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희생양
어둠이 걷히고, 밝은 세상이 나타났다.
최복자 할머니의 주검이 모두에게 나타났다.
[지옥의 겁화에 의해 최복자 사용자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주검은 한 명 뿐이었다.
[강미나 사용자에게 사용된 지옥의 겁화를 수호의 빛이 방어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나가 연기를 시작했다.
“아, 아아악! 나한테 지옥의 겁화를 썼어.”
“뭐?!”
“지옥의 겁화를 썼는데 수호의 빛이 보호했어. 수호의 빛이 보호해줬어. 누구에요? 저 살려주신 분, 정말 감사해요.”
강미나의 연기에 마음이 움직이는 운동선수 서태석.
그러자 실제 대천사 직업을 가진 교수가 미친 듯이 반응했다.
“와~ 저년 진짜 미치겠네. 연기 X 빠진다. 진짜.”
그런데 운동선수는 강미나를 믿었다.
“교수님. 그만하세요.”
“뭐?”
“교수님이랑 군인 아저씨가 미나랑 할머니한테 지옥의 겁화 쓰셨잖아요. 내가 수호천사라 알아요.”
“뭐야?! 나 진짜 아니야. 너 속고 있는 거야. 네가 속고 있는 거라고.”
군인 아저씨도 열불을 내기 시작했다.
“교수님, 저 친구한테 써 봐요. 빨리 악마인지 확인해봐요. 네?”
군인이 강백현을 가리켰다.
그걸 보며 강백현은 무표정으로 둘을 보며 말했다.
“저렇게 말하는 거 보니 둘이 한편이네요. 그렇죠?”
“와, 미치겠네. 교수님! 얼른 쟤부터 확인해봐요.”
교수가 강백현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역시나 악마로 나온다.
악마 같은 남매.
두 남매에 놀아나고 있는 일행들.
“우와! 저 둘이 악마야. 저 둘이라고! 저 둘이라고!”
하지만 수호천사가 직업이었던 운동선수 서태석은 이미 강미나의 편이다.
“거짓말 마세요. 두 분이 악마입니다. 제가 수호의 빛을 미나 씨한테 사용한 건 맞아요. 지옥의 겁화를 막아낸 것도 맞고요. 악마가 악마한테 지옥의 겁화를 사용할 리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미나 씨. 확인해봐요.”
서태석의 말에 강미나가 응답했다.
“교수님도 악마예요. 교수님하고 군인 아저씨가 악마였어요.”
그런데 아직 모르겠다는 정치가. 그가 운동선수를 향해 물었다.
“수호의 빛, 그게 사실인가요? 악마는 둘 밖에 없어요. 그런데 태석 씨가 그렇게 말하니까 저도 마음이 흔들리네요. 그 확신하는 이유가 뭐죠?”
“전 수호천사니까요. 저한테는 메시지가 보여요. 강미나 씨한테 사용된 지옥의 겁화를 수호의 빛으로 막아냈다는 메시지가 정확히 보였어요.”
“그게 확실하다면, 교수님하고 군인 아저씨가 악마일 수밖에 없겠네요. 그럼 먼저 누구를 죽일까요?”
운동선수에 의해 정치가가 설득 당했다.
이제 투표가 분산되지만 않으면 누군가를 투표로 죽일 수 있게 된다.
교수가 소리 질렀다.
“거기 군인 아저씨. 여자 애 투표해. 알았어?”
“네. 그럴게요. 저희한테 한 분만 동참해주세요. 아니! 두 명만 동참해주세요. 정치가 아저씨. 저희한테 한 표만 주세요. 네? 여자 애한테 한 표만 투표해주세요. 쟤 악마 확실해요. 저 두 남매가 악마예요.”
그런데 정치가가 운동선수 서태석을 불렀다.
“태석 씨.”
“네?”
“우리 잠깐만 둘이 얘기 좀 해요.”
“네. 알겠습니다.”
따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정치가 조정훈이 서태석에게 말했다.
“이번 투표 후에 수호의 빛은 저한테 써주세요.”
“네?”
“저한테 수호의 빛을 사용하면 85% 확률로 이길 수 있어요.”
“85% 확률이요?”
“네. 저 두 남매가 만약 악마라면? 그렇게 믿고 싶진 않지만, 우리가 놀아난 거라고 해도, 제가 살아남으면 악마를 이길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돌아온 정치가 조정훈이 말했다.
“우선 저 군인부터 죽이죠.”
“저 아니라니까요! 나 악마 아니라고! 둘이 대화해서 내 놓은 결론이 겨우 그거야? 어?”
그러나 운동선수 서태석이 정치가한테 말했다.
“네. 저 사람으로 하시죠.”
그러자, 강미나도 강백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저도 군인 아저씨한테 투표하겠습니다.”
그래서 투표 시작.
군인 오민수 5표, 강미나 2표.
이어지는 찬반 투표.
찬성 5표, 반대 2표.
오민수가 천사가 건네주는 소멸의 정수를 마시기 전, 절망하듯 말했다.
“쟤 죽여. 저 여자 죽이고, 그 다음엔 저 남자도 죽여. 쟤네 둘이 악마야. 무조건 천사가 이겨야 해. 알았어? 너희들 꼭 기억해! 쟤네 둘이 악마라고! 난 말 했어. 너희 개죽음 당하지 말고, 꼭 살아남아. 알았어?!”
군인 오민수가 소멸의 정수를 마시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밤.
강미나가 방긋 웃었다.
“오빠.”
“어?”
“우리가 이겼는데? 오늘 밤 1명만 죽여도 끝나는데?”
“수호의 빛은?”
“그건 나한테 안 쓴 것 같아.”
그런데 강백현이 고개를 저었다.
“미나야. 함정이야.”
“뭐?”
“이번 판은 동률이라고 이기는 것 같지가 않아. 룰이 달라. 뭔가 우리가 놓치고 있어.”
“놓친다고?”
“그래. 투표수가 이상했어. 첫날은 7명인데, 통합 8표가 나왔고, 방금 전에는 6명인데 통합 7표가 나왔어. 생각해봐. 첫날 3표, 3표 동률에 기권 2표가 나왔잖아.”
“그렇네? 왜 몰랐지?”
“당연히 생각 안하고 있었지. 투표 결과가 중요했으니까.”
“지금은 찬성 5표, 반대 2표가 나왔네.”
“반대 2표는 교수님하고 군인이겠고.”
“그럼 누군가 한 사람이 2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권한이 있다는 거야?”
두 사람이 머리를 모으자, 결론이 나왔다.
정치가 조정훈 씨의 능력은 2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
그래서 강백현이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정치가 아저씨만 직업을 밝히지 않았어. 그렇다는 건……, 그 아저씨가 2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거네.”
“맞아. 처음부터 이번 판에는 전투 천사가 없었어. 지옥의 겁화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운동선수 밖에 없었던 거야.”
“그렇다는 건 정치가 아저씨를 죽여야 우리가 이기는 거잖아.”
“그렇지.”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자, 강백현이 미소를 지었다.
“정치가 아저씨, 대단해. 아마 끝까지 이기려고 했을 거야. 우리가 방심하기를 바랐겠지. 그래서 마지막까지 자신의 직업과 능력을 공개하지 않았어.”
“그래. 그런데 오빠랑 나는 추리했지.”
“맞아. 네가 같은 팀이 아니면 힘들었을 거야.”
“나도 마찬가지지.”
“응.”
두 남매가 죽을 상대방을 골랐다.
“수호의 빛은 누구한테 썼을까?”
“누구한테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뭐?”
“너랑 나랑 둘 다 지옥의 겁화를 정치가 조정훈 씨한테 쓰면 돼. 수호의 빛이 지옥의 겁화를 두 번씩이나 막아낼 수는 없을 테니까.”
“응.”
지옥의 겁화가 조정훈에게 쓰였다.
운동선수 서태석은 안심했다.
‘다행이야. 지킬 수 있었어.’
그리고 날이 밝았다.
운동선수 서태석은 허망한 눈빛으로 정치가를 바라보았다.
[조정훈 사용자에게 사용된 지옥의 겁화를 수호의 빛이 방어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분명 그 메시지를 봤는데…… 왜?
[지옥의 겁화에 의해 조정훈 사용자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한 사람에게 두 번을 사용했다고?!
정치인 조정훈이 허망한 죽음을 맞이했다.
강백현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투표할까요? 천사님들?”
강백현의 말에 운동선수 서태석이 발끈했다.
“네가 악마였냐? 미나…… 너도 악마였니?”
“미안해요. 오빠.”
“미안?!”
“얼른 투표해요.”
그리고 또 절망하는 한 명.
“씨바, 씨바, 씨바…….”
실제 대천사인 교수가 운동선수 서태석이 악마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미친 듯이 절규했다.
“이 미친 새끼가, 저 두 놈한테 속아서 판을 이렇게 만들어?! 어?! 어떻게 할 거야? 나 죽는 거 어떻게 할 거야? 어?! 어?!”
죽음을 앞두고 사람들의 감정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강백현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지워졌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목숨이 걸린 게임이었어요.”
그리고 강미나도 마찬가지.
“이런 결과를 원한 건 아니었어요. 태석 오빠, 오빠 이용해서 정말 미안해요.”
“미친 년, 내가 너 마음에 들어했던 거 몰라? 귀엽기도 하고, 똑똑해보여서 그랬는데……, 네가 날 죽여? 함정에 빠트려? 이 망할! 망할 년아!”
서태석이 그 자리에 앉아 절규했다.
그리고 투표의 시간.
서태석 2표, 강미나 2표. 동률로 투표 무효가 선언되고.
밤이 찾아온다.
강미나와 강백현은 각각 한 명씩에게 지옥의 겁화를 선사했다.
그리고 아침.
[서태석 사용자에게 사용된 지옥의 겁화를 수호의 빛이 방어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서태석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너흰 저주 받을 거야.”
그걸 강백현이 대신 대답했다.
“네. 압니다. 알아요. 하지만 우린 살아남아야 합니다.”
“오빠, 투표하자.”
“응.”
서태석 2표, 강미나 1표.
찬성 2표, 반대 1표.
야속하게도 천사가 서태석에게 소멸의 정수를 사용한다.
서태석은 마지막까지 발악했지만, 천사는 주문을 사용해 서태석의 몸을 결박한 후, 강제로 소멸의 정수를 입 안에 넣었다.
서태석은 죽으면서까지 발악을 멈추지 않았다.
“만약 내가 죽어서 귀신이 되더라도 너희를 끝까지 쫓아갈 거야. 끝까지! 너희가 죽는 그날까지 내가 저주를 내려주겠어. 으으…… 으아아아아악!”
마지막까지 미나와 백현을 원망하며 떠난 서태석.
그런 서태석의 저주에 강미나가 울음을 터트렸다.
“괜찮아. 괜찮아. 미나야.”
“응. 하지만…… 나 이런 거 싫어.”
“그래. 그래도 살아남아야 해.”
“응.”
* * *
각자 소생의 돌을 하나씩 받은 강백현과 강미나.
천사가 말했다.
[소생의 돌을 몸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언제든지 몸 안에서 꺼내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경우, 자동적으로 사용하여 소생하도록 조치해두었습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아니. 없어.”
[네. 엑스트라 페이즈 2, 천사의 게임 클리어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축하인사를 받았지만 결코 기쁘지 않았다.
김만철과 정선희, 박윤수가 강백현을 맞이했지만, 그리 즐겁지 않았다.
“백현아, 괜찮니?”
“네. 조금은 진정됐어요. 아저씨.”
“어?”
“미안해요. 아저씨 형이나 아버지는 못 살릴 것 같아요.”
“그래. 나도 염치없게 너한테 그 돌을 달라는 말은 못해.”
“네. 찰스?!”
백현의 부름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영혼의 돌을 사용하겠어.”
“소행의 돌이 아니라 영혼의 돌 말씀이십니까?”
“응.”
“사용할 대상을 선택해주세요.”
강백현이 유리사육장 안에서 부활할 대상을 골랐다.
그건 바로 이진기.
아공간 능력자이다.
그가 홀로그램에서 이진기를 선택하며 말했다.
“진기형을 부활시켜줘.”
“네. 영혼의 돌을 사용하겠습니다.”
강백현의 몸 안에서 영혼의 돌이 빠져나와 가루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 가루가 찰스에 의해 전송된 이진기의 몸으로 흡수된다.
클론의 생성.
이진기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입을 열었다.
“여기는 어디……? 태철아? 기영아? 너네 어디 있냐?”
그걸 보며 강미나가 말했다.
“기억…… 이식 되어 있을 거야.”
“응.”
빛의 기둥을 통과하면 그때까지의 기억이 소생시에 이어진다.
강백현이 그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진기형. 페이즈 3가 끝났어요.”
“뭐? 아니야. 지금 페이즈 2 끝났는데? 시작해야 하는데? 태철이는? 기영이는?”
“죄송해요. 형 밖에 살리지 않았어요. 그 두 친구를 살리고 싶으면 저랑 협조해주세요.”
“협조?”
강백현이 거인들이 지나는 출입구를 찾아냈다.
유리사육장에서 출입구까지. 거리는 약 50m. 환산거리 2.5km.
그 거리를 이동하려면 아공간 레벨 2가 필요하다.
강백현이 모든 것을 계산한 후, 이진기에게 말했다.
“네. 형의 힘이 꼭 필요해요. 탈출하는 걸 도와주시면 형이 원하는 사람을 제가 살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