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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44화 (44/200)

44화. 대립

“백현아…….”

김종필이 조심스럽게 강백현의 이름을 불렀다.

김종필은 반사적으로 보호막 능력을 써서 자신을 둘렀다.

보호막 파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날카로운 보호막 파편은 김종필의 바로 앞에서 멈춘 상태.

강백현은 쓸쓸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김종필의 곁으로 걸어왔다.

강백현이 만들어낸 보호막 파편이 김종필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의 분노의 감정이 저 멀리서도 느껴졌다.

그야말로 화신.

그걸 보며 이진기가 소리쳤다.

“백현! 하지 마! 서로 싸우지 마!”

이진기의 말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백현.

“싸우려는 건 아닙니다.”

“…….”

그는 결심한 듯 자신의 뜻을 밝혔다.

“이제부터 별도 행동하겠습니다.”

“뭐?!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종필이 형 말고 저랑 같이 가실 분 계십니까?”

김종필은 강백현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날 빼고? 너랑 같이 갈 리가 없잖아.’

그의 뜻대로 이진기가 그를 만류하며 말했다.

“못 따라가. 우리들은 친구잖아. 백현아, 그냥 우리랑 같이 행동하자. 응? 형님이 죽은 건 맞는데, 전적으로 제이피 잘못은 아니잖아. 응?”

역시 이진기.

하지만 김종필은 강백현과 같이 행동하고 싶진 않았다.

두뇌파인 그 둘은 또 다시 부딪힐 게 분명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 깔끔히 헤어지는 편이 나중에 태철이를 살리기에도 좋을 테니까.

그런데 송기영이 강백현에게 걸어가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난 백현이랑 같이 갈게.”

“뭐?”

“백현이랑 같이 간다고.”

“야! 야! 야! 너 미쳤어? 걔하고 같이 왜 가?! 어?!”

김종필이 불같이 화를 내자, 송기영이 말했다.

“너희들 어차피 나 맨날 무시만 하고, 다 너희 뜻대로만 하려고 하잖아. 백현이는 달라.”

“뭐가 다른데? 도대체 뭐가 다른데! 미친놈아! 빨리 안 와?”

“그 무시하는 태도, 맨날 [기형아, 기형아]라고 깔보고. 솔직히 태철이 살리는 것도 내 의견은 하나도 안 들어간 거잖아.”

“너도 동의했잖아!”

“난 너희가 걱정돼서 따라온 것뿐이고, 난 다른 사람 살릴 거야.”

“야! 안 돌아와? 야! 안 오냐고!”

송기영이 강백현에게 걸어가자, 녀석이 말했다.

“가시죠.”

“어디로 가려고?”

“일단은 여기서 벗어날 겁니다.”

“그래. 어디든 가자.”

강백현과 송기영이 떠난 후, 이진기와 김종필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제이피, 어휴!”

“뭐가?!”

“네가 백현이 말만 들었어도 이렇게는 안 됐잖아.”

“됐어. 다 끝난 일이야. 어차피 떠날 놈이었고.”

“우리 둘이 뭘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난 공격능력도 없고, 너도 나랑만 있으면 마찬가지잖아.”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

* * *

며칠 전. 과거.

페이즈 1 당시. 골목길.

처음 만났을 때는 별 이상한 할머니가 소리쳤다.

“거기로 가면 안 된다! 너그들 거기로 가면 다 죽어!”

“미친 할망구야! 네가 뭔데 나를 가라마라 해?”

“에휴! 가면 안 된다니까!”

최복자의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전진하는 사내.

그런데 정말 사망.

그 이유는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고양이가 날이 단단히 선 발로 톡톡 건드리자, 말만 앞세웠던 젊은 사내가 떼구루루 구르다가 내장이 터져 죽어버렸다.

사람들은 난리를 치며 반대방향으로 도망갔다.

하지만 최복자는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한 남자를 향해 말했다.

“부하들 찾고 싶지?”

“뭐?”

“양동학파의 두목 장복남 아니야? 내가 사람 잘못 봤어?”

장복남은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고, 할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할머니 뭐야!”

“나? 점술사지. 이쪽으로 오게. 그럼 목숨은 건질 테니.”

장복남은 고민 끝에 최복자 할머니가 이끄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의심스러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상황.

그는 순전히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최복자는 그가 자신을 따라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역시 부하 얘기를 꺼내면 따라오게 되어 있구만.’

수백, 수천 개의 미래를 바라보고, 그 선택지를 따라 행동하는 최복자 할머니는 다른 사람이 보기엔 진짜 신.

그녀는 자신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 있어, 죽을 일도 없다.

“잘 했어. 나 안 따라왔으면 저것들처럼 자네도 목숨을 잃었을 게야.”

최복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양이가 최복자와 장복남의 앞을 지나쳐나가더니, 도망치는 일행들을 쓸어버린다.

입으로 물고, 발로 톡톡 건드는 것만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

하지만 최복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구석진 곳으로 장복남을 유도하며 말했다.

“따라와. 자네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이제 곧 안내할 터이니!”

* * *

그때부터 이어진 인연.

다른 유리사육장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 사람이면서 1위 한국팀을 선택하지 않은 결과다.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최복자 할머니가 있는 유리사육장 한 곳에서는 그녀를 신봉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최복자! 최복자! 최복자!』

열성적인 응원을 하는 젊은 사내들.

미래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를 응원하는 건 당연할 터.

그들 대부분은 혈기왕성한 조직원들이었다.

팔뚝에 화려한 용 문신, 부처님 문신, 하트 문신 등 각자의 개성을 드러낸 남성들.

하지만 50대 중반의 두목 장복남의 한마디면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어머님이 부담스러워하신다. 그만!”

『네. 형님!』

조직원들은 대답하면서도 웃음을 머금었다.

대략 40여 명의 조직원들 중 10여 명씩 분리되어 남은 조직원들.

“형님, 다른 놈들은 괜찮을까요?”

“어머님이 미리 말씀하셨잖아. 무조건 한국팀 뽑으라고.”

“그러시긴 했지만, 믿지 못하는 놈들도 있어서.”

“그냥 믿어. 믿어! 믿으면 돼.”

장복남은 페이즈 1, 페이즈 2를 거치며 최복자의 미래예지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다만 걱정인 것은 그녀의 건강.

“웁!”

“괜찮으세요? 어머님? 야! 팔복아! 빨리 주물러 드려라.”

“네! 형님!”

스포츠 마사지 자격증 2급을 가지고 있는 문팔복.

그가 최복자의 어깨를 주무르자, 그녀가 통증을 잊고 스르륵 잠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밖에 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질병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은 목숨이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구해드리죠. 윤수라는 아이, 제가 반드시 저희 쪽으로 데려오겠습니다.’

축제 분위기인 이곳과는 달리 다른 곳의 유리 사육장은 완전 초상집이었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북한밖에 안 남았어!”

“다른 데는 어디 투표했는데?”

“필리핀하고 중국.”

“멍청하긴! 한국에 투표했어야지.”

“너무 몰아붙이지 말아요. 우리 다들 각자 떨어져요. 안전거리 확보하자고요!”

초조함은 모두가 같았다.

그런데 첫 번째 탈락자가 나왔다.

[베트남 지역 참가자들이 전원 탈락하였습니다. 중간 성적을 발표합니다.]

1위 : [대한민국 : 1056Point]

2위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 752Point]

3위 : [러시아 : 655Point]

4위 : [요르단 : 497Point]

5위 : [이란 : 142Point]

6위 : [파키스탄 : 117Point]

홀로그램에 나타난 메시지와 화면.

그리고 구석에서 들리는 절규!

“으아아아아악!”

사람들은 그가 선택한 세 팀이 모두 탈락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슈트의 기포가 보글보글.

“살려줘! 살려줘!”

그를 살리는 방법은 단 하나. 포인트가 있는 사람이 그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는 것뿐.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지만 그 말을 듣는 것조차 싫었던 한 남자가 침묵 능력을 사용했다.

“우……부부부부. 우……부부부부.”

말소리가 나오지 않는 남자가 미친 듯이 절규했다.

소리치고 비명을 지르지만, 침묵 능력은 그걸 원천 차단했다.

김환석 구청장이 투표를 잘못해 최종 점수 0점이 되어 죽어버린 남자를 보며 조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김환석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 또한 그 비참한 광경을 목격하면서도, 서로 쉬쉬하고 외면한 채, 자신의 앞에 보이는 홀로그램의 결과에 집중할 뿐이었다.

* * *

강백현은 송기영과 둘이 걷고 있었다.

“백현아 괜찮니?”

“네. 괜찮아요. 그런데 형은 왜 절 따라오셨어요?”

“못 들었나? 형 살리고 싶어서.”

“형이요?”

“그래. 친형, 송기성. 기성이 형은 날 구하다가 죽었어. 널 보니까 형 생각이 나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

강백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가라앉은 분위기가 계속 되었다.

둘은 계속해서 걸었다.

그러다가 너무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어색했는지 강백현이 먼저 물었다.

“기성이 형은 어떻게 돌아가셨어요?”

“나 구하려다가.”

“네?”

“형이랑 둘이 같이 엘리베이터로 내려오고 있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그때 작아지는 바람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작아진 두 사람은 탈출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고 한다.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버튼이 너무 높아서 누를 수 없었던 것.

그건 강백현도 직접 겪어서 알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1층 버튼의 높이는 거의 1m.

지금 크기로 따지면 50m의 크기다.

“기성이 형 능력은 끈끈이였어. 손과 발이 벽에 달라붙는 능력이었지.”

“아……. 그러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었겠네요.”

“맞아. 그런데 그게 계속 쓸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송기영의 눈망울이 갑자기 촉촉해졌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알아들은 강백현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 * *

“기성이 형! 문 열렸어! 빨리 내려와!”

“내가 누르고 있어야 문 열린 거 유지하잖아. 빨리 나가!”

“알았어. 형! 그럼 내가 밖에 나가서 구조 요청할 테니까, 내려와서 쉬고 있어. 알았지?”

“그래! 빨리 나가! 엘리베이터에서 빨리 나가!”

“응!”

송기영은 형을 구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나갔다.

그걸 보며 송기성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기영아, 빠져나갔구나.’

사실 그는 한계였다.

자신의 한계를 체감하면서도 정신력으로 버텼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

끈적거렸던 손의 감촉이 사라진다.

‘미안하다. 기영아, 형 먼저 갈게.’

스르르르륵.

손과 발이 벽에서 떨어졌다.

그 결과는 당연히 추락.

퉁 소리가 들려왔다.

송기영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무심하게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

“형, 혀어어어엉!”

송기영이 뛰어갔지만, 이미 닫힌 엘리베이터는 절대 열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엘리베이터를 열었을 때는 1m 높이에서 떨어져 처참하게 터져버린 형의 신체가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 * *

“괜찮으세요?”

“그래. 그때는 충격이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그런데 왜 엑스트라 페이즈 선택할 때 머뭇거리셨어요?”

“그거야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잖아. 솔직히 태철이랑 난 안 친해. 걔 구하고 싶지도 않고. 다만, 제이피랑 진기 걔네들이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참가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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