔루션을 띄웠다.

커플 요가 자세.

난이도는 3.

하트멜트 자세다.

그걸 보며 김아람이 기겁했다.

“아! 진짜!”

그런데 김만철은 귀찮은 듯 중얼거렸다.

“밥은 먹자.”

“뭐라고요?”

“나라고 너 좋아서 하겠니? 배고파서 하는 거야.”

“됐어요! 됐어! 한 번만이에요. 한 번만!”

“나한테 말할 게 아닌 것 같은데?”

김아람은 퉁명스럽게 굴면서도 버키가 보여주는 자세를 김만철과 함께 그대로 따라했다.

그러자 버키가 씩 웃으며 바키에게 말했다.

『얘네 잘 알아듣네. 그림만 봐도 잘 따라하는구만! 다음 동작도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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