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69화 (69/200)

69화. 검문

스쿨버스에 오르는 학생들.

집에 가는 길이다.

그 중에서도 오늘 인기 많은 아이가 있다.

브래드다.

녀석은 친구들로부터 둘러싸여 있었다.

『나, 한 번만 만져봐도 돼?』

『이름이 뭐야?』

『귀엽다. 귀여워.』

그래서일까?

브래드의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와! 대박 신기해.』

『얘가 황소개구리를 이겼어? 대박, 어떻게 이겼지?』

『졸라 비싸게 팔리겠다. 나한테 팔아라.』

『됐거든?』

운전기사는 아이들이 자리에 앉지 않고 소란스럽자 크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너희들! 조용히 안 하면 내 고슴도치랑 한판 붙는다. 어?』

운전기사 아저씨가 유리병을 흔들며 자신의 애완동물을 꺼내들었다.

아저씨의 유리병 안 동물은 진짜 고슴도치.

스쿨버스 학생들과의 배틀에서 10전 5승 5무.

무패의 기록을 가진 엄청난 애완동물이다.

고슴도치의 등장에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지금 아이들이 가진 애완동물 중에 고슴도치를 이길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버스 기사 아저씨의 가장 센 애완동물은 고슴도치가 아니었다.

기사 아저씨는 몽구스라는 녀석과 번갈아가며 가져온다.

예전에 몽구스가 싸운 적이 있었다.

기사 아저씨랑 한 아이의 학부모와의 싸움이었다.

그때 학부모와 아저씨는 정식으로 한판 붙자며, 자신의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학부모가 꺼낸 것은 방울뱀.

모두가 방울뱀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몽구스의 압승이었다.

방울뱀이 쉬리쉬리 소리를 내며 견제하고, 접근하면 대가리를 밀어넣어 재빠르게 독니로 물어대는데, 몽구스는 낄낄 거리며 모든 공격을 피했다.

여러 번 공격을 피하니 방울뱀이 대가리를 위로 쳐들었다.

씩씩거리며 몽구스를 노려보길 계속하는 방울뱀.

하지만 잠시 긴장감이 풀어졌을 때, 몽구스가 재빠른 동작으로 녀석의 뒤로 돌아갔다.

콰악!

목덜미를 단숨에 물어 제압해버리는 몽구스의 클라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몽구스는 방울뱀의 독에도 저항할 수 있다고.

그래서 단숨에 올라간 아저씨의 서열.

요즘에는 몽구스 때문에 애들이 겁내한다며 귀염귀염한 고슴도치를 주로 가지고 다니지만, 아저씨가 가진 동물 중 가장 센 동물이 몽구스라는 것을 안 뒤, 아저씨한테 함부로 하는 아이들은 없어졌다.

세상은 참 웃겼다.

부자집 아이는 강한 애완동물을 가지고 논다.

가난한 아이들은 약한 애완동물을 가지고 논다.

애완동물은 강함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그리고 대결에서 진 애완동물은 다른 애완동물의 먹잇감이 된다.

누가 강한 애완동물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거인 사회에서는 신분이 결정되었다.

이곳 사회에 대해 점차 깨달아가는 백현.

그래서일까?

미나가 걱정되었다.

미나는 싸우지 않았겠지?

죽지 않았겠지?

미니맵을 보니, 같은 장소에서 머물고 있다.

다행히 미나는 살아있다.

브래드가 백현을 데리고 집에 도착했다.

도착한 후에 그가 한 행동은 백현과 목욕하는 일이다.

『헤헤, 씻겨줄게.』

슈트를 입은 백현의 옷을 벗기려는 브래드.

하지만 백현은 거절의 제스처를 취했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제스처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걸 본 브래드가 방긋 웃었다.

『너 진짜 똑똑하구나?』

백현은 물을 떠 놓은 대야에 들어가서 홀로 씻기 시작했다.

‘썩 나쁘진 않아. 이놈들도 근본이 글러먹은 놈들은 아니고.’

하지만 자유를 갖고 싶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고 싶었다.

유리병에 갇혀 인생을 마감하고 싶진 않았다.

브래드는 하루종일 백현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컴퓨터 같은 이상한 기기를 쳐서 백현과 같은 종족에 대한 도감을 살펴보고 신기한 듯 정보를 습득했다.

* * *

같은 시각.

미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조세핀의 수업을 참관하며, 인간들이 잡히면 어떻게 살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수업은 굉장히 특이했다.

첫 수업과목.

곤충학개론.

곤충별 강함의 순위가 쭉 나열되어 있고, 그들을 어떻게 키우는지 사육 방법을 선생님들이 가르쳐준다.

그리고 두번째 과목.

어류학개론.

바다생물들이 어떻게 살며 어떤 먹이를 즐겨 먹는지, 키울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이 있는지 가르쳐준다.

그리고 세번째 과목은?

합성생물체.

합성생물체를 다룰 수 있는 권한은 성인에게만 주어진다고 한다.

그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 합성생물체는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고,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고 한다.

합성생물.

번역하면 키메라.

미나는 수업을 참관하며, 진화라는 말에 초점을 기울였다.

자신도 처음에는 별 볼일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게 되고,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거나 새로 쓸 수 있게 되었다.

포인트를 모아갈수록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능력.

거기에 새로운 능력을 최대 4개까지 배울 수도 있다.

아마도 자신과 같은 생존자들을 굳이 분류한다면 합성생물에 가깝다.

수업시간이 끝나자, 조세핀의 친구들이 조세핀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병아리 죽고 새로 가져온 거야?』

『어? 얘는 무슨 종이야? 처음 봐.』

『진짜! 신기하네. 피부가 원래 저런가? 옷 입힌 거야?』

슈트를 보면서 신기해하는 얼굴을 들이미는 거인들.

미나는 생각했다.

‘익숙해져야 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야 해.’

약하면 잡아먹힌다.

다른 애완동물과 싸우게 죽게 된다.

이곳 아이들은 생명을 대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조세핀은 자신을 아껴주었다.

미나는 특별하니까.

거인의 말을, 할 줄 아니까.

화장실에 간 조세핀이 미나를 향해 속삭였다.

『말할 줄 아는 거, 친구들한테는 비밀이야.』

『응. 알았어.』

『이유, 안 궁금해?』

『싸움 붙일까봐 그러는 거지?』

『응. 잘 아네. 그러니까 비밀 꼭 지켜.』

『알았어.』

단순한 아이의 부탁.

미나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미나는 수업을 경청하며, 세계관 하나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뭐해?』

『응. 검색중이야.』

『검색?』

『응. 이곳에 대한 정보, 그리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미나는 먼저 컴퓨터 사용법부터 배웠다.

다행히 이곳은 음성인식이 된다.

현대의 지구와 비교해서 문화수준, IT 수준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대박대박대박! 얘 컴퓨터도 쓸 줄 알아.』

『그럼 당연하지. 난 원래 컴퓨터랑 친해. 직업이 작가였는걸? 지망생이었지만…….』

미나는 거인 세계의 역사관부터 알아보았다.

거인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이곳이 어디인지, 지구인지, 아니면 다른 곳인지.

그런데 획득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조금만 검색하면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검색되지 않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뜬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나가 가장 중요한 인물을 검색했다.

【율리만 박사】

그 분.

자신에게 3cm가 될 운명이란 걸 알려준 분.

세상이 멸망하게 될 거란 걸 알려준 분.

그런데 율리만 박사는 검색이 되지 않고, 엉뚱한 것만 자료에 나온다.

* * *

【생체코드기반 AI, 율리만】

자체적으로 증식하는 슈퍼컴퓨터 율리만은 모든 데이터를 세포에 저장한다. 에너지를 흡수하여 자가증식하는 율리만으로 인해 우리들의 삶은 윤택해졌다.

자율방범시스템부터 질병예방, 번식, 환경문제까지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율리만.

늘어나는 거인들 때문에 식량이 부족해지자, 새로운 세계에서 생명체를 받아들이기까지.

이제 율리만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다.

율리만에 의한 초능력 발휘.

초인 등장까지.

우리는 매일같이 새로운 문명을 접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다차원 우주, 그리고 타임머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율리만.

그의 끝은 어디일까?

이제 세계는 율리만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

* * *

율리만에 대한 자료를 본 미나가 기겁했다.

‘말도 안 돼. 내 머릿속에 들렸던 목소리가 컴퓨터였다고? AI였다고?’

처음부터 미나는 조종당했다.

우울했다.

그럼 지구는?

지구는 어떻게 된 건데?

그런데 갑자기 꺼지는 컴퓨터 화면.

[접속이 강제 차단되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가 먹통이 되고 말았다.

미나는 불안했다.

불안은 실제가 되었다.

갑자기 집 안에 경보음이 울리고.

거인들이 들이닥친다.

경고음에 깜짝 놀란 조세핀이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접속이 강제 차단되었습니다.]

거인어로 적혀 있는 경고 메시지.

『뭘 검색한 거야?』

『율리만에 대해 검색한 것 밖에 없어.』

『뭐?! 율리만?』

조세핀이 불안해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의 부모들이 들이닥친 거인들에게 진술을 하고 있다.

『컴퓨터로 금기어를 검색하셨네요. 기밀 위반 아닌가요?』

『저희는 그런 적 없어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미 경고 메시지를 받았거든요. 수색 좀 해보겠습니다.』

조세핀은 미나를 베갯잇 안에 집어넣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마. 알았지?』

『응.』

긴장된 가운데, 제복을 입은 거인들이 조세핀의 방에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도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컴퓨터 화면 앞에서 조세핀이 울었다.

『으아아아앙.』

『아이가 검색했던 건가요?』

『아…… 이거 곤란한데요? 아이야. 이름이 뭐니?』

『조세핀이요. 아저씨들, 저 잘못했나요? 갑자기 컴퓨터가 접속을 차단했어요.』

조세핀의 연기에 제복 입은 거인들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검색어로 뭐라고 적었니?』

『율리안.』

『율리만 아니고?』

『네. 율리안이라고 적었는데, 오타가 났나봐요. 저 끌려가나요? 엄마! 아빠, 나 실수했어. 율리만을 검색할 생각은 없었어. 응?』

『……』

조세핀의 말에 제복 입은 경관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하세요. 해제코드는 저희가 받아서 정상화 시켜드릴 테니까요. 금기어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요. 혹시 모르니까 집안 수색 한번만 하고 갈게요. 여기까지 와서 이대로 가면 저희도 혼나니까.』

『네.』

다행히 조세핀의 방에서 나간 경관들.

그녀의 엄마와 아빠가 조세핀한테 눈치를 주었다.

들키지 말라고.

조세핀이 들고 있는 생물을 절대 들키면 안 된다고.

그런데 브래드의 방에서 거인의 비명이 들렸다.

『으아아아악! 안 돼! 내 거야. 내 거라고!』

브래드가 소리를 지르고.

『얼른 잡아! 이 녀석 잡아!』

경관들이 그를 제압하고 있다. 그리고 브래드의 부모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실험동물을 왜 집에서 키우고 있죠? 반납 아니었나요?』

『아…… 그게……』

곤란해하는 거인들.

그들의 힘으로는 경관을 만류할 힘이 없다.

『저희랑 함께 조사실로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세 분 다 따라오시죠. 아~ 물론 저 벌레도 챙겨서요.』

조세핀의 엄마, 아빠가 조세핀에게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브래드 오빠랑 금방 다녀올게.』

『엄마! 아빠!』

『괜찮아. 별 거 아니야.』

『응.』

미나는 거인들의 대화를 듣고, 마인드 리딩으로 오빠의 생각을 읽었다.

[큰일났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지? 미나는? 미나는 어떻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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