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85화 (85/200)

85화. 훈련장

버키와 바키는 구멍이 숭숭 뚫린 식료품 저장용기에 김아람과 김만철을 집어넣었다.

『훈련장 어디로 갈까? 1-5 구역으로 갈까?』

버키의 질문에 동생 바키가 말했다.

『거긴 비싸잖아. 1시간에 500제니 정도 할걸? 차라리 외곽으로 가자. 3-6 구역이 괜찮을 것 같아.』

『그래. 그게 낫겠다.』

아르케 3-6구역.

이곳은 촌동네.

첨단도시구역인 1-1~1-8구역과 다르게 3으로 시작하는 구역은 농촌, 산골이 대부분인 낙후된 지역이다.

보통은 거인들이 소풍, 여가 목적으로 방문하거나 퇴직 후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오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오늘 두 형제의 방문 목적은 달랐다.

애완동물 훈련장.

값싸고 넓고 시설 좋은 훈련장이 펼쳐져 있다.

물론 부자동네에는 실내에 훈련장이 있었지만, 여기는 야외, 그것도 허허벌판에 만들어져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훈련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다행히 오늘 날씨는 좋았다.

더구나 이곳의 최대 장점은 훈련장이 넓다는 것.

대도시에서는 10명이 같이 쓸 구역을 여기서는 혼자 쓸 수 있었다.

지인들끼리 또는 혼자 방문하여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

오늘 또한 그랬다.

직원이 물었다.

『몇 시간 이용하세요? 최소 3시간부터 가능한데요.』

『4시간에 얼마죠?』

『두 분이 같이 쓰시는 거죠? C 훈련장 크기 기준으로 4시간에 800제니요.』

『시간당 200제니밖에 안 돼. 진짜 싸다. C로 할게요. 형 괜찮지?』

동생의 질문에 버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장 C.

이곳에는 다양한 개인훈련장애물이 있고, 넓은 벌판이 주어진다.

거기에 원반, 테니스공 등을 무료로 대여해주기 때문에 애완동물의 기초체력향상 훈련에 도움을 준다.

김만철과 김아람이 당황한 듯 말했다.

“아저씨! 설마 거인들이 우리 똥개 훈련시키려고 하는 거 아니죠? 맞죠?”

“맞는 것 같은데?”

“이런 얘기 없었잖아. 내가 왜 이런 훈련을 해야 하는데?”

김아람의 불만.

자신은 그저 강해졌으면 했다.

거인들이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주고, 그 능력으로 적들을 물리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훈련이라니!

훈련소장이 버키와 바키 형제에게 말했다.

『애완동물 꺼내시면서 이것 좀 착용시켜주세요.』

『이게 뭐죠?』

『전자형 목줄입니다. 여기 리모컨 하나씩 드릴 텐데요. 리모콘과 목줄은 서로 센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착용한 애완동물에게 전기적 자극이 가게 됩니다.』

『오~ 진짜 좋네요.』

『네. 필수죠. 오늘 사용해보시고, 마음에 들면 말씀하세요. 50% 할인행사 들어가고 있거든요.』

훈련소장의 말에 버키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따! 소장님, 장사 좀 하시네요!』

『네. 사실 이게 메인이죠. 그럼 기초훈련 시작하기 전에 목줄부터 채워볼까요?』

팔찌 같았다.

딸깍, 딸깍.

줄이나 끈이 없다지만 족쇄나 다름없는 목줄.

목줄이 채워지자, 목줄의 LED센서에 녹색 등이 떠올랐다.

『설정 거리는 20m 내외로 해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네!』

훈련소장의 말에 바키, 버키 형제가 리모콘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김아람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그걸 보며 버키가 당황했다.

『왜 그러지?』

『아, 전기 자극 강도 조절 버튼을 누르셨나 봐요. 조절버튼을 통해 애완동물이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 지금 3으로 조정하셨네요. 이 정도면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었는데 펫이 자극에 굉장히 민감한가 봐요.』

『그래요?』

『네. 보통 5에서 7 정도가 적당하거든요. 그래야 어느 정도 제지도 되는데……. 음, 버키 씨는 펫의 기초체력을 많이 올릴 필요가 있어 보여요. 이 정도 강도가지고 엄살 부리면 경기 나가는 데 제한이 많겠죠?』

버키는 훈련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강도를 5까지 단번에 올려버렸다.

김아람이 아까보다 더 큰 통증에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악! 아파! 아파! 아프다고!”

그러자 훈련소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일단은 3으로 시작하고, 말을 안 들을 때마다 강도를 더 높이는 게 좋겠어요.』

『네.』

한편 바키의 펫인 김만철은 제법 잘 버텼다.

“읍……. 아, 씁.”

그걸 보며 훈련소장이 물었다.

『강도 너무 낮은 것 같은데요?』

『네? 지금 7인데요?』

『네?! 7이라고요? 오! 펫이 정신력이 높나 봐요. 잘 버티네요.』

『오, 생각 외네. 3성짜리 주제에.』

첫 훈련은 경사 오르기였다.

『먼저 주인님들께서 앞에 있는 30도 경사 장애물을 올라가세요. 펫들은 주인님들과 멀리 떨어질수록 고통을 심하게 느끼게 되니까 알아서 따라올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시작은 동생부터였다.

바키가 경사장애물을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뚱뚱한 체형.

뒤뚱뒤뚱.

장애물을 오르는 게 불안해보인다.

김만철은 단번에 이해했다.

자신의 주인을 따라 경사장애물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

다행히 주인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속도로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폴짝, 폴짝.

워밍업이라고 생각하고 제자리 뛰기를 한 김만철이 바키를 따라 경사를 오른다.

멀리서 지켜본 훈련소장이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

『와우! 기초 훈련이 잘 되어 있네요. 속도도 적당한 것 같고 체력도 상당히 좋아 보여요.』

『오오오오오!』

『오히려 주인분께서 조금 더 분발하셔야겠는데요?』

소장의 말에 바키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 네. 살 좀 빼야죠.』

『네. 다음은 형님 차례.』

훈련소장이 버키를 불렀다.

버키는 의욕에 불탔다.

뜀박질을 하며 경사를 오르는 버키.

근육질, 운동으로 다져진 그의 체력 덕분일까?

그는 간단하게 30도 경사를 극복했다.

그런데 김아람이 문제였다.

한눈에 봐도 느려 터졌다.

경사도 장애물에서 자꾸 뒤쳐진다.

숨을 헐떡인다.

훈련소장이 김아람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영 엉망이네요.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볼까요?』

버키는 화를 냈다.

자신의 다리를 들어올려 김아람의 바로 옆을 짓밟았다.

쾅!

김아람이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제대로 안 할래?』

버키의 행동에 바키가 웃음을 터트렸다.

『운동 열심히 하면 뭐하냐고! 자기 펫이 느려터졌는데!』

『야! 바키! 장난하냐?』

『오구구, 형, 화났어?』

빠직!

괜한 승부욕.

바키는 방긋 웃으며 김만철에게 아이스크림 초콜릿을 꺼내주었다.

김만철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람아, 지금 나 먹으라는 거지?”

그러나 김아람은 김만철에게 호의적이지 못했다.

지금 자신이 혼나는 건 김만철이 너무 잘해서였기 때문이었다.

“아저씨는 그걸 나한테 왜 물어?! 어?!”

다음은 원반이었다.

훈련소장이 자신의 펫을 데려왔다.

귀염귀염.

인간들이 자주 키우던 반려견 푸들.

『푸들! 물어와!』

원반을 던지며 훈련소장이 외치자, 그 녀석이 전속력으로 뛰어가며 원반이 떨어지기 직전에 낚아채 다시 돌아온다.

『여러분! 이렇게 성공하면 먹이를 꼭 줘야 해요. 아까 동생 바키 씨가 아이스크림 준 건 정말 잘한 행동이에요. 못하면 벌을 주고, 잘하면 상을 주면 돼요. 애완동물이 다 똑같아요. 먹이 앞에서는 환장을 하죠. 그럼 지금부터 원반 훈련을 시작해볼까요?』

바키가 먼저 나섰다.

김만철의 시선 앞으로 원반을 보여 준 후, 정면을 향해 힘껏 던졌다.

김만철은 황당했지만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뛰어가며 가속도가 붙는 그의 신체.

엄청난 속도로 따라붙어 원반이 떨어지기 전에 점프.

공중에서 원반을 받아내는데 성공한다.

김만철이 원반을 가지고 돌아오자, 바키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양이었지만, 김만철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맛있게 먹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게 얼마 만에 먹는 아이스크림이야?’

실제로 맛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말도 안 통하고, 자기가 요구해봤자 들어주지도 않을 거기 때문에 지금은 시키는 대로 할 생각이었다.

다음은 버키의 차례였다.

버키는 김아람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거 못하면 너 죽는다? 알지?』

버키의 말에 훈련소장이 씩 웃었다.

『그렇다고 협박까지 하실 필요는 없죠.』

『제가 승부욕이 강해서요. 동생한테 게임 말고 진 적이 없는데, 오늘 자존심이 좀 상하네요.』

『이미 결과는 예상되지만, 그래도 한번 훈련시켜 보죠.』

『네.』

버키가 원반을 던졌다.

김아람이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확실히 느렸다.

하지만 김아람에게는 염력이 있었다.

공중에서 원반을 멈추게 한 그녀가 신음을 내며 원반을 자신 쪽으로 끌어온다.

버키가 김아람을 보며 처음으로 칭찬의 목소리를 건넸다.

『오! 오오오오!』

그리고 그녀에게 딸기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버키.

김아람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김만철에게 말했다.

“봤지? 아저씨는 나한테 안 돼! 안 된다니까?”

단숨에 역전.

그리고 훈련소장의 칭찬.

『아, 유틸성이 뛰어나네요. 대단해요.』

『그런가요? 제 펫으로 쓸 만하겠죠?』

『네. 포인트 투자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전에 기초체력 다시 한 번 봅시다. 능력 봉인해주시고 다시 한 번 해보세요.』

『아, 네.』

버키가 김아람의 능력을 주변에 있던 검은 구체를 통해 봉인시켰다.

『염력 해제.』

그리고 다시 던지는 원반.

김아람은 당황했다.

“아! 뭐야! 갑자기 능력을 왜 봉인시키는데?”

그걸 본 김만철이 이번에는 김아람을 나무랐다.

“일단 빨리 뛰지? 그러다 전기 맞는다.”

“내 파트너는 그렇게 매정하지 않을 거거든?”

하지만 그 말이 무섭게 목에서 전기가 가해진다.

찌릿찌릿.

김아람이 당황했다.

눈을 부릅뜬 김아람을 보며 버키가 말했다.

『와! 성깔 있네. 빨리 안 뛰어? 빨리 안 뛰냐고!』

강도를 높이는 버키.

그러자 김아람이 고통에 눈물을 흘린다.

계약의 부작용.

펫은 주인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

왜? 능력을 봉인할 수 있으니까.

능력을 봉인당한 펫은 그저 그런 평범한 생명체일 수밖에 없으니까.

버키는 단단히 화가 났다.

체력 부족, 의지박약, 거기에 성깔까지.

뭐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훈련시켰다.

직접 발로 뛰도록, 안 뛸 수 없도록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훈련소장은 버키를 보며.

『처음부터 그렇게 하실 필요까진 없으실 텐데…….』

라며 만류했지만, 동생 바키는 호탕하게 웃었다.

『형이 승부욕이 좀 강해요. 지는 걸 싫어하죠. 아마 한 달 내내 훈련시킬걸요? 어차피 운동도 좋아하니까.』

『뭐, 주인님이 그러겠다면 제가 말릴 수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한데…….』

버키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김아람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훈련 강도를 낮추지 않았다.

이런 류의 고강도 훈련을 받은 것이 처음이었기에, 김아람은 처음으로 의지가 꺾였다.

최강이라고 생각했는데…….

염력 능력만 있으면 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엑스트라 페이즈에서 자신의 죽음.

채찍에 의해 죽었던 그 당시의 기억이 소스라치게 떠올랐다.

‘내가 약하다고?!’

버키가 김아람 앞에서 뛰고 있다.

거리가 멀어지면 목줄에 통증이 온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이어진다.

그래서 죽을 각오로 따라붙어야 한다.

김아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가 여기서 포기할 것 같아? 포기할 것 같냐고!’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녀가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 스스로도 놀랄 일이 생겼다.

‘빨라졌어. 뛰는 속도가 빨라졌어.’

처음과 달리 자신의 속도에 맞춰 따라오는 김아람을 보며 버키가 말했다.

『요것 봐라? 하면 되잖아! 어디서 농땡이를 치고! 어?』

버키는 속도를 더 올렸다.

가벼운 발걸음에서 이제는 경보 수준이다.

그러자 김아람이 당황했다.

땀이 주륵주륵.

처음으로 슈트를 적신다.

생각해보니 슈트를 입고 뛰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숨을 헐떡이는 김아람.

그런데 왠지 모르게 몸은 가벼워진다.

‘뭐지? 내 움직임이 왜?’

김아람이 처음으로 슈트의 비밀을 깨닫는 시점이었다.

‘땀? 땀이야? 땀을 흡수하면 몸이 가벼워지는 거야?’

그러고 보니 김만철이 훈련 시작 전 제자리 뛰기를 한 것을 보았다.

‘그걸로 이겼던 거였어?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스피드를 낸 거였냐고?’

김아람이 방긋 웃었다.

비밀은 간단했다.

슈트의 활용법.

그것만 알았더라도 자신이 허무하게 지지는 않았을 텐데.

버키가 테스트를 통과한 김아람에게 딸기아이스크림을 건넸다.

『거 봐! 하면 되잖아.』

김아람은 자신의 크기에 맞게 제작된 조그마한 딸기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김만철을 노려보았다.

훈련은 계속 되었다.

쉬고 훈련하고, 쉬고 훈련하고.

4시간을 반복하고 끝.

다시 식품용기에 넣어진 채, 가방 속에 들어간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아저씨, 나 아저씨 비밀 다 알았어. 땀이죠? 땀이 슈트의 능력을 끌어내는 원동력인 거죠?”

김만철은 대답 없이 씩 웃었다.

“그래. 그렇다면? 이제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오늘은 봐줄게요. 다음에 붙으면 용서 없어요!”

“그러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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