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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52화 (52/200)

52화. 두 명의 윤수

개미굴에서 가장 참기 힘든 점은 아무래도 냄새였다.

풀 냄새와 썩은 물 냄새가 동시에 나는 개미들.

거기에 흙에서 나는 역한 냄새까지.

이 모든 것을 견딘다고 해도, 단단한 갑주를 두른 개미들이 6개의 다리로 걸어다니니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된다.

그때의 느낌은 소름이 돋을 정도.

“오빠, 괜찮아?”

“응. 문제없어.”

미나에게 보호막을 씌운 탓에 체력이 조금씩 떨어진다.

“나 괜찮으니까 보호막 풀어.”

“일단 개미 많이 없는 곳까지 가서 풀어줄게.”

개미굴 입구를 통과하자 수많은 갈림길이 펼쳐졌다.

원래라면 가장 아래, 여왕개미의 집으로 직진해야 하지만, 호르몬 냄새가 옅어지는 것을 눈치챈 일행들이었다.

“일단 쉬고 가자.”

“네. 방 하나 잡아 둬야 할 것 같아요.”

백현이 미니맵을 통해 수많은 방의 정보를 습득했다.

“아저씨, 왼쪽 3번째 방. 그 방이 비어있어요.”

“그래? 오케이.”

비어 있는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4명의 일행.

백현은 미니맵을 통해 개미들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인간들이 주방, 안방, 공부방, 서재 등을 구별하는 것과 같이, 개미굴의 각 구역들도 각 용도별로 구분되어 있었다.

식량 창고, 그리고 여왕개미가 머무는 곳.

여왕개미가 알을 까면, 그것을 옮겨 보관하는 산란방.

그리고 일개미들이 쉬는 수많은 방.

‘모든 일개미가 일을 하는 건 아니었어?’

미니맵을 보며 주변을 분석하니, 일하는 건 30%, 나머지 70%는 자신들의 거주지에서 서로 더듬이를 움직이며 대화를 시도하는 게 보인다.

“미나야. 해석이 돼?”

“되긴 하는데 아껴두려고.”

“아껴둬?”

“응. 하루에 30분밖에 못 쓰니까.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안 쓰는 게 나아.”

호르몬 효과가 떨어져간다.

냄새에 민감한 개미들이 빈방에 계속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어떻게 할까요?”

“기다려봐. 다른 팀이 길을 뚫어줄 거야.”

“다른 팀?”

“말했잖아. 별동대는 4개조로 구성되었다고.”

그때, 갑자기 일그러지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4명의 남자들.

그중 하나가 이어폰을 꼽고, 본부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2조 내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왔냐?”

“네. 고창욱 상사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이렇게 들어올지는 몰랐네.”

“네. 다행입니다. 저랑 같이 오시는 분의 능력이 출중하셔서 무사히 들어온 것 같습니다. 다들 괜찮으시죠? 저희 쪽에 치료 능력자가 계셔서, 다치신 분 있으시면 회복도 가능합니다.”

강백현은 깜짝 놀랐다.

고창욱과 같은 별동대 팀장이 데려온 인원.

그건 자신도 너무나 잘 아는 인물.

김종필과 이진기.

“오랜만이다?”

김종필은 강백현에게 악수를 건넸다.

그런데 미나가 강백현을 잡아당기며 막았다.

“어?”

“하지 마.”

강백현이 김종필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일순간 그의 손이 염산으로 된 젤리로 변해있는 것을 포착했다.

저건 송기영의 능력.

그 말과 동시에 김종필이 입을 열었다.

“인사 치곤 너무 심했나? 네 동생이 마음을 읽는다는 거를 깜박했네.”

강백현은 당황했다.

그건 강미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억을 되찾았어?! 분명 내가 빼앗았을 텐데…….’

세상에는 많은 능력이 있다.

물고 물리는 능력들.

기억을 빼앗는 능력이 있다면 기억을 회복하는 능력도 있을 터.

더구나 그중 최상위 능력.

그건 복제.

강미나가 능력을 쓰면, 김종필도 능력을 쓴다.

그것도 똑같은 능력을 쓴다.

강백현이 보호막을 쓰면 그도 보호막을 쓸 수 있다.

거기에 이번에 복제 능력을 레벨 3까지 올린 김종필.

이제 모든 능력을 레벨 2까지 복제할 수 있다.

김종필은 강미나와 강백현의 마음을 읽고는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살릴 기회를 앗아간 녀석과 그 녀석의 동생.

이제는 같은 편이 될 순 없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자신의 상대거리도 되지 않는다.

왜? 자신들에겐 회복 능력이 있으니까.

“윤수야. 진기 좀 치료 좀 해줘.”

“네. 알겠어요.”

김종필이 부른 익숙한 이름에 강백현이 그를 쳐다보았다.

마지막 한 명.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던 윤수의 모습은 아니었다.

훤칠한 키와 체격.

그런데 얼굴만은 꼬마 윤수와 너무나 닮은 청소년.

그에게 백현이 말을 걸었다.

“윤수 맞아? 내가 아는 윤수 맞아?”

“응. 맞아. 백현이 형.”

“어떻게 된 거야?”

“새로운 능력을 구입했어. 10년 뒤의 내가 되는 능력.”

“뭐?!”

“30분 동안 난 10년 성장한 미래의 나로 변할 수 있어. 지금이 그 모습이고.”

5살의 윤수가 15살이 되었다.

늠름하고, 자기주장 똑바른 윤수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윤수의 손에서 치료의 기운이 퍼져 나왔다.

그러자 이진기가 신기한 듯 김종필을 쳐다보았다.

“여왕개미 잡으러 바로 가자.”

“어.”

아공간을 타고 넘어가는 일행들.

당황했다.

“같이 가시죠.”

“아니? 우리끼리 처리한다. 포인트는 우리 거야.”

“잠깐만요! 잠시만요!”

아공간이 닫히고, 그들이 지하로 이동하는 게 백현의 눈에 보였다.

일직선으로 안전을 도모한 가운데 이동하는 4명.

그걸 보며 김만철이 당황한 듯 물었다.

“방금 뭐냐?”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진기 형 능력이 다른 차원을 넘어 다니는 능력이에요. 아마 바로 여왕개미굴로 향한 것 같아요.”

“그럼 같이 갔어야지.”

“그쪽에서는 저희가 먼저 가는 걸 원하지 않나 보죠. 아무래도 2000포인트가 걸려 있으니까.”

그나저나 충격이었다.

윤수가 새로 배운 능력이 너무나 신선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윤수.

그런데 왜 김종필과 같은 편에?!

선희 누나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하지만 지금은 일단 가야 했다.

그런데 입구 쪽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린다.

개미들이 미친 듯이 입구 밖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뭐야?”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두 사람이 지금 현상을 파악하는 데 애썼다.

“3조? 3조가 입구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이어폰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 고창욱 상사.

그리고.

“아람이랑 형우 아저씨야.”

“네?!”

“그들 포함한 4명이 입구에서 큰 판을 벌이고 있어.”

미니맵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이 파악 가능한 강백현.

“그럼…… 지금 우리도 여왕개미 잡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네. 일단 좀만 더 빠져나가고요.”

개미들은 엄청난 흥분상태를 유지했다.

입구에서 전투가 벌어지자 거의 모든 개미들이 입구 밖으로 나와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아람과 최형우를 상대하려 전투적인 자세로 돌입한다.

거의 30cm로 몸집을 불린 최형우는 가히 최강이나 다름없었다.

개미들을 짓밟고 발로 차고 주먹을 날리면 개미들이 순식간에 전멸한다.

김아람은 처음부터 끝판왕이었다.

그녀를 이길 자는 없었다.

수십, 수백 마리의 개미가 와도 소용없었다.

그녀에게는 손끝 하나 건들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의외.

김아람이 고전하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뭐야?”

그건 최형우도 마찬가지.

“아람아, 공중에서 일단 내려와.”

“네.”

날개달린 개미들.

6개의 다리. 4개의 날개. 거기에 더듬이까지.

분명 곤충이어야 하는데…….

얼굴이…… 얼굴이!

인간의 얼굴을 가진 개미들.

“저 여자 반반한데?”

“클클, 네 신부로 삼으려고?”

“다음 여왕개미로 딱 알맞겠어. 어차피 이번 여왕도 이제 끝이잖아?”

인간의 지성을 가진 개미들.

거기에.

“저 여자, 능력이 염력이네? 까다롭겠는데?”

“크크, 염력은 보호막에 막히잖아. 마침 내 능력도 보호막. 너희들도 씌워줄게.”

“클클클.”

갑자기 전선이 무너진다.

최강이었다고 생각했던 김아람의 염력이 통하지 않자, 최형우가 인간 얼굴을 가진 수개미들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촉촉. 촉촉.

개미의 입에서 안개가 나오고.

그 안개가 최형우의 슈트와 만나자, 슈트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최형우는 자신의 큰 몸집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몸집이 커지면 그만큼 표면적이 커진다.

그래서 몸집을 줄였다.

김아람이 자신을 인솔한 군인 출신 조강성 하사에게 말했다.

“후퇴하죠.”

“안 됩니다. 저희가 여기서 시간을 벌어주고 최대한 시선을 끌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김아람은 여기서 또 다시 죽을 순 없었다.

자신의 홀로그램에 남은 수명이 보인다.

[179일 13시간 13분.]

이미 한 번 죽었고, 예전의 자신은 이 세상에 없다.

죽은 사람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뿐인 복제인간.

한낱 미물이지만, 남은 기간을 소중히 보내고 싶었다.

‘나뿐만이 아니야. 만철 아저씨도, 되살아난 모든 사람도 전부 복제된 생명체.’

자신이 클론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홀로그램 창에 그런 메시지가 뜨니까.

그러나 자신이 클론이라고 밝히면 사람들은 어떻게 나올까?

그래서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소중한 생명을 능력도 통하지 않는 상대와 싸워서 버릴 수는 없었던 김아람. 그녀가 모두에게 말했다.

“후퇴합니다! 다시는 죽을 수 없어요.”

하지만 군인은 융통성이 없었다.

조강성 하사가 김아람의 말에 반박했다.

“안 됩니다. 버티세요! 제 명령에 따르십시오! 저희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왔습니다.”

화가 난 김아람이 조강성 하사의 이어폰을 자신의 염력으로 빠삭 하고 깨뜨려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작전은 끝났어요. 능력이 먹히지가 않잖아요. 저희는 후퇴하겠습니다. 선희 언니, 어떻게 하실 거예요?”

윤수의 엄마. 정선희가 3조에 있었다.

정선희는 변해버린 아들 때문에 조강성 하사와 합류했다.

그런데 선뜻 전투현장에 나와 보니, 지성이 있는 그들을 이길 자신이 없다.

김아람이 독촉했다.

“언니! 빨리 결정해요. 뭘 그렇게 고민하세요? 언니의 고유권능이 있으면 윤수는 언제든지 언니 품으로 돌아올 수 있잖아요!”

“…….”

정선희가 4성이 된 후 얻은 고유권능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람이의 말이 맞다.

이 능력이면 윤수가 위험한 일은 없다.

“응. 돌아가자.”

정선희의 말에 조강성 하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후방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강성이 당황했다.

“잠시만요! 저기요! 아……. 멈춰! 멈추라고! 싸워야 한다니까!”

작전을 위해 태어난 군인.

그는 마지막까지 일행을 붙잡기 위해 소리치려 했지만,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퍼억…… 팡!

한 번에 관통되어버린 복부.

그것을 찌른 것은 인간 얼굴을 하고 있던 수개미가 들고 있던 창.

창이 좌우로 흔들리며, 관통범위를 더욱 더 넓혀간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악몽에 저항하는 꿈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후방 지휘소에는 제일 먼저 개미굴에 침투했던 1조의 메시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1조, 고창욱 상사입니다. 능력을 가진 이형생물체 다수 출현, 3조 조강성 하사, 현 시각부로 사망했습니다.]

“뭐?! 능력을 가졌다고?!”

[네. 자세한 것은 좀 더 파악한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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