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51화 (51/200)

51화. VIP

대통령이 살아있었다고?

솔직히 좀 그랬다.

날 찾는다고?

“표정이 왜 그래?”

김만철 아저씨의 물음에 강백현이 대답했다.

“제가 유명인사도 아니고, 절 찾는다니까 이상해서요.”

“너 유명인사 맞아. 전 국민 앞에서 네 활약상을 다 보여줬는데, 왜 유명인사가 아니겠냐?”

“그럴까요?”

후방 임시 지휘소라고는 하지만, 대단한 건 아니었다.

단순히 동굴 형태로 만든 벙커에 불과했다.

물자는 전혀 없고 인력만 있는 상황.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

“사령관님, 남쪽 방향 1진이 밀리고 있습니다.”

“뭐야?! 예비인원 투입해서 지원해줘!”

“예비인원이면?”

“여기 경계하고 있는 사람들 투입하라고!”

“네. 알겠습니다. 남쪽 방향에 30명 추가 지원하겠습니다.”

그래서일까?

인간들은 전선을 유지한 채, 제 3페이즈에서 방어작전을 원활히 수행하고 있다.

“이쪽입니다. 들어오십시오.”

모집원의 말에 동굴 안으로 들어간 백현 일행.

그 안에 한 남자가 강백현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다.

“자네가 백현이지?”

“네. 대통령님.”

강백현과 대통령은 서로를 알아보았다.

대통령은 워낙 유명하니까 알아본 거고, 강백현은 저번 엑스트라 페이즈를 통해 워낙 유명해졌으니까 대통령도 알아본 것.

“후-우, 너무 젊군. 젊어.”

대통령의 말에 옆에 있던 국방부장관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4성입니다. 어린애라고 얕보시면 안 됩니다.”

“그런가?”

대통령은 국방부장관의 말이 선뜻 이해가지 않았다.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얕보다니…….

이미 그들의 활약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얕볼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정색한 후, 곧바로 질문에 들어갔다.

“몇 가지 질문을 하지. 자네는 우월한 소수의 생존을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각오할 수 있나?”

“잘 모르겠습니다.”

“예스나 노, 둘 중 하나로 대답하게.”

“상황에 따라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백현이 대답하자, 대통령 옆에 있는 국방부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이군.’

“좋아. 그럼 하나 더 묻지. 자네는 『3cm가 된 사람들』이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나?”

“없습니다.”

강백현은 압박을 느꼈다.

시작부터 질문하기 시작하는 대통령.

분명 두뇌파.

자신의 대답으로부터 무언가 정보를 얻는 것만 같았다.

뭐지? 이 느낌은?

한편, 국방부장관의 행동에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뭐지? 안 읽었다고? 그걸 안 읽었다고?’

“그럼 외국에서 지금 상황과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베스트셀러를 읽은 적이 있나?”

“없습니다.”

강백현의 대답에 이번에도 국방부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읽은 적이 없다고?!’

“그럼 한 번 더 묻겠네. 자네는 사람을 죽여서 4성이 된 건가?!”

“아닙니다.”

이것 또한 진실.

강백현은 거짓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럼 처음부터 4성이었다는 건가?”

“맞습니다. 근데 대통령님, 왜 자꾸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 뒤에 있는 제 동생은 물론이고, 저랑 같이 다니는 김만철 아저씨도 지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사실이었다. 거의 범죄자처럼 취조하는 분위기.

그렇기에.

“자네의 성향을 알아보려는 것이었네. 특별히 취조하려던 건 아니야.”

“네. 그럼 질문의 의도는 뭡니까?”

“사실 우리가 얻은 정보가 있어. 그건 일본의 베스트셀러 『3cm가 된 사람들』이란 소설에 대한 정보였네. 그 소설을 읽은 자는 태생 4성부터 시작하게 되지.”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백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방부장관.

대통령이 그의 행동을 보며 강백현이 진실만 말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강백현은 연이어 질문을 쏟아냈다.

“소설에 대한 정보는 무엇입니까?”

“그 소설과 비슷한 내용은 과거에도 있었네. 마야 문명에서도 그 소설에 대한 벽화가 기록되어 있고, 메소포타미아, 심지어 고조선! 강화도에서도 그와 비슷한 소설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네도 겪어서 알지 않나? 절망, 멸망, 외계인들의 유희. 이번 실험은 지구에서 첫 번째 실험이 아닌 게야.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하진 않았지만, 작은 규모의 실험은 그 이전에도 계속 있었던 거지. 마야 문명이 멸망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첫 번째가 아니라뇨? 대통령님은 그걸 알고 계셨던 겁니까?! 이미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보가 있었던 겁니까?”

“그렇다고 해두지. 나도 일단은 4성이니까. 안 그렇나? 국방부장관.”

“네. 맞습니다. 대통령님. 백현이는 알아차렸을 거야. 우리는 많은 것을 대비하고 준비했어.”

“그럼 저도 하나 묻겠습니다. 여기 벙커에 있는 4성은 총 몇 명입니까?”

백현의 질문에 대통령이 웃음을 지었다.

“후후,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말게. 나랑 국방부장관 그게 끝일 터이니. 아~ 이진기라는 친구와 김종필이란 친구도 4성이라고 하더군. 지금 여기에는 없지만…….”

강백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웠다.

“소설 내용을 알고 계셨으면서, 이렇게 될 줄 알고 계셨으면서 미리 대비를 안 하신 겁니까?! 겨우 2명이라뇨?! 사람들이 대통령님과 같은 4성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희생자를 내진 않았을 겁니다.”

“너무 이상적인 결론만 내리는군.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복잡하네. 하지만 이건 알아두게. 희망은 있다는 거.”

“희망이요? 무슨 희망이요? 지금도 미쳐버릴 것 같은데요?”

강백현의 말에 대통령이 자신의 정보를 내놓았다.

“페이즈 10. 그걸 통과하면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올 거야. 우리는 그걸 이겨낼 거고.”

“페이즈 10이요?!”

“그래. 내가 처음에 물었지? 우월한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할 생각이 있냐고.”

“네. 그러셨죠.”

“그리고 자네는 상황에 따라서 그럴 수 있다고 답했네.”

“네. 맞습니다.”

“자네의 전투력은 우리가 봐서 알고 있네. 그래서 우리는 자네를 밀어주겠네. 이 친구와 함께 가게나.”

대통령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쪽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김만철과 비슷한 근육형 타입이다.

“스피드 능력자, 고창욱 상사입니다. 저는 작아지기 전에는 707 특전사령부에 근무했습니다. 전투 하나만은 자신 있습니다. 여러분들을 지킬 자신도 있고요.”

“그래. 고 상사는 여기 지원자 세 분하고 같은 조가 돼서 가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강백현은 대통령의 의도를 듣고 조금은 안심했다.

적대적인 게 아니었다.

접근 방식은 잘못 되었고, 지극히 고압적이었지만, 실상은 자신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백현이라고 이름으로 불러도 되나?”

고창욱 상사는 처음부터 일행들에게 잘 파고들었다.

“네. 그러셔도 돼요.”

“그래. 잘 지내보자고! 거기 김만철 씨죠?”

“네.”

“제가 38살로 형님인데, 정말 36살 맞나요?”

“네. 그런데요?”

“아니, 뭐 그렇다구. 잠깐 여왕개미 잡으러 가기 전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큰 건가요?”

“응. 좀 큰 거.”

고창욱, 그는 좀 허당기가 있어 보인다.

거사(?)를 치르고 온 고창욱은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총 4개조로 투입을 할 거야. 우리가 그 4번째 조.”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고창욱의 귀에 이어폰이 있다?

“이어폰은 뭡니까?”

“통신수단, 중앙에 통신 수단 능력을 가진 후배가 있어. 조철환 중사라고, 걔가 만든 이어폰인데, 이걸로 서로 통신을 할 수 있어.”

“그럼 다른 쪽의 정보도 얻을 수 있겠네요.”

“응. 다만 철환이 녀석이 최대 4개밖에 이어폰을 못 써서, 그게 문제지 뭐. 그래도 나랑 7년 동안 합 맞췄던 녀석이니까 잘할 거야.”

“네.”

개미굴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입구에서 한 사내가 4명의 일행에게 연기를 내뿜었다.

풀 냄새와 썩은 물 냄새가 동시에 코를 찔렀다.

“컥컥…….”

“우악!”

“독하네.”

독한 냄새, 그걸 몸에 뿌린 네 사람에게 한 사내가 말했다.

“붉은 개미 호르몬과 같은 성분입니다. 약 한 시간 정도는 여러분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개미가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개미의 수는 엄청났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개미들이 저절로 백현 일행을 피해서 앞으로 전진한다는 것.

그때 강미나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왜?”

지나가던 개미랑 부딪혀 넘어진 것이다.

하긴 지금 개미의 걷는 속도는 보통 인간의 뛰는 속도를 상회한다.

그래서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된다.

다행인 것은 슈트의 기능.

슈트를 입으면 피해가 반감되어서 충격이 덜하다.

그렇게 걷기를 30분.

드디어 개미굴이 보인다. 개미굴 입구에는 일반적인 붉은 개미보다 몸집이 4~5배는 큰 개미가 굴을 지키고 있었다.

“백현아, 병정개미다.”

“네. 얼른 지나가죠.”

“응.”

그런데 병정개미 녀석이 출입하는 동족들도 하나하나 검사하고 있다.

갑주 같은 입이 달린 턱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며 개미들의 호르몬을 바로 앞에서 체취하고 있다.

솔직히 겁이 나는 게 정상이었다.

백현 또한 그랬으니까.

미나는 더욱 더 그랬다.

“미나야. 여기 와서 돌아갈 순 없어.”

“알아. 끝까지 갈 거야.”

“걱정 마. 내가 보호막 씌워줄 테니까.”

강백현이 겁에 질린 미나를 위해 몸에 얇은 보호막을 씌웠다.

그러자 미나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걸렸다.

강백현이 통과하고, 강미나가 연이어 통과했다.

그들의 얼굴 앞까지 병정개미가 커다란 얼굴을 내밀었지만, 다행히 호르몬 효과는 아직 유지되고 있었다.

김만철이 덜덜 떨었다.

“왜 이렇게 떨어요? 저희도 왔잖아요. 괜찮을 거예요.”

“개미는 질색이라…….”

그러나 다행히 무사통과.

마지막은 고창욱 상사.

그런데 병정개미가 계속 앞길을 막는다.

그의 냄새를 계속해서 맡아본다.

킁킁. 킁킁.

유독 그의 엉덩이 부분의 냄새에 집착하는 병정개미.

병정개미 둘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더니, 고창욱의 몸을 낚아채기 위해 턱을 내밀었다.

강백현은 알았다. 병정개미가 고창욱을 막으려고 한다는 것을.

그래서 외치려 하는데, 강미나가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모은 두 손.

그리고 미나의 입에서 나오는 이상한 소리.

그러자 병정개미가 조용해진다.

고창욱이 당황한 채, 입구에 들어오며 물었다.

“미나야……. 어떻게 한 거야?”

“병정개미한테 말했어요. 통과시켜달라고.”

“그래? 그런 게 돼?”

“네. 저는 모든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제 권능이에요.”

권능.

4성 능력자의 특별함.

그리고 미나의 잔소리.

“군인 아저씨.”

“어?”

“아저씨 엉덩이에서 똥냄새 난대요. 그래서 병정개미한테 말했어요. 씻기겠다고.”

그러자 고창욱을 제외한 3명 일행의 입가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형님, 엉덩이 잘 안 닦으셨나 봐요?”

“여기서 닦을 만한 게 어딨어? 그냥 흙으로 비볐지.”

“사육장에서 처리 좀 하시지.”

“낸들 안 하고 싶었겠냐? 아~ 이미지 완전 똥 됐네. 이거 나중에 지휘소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마라. 알았지?”

평판을 걱정하는 고창욱.

그를 향해 강백현이 말했다.

“일단 하시는 거 봐서요. 지금부터는 슈트에 붙은 라이트를 켜야 할 것 같은데요?”

개미굴 안에 진입한 4명.

그들이 함께 배꼽 부위에 붙은 전등을 켰다.

그러자 개미굴 안의 모습이 보였다.

빼곡빼곡하게 달라붙어 있는 개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걷기도 힘들 만큼 좁은 틈이 일행을 막아서고 있다.

엄청난 수의 개미들은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겁이 날 정도로 수적 우위를 보이는 개미.

그때 김만철이 백현에게 물었다.

“호르몬 남은 시간이 몇 분 정도지?”

“아마 20분 정도 남았을 거예요. 빨리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겁먹지 말고 일단 가자.”

“네.”

4명의 일행이 개미굴에 진입했고, 고창욱이 이어폰을 향해 지금의 상황을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있는 지휘소에 알렸다.

[개미굴 입구, 현시각부로 통과, 피해현황 없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계속 진입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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