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68화 (68/200)

68화. 학교

백현과 미나 앞에 버스가 도착했다.

스쿨버스. 파란 피부를 가진 거인들답게, 스쿨버스의 색깔도 파란색이다.

백현과 미나는 각각 브래드와 조세핀이 든 유리병에 갇힌 채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백현과 미나를 알아보는 거인이 있었다.

한 아이가 브래드를 보며 물었다.

『어? 그거 휴먼! 맞지?』

『휴먼? 나 솔직히 잘 몰라. 동생이 준 거야.』

『대박! 그거 머리 엄청 좋다던데. 싸움 빼고 다 잘 한대. 그리고 털도 없어서 진짜 쫄깃하고 맛있대. 우리 엄마가 그랬어.』

『아…… 어제 저녁에 엄마랑 아빠가 부침개 해줘서 먹어봤어. 확실히 쫄깃쫄깃하고 맛있었어.』

백현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끔찍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

여기 거인들은 다 유리병을 들고 있었다.

유리병 안에 갇힌 생물들.

꼭 인간에 국한되지 않았다.

인간도 있고, 햄스터도 있고, 사슴벌레도 있고, 타란툴라 같은 독성 거미와 뱀도 있다.

백현은 몹쓸 상상을 하고 말았다.

거인들의 취미가 애완동물 기르는 게 아닐까 하고.

물론 그 애완동물은 전부 식용이 될 터이고.

불행히도 그 생각은 맞았다.

『브래드! 네가 가져온 그 벌레는 뭐야?』

『도미닉이 그러는데, 휴먼이라는 벌레래. 똑똑하다는데?』

『휴먼? 처음 들어봐. 강해보이지는 않는데? 싸움 붙여봤어?』

『아니, 안 붙여봤는데……』

『에이, 어디서 허접한 거 가져와가지고! 내꺼 봐. 엄청 세보이잖아.』

브래드 앞에 있는 아이의 유리병.

그 안에는 엄청난 크기의 개구리가 들어가 있다.

일명 황소개구리.

뱀도 잡아먹는다는 엄청난 크기.

백현보다 최소 3배는 커 보이는 그 개구리가 백현을 향해 갑자기 혀를 내밀었다.

찰싹!

유리병에 달라붙는 혀에 깜짝 놀란 백현이 뒤로 자빠졌다.

그러자 그 거인이 낄낄 대며 웃더니 브래드를 무시했다.

『크크크, 병신 같은 거 가져왔네. 겁 많은 거 봐. 킥킥킥.』

브래드가 친구의 놀림에 눈을 부라렸다.

『야! 동생이 준거라고 했잖아. 오늘 이거 가져올 생각 없었어.』

『킥킥, 병신! 저번에 네가 꺼낸 하늘소, 내 개구리한테 먹힌 거 생각 안 나? 좀 좋은 것 좀 가지고 다녀라. 그거 가지고 되겠냐?』

『우이씨! 야! 이따가 한판 붙어!』

브래드는 갑자기 투지를 불태웠다. 그러자 그의 친구가 씩 웃으며 반 아이들한테 자랑했다.

『얘들아! 브래드가 내 개구리한테 도전장 내밀었다. 돈 걸어 돈! 난 내가 이긴다에 1000제니 건다!』

『킥킥킥킥, 브래드 대박! 좁밥이 프란스한테 덤빈 거야?』

『킥킥킥킥!』

백현은 무슨 상황인지 대략 이해했다.

아무래도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

거인들이 유리병 안에 갇힌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반대편 유리병 안에 든 개구리를 가져다대며 조롱하고 있다.

웃겼다.

꼬마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만, 이 거인들도 결국 인간 아이들과 하는 짓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가져온 브래드란 거인은 씩씩 거렸다.

친구들한테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때 학교 종이 울렸다.

그런데 거인들의 행동이 웃겼다.

아이들의 책상 위에는 유리병이 빠짐없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유리병에는 어김없이 생명체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교실 안에 들어오는 성인형 거인.

그조차도 유리병을 들고 안으로 들어온다.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반장으로 보이는 아이의 구령.

그리고 인사.

그리고 선생님의 조회.

인간들과 다를 게 없는 거인의 일상.

그런데 한 아이가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선생님으로 보이는 거인이 그 아이의 자리로 가더니 아이의 유리병을 빼앗는다.

『누가 조회시간에 졸아도 된다고 했죠?』

『선생님, 잘못했어요.』

『규칙은 규칙이에요. 오늘 미란다의 애완동물과 선생님의 애완동물이 배틀을 할 거예요. 누가 이기나 볼까요?』

선생님이 들고 온 유리병 안.

강백현은 그 안에 있는 생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은 인간.

몸은 가재.

키메라.

본 적이 있다.

페이즈 3.

개미굴에서 보았던 수개미.

그들은 능력을 사용한다.

지능도 있다.

곤충의 강력한 몸체도 가지고 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반면 미란다가 가져온 유리병 안에는 달팽이가 들어가 있다.

아이들이 신이 난 듯 선생님과 미란다의 이름을 번갈아가며 불렀다.

『선생님! 선생님!』

『미란다! 미란다!』

그리고 선생님은 반장을 불러, 무언가를 가져오게 시켰다.

커다란 사육장.

그 안에 유리병을 거꾸로 뒤집은 후, 미란다의 애완동물과 선생님의 애완동물을 풀어놓는 반장.

그리고 곧바로 배틀 시작.

강백현은 신기한 듯 서로의 전장을 바라보았다.

달팽이가 두려운 듯 뒷걸음질 치고, 키메라나 다름없는 가재는 자신의 집게발을 가위처럼 물리며 긴장감을 고조케 했다.

아이들이 가재를 응원하며 말했다.

『라이트닝! 라이트닝!』

물론 강백현은 아이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재의 집게발에서 터져나오는 번개는 볼 수 있었다.

지지지지직!

번개에 노출된 달팽이가 움직임을 멈춘다.

그러자 키메라 가재가 기분 나쁜 얼굴로 달팽이에게 다가간다.

싹둑.

달팽이의 몸을 잘게 잘라버리는 키메라 가재.

달팽이가 5초도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것을 보며 환호하는 아이들.

그리고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미란다.

선생은 신이 난 듯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승입니다. 미란다는 내일부터 다른 동물을 데려오도록 하세요.』

수업은 계속 되었다.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다 걸리면 선생님의 애완동물과 배틀.

그게 벌칙.

그런데 수업에 들어오는 선생들의 애완동물은 하나같이 다 키메라였다.

엄청난 지능과 파워를 겸비한 녀석들.

그래서 선생님이 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소중한 애완동물의 죽음을 통해 아이들은 복종이란 것을 배웠다.

거인끼리는 절대 싸우지 않는다.

하지만 거인의 소유물 쟁탈은 그들의 애완동물로부터 비롯된다.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애완동물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을 백현은 깨달았다.

그게 이곳 거인들의 룰.

그랬다.

그들에게 애완동물은 강함의 척도. 부의 척도였던 것이다.

* * *

점심시간.

미란다의 죽은 달팽이는 친구들이 가져온 애완동물의 먹이가 되어버렸다.

잘라진 조각조각을 각자의 유리병에 넣는 친구들.

『킥킥, 잘 먹을게.』

『미란다, 오늘 졸잼이었다.』

『앙. 꿀잼.』

생명에 대한 경시.

그리고 강한 동물에 대한 동경.

백현은 거인들의 비뚤어진 세계관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궁금한 점도 생겼다.

아까의 그 키메라.

대화해보고 싶었다.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말은 할 수 있는 걸까?

이 세계는 도대체 어떤 세계일까?

미나라면, 가능할텐데.

자신은 거인의 언어로 말할 수 없으니 그게 불가능하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브래드의 주변에 친구들이 몰렸다.

『야! 한판 해야지.』

『안하면 안 돼?』

『왜? 무섭냐?』

『그건 아니고, 동생이 준 거란 말이야. 죽이면 안 된단 말이야.』

『킥킥, 이기면 되지. 내꺼 개구리랑 싸워서 이기면 되잖아.』

브래드를 압박하는 친구들.

특히 황소개구리를 가지고 있는 그 아이는 반에서도 제법 잘 나가는 녀석인 것 같았다.

『반장! 가져와.』

『오! 한판 붙는 거임?』

『응. 얼른 이겨서 애들한테 브래드가 가져온 벌레 고기 나눠줄게.』

『킥킥, 오키오키.』

프란스가 반장을 시켜 선생님이 쓰는 사육장을 교탁으로 가져왔다.

그러자 반 아이들이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교탁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브래드는 불안함에 유리병을 감싸안으며 말했다.

『싫어. 안해. 안 할거야.』

『아까 한다고 했잖아. 반장! 빨리 풀어.』

『응. 프란스 너도 유리병 줘. 내가 안에 풀어놓을게.』

『어. 여기.』

친구들에 의해 강제로 방생되는 황소개구리와 강백현.

강백현은 거인 꼬마들의 시선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황소개구리와 자신이 직접 싸우기를 원하는 눈치였다.

물론 강백현은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황소개구리는 자신보다 크다.

심지어 쥐보다도 몸집이 컸다.

황소개구리가 폴짝폴짝 뛰어 백현에게 접근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신이 난 듯 황소개구리를 응원했다.

『프란스! 프란스! 프란스!』

그리고 브래드의 편은 단 하나.

『브래드! 브래드! 브래드!』

여성형 아이. 그 아이는 브래드의 짝꿍.

브래드가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브래드의 짝궁 조안나가 브래드에게 힘내라며 손수건을 건넸다.

『아직 싸우지도 않았잖아. 포기하지 말고 응원해. 이길 수 있어.』

『응. 알았어. 포기 안 할게.』

강백현은 자신을 전장에 내몬 아이들 앞에서 허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개구리랑 싸우라고? 이 영양가 없는 싸움을 왜 하는 건데?’

조안나가 강백현에게 생수를 뿌려주었다.

강백현은 민망한 듯 조안나를 바라보며 됐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런데 그때를 놓치지 않고 개구리가 강백현을 향해 정확하게 혓바닥을 내밀었다.

엄청난 속도.

아까 놀라 자빠진 그 혀놀림이다.

하지만 개구리가 모르는 게 있었다.

강백현의 앞에는 반투명한 보호막이 깔려있다.

보호막의 겉면에는 날카로운 형태로 가공된 보호막의 파편이 달라붙어 있었다.

혓바닥이 날카로운 파편과 부딪히자 깜짝 놀란 개구리가 혀를 다시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혓바닥은 이미 피가 철철 나오고 있었다.

강렬한 통증을 느낀 개구리는 앞 다리 두 개를 입에 가져가 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개구리의 주인, 프란스의 이름을 외치던 아이들이 강백현을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오오오오오, 얘도 선생님 것처럼 초능력 쓴다.』

『진짜? 대박대박대박!』

『방금 어떻게 된 거임?』

『모르면 조용조용. 또 보여줄 거임.』

그리고 프란스의 이름 대신 브래드의 이름을 외치는 아이들.

『브래드! 브래드! 브래드 이겨라! 브래드 이겨라!』

그들의 외침에 강백현이 응답했다.

자신의 주인인 브래드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민 것이다.

“브래드! 이겨 줄게.”

다른 건 몰라도 이름은 알아들을 수 있던 아이들.

『대박! 브래드 이름 불렀어. 맞지? 얘가 브래드 이름 부른 거 맞지?』

『나도 들었음. 나도 들었어.』

『완전 똑똑해! 대박! 진짜 똑똑하다.』

아이들이 신이 나자, 강백현도 자신의 본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강백현의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보호막 파편.

강백현이 장풍을 쏘듯 오버스럽게 개구리 방향으로 파편을 날리자, 개구리가 놀라서 구석으로 도망갔다.

하지만, 구석에 간다고 피할 순 없었다.

파박파박!

보호막 파편에 얇은 피부가 절단된 개구리는 결국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개구리의 허무한 죽음에 프란스가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아아앙.』

반장도 허무한 듯 프란스의 곁을 떠났다.

프란스의 추종자 아이들도 그의 곁을 떠났다.

약육강식.

애완동물이 강한 아이가 인정받는 시대.

브래드의 눈짓에 아이들이 프란스의 개구리를 나이프로 자르기 시작했다.

그 후, 그 시체를 핀셋으로 꺼내, 각자의 유리병에 담기 시작했다.

먹이로 주기 위해서.

이게 이곳의 룰.

브래드가 신이 난 듯 강백현을 다시 자신의 유리병에 넣었다.

그러자, 브랜드의 짝궁 조안나가 방긋 웃으며 브래드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포기하지 말라고.』

『응. 고마워. 조안나.』

브래드의 감사에 조안나가 빙긋 웃으며 브래드의 볼에 뽀뽀했다.

『역시 내 짝궁, 브래드가 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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