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54화 (54/200)

54화. 희생 그리고 구원

박윤수의 희생으로 모두는 구원 받았다.

페이즈 3. 희생자는 10%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정선희의 슬픔은 누구도 함께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 우리 윤수! 우리 윤수!”

“선희 씨. 기둥 안으로 들어가요.”

“나…… 이제 어떻게 살아. 만철 씨! 만철 씨! 우리 윤수 찾으러 가요.”

“윤수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에요. 이미 백현이가 확인했어요.”

“그래도 갈래. 나 갈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거인들이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

빛의 기둥으로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이 나오자, 수면가스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깨어난 곳은 당연히 유리사육장 안이다.

정신을 차린 선희가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강백현도 허무한 듯 주변을 바라보았다.

김만철은 정선희 곁에 가서 말없이 그녀의 곁을 지켜주었다.

“진정해요. 무슨 수가 있을 거예요.”

강백현이 체념한 듯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것은 자신이 세운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이진기의 죽음.

탈출구를 찾기 위해선 아공간 능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진기 형이 죽어버릴 줄은 생각도 못했어.’

사육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아공간 능력을 가졌고, 사육장 바깥세상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천리안이란 권능이 있던 이진기만 옆에 있었더라면!

그때 미나가 백현을 불렀다.

“오빠.”

“왜?”

“나 슬퍼. 사람이 죽는 게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어. 사람들이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후회스러워.”

“알아. 그래도 네 책임은 아니야. 언젠가는 일어났을 일이니까. 버티고 참아. 끝까지 살아남는 생각만 해. 오빠가 있잖아.”

“응.”

미나가 두려워하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고 있다.

유리사육장 안.

페이즈 3의 결과를 보여주는 홀로그램.

사용자들이 획득한 점수들이 보인다.

그런데 모두가 0점.

그걸 보며, 진행자 찰스가 고개를 저었다.

“사용자 박윤수의 희생으로 모두가 구원받았군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순위를 매길 수가 없잖아요?”

점수를 주는 병정개미와 수개미, 여왕개미.

정작 그들을 잡은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그래서 전원 1등이자 전원 꼴지.

사용자들의 획득점수는 모두가 0점이었다.

그런데 정선희가 손을 들었다.

“정선희 사용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찰스, 엑스트라 페이즈를 열어줘.”

“음? 잠시만요! 이유는요?”

“윤수를 살릴 거야. 영혼의 돌을 얻으러 가겠어.”

정선희의 말에 강백현이 고개를 저었다.

“선희 누나, 그건 안 돼요! 또 모두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잖아요.”

우승팀을 맞추지 못하면 죽어야만 했던 지난번 엑스트라 페이즈.

한 사람을 살리고자 수천, 수만 명의 희생자를 낼 순 없었다.

“하지만! 윤수가! 윤수 없이는 나 못 살아. 윤수는 내 전부인걸?”

그녀가 흐느끼며 다시 한번 찰스에게 요청했다.

“엑스트라 페이즈, 참가하겠어!”

그러자 김만철 또한 손을 들었다.

“나도 참가할게.”

“안 돼! 어떻게 살렸는데! 아저씨. 그 손 내려놔요.”

“뭐?”

“아저씨는 기억 안 나실 테지만, 전 아저씨를 위해 목숨을 걸었어요. 그리고 저한테는 영혼의 돌이 하나 있어요.”

“영혼의 돌?”

“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돌이죠. 그걸 윤수한테 사용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목숨을 거실 필요는 없어요.”

머리로는 무조건 이진기한테 써야 된다고 판단이 드는데,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준 윤수, 미나의 죽을 위기를 살려준 윤수.

윤수는 이제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윤수를 살리려는데 강미나가 말렸다.

“오빠, 탈출하려면 오빠가 생각한 사람을 살려야 해.”

“그래. 하지만 윤수의 죽음은 나도 받아들일 수 없어. 너도 그렇잖아?”

백현의 말에 미나가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동생이 인정하자, 백현의 손이 올라갔다.

“찰스, 영혼의 돌을 사용하겠어.”

홀로그램을 통해 접수한 강백현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찰스.

“좋습니다. 살리려는 사용자를 검색해서 선택해주세요.”

홀로그램 화면을 통해 흑백사진이 된 윤수를 고른다.

그러자 강백현의 몸 안에 있던 영혼의 돌이 영롱한 빛을 뿌리며, 박윤수의 몸을 타 차원에서 가져왔다. 상처 하나 없는 슈트를 입은 몸.

강백현은 알았다.

‘역시 클론이야. 윤수지만 윤수가 아닌……. 김만철 아저씨도 클론, 아람이도 클론, 되살아난 사람들은 모두 클론이야.’

그러나 정선희한테 그걸 말할 생각은 없다.

공중에 떠 있던 영혼의 돌이 박윤수의 몸에 흡수되자, 꼬마 윤수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윤수야! 윤수야!”

정선희가 자신의 앞에서 눈을 뜬 윤수를 보며 자신의 아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윤수야. 엄마 기억나?”

“응. 다 기억 나.”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뭐야?”

“엄마랑 나랑 산 정상에 올라가고 있었어. 그리고 아빠가…….”

“그래. 그래. 그만.”

“응.”

페이즈 3의 기억을 모두 잃은 박윤수.

클론이기 때문에.

빛의 기둥을 통과할 때마다 저장된 생체정보를 기반으로 만든 복제인간이기 때문에.

되살아나면 기억을 일부 잃게 된다.

거기에…….

“엄마.”

“응?”

“나 레벨 다운됐어.”

“뭐?”

“치료가 레벨 1 됐어. 왜 그래?”

그 이유는 몸이 다르니까.

능력도 초기화된 것이다.

강백현은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김만철도 지금은 레벨 1이고, 김아람도 레벨 1이다.

죽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 자체의 생명도 잃는다.

복제한 사람도 생명체라고 인식해야 할까?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찰스였다.

“총 7개의 국가에서 엑스트라 페이즈를 추가 요청하였습니다. 소속국가 ROK, 또한 엑스트라 페이즈의 참가를 승인합니다. 아~ 살아남은 사용자가 너무 적어서 도박은 자율참가로 규정을 바꿨습니다. 왜요? 너무 빨리 죽어버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찰스의 말에 김만철이 말했다.

“이번에 엑스트라 페이즈엔 내가 간다. 넌 빠져.”

“안 돼요. 어떻게 살아났는데…….”

“넌 알잖니? 나 얼마 못 사는 거…….”

“…….”

“난 네가 아는 사람과 다른 생명체야. 클론이라고.”

홀로그램 창에 뜬 기록.

잔여생존시간을 표시하고 옆에는 Clone이라고 쓰여 있다.

강백현은 김만철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알고 있었다고?’

모두에게 뜬 엑스트라 페이즈에 관한 홀로그램 창.

[엑스트라 페이즈 2 - 천사의 게임.]

- 영혼의 돌(Stone)을 얻기 위해 7명의 천사가 모입니다. 그런데 7명 중 천사로 위장한 악마 2명이 있습니다. 천사로 분류된 사용자는 5일 이내에 악마를 모두 찾아 정화시켜야 할 임무를 가지며, 악마 사용자는 하루에 하나씩 생성되는 지옥의 겁화로 하루에 한 명씩, 총 5명의 천사를 모두 죽여야 합니다.

[Tip : 이번 엑스트라 페이즈에서는 모든 능력과 권능이 봉인됩니다. 전투는 발생하지 않으며, 이번 페이즈에 한해, 관리자의 권한으로 모든 언어가 동시 번역됩니다.]

천사의 게임.

천사가 악마를 찾아 정화하고, 악마는 천사들 사이에 숨어, 지옥의 겁화라는 무기로 천사를 죽이는 게임.

아무리 봐도 두뇌싸움.

미나가 말했다.

“오빠……. 이건 마피아 게임하고 똑같아. 용어만 다를 뿐이야. 이건 내가 자신 있어. IQ는 내가 더 높잖아.”

“아니, 미나야! IQ가 전부는 아니야. 협상력은 내가 한 수 더 위니까.”

“하지만! 오빠만 위험하게 보낼 순 없어. 이번 건 내가 갈게.”

[진기 형은 내가 살려야 해. 그래서 모두 탈출시킬 거고.]

강백현이 자신의 생각을 미나에게 전달했다.

“싫어! 싫어! 싫다고! 찰스! 내가 갈 거야. 내가 갈래.”

그런데 찰스는 고개를 저었다.

“페이즈 2, 최고 득점자인 강백현 사용자에게 우선권이 있습니다. 강백현 사용자,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강백현은 주저 없이 손을 들며 말했다.

“참가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빛의 기둥으로 입장해주세요.”

찰스가 빛의 기둥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검은 빛이었다.

그리고 강백현이 그 기둥을 통과하자 모두에게 뜨는 홀로그램 창.

[엑스트라 페이즈 2 - 살아남는 사용자를 맞춰라.]

총 7명의 사용자가 전장에 입장하였습니다. 천사의 게임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사용자를 맞춰보세요.

맞추면 영혼의 돌 하나, 틀리면 죽음.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사용자들의 선택.

[성공시 : 영혼의 돌]

[실패시 : 죽음]

[도전 미실시 : 해당사항 없음]

* * *

10년 뒤.

죽음이 다가온 청년 윤수는 자신의 희생을 선택했다.

“마스터. 이게 내 운명이었어? 그래서 날 거둬주었던 거야?”

“그래. 나를 원망해도 좋아. 하지만 그 목숨은 우리를 위해 써줬으면 좋겠다.”

“그럴게. 어차피 난 마스터와 달리 인간이 아니니까. 복제품이니까.”

단원들이 청년 박윤수의 몸에 다이너마이트를 꽁꽁 묶었다.

“미안하다.”

“아니에요. 어차피 제 선택이었으니까. 제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제 선택이었으니까. 후회는 없어요. 그렇다고 이제 5살 난 꼬마 녀석을 죽일 수는 없잖아요? 신호가 오네요.”

“그래. 그동안 고마웠어.”

“네.”

청년 윤수의 몸이 꼬마 윤수와 바뀌었다.

청년 윤수는 10년 전 과거로, 꼬마 윤수는 10년 뒤 미래인 현재로.

성인이 된 미나의 얼굴에 슬픔의 감정이 담겼다.

“괜찮니?”

“응. 윤수는 괜찮아. 누나 말대로 능력 썼어.”

“그래.”

“엄마는?”

“응?”

미래로 온 꼬마 윤수는 청년 윤수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

“근데 엄마는 어디 있어?”

“윤수야. 엄마는 과거에 계셔.”

“싫어! 엄마!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데려와!”

“윤수야. 그럼 이렇게 하자. 마스터가 엄마 찾을 때까지 윤수 엄마 역할 대신할게. 그러니까 윤수는 나랑 같이 지내자.”

“으……으앙. 엄마! 엄마! 우리 엄마!”

‘미안해. 윤수야.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어.’

20대 중반의 강미나가 꼬마 윤수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러자 윤수가 신기한 듯 정신을 잃고 잠이 들어버린다.

윤수를 침실에 내려놓는 강미나.

그러자 뒤에 있던 사내가 강미나를 향해 물었다.

“마스터……. 윤수는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가 알고 있던 윤수는 이 아이라고 생각해. 이제부터 우리 가족으로 챙기고.”

마스터 강미나가 청년 윤수 대신 꼬마 윤수를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마스터…….”

“미안, 좀 피곤하네. 오늘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마스터…….”

사내의 말에 강미나는 고개를 저으며 방문을 닫고 나갔다.

새근새근 잠이 든 꼬마 윤수.

클론 윤수를 잃은 후, 허망한 듯 비통한 얼굴을 한 사내들.

하지만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잠에 든 꼬마 윤수를 바라보며, 이제까지 함께했던 청년 윤수의 희생을 가슴 속에 소중히 간직했다.

* * *

엑스트라 페이즈 2. 천사의 게임이 열리는 전장.

어둠이 깔리고. 천사의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각국의 사람들이 말을 꺼냈다.

분명 말은 외국어인데 모든 게 들리니까 신기했다.

‘이게 미나의 능력이었나?’

타 종족과 소통 가능한 능력.

그 능력을 이번 페이즈 한정하여 전원 부여받은 사용자들.

“오오오. 한국인?”

“네. 당신은 어디?”

“나, 필리핀!”

“오오오, 난 태국!”

7명 모두가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강백현의 앞에 이상한 창이 떴다.

[당신은 수호천사입니다.]

[수호천사는 낮에 수호의 빛을 사용해, 어둠에서 날아오는 지옥의 겁화를 방어해낼 수 있습니다. 수호의 빛은 한 번에 한 명만 보호할 수 있습니다.]

‘수호천사?! 단순한 마피아 게임이 아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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