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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67화 (67/200)

67화. 협동

김아람과 백인선의 도움으로 일행은 3층 창문까지 쉽게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창문 안쪽이 굳게 닫혀있었던 것.

김만철이 조장인 김건우에게 물었다.

“부술까요?”

“아니요. 닫혀있는 건 상관없어요. 그건 저한테 맡기시면 되요.”

김건우의 손에 유리창이 닿자, 유리창 내부에서 일렁이는 움직임이 보였다.

물이 출렁일 때 나는 진동.

김건우는 진동의 범위를 넓히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통과해도 될 것 같습니다. 가시죠!”

아공간과는 다른 능력.

물질투과 능력이었다.

막힌 유리창의 일정부분을 어느 누구나 투과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

그래서 사람들이 유리창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들어온 일행.

어둠이 깔린 가운데, 홍성환이 본부에 연락을 돌렸다.

“내부에 진입 완료.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러자 그의 쌍둥이 형이 지시를 내렸다.

- 안쪽에 거인 없음을 확인. 우측 벽 위쪽에 형광등 스위치가 있으니, 그것을 이용해서 내부를 확인할 것.

“오케이. 입감했습니다.”

홍성환의 혼잣말.

그리고 그의 전달.

“오른쪽 위에 형광등 스위치가 있다고 하네요. 인선 씨, 부탁드려요.”

“네. 이런 건 제 전문이죠.”

벽을 타고 오르는 백인선.

그런데 아직 스위치까지 가려면 한참 남았는데, 형광등이 켜졌다.

주변이 환해졌다.

사람들은 놀랬다.

갑작스러운 인기척.

그런데 김아람만이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사람들에게 말했다.

“굳이 거기까지 가서 스위치 누를 필요가 있나요? 제 염력이면 원거리도 직방인데.”

김아람의 대단한 능력에 백인선이 혀를 내둘렀다.

물론 주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사람만은 빼고.

김만철이 김아람을 타일렀다.

“아람아. 자만하지 마. 또 그 버릇 나온다. 어?”

“알고 있어요. 전 최형우 아저씨를 빨리 구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 네 마음 알아. 그래도 능력 좀 아껴.”

“눼!”

내부가 환해지자, 방 안의 구조가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엄청난 크기의 어항.

그리고 사육장.

모든 벌레들의 집합소.

여기 주인은 다양한 동물을 기르고 있었다.

이구아나부터 보아뱀. 거기에 설치류 햄스터부터 달팽이.

잉어, 거북이 등 수중생물까지.

그런데 최형우는 어디에도 없었다.

“빨리 찾아봐요! 빨리! 빨리!”

“네.”

최형우를 찾는 움직임.

5명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공간이 너무 넓다.

단순한 원룸 하나지만, 몸이 작다보니, 시야가 굉장히 좁아진다.

그래도 구원투수가 있었다.

김아람.

그녀는 하늘 높이 몸을 띄워 천장에서 사육장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폈다.

그때 홍성환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여러분! 이진기 씨가 천리안 능력으로 확인해봤는데, 옆방이랍니다.”

“네?! 진작에 말했어야죠.”

“그게 천리안도 만능은 아니라서, 방이 어두우면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하아…… 미치겠네.”

헛수고를 한 사람들이 한숨을 내쉬고.

사람들이 옆방에 진입하려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다.

깜짝 놀란 김아람이 원형으로 된 전등의 커버 위로 숨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사육장의 벽 뒤편이나 건물의 사이사이로 숨어들었다.

거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 왜 불이 켜져 있지?』

불을 끄려고 걸어오는 거인.

그런데 불을 끄려다말고 갑자기 시선을 돌려 자신이 키우던 동물들에게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김아람은 속이 탔다.

‘뜨거워. 전등 이거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

그러고보니 전등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그리고 죽은 벌레들의 시체들도 엄청 많이 붙어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나도 눌어 붙을 것 같아.’

전등의 열기가 커버 뒤쪽까지 미치고 있다.

김아람이 거인의 시선 뒤쪽으로 몸을 띄운 채, 바닥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걸 목격한 김건우는 불안해했다.

‘아니! 지금 내려오면 어떻게 해!’

김만철도 마찬가지였다.

‘아, 위험하잖아. 들키면 안 되는데…….’

3cm.

거인의 눈에 충분히 포착되고도 남을 크기.

걸리면 목숨은 없다.

다들 노심초사하며 아람이의 착륙을 지켜보았다.

김아람은 힘들었다.

염력으로 몸을 띄운 거라 속도가 빠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걸리면 안 돼. 걸리면 안 돼!’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힘을 뺀 탓일까?

김아람이 녹초가 되어 가장 가까운 이구아나 사육장 위에 걸터앉았다.

유리로 된 사육장.

그래서 모든 게 훤히 보이는 곳.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천장 위의 그녀.

거인으로부터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제발…… 이쪽으로 오지 마. 오지 마!’

김아람이 계속해서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거인은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 갑자기 사료를 꺼내더니, 각 사육장 안에 먹이를 넣어주기 시작했다.

김아람이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

30cm 높이의 이구아나 사육장.

도무지 이곳에서 내려갈 자신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힘 좀 아끼는 건데…….’

지쳐버린 몸.

그런데 거인이 어항에 먹이를 주고, 그 다음 이구아나 사육장 쪽으로 이동한다.

김아람이 당황했다.

‘안 돼! 안 돼!’

그걸 눈치챈 김만철이 재빠르게 뛰어가며 김아람에게 말했다.

“뛰어내려!”

“하지만…….”

“안되면 내가 올라간다.”

김만철이 자신의 신체강화 능력을 활용하여 몸을 도약했다.

엄청난 탄성.

한번에 아람의 옆으로 이동한 김만철이 아람을 등에 업고 뛰어내린다.

한끝 차이.

김만철이 뛰어내리고 불과 5초도 지나지 않아, 거인이 이구아나의 사육장 뚜껑을 열었다.

밀웜을 가위로 잘라 넣어주던 거인이 방긋 웃으며 이구아나를 향해 말한다.

『많이 먹어!』

김만철은 거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거인이 들어온 출입문으로 뛰고 또 뛰었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게 바닥에서 살짝살짝 발을 떼며 뛰었다.

안전이 확보된 장소.

멈춰선 김만철이 김아람의 뺨을 때렸다.

“으…….”

“한 번만 더 그딴 짓 하면, 넌 내 손에 죽는 거야. 알았어?”

“때릴 것 까진 없잖아요.”

“그래. 그건 미안해. 이렇게 때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김만철이 진심을 담아 김아람의 복부에 펀치를 날렸다.

그러자 김아람의 전신이 뒤로 날아가며 벽에 쾅 하고 부딪혔다.

“그 어쭙잖은 각오로 모두가 죽을 뻔 했어. 넌 변한 게 없어. 예전하고 똑같아. 자만심이 똘똘 뭉쳐 남들한테 피해만 주는 거야. 최형우 아저씨도 너 때문에 잡힌 거 생각 안나? 널 지키려다가 희생한 거잖아.”

“…….”

“그대로 숨어 있어. 아저씨는 내가 구해온다.”

김만철이 거인이 있던 옆방으로 이동했다.

침대 위.

최형우가 놓여있다.

김만철이 자신의 손아귀 힘으로 침대 커버를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엄청난 속도로 침대에 오르는 김만철.

침대에 다 오르고 나니, 베게 옆에 붕대를 감고 누운 최형우가 보인다.

부상당한 그는 인기척에 놀라 눈을 떴다.

김만철이 옆에 온 것을 발견하고 당황하듯 말했다.

“여긴 왜 왔어?”

“구하러 왔습니다.”

“들키면 죽어. 죽을 거야.”

“압니다. 각오하고 왔어요. 업히세요.”

“아…….”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김만철.

그의 등에 업힌 최형우.

김만철이 죽을 힘을 다해 탈출하기 시작했다.

김아람은 억울한 듯 바라보았다.

“따라와. 혼자 올 수 있지?”

김만철의 말에 김아람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탈출 경로로 다시 창문을 택할 수는 없었다.

건물 내 복도를 통해 빠져나가는 김만철 일행.

그리고.

가구 뒤에 숨어있던 홍성환이 동생으로부터 최형우를 구출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구출 했답니다.”

“그래?”

“네. 저희도 빠져나가죠.”

“응.”

최형우를 포함한 세 사람은 건물 내부 복도와 계단을 향해 빠져나가고.

나머지 세 사람은 들어왔던 경로를 통해 다시 빠져나갔다.

* * *

최형우의 귀환에 윤수가 쪼르르 달려갔다.

“할아버지 다쳤다. 할아버지 다쳤어.”

“그래. 치료해줄 수 있니?”

“응. 윤수는 다 치료할 수 있어.”

윤수의 초록색 빛이 최형우의 몸에 닿자, 그의 부러진 뼈와 뭉개진 피부가 원형을 되찾는다.

김만철이 무뚝뚝한 말로 윤수에게 말했다.

“윤수야. 아람이도 치료해.”

“누나 다쳤어?”

“…….”

김아람은 쪽팔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김만철이 아람의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

“반성하는 건 혼자 있는데서 해. 남들 앞에서 티 내지 말고.”

“…….”

팩폭이 실린 김만철의 말에 김아람이 펑펑 울었다.

그러자 최형우가 김만철을 나무랐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람이한테 그래?”

“아저씨는 빠지세요. 쟤, 성격 고쳐야 해요. 지가 무슨 짱인 줄 알고 무턱대고 나서서 자꾸 위험에 빠트리는데, 그 버릇 고쳐야 된다고요.”

최형우는 김만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항상 자만심에 빠져 있는 아이.

아직 미성숙 그 자체.

본인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김아람을 최형우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래도 남들 앞에서 그렇게 타박하는 거 아니야.”

“네. 죄송합니다. 그만 올라가볼게요.”

“그래.”

그리고 같이 작전에 임했던 조원들이 김만철을 칭찬하기 시작한다.

“만철이 형님! 대박! 장난 아니셨어.”

“됐어.”

“아~ 진짜 형님이 다 하셨어요.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됐다니까! 다들 고생했어. 다음 작전에는 손발 맞춰서 좀 더 원활하게 해 보자고!”

“네. 그래야죠. 고생하셨습니다.”

“그래그래.”

그런데 김아람에게는 누구하나,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않았다.

김아람이 울었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잠시 후, 숙소로 정선희가 아들과 함께 올라왔다. 김아람이 우는 것을 본 정선희가 아들에게 말했다.

“윤수야.”

“응. 엄마.”

“오늘은 만철이 아저씨랑 자. 나는 아람이 누나랑 잘게.”

“싫어. 엄마랑 잘래.”

“언제까지 엄마랑 잘래? 윤수도 이제 다 컸잖아.”

“……응.”

“그래. 엄마 말 들어.”

“넹! 알겠습니다.”

박윤수가 김만철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정선희가 울고 있는 김아람에게 천조각을 건네며 말했다.

“아람아.”

“…….”

“아람아, 나 좀 봐.”

“네. 언니.”

김아람이 정선희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선희는 말 없이 김아람을 꼬옥 안아주었다.

“아람이가 열정이 남다른 아이란 거 알아. 나쁜 마음 가지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네.”

“하지만 만철씨도 아람이가 싫어서 그런 거 아니야. 우리 아람이가 위험에 빠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아람이하고도 죽는 날까지 잘 지내고 싶어서…….”

“언니…….”

김아람이 펑펑 울었다.

“그래. 그래.”

“언니, 나 어떻게 해야 해요?”

“뭐가? 뭐가 문제인데?”

“나 한번 죽었잖아요. 나 클론이잖아요.”

“그게 뭐? 클론이 뭐? 어쨌다고! 내가 아는 아람이가 너 맞는데 왜?”

“언니는 왜 그렇게 강해요? 윤수도 클론이고 만철이 아저씨도 클론이잖아요. 이제 곧 죽을 거 알면서 슬프지도 않아요?”

“아니,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야지. 그리고 언니는 아람이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만철씨도 죽게 놔두지 않을 거고. 그러니까 더불어 살자. 응? 남들하고 맞춰서 다 같이 하나씩 양보하면서 사는 거야. 알았지?”

“네. 언니.”

김아람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정선희의 위로가 그녀에게 힘이 되었다.

“언니.”

“응?”

“언니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

“그래. 오늘만 엄마라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말 다 해. 들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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