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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84화 (84/200)

84화. 광폭의 소녀

홍성환이 김건우의 말에 다급하게 구조대를 요청했다.

성환의 동생 성운은 형의 요청을 받고 거주지에 전달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동료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에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가장 필요한 사람은 윤수.

그건 녀석만이 치료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구조대라고 해봐야 윤수를 데리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게 최선이었다.

골든타임.

다행히 윤수는 늦지 않게 현장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목숨을 건졌다.

사람들은 말했다.

윤수가 없었다면 김건우와 김아람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만큼 위급한 상태였다고.

현장에는 정선희도 나와 있었다.

본래 생산조인 그녀가 직접 나온 이유는 윤수 때문에.

그리고 아람이가 위기에 빠졌다니까.

김아람은 울먹이며 정선희의 품에 안겼다.

“왜 그랬어? 왜 거길 간 거야? 아무것도 없는 곳에 왜 갔어? 죽으러 간 거야?”

“언니…….”

“네 소식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미안해요. 언니.”

“미안할 행동을 하지 마. 너 때문에 윤수 기절한 거 안 보여? 너 살리려고 오늘만 세 번이나 능력을 썼어. 네 욕심 때문에 내 아들이 무슨 죄니? 응?”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집에 돌아온 김아람은 마스터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 거주지는 반대편이라는 정보조 요원들의 말에 배신감까지 들었다.

그래서 정선희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믿질 않는 눈치다.

“정말 마스터가 그랬어? 장명훈 씨가 그렇게 말했다고?”

“네. 정말이라니까요. 그쪽으로 가면 일본 거주지가 있다면서, 날 죽이려고 보낸 거라니까요.”

“나 못 믿겠어. 그 사람 좋은 사람이야. 아람아, 진짜 미안한데, 넌 이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언니! 진짜 나 속았어요. 속았다고요.”

“진짜 그만해! 그만! 그만!”

정선희는 속상한 감정을 그대로 토해냈다.

평상시라면 위로하고 넘어갔을 텐데, 아들이 힘들어하니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김아람은 외로웠다.

이럴 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작아진 이후 백현이는 자신의 말을 항상 진지하게 받아주었다.

어떤 투정을 부려도 절대 뭐라고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니 자신의 말을 귀담아들어줄 사람이 한 명 더 생각났다.

최형우 아저씨였다.

똑똑.

남자 숙소에 가서 노크를 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방에 없었다.

“아, 형우 아저씨 지금 일본 거주지 가셨는데요?”

“네?”

“진기 씨랑 또 다른 분이랑 같이 며칠 전에 이동하셨어요. 당분간 안 오실 거고요.”

“그래요?”

“네. 다른 용무는 없으시죠?”

“네.”

문을 닫는 사람.

유대감이 없는 남자의 행동에 김아람은 또 다시 상처받고 말았다.

누구하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누가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 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그런데 불청객이 그녀를 찾아왔다.

마스터 장명훈이었다.

“무슨 낯짝으로…….”

“일단 내 방으로 오지.”

몇 번이고 들어왔던 마스터의 방.

이 음침한 분위기가 싫었다.

이제는 그가 말하는 하나하나가 전부 싫었다.

그런데 그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내가 싫지?”

“왜 날 거기로 보내려고 했어요? 죽이고 싶었나요?”

김아람의 말에 장명훈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뭐, 부정하진 않을게.”

“진짜, 이중적이야. 당신 진짜 나쁜 사람이라고!”

김아람은 장명훈의 이중적인 면모를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비판을 개의치 않았다.

“알아. 자고로 리더란 그런 면이 있어야 하지. 넌 처음부터 위험분자였어. 네가 여기 머무는 것보다는 사라져주는 게 모두에게 좋았지. 너도 그건 느끼고 있을 테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요?”

두 사람의 감정이 충돌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장명훈은 더 이상 선을 넘진 않았다.

자극해봐야 좋을 것이 없기에.

“네가 나한테 찾아올 당시에만 해도 난 네가 여길 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기왕이면 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이건 솔직한 내 심정이야.”

“어떻게 면전에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죠? 당신! 진짜 사람이에요?”

“그래. 비난해. 부정해. 이해할게. 지금 또 다른 제안을 하려는 거니까.”

“뭐라고요?”

“상황이 바뀌었어. 거인 참가자가 둘이 됐지. 김만철을 고용한 거인의 형이 한 명을 더 고용하겠대. 그 대상은 당연히 우리 거주지에서 현재 가장 강한 네가 적합하겠지.”

황당했다.

지금 와서 기회를 준다고?

나를 이렇게 만들고?

김아람은 분노의 감정을 쏟아냈다.

장명훈 주변의 물건들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그런데 의외였다.

마스터가 겁먹질 않는다.

아크로바틱한 움직임.

전직 체조선수답게 공중제비를 하며 김아람의 염력을 간단히 피해내고 접근한다.

김아람은 놀랐다.

김만철보다 빠른 속도라니!

어느새 장명훈의 손이 김아람의 목덜미를 잡고 있다.

- 켁켁.

김아람의 목덜미를 잡은 손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김아람은 발버둥치며 말했다.

“놔! 놔줘! 놓아줘요.”

장명훈이 그런 김아람을 비웃었다.

“아람아, 정신 차려. 내가 너보다 약할 줄 알았어? 내가 왜 마스터겠어? 여기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세니까 마스터잖아. 나이 많다고 마스터 맡았겠어?”

순순히 놓아주는 장명훈.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거인의 모습을 구현한다.

“거인의 이름은 버키, 성격 냉철, 보유 포인트 8000포인트 이상.”

근육질 거인을 김아람에게 보여주며 간단한 정보를 알려주는 장명훈.

“네가 버키와 팀을 이뤘을 때 우승 확률 3.37%. 즉 145일 후 네가 살아남을 확률 3.37%야. 할래? 아니면 말래?”

김아람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장명훈의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3년 전, 지역 예선 우승자로서 한마디 할게. 김아람! 넌 내가 참가하면 가장 먼저 죽였을 거야. 그러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한테 기회가 간 것. 그것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널 죽여 버렸을 테니까.”

김아람이 주저앉았다.

자신과 너무나 큰 격차.

따라잡을 수 없는 강력한 힘을 소유한 장명훈의 위압감에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그때, 마스터의 방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자신을 구해준 그 사람.

김건우였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김건우는 김아람을 살짝 흘겨본 후, 마스터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응. 몸은 괜찮나?”

“네. 윤수한테 치료받으니까 평소보다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 그게 내가 윤수한테 하나뿐인 소생의 돌을 쓴 이유지.”

장명훈은 김아람이 들으라는 듯 비밀로 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소생의 돌이 있었다고? 그걸 내가 아니라 윤수한테 썼다고?’

김아람은 억울해했다.

모든 게 부정적으로 생각되기 시작했다.

정선희가 자신을 매몰차게 대하는 것도, 김만철이 마스터의 말에 필사적으로 응하고 복종하는 것도.

그리고 자신의 가치가 없어지자 버려지는 것까지.

그게 다 이용가치가 없었기 때문에.

“데리고 밖으로 나가. 다시는 우리 구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철저하게 교육시키고!”

“지금 말씀이십니까?”

“응. 더 이상 김아람은 우리 거주자가 아니야. 버키하고 계약해서 스스로 살길을 찾든가, 아니면 지 혼자 힘으로 일본 거주지를 찾아가든가, 그건 네가 물어봐서 네가 처리해. 난 여기서 빠질 테니까.”

“알겠습니다. 아람 씨, 나가시죠.”

울고 있는 김아람을 김건우가 억지로 일으켰다.

김아람이 독설을 내뿜었다.

“진짜 당신 나쁜 사람이야. 언젠가 천벌을 받을 거야.”

“그래. 받겠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너한테 질 나도 아니고. 나가! 나가라고!”

쫒겨난 김아람,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김건우.

“내가 밉죠?”

김아람의 말에 김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마스터의 입장도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네요. 아람 씨는 너무 자신만 생각하니까요.”

“크큭, 진짜 다들 내 편이 하나도 없어.”

“네. 여기에 아람 씨 편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거인 바키랑 계약을 하실 건가요? 아니면 일본 거주지로 혼자 이동하실 건가요?”

“내가 물러설 것 같아요?”

“네?”

“3.37%라고 마스터가 말했죠? 나 그거 100% 만들 거야.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마요. 김만철 아저씨 죽었다고 욕하지 말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한태석 씨 불러오도록 하죠. 지금 바로 나갈 준비 하세요.”

김건우가 한태석을 불러왔다.

늦은 밤.

한태석이 김아람을 데리고 거인의 집으로 향했다.

김아람은 의지를 불태웠다.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우승해서, 힘을 길러서 오늘의 치욕을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결심했다.

* * *

다음 날.

버키가 한태석에게 말했다.

『네가 말한 녀석이 이 녀석이야? 모습이 너랑 좀 다르네. 굴곡도 있고?』

『네. 저랑 종은 같은데, 암컷입니다. 저는 수컷이고요.』

『아~ 그런 차이가 있구나. 털도 확실히 좀 길고.』

『아, 털이 아니라 머리카락입니다.』

『아~ 복잡한 설명은 됐고, 지금 바로 등록할게.』

『네.』

한태석이 김아람에게 말했다.

“아람 씨, 저기 검은 구체를 바라보세요.”

“네.”

검은 구체가 김아람을 스캔하자, 구체 위에 글자가 떴다.

버키는 별 고민 없이 김아람을 자신의 펫으로 등록했다.

구체에 뜬 글씨.

김아람의 정보를 보며 버키가 신이 난 듯 말했다.

『와우! 진짜 암컷이네. 번식도 가능할 것 같은데?』

『어? 내 건 수컷인데, 번식 시킬까?』

『됐어. 얘도 얼마 못 산다. 144일 남았대.』

『형! 얘 대박, 배운 건 별로 없는데 4성인데?』

『뭐? 4성이라고?』

『응. 고유권능도 있는데?』

검은 구체를 통해 김아람의 정보를 다시 확인한 버키가 미소를 지었다.

김아람의 고유권능.

○ 폭주

분노를 할수록 강해진다. 단, 감정조절이 어려워 사회생활이 힘들 수 있다.

『폭주다. 폭주! 이 정도면 버서커 아니야?』

『형, 직업이 버서커인진 모르겠네. 애완동물 정보 보면 직업 보일걸?』

『잠깐 찾아볼게.』

버키는 김아람의 직업을 확인한 후,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뭔데? 직업이 뭔데?』

『광폭의 소녀』

『광폭의 소녀?』

『응. 읽어볼게.』

검은 구체를 통해 왜 이런 직업을 받게 되었는지 정보를 열람했다.

《평범한 한국인인 줄 알았던 소녀는 5살 때 자신이 혼혈인 것을 알게 된 후 분노조절 장애가 생겼으며, 그로 인해 고유권능인 폭주를 얻게 되었다. 평상시에는 상냥하고 교양 있는 소녀의 모습이지만, 위기에 몰리면 자제력을 잃는 그녀의 모습은 광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직업의 기원에 대해 알아보고 실실 쪼개는 버키와 바키.

『그래도 나름 4성 출신이라 쓸만한 것 같은데? 능력도 염력이고.』

『그렇지? 포인트 조금은 투자해 봐도 되겠지?』

『일단은 공짜니까 간을 좀 보자고! 이따가 밥 먹이고 체력훈련 좀 시키자. 대회 출전하려면 일단은 기초체력부터 올려야하니까.』

『그래. 그러자.』

버키와 바키는 자신들의 새로운 펫을 보며 꿈을 키웠다.

높은 지능을 가진 애완동물.

비록 전투력은 떨어지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 형제.

『합성종이 아닌 게 좀 아쉽긴 하다.』

『합성종은 비싸. 우리가 평생 벌어도 살까 말까잖아.』

『그건 그래. 공짜인데 뭘 더 바라겠냐? 맞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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