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압박
사람들의 표정에는 미묘한 변화가 걸렸다.
강백현은 고개를 저었다.
다들 자신의 새로운 직업을 알게 되어서 일 것이다.
<사용자 정보 User information>
○ 직업 : 왕자 (Prince) / ★★★★
○ 고유스킬
1. 보호막 Lv 3. (비활성화된 상태입니다.)
2. 자연치유 Lv 1. (비활성화된 상태입니다.)
3.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4.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 고유권능
1. 미니맵 (비활성화된 상태입니다.)
2. 심리분석 (비활성화된 상태입니다.)
3. 수호의 빛 (천사가 활동하는 낮에 대상을 지정하여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새로운 권능이 생겼다.
수호천사의 기능인 수호의 빛.
- 지옥의 겁화를 막아낼 수 있는 방어막. 밤이 되면 악마들은 지옥의 겁화를 사용하여 천사를 죽일 수 있습니다. 수호의 빛으로 지옥의 겁화를 막아내세요.
모두가 황당해했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한국인인 백현과 일본의 젊은 여성, 중국인 남성, 러시아 할머니, 태국의 젊은 남성, 필리핀의 꼬마 어린이 그리고 터키의 할아버지까지.
그때 모두의 앞에 나오는 홀로그램.
[천사의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제한 시간 내에 천사의 눈물을 마실 사용자를 정하세요. 천사의 눈물은 악마를 정화하여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단, 천사가 마셨을 때도 목숨을 잃게 되는 점, 잊지 말아주세요.]
[Tip 1 : 천사들은 같은 직업을 가질 수 없습니다.]
[Tip 2 : 승리하게 되면 자신의 팀이었던 사람은 소생의 돌로 되살아납니다.]
[Tip 3 : 천사와 악마의 수가 같으면 악마의 승리입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성스러운 물잔.
그 안에 담긴 것이 바로 천사의 눈물.
저 물을 마시면 악마는 소멸하고, 천사는 죽는다.
즉 어떻게든 먹으면 죽는다.
모두가 황당한 표정으로 아무 말을 못하고 있는데, 필리핀의 꼬마가 말했다.
“나는 전투천사야. 전투천사라서 지옥의 겁화를 한 번 막을 수 있어. 다른 사람들은 직업이 뭐야?”
전투천사, 지옥의 겁화를 막을 수 있다는 능력.
그런데 강백현은 의아했다. 자신하고 능력이 겹친다.
저 능력은 분명 수호천사의 능력인데…….
“꼬마야. 막다니?”
“한 번은 막는대. 설명에 그렇게 나와 있어.”
“그래?”
“응. 내가 말했으니까 이제 형 차례야. 형은 직업하고 능력이 뭐야?”
강백현은 대답을 미뤘다.
자신은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호의 빛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능력이 노출되면 분명 자신부터 죽이려 할 것이다.
“꼬마야. 형은 이렇게 게임을 풀어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신중하게 접근하자.”
“하지만 나는 밝혔잖아.”
“그거야 네가 첫날은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밝힌 거잖아. 안 그래? 네 입으로 말했잖아. 너는 지옥의 겁화를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야. 그래서 이야기할 수 없는 거고.”
페이즈 3를 클리어하고 온 사람들.
절대 꼬마라고 해서 봐주는 일은 없다.
꼬마가 악마일 수도 있다.
물론 거기까지라고 예상되진 않지만, 일단은 지켜보는 게 맞다.
그런데 일본인 여성이 입을 열었다.
“꼬마야. 이 오빠는 악마가 아니야.”
“네?”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당당히 밝혔다.
“제 직업은 대천사,『진실의 거울』이란 능력을 사용하여 그 사람이 악마인지 천사인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진실의 거울?”
“네. 당신은 악마가 아니라고 나와 있어요. 제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면 다른 사람의 본래 모습이 저한테는 보이게 돼요. 그 능력을 당신에게 사용했고요.”
다행이었다. 그녀의 말은 꽤 그럴듯했다.
강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다른 사람도 봐주실 수 있나요?”
“지금은 힘들어요. 다시 낮이 되어 능력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일본인 여성의 말에 강백현이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라면?
과연 대천사라는 직업을 말했을까?
그녀는 대단한 용기를 냈다. 그녀가 말한 게 진실이라면 대단한 용기를 낸 것이다.
처음 보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밝히며,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악마의 첫 번째 목표는 무조건 그녀가 될 것이다. 다음 날이면 악마의 정체를 차례차례 알아낼 테니까.
강백현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했다.
『필리핀 꼬마 : 악마 or 전투천사.』
『일본인 여성 : 대천사일 가능성 높음.』
과연 꼬마가 머리를 쓴 것일까? 왜 악마들이 움직이지 않는 거지? 수적 우위는 분명히 천사들한테 있는데?
5 : 2, 천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
그런데 재밌는 일이 일어났다.
중국인이 반론한 것이다.
“저 여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네?!”
“대천사는 접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필리핀 꼬마는 천사가 맞았어요. 그래서 저 여자가 악마예요.”
대혼란.
일본인 여성이 울부짖으며 말했다.
“아니야. 나 아니야. 저 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나 진짜 대천사 맞아요. 믿어줘요. 거기 한국분! 악마 아니잖아요. 내 편 들어줘요. 네?”
그러자 중국인 남성이 필리핀 꼬마를 향해 말했다.
“꼬마야. 너 악마 아니지?”
“응. 나 악마 아니야.”
“그래. 저 일본인 여자랑 저 한국인 남자가 악마야. 그래서 둘이 편먹고 우리 죽이려고 작전 짜고 있는 거라고.”
그러자 터키 할아버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러네. 저 일본 년하고, 한국 놈이 악마였네.”
터키 할아버지가 그렇게 나오자, 러시아 할머니도 입을 열었다.
“저 둘 중에 죽일 사람을 투표로 정합시다.”
그러자 태국인 또한 손을 들었다.
“저도 찬성합니다. 투표하죠! 투표하죠.”
강백현은 핀치에 몰린 탓에 주저앉는 일본인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억울한 듯 자신의 말을 내뱉었지만.
“아니에요! 아니라니까요. 이봐요. 다들 제 말 좀 들어봐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듣긴 뭘 들어? 네가 악마잖아! 죽어!”
“투표할 것도 없어요. 여자부터 죽이죠. 수상했어! 수상했어.”
그때, 러시아 할머니가 성수를 들고 오며 말했다.
“여자부터 마시게 해.”
“오케이 오케이, 악마 년 죽입시다.”
그때, 강백현이 소리쳤다.
“다들 그만! 그만! 그만! 이렇게 하면 영영 악마를 찾을 수 없습니다.”
중국인.
“뭐라는 거야? 너희 둘이 악마잖아! 안 그래?”
그리고 터키 할아버지.
“맞아. 너희가 악마잖아.”
거기에 필리핀 꼬마까지.
“왜 형은 직업 안 밝혀? 악마니까 못 밝히는 거잖아.”
하지만 강백현은 소리질렀다.
“러시아 할머니는 직업이 뭐죠?”
“악마자식이!”
“악마악마 하지 마시고요. 할머니는 직업이 뭔데요? 무슨 천사인데요?”
“넘어가려고 하지 마.”
그런데 다행히 그게 먹혔다.
강백현의 편을 드는 사람이 있었다.
태국인 남성이었다.
“그만! 그만! 그만!”
그가 지르는 소리에 모두의 격앙된 분위기가 잦아들었다.
그는 자신의 설명을 이어갔다.
“진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조금 헷갈렸는데요. 이건 이렇게 극단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꼬마야. 그리고 할아버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중국인 분과 일본인 둘 중에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Tip 1번을 보시면, 같은 직업은 둘이 될 수 없다고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둘 중에 하나가 악마인 것은 확실하네요. 다들 동의하죠?”
그는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었다.
필리핀 꼬마가 대답했고.
“응.”
터키 할아버지 또한 동의했다.
“그래.”
태국인 남성은 남은 한 사람에게도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러시아 할머니도 동의하시나요?”
그러자 러시아 할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서야 태국인이 자신의 직업을 밝혔다.
“저는 특수능력을 가진 천사입니다. 능력은 한국인분과 마찬가지로 현재로선 밝힐 수 없습니다. 제 능력은 특별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밝히면 타겟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하루 뒤로 미뤄두고 싶습니다.”
“왜 안 밝혀?”
“형도 한국인하고 마찬가지야. 말하면 모두가 불리해지니까.”
“응.”
강백현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람들이 흥분해서 일본인 여성을 죽였는데, 만약 그녀가 말대로 대천사였다면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건 중국인을 죽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첫날부터 천사를 잃는 것은 최악이었다.
밤이 오면 지옥의 겁화에 의해 2명이 추가로 죽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천사 대 악마가 2:2가 된다. 천사의 패배가 된다.
홀로그램에 창이 떴다.
[투표의 시간이 왔습니다. 천사의 눈물을 마실 사용자를 정해주세요.]
그리고 홀로그램에 뜨는 7명의 얼굴과 이름.
강백현은 7명 옆에 있는 기권표를 찍었다.
[사카모토 료코 3표, 장 레이 2표, 기권 2표로 사카모토 료코가 천사의 눈물을 마실 사용자로 선택되었습니다.]
강백현이 절망했다.
벌써부터 그녀가 죽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악마라면 최고의 상황이지만, 천사면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그때, 진짜 천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롱한 빛을 내는 천사.
천사의 눈물이 천사의 의해 높게 들려진다.
아마도 강제로 먹이려는 듯했다.
일본 여성 료코가 울먹였다.
“나 진짜 악마 아니야! 아니라고!”
그녀는 절망했다.
죽음의 5단계.
충격, 분노, 타협, 우울, 수용.
그녀가 체념한 듯, 죽음을 수용하며 말했다.
“나 죽으면 다음 투표로 쟤 죽여.”
“뭐?”
“쟤 죽이라고.”
중국인 장 레이를 지목하는 료코.
하지만 버스는 떠났다.
그녀가 죽는 것은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희망이 보였다.
그건 또 다시 뜬 홀로그램 창.
시작되는 찬반투표.
[사카모토 료코에게 천사의 눈물을 주시겠습니까? ]
[Tip : 과반수 미만 획득시 천사의 눈물은 저절로 소멸합니다.]
그러자 갑자기 희망을 가진 료코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나 진짜 악마 아니야. 아니라고! 믿어줘. 저기요! 믿어줘요. 네?!”
그녀가 최종 반론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말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실제로 투표를 집행하는 천사까지 나타나니 정말 억울한 모양이었다.
강백현은 일단 그녀를 살리는 쪽으로 손을 들었다.
그녀가 천사인지 악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죽여도 내일 죽여야 합니다. 지금 천사 한 명이 죽고, 밤에 2명이 더 죽으면 악마의 승리가 됩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합니다. 다들 진정하세요!”
밤에 2명을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음 날 악마가 우위에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 료코를 죽이면 악마 입장에서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는 상황.
천사 5명 대 악마 2명의 싸움이 순식간에 천사 2명 대 악마 2명의 싸움이 되어 바로 천사의 패배가 되는 경우의 수가 너무나 뻔히 보인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천사팀이 패배하는 것.
그렇게 될 확률이 너무 높다.
왜? 그녀가 말한 건 일단 진실이었으니까.
강백현 자신은 악마가 아니었으니까.
태국인은 머리가 좋았다. 그는 정보를 더 획득했다.
“러시아 할머니는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나?”
“네. 현재는 밝히실 수 없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 쑥스러워서.”
“네? 목숨이 걸렸는데요?”
그러자 러시아 할머니가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직업을 말했다.
“매력천사야.”
“매력천사요? 그건 능력이 뭔데요?”
“그것까지 말해야 돼? 나도 특수해서 안 돼.”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터키 할아버지는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나는 일반 천사여.”
“일반 천사요?”
“응. 능력은 없어. 그냥 천사여.”
“그렇군요. 다들 투표 하시죠. 전 반대하겠습니다.”
“저도 반대하겠습니다.”
[투표 결과, 찬성 2표, 반대 4표, 기권 1표로 부결, 천사의 눈물이 소멸합니다.]
소환된 천사가 사라지고.
갑자기 빛이 팍 하고 꺼진다.
그리고 강백현의 앞에 홀로그램 그림이 나타난다.
[누구에게 수호의 빛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강백현은 웃었다.
‘이 게임, 승리는 천사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