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57화 (57/200)

57화. 반전

[누구에게 수호의 빛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누구라도 상관 없었다.

인간의 승리는 확실했으니까.

이번 밤에 자신이 죽더라도, 바바 씨가 죽더라도, 료코가 죽더라도, 천사 4대 악마 1로 인간의 우세가 확실시 된다.

그런데 결말을 보고 싶었다.

강백현은 자신에게 수호의 빛을 사용했다.

이로서 지옥의 겁화로부터 안전을 확보했다.

‘그래. 장 레이! 넌 누굴 죽일 건데?’

칠흙 같은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지옥의 겁화가 날아오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장 레이는 누굴 노릴까?

아마도 료코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음 번에는 료코가 장 레이를 악마라고 지목할 테니까.

어둠이 지나고.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본다.

그런데……? 뭐?!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커다란 반전.

[지옥의 겁화에 의해 중국의 장 레이 사용자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장 레이의 죽음.

그러자 혼란스러운 천사들.

“설마 네가 악마였냐?”

강백현이 깜짝 놀란 채 료코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료코는 전혀 모르는 눈치다.

“나 아니야. 아니라고!”

“그럼 바바 씨가 악마인가요? 아니야. 말이 안 돼. 장 레이는 무조건 악마였어야 하는데! 어떻게 된 거지?”

대천사가 2명이 나왔다.

그럼 장 레이 아니면 료코가 악마다.

“저 누나가 악마였어.”

태국의 바바 또한 료코를 지목했다.

“료코가 악마야. 료코를 투표로 죽여야 해.”

“나, 아니야. 아니라고!”

강백현 또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

그런데 의문이 풀렸다.

[장 레이의 죽음으로 천사 팀이 최종 승리하였습니다.]

장 레이의 죽음.

그는 자살을 택했던 것.

스스로에게 지옥의 겁화를 사용하다니.

정말 독한 놈이다.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자존심이 상해서였을까?

결과적으론 그가 대천사라고 연기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

그때 바바가 말했다.

“아마도 그는 후회했을 거예요.”

“후회요?”

“네. 대천사를 연기하며, 자신이 료코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겠죠. 실제로 그렇게 될 뻔했고요. 그때 강백현 씨가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전환시키지 않았다면, 저도 료코 씨를 죽이는 쪽으로 투표했을 거예요. 고마워요. 백현 씨.”

바바의 말에 강백현이 대답했다.

“아니에요. 바바 씨가 저의 말에 호응해주지 않았다면, 장 레이나 이바노프처럼 저희가 죽었을지도 모르죠. 오히려 제가 감사해요.”

“생각보다는 싱겁게 끝났네요.”

“그러게요.”

장 레이가 아예 나서질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 천사가 나타났다.

긴 금발을 가진 블론드.

순백의 날개를 가진 여성형 천사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주변을 적셨다.

[축하합니다. 천사의 게임에서 천사팀 5명이 최종승리 하였습니다. 러시아의 보르조프스키 사용자는 지금 소생의 돌로 살려드리겠습니다.]

소생의 돌을 만지는 천사.

천사의 손길에 소생의 돌이 가루가 되고, 그 가루가 러시아인 할아버지의 몸 위를 뱅글뱅글 돌더니, 그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쿨럭…….”

“괜찮으세요?”

“아……, 내가 다시 살아난 건가?”

“네. 살아나셨어요.”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보르조프스키의 부활.

이제는 전리품을 획득할 때.

저번 페이즈에서 임금님에게 받은 돌이 천사의 손에서 또 한 번 나타났다.

[승리한 사용자에게는 영혼의 돌 한 개씩을 귀속시키겠습니다. 여기서 사용하시거나, 찰스님을 통해서 사용해주세요.]

그런데 의문.

강백현이 물었다.

“이걸로 되살린다고 해도 수명이 짧지 않나요?”

예리한 질문에 천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궁금한가요?]

“네. 제가 알기론 되살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시한부 수명 6개월이라는 클론으로.”

[……]

강백현의 말에 러시아의 보로조프스키가 당황한 듯 천사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옆에 잔여수명이 보이지는 않나요?”

“어? 난 그런 거 없는데?”

“한 번 확인해보세요. 영혼의 돌로 죽은 자를 다시 되살린다고 해도 6개월 밖에 더 살 수가 없어요.”

강백현의 말에 목숨을 건 참가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천사님?! 형아가 하는 말이 맞아요?”

천사는 눈을 깜박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만 보이는 홀로그램 화면을 통해 무언가 지시를 받는 듯 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혼잣말을 내뱉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그러더니. 최종 대답은 [YES].

[강백현 사용자의 말대로 영혼의 돌은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물건은 아닙니다. 죽었던 사용자의 데이터를 불러와 더미를 만드는 거죠. 제대로 보셨습니다.]

“더미?”

“더미가 뭐야?”

더미 프로그램.

외부에서 볼 때는 진짜 같지만, 속 알맹이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

그렇다는 것은 죽은 윤수와 되살린 윤수는 원래부터 다른 개체였다는 것.

이제 확실해졌다.

이놈들은 진짜배기다.

유전자 공학? 아니면 미지의 생명공학?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일까?

백현이 보았던 그 외계인들,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던 거인들은 얼마나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을까?

풀리지가 않는다.

“뭐야? 나도 복제품이야?”

러시아 할아버지의 말에 천사가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소생의 돌은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게 맞습니다. 보르조프스키 사용자는 되살아난 게 맞습니다.]

“……하, 후-우……. 다행이네.”

그때, 천사가 제안을 해 왔다.

[강백현 사용자는 엑스트라 페이즈에서 영혼의 돌을 받았었군요. 이번에도 받았고요.]

“네. 그렇죠. 사람을 살리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복제하는 물건이었지만, 그것도 모르고 제 목숨을 두 번이나 걸었네요.”

[좋아요. 상부에서 승인이 났어요. 강백현 사용자가 원하는 건 소생의 돌이겠군요.]

소생의 돌.

죽어도 되살아날 수 있는 돌.

저걸 사용하면 복제품이 아니라 실제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다고 천사가 말하고 있다.

“소생의 돌을 준다는 건가요?”

[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네. 천사의 게임에 다시 한 번 참가해서 이기면, 소생의 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 더 목숨을 걸라고?”

[Yes. 맞습니다. 다른 사용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혼의 돌은 복제품을 만들 뿐입니다. 소생의 돌을 원하면 지금 바로 천사의 게임에 참가한다고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곧이어 다음 게임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천사의 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강백현은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영혼의 돌로 되살린 자의 생명을 소생의 돌로 늘리는 것도 가능합니까?”

[Yes. 영혼의 돌로 만든 생명이라도, 소생의 돌을 사용하면 6개월의 잔여 수명을 무한대로 늘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당신이 최근에 살린 박윤수 사용자도 소생의 돌을 사용하면, 죽지 않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살게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강백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래. 소생의 돌이 있다면, 아람이도, 아저씨도 6개월 뒤에 죽지 않을 수 있어. 그게 내가 말리지 않은 업보겠지.’

“참가하겠습니다.”

[네. 강백현 사용자 접수 완료했습니다. 다른 사용자 분 중에 소생의 돌에 도전하실 분은 없으십니까?]

그런데 다들 주저한다.

료코가 말했다.

“고마웠어요. 전 6개월 뒤에 생각해볼게요. 일단은 료스케 상을 만날 수 있으니까 이걸로 됐어요.”

바바도 말했다.

“백현.”

“네.”

“즐거웠다. 나중에 또 만나자고.”

“네. 감사합니다.”

강백현을 빼고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다들 다른 차원으로 이동 가능한 빛의 기둥을 통해 스테이지를 빠져나갔다.

그런데, 홀로남은 강백현을 향해 천사가 웃는다.

기분 나빴다.

왜? 뭘 준비했기에?

그녀가 본심을 드러냈다.

[외부에서 참가신청이 많이 들어왔네요.]

“뭐?!”

[강백현 사용자를 위해 당신을 아는 사용자들에게 먼저 제안을 해봤습니다. 한국인들은 참 특별하네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천사의 말에 강백현이 눈을 치켜올렸다. 그런데 천사는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당신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너무 쉽게 걸어. 혼자 살아남기도 힘들텐데, 왜 그럴까요. 안 그래요?]

그녀의 손짓에 빛의 기둥이 나타나고.

그 안에서는 강백현이 너무나 잘 아는 얼굴이 등장했다.

“미나……야.”

“응. 오빠.”

“네가 왜 왔어? 네가 여길 왜 와! 어?!”

“그거야 오빠 혼자 난리치니까 그렇지. 나하고 오빠는 같이 가야 되는 거 몰라? 어?!”

강미나는 오히려 백현을 훈계하더니, 활짝 웃었다.

‘걱정하지 마. 이런 건 내 전문이니까.’

그리고 들어오는 사용자들.

모두가 한국인.

교수님부터 군인, 정치가, 거기에 운동선수까지.

6명.

이기면 한 명을 살릴 수 있고, 지게 되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소생의 돌을 얻기 위해 벌이는 사투.

그 앞에서 미나가 씩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백현에게 말했다.

“오빠.”

“어?”

“내가 이기게 해줄게.”

그런데 한 명이 나오질 않았다.

과연 누가 오게 될까? 어떤 사람이 오게 될까?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는데, 강백현이 아는 또 한 사람이 나타났다.

* * *

유리사육장에서 윤수의 죽음을 안 최복자는 절망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살아있을 텐데……. 알면서 죽음의 길로 갈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페이즈 3에서 대통령이 있는 지휘소에서 윤수를 만났다.

“할머니!”

“그래. 윤수야. 잘 있었니?”

“할머니 아프지? 그래서 나 보러 여기 온 거지?”

“그래.”

“할머니 얼마 못 살아.”

“알아. 그래도 괜찮아. 이 할미는 우리 윤수가 고쳐줄테니까.”

“맞아. 레벨 3가 되면 내가 할머니 병 고칠 수 있어. 그런데 레벨 3 되려면 포인트 모아야 해. 강해져야 해.”

“그래?”

“응. 그래서 엉아 속였어.”

최복자는 윤수가 기특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까지 했다고?

그래. 윤수는 알겠지. 자신의 미래 예지 능력을 통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지 알았을 테니까.

자신을 주기적으로 만나 미래예지 능력을 받아보고 싶었던 거겠지.

어떻게 보면 윈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뭐?

윤수가 죽었다고? 희생했다고?!

되살아난 윤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정선희와 김만철이 인접 유리사육장에서 윤수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래서 물어본 것.

그런데 레벨이 1이란다.

모든 레벨이 초기로 다운 됐다고.

예전의 그 윤수도 아니란다.

천사의 게임을 지켜보며 알았다.

되살아난 윤수는 자기가 알고 있던 윤수가 아니라고.

이제 최복자의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으로도 더 이상은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고작 병 따위로 죽는 자신의 운명을 용납하지 못했다. 미래예지라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못 산다고? 이것밖에 못 산다고?!

‘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았는데! 왜? 왜!’

자신의 남편은 묵묵히 죽음을 받아들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죽음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십, 수백번을 들여다봐도 자신에게는 처참한 죽음 뿐.

미래를 안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찰스가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엑스트라 페이즈 2. 천사의 게임에 도전하실 분 계십니까?]

[보상은 소생의 돌입니다. 어떠한 죽음도, 질병도 치유할 수 있는 만능의 물건, 지금 도전하십시오.]

죽음도, 질병도 고칠 수 있는 최고의 성물.

자신에게 남은 목숨은 3일.

최복자는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3일 내로 윤수를 레벨 3로 만드는 게 나을까? 아니면 자신이 저 게임에 참가해서 승리하는 게 나을까?

미래예지를 써 봐도, 천사의 게임에 관한 것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앞이 막혀버린 것 같았다.

“어머님……. 무슨 생각 하십니까?”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운명.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결론은?

필사즉생, 필생즉사.

죽고자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3일 남은 삶을 연명하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걸기로.

“소생의 돌을 얻으러 가야 해.”

“네?”

“내 미래는 자네에게 맡기네.”

그녀가 손을 들었다.

“나도 참가하겠어.”

“최복자 사용자, 마지막 7번째 참가자로 접수 완료했습니다.”

최복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양동학파의 두목 장복남에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며 말했다.

“이걸로 10일분에 해당하는 모든 미래가 자네에게 보일 거야. 혹시 내가 잘못 되면, 자네가 날 살려. 알았어?”

장복남의 눈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수백, 수천가지의 미래의 갈림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복남은 최복자의 미래를 알게 되었다.

자신이 짊어진 무게를 알게 되었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두 번째 천사의 게임은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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