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36화 (36/200)

36화. 새로운 전장

엑스트라 페이즈.

포탈을 통해 넘어간 곳은 찰스가 보여준 전장 그대로였다.

데스 아일랜드.

조그마한 관광지.

야자수와 슬레이트로 대충 지어진 건물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리조트 건물.

다행히 현실적인 크기.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

“백현아, 아무래도 우리 몸집이 커진 것 같은데?”

김만철은 주위 풍경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키의 3배만한 야자수 나무,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리조트 건물,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차도와 길거리에 널려 있는 오토바이와 차량.

동남아국가의 섬과 유사한 환경.

그런데 백현이 사용자 정보에서 키와 몸무게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사용자 정보 User information>

○ 직업 : 왕자 (Prince) / ★★★★

○ 나이 : 19세

○ 키 : 3.44cm

○ 몸무게 : 35g

○ 고유스킬

1. 보호막 Lv 2.

2. 자연치유 Lv 1.

3.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4.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아니에요. 우리가 커진 게 아니라, 이곳이 축소모형인 것 같아요.”

하늘에서 커다란 비행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다닌다.

백현은 그게 뭔지 단숨에 파악했다.

인터넷에서도 팔던 물건. 21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

바로 드론이다.

“드론?”

드론이 촬영 중인 장면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드론이 데스 아일랜드 전장을 순회하며 참가자들의 위치를 간략하게나마 알려주기 시작했다.

백현 일행이 속한 한국팀의 6명을 촬영한 드론이 하늘 높이 날아갔다.

차도를 넘고 산림지역을 넘자 해수욕장이 나타났다.

그곳에 보이는 4명의 멤버들.

“일본…… 사람인 것 같아.”

“응.”

일본도를 들고 있는 남자.

그리고 표창을 허리춤에 주렁주렁 매단 여자.

거기에 스모선수 같이 샅바를 찬 엄청난 거구의 남자.

그리고 할아버지.

드론이 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해수욕장을 넘어 절벽이 보인다.

그 끝에서 머뭇거리던 드론이 작은 틈새 사이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놀랍게도 동굴이 펼쳐져 있었다.

종유석에 석순.

수천 년은 퇴적되었을 석회암이 만들어낸 세월의 창조물.

그 안에서 머뭇거리는 2인조 남성.

외모로 보니 100퍼센트 중국 사람이었다.

일본인, 중국인 그리고 한국인.

그런데 국가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폭포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란 사람들, 중앙 화산지대에는 파키스탄 사람들. 거기에 필리핀, 베트남에 러시아 사람들까지.

총 국가 13, 참가자는 무려 67명.

그런데 의외인 건 북한 사람들.

제아무리 공산 국가라고 하지만 10명 모두가 참여했다.

드론은 섬 전 구간을 훑어 지형지물과 참가자들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모두가 어디 부근에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데스 아일랜드의 포인트는 7군데로 나뉘었다.

리조트.

그리고 쭉 이어진 차도.

숲속.

해안가.

동굴.

폭포.

그리고 화산지대.

강백현은 빨리 머리를 굴렸다.

팀전이며, 끝까지 살아남는 팀이 최종 우승이므로 지형적 우위를 가져야만 했다.

일단 리조트 안에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건물 안이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하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최고의 장소.

그리고 차도.

근처에는 오토바이나 자동차 등 탈것이 있다.

그 다음 숲속.

숲 안에는 포인트를 올려줄 수 있는 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러므로 포인트가 부족하면 참가자 대신 동물을 죽여 포인트가 줄어드는 것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그 다음 동굴.

날씨와 기온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

소나기가 오더라도, 추운 밤이 되더라도 체온을 보존하기 좋은 환경이다.

폭포는 소리를 차단해, 기척을 줄여줄 수 있었다.

또한 마실 물이 있어 식량이 없어도 버틸 수 있다.

그에 비해, 화산지대와 해안 지형은 절벽과 연결되어 이점이 없어 보였다.

백현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일행에게 말했다.

하지만…….

김아람이 분위기를 흐렸다.

“따로따로 행동하죠.”

그녀의 말에 갑자기 싸늘해진 한국팀.

“잠깐만요. 저기요! 우리 팀전이거든요? 같이 모여서 작전이라도 짜고 해야…….”

하지만 김아람은 이진기의 목덜미를 염력으로 잡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켁켁…….”

이진기가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리조트 앞 수영장에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빠지는 남자.

그런 남자를 보며 김아람이 모두에게 외쳤다.

“팀전? 웃기는 소리하지 마. 결국 살릴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잖아. 이건 처음부터 개인전이었어.”

그녀의 말이 못마땅했는지 세 친구 중 하나인 김종필이 그녀를 설득하려 말했다.

“그래도 모두 살아남아야 하잖아요. 일단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으악!”

김아람의 염력.

너무나 강력해서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 또한 그녀의 손짓 하나로 수영장에 빠지고 말았다.

김만철은 나서려는 강백현을 말렸다.

김아람이 변해 있었다.

편의점에서 보았던 밝은 아람이와는 별개의 사람.

그건 가족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아니, 이제는 그 가족 중 하나를 살리기 위해 바뀐 것.

김만철이 그런 김아람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같이 행동 안 할 거니?”

“별도 행동하겠어요. 혹시나 인질로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구해줄 생각은 없으니까.”

“그래. 알았다.”

“…….”

그녀가 자신의 몸을 띄운다.

그러더니 리조트 옥상으로 향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강력해지고 세밀해졌다.

목만을 정확히 노리고 수영장에 빠트리는 정확성까지.

모든 것을 갖췄다.

이제 동료를 파악해야 한다.

아람이는 결국 홀로 떠났고. 남은 사람은 백현과 김만철을 포함해서 다섯.

백현보다는 다 형이지만, 김만철보다는 아래.

그들은 다 친구였다.

키 크고 마른 남자 송기영은 우유부단했고, 키는 작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소유한 이진기란 친구는 말이 험했고, 적당한 체형을 가진 김종필이란 친구는 과묵했다.

강백현이 세 사람을 파악하던 그때, 마른 사내 송기영이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너희들 지금 배고프지 않냐? 일단 좀 먹자.”

그러자 송기영의 친구 이진기가 다짜고짜 화를 냈다.

“미친 놈! 이 상황에서 배고프다는 말이 나오냐?”

“아, 졸라 배고픈데? 설악산에서 거의 못 먹었잖아.”

세 사람의 의견을 가만히 듣고 있던 강백현은 송기영이란 남자의 말에 일부 동의했다.

“확실히 먹는 것부터 챙기는 게 좋겠어요. 다른 참가자과는 아직 거리가 머니까.”

미니맵이란 사기적 기능으로 주변 상황을 볼 수 있는 백현은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다.

백현의 말에 송기영이 강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얘가 좀 뭘 아네. 너 이름이 뭐니?”

그때 반사적으로 얼굴 위로 반투명 막이 올라왔다.

“강백현입니다.”

“오! 대박. 반사신경 봐. 네 능력이 보호막이야?”

“네. 형은 능력이 어떤 건데요?”

“나? 진기야. 이거 얘기해야 되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미친 놈!”

“아니, 물어볼 수도 있지. 왜 욕부터 해.”

“너는 그래서 욕먹는 겨. 지금 저 학생 되게 불편해하고 있잖아.”

“아, 그러냐? 미안.”

송기영이 이진기의 말을 듣고 백현으로부터 떨어졌다.

그러자 강백현이 자신의 얼굴에 씌웠던 보호막을 풀며 이진기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송기영이 잘못한 거니까. 쟤 능력은 젤리 레벨 2. 몸을 젤리처럼 변형시킬 수 있어.”

“젤리요?”

“응.”

신박하기 그지없는 능력이었다. 젤리라니.

도대체 어떻게 활용하는 걸까?

리조트 입구로 걸어가는 사람들.

그런데 문이 잠겨 있다.

이진기가 웃었다.

“송기영 출동!”

“아!”

“왜? 네 젤리 능력이면 통과할 수 있잖아.”

송기영이 자신의 몸을 젤리처럼 늘렸다. 그러자 그의 몸이 액체로 변하더니 리조트 출입구 틈을 통과한 후, 다시 사람의 형태로 변했다.

“내가 말했지? 통과할 수 있다고!”

이진기의 말에 강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입구를 통과한 송기영이 안에서 문을 열었다.

그나저나 능력이 젤리라니…….

그럼 다른 둘은 무슨 능력을 가진 걸까?

“진기 형은 무슨 능력을 가지셨어요?”

“나?”

“네.”

“나는 아공간.”

“아공간이요?”

“응. 지금은 보여줄 수 없고, 위험할 때나 필요할 때 보여줄게. 내 능력은 체력소모가 커서 많이 못 쓰거든.”

“아……. 넵.”

그런데 과묵한 남자가 걸린다.

처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사람.

그의 능력은 과연 무엇일까?

미나가 같이 있었다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텐데.

그 때 그 남자가 먼저 말했다.

“내 능력이 알고 싶은 거야?”

“네?”

“내 능력이 알고 싶다고 방금 생각했잖아.”

김종필이란 사내의 말을 듣고 강백현이 분석을 시작했다.

‘어떻게 알았지? 여동생하고 같은 능력인가? 아니야. 대화 정황상 내가 저 형의 능력을 궁금해하는 건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어.’

그런데 그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종필은 웃으며 강백현에게 말했다.

“어떻게 알았지라고 방금 생각한 거지? 여동생하고 같은 능력 아닐까 생각했고.”

“어떻게…….”

“내 능력은 복제야. 주변에서 사용한 능력을 감지하고, 그 능력을 1시간 동안 온전한 내 능력으로 사용할 수 있어. 그래서 지금 사용 가능한 능력은 마인드 리딩하고 보호막, 거기에 젤리 능력까지.”

김종필이 보호막을 펼친다. 거기에 자신의 팔을 흐물흐물하게 젤리처럼 바꾸기까지 한다.

복제 능력을 갖춘 김종필.

그야말로 사기 수준.

그가 당황해하는 강백현을 보며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형들도 충분히 1인분씩 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들도 죽을 생각으로 여기 온 건 아니니까.”

왜일까?

그의 말에 신뢰가 가기 시작했다.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 먼저 들어간 이진기와 송기영이 외쳤다.

“제이피! 먹을 것 천지다. 냉장고도 있어!”

“어. 갈게. 다 먹지 마.”

“먹고도 남아! 싹 쓸어 가자.”

“오케이! 거기 형님? 같이 가셔서 일단 먹고 보죠. 배고파 죽겠습니다.”

믿음과 신뢰.

왜 그런지 알았다.

그들은 강했다. 그리고 예의도 갖췄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남자들.

거기에 부랄 친구들.

“그럴까?”

“네. 얼른 오세요. 일단 배부터 채우고, 작전 회의 좀 시작하죠.”

“그래! 백현아, 가자!”

“넵!”

왜일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건 부담감이 덜했기 때문에.

제이피라 불리는 이 사내가 조금은 든든해 보였을지 모른다.

강백현은 아마도 그가 이번 페이즈 승패의 핵심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똘히 생각하는 강백현을 보며 김종필이 웃었다.

“뭘 또 핵심이야? 배부터 채우자니까!”

“아! 넵!”

‘아, 생각이 들리는구나. 앞으로 한 시간인가?’

강백현은 앞서 냉장고를 찾은 형들이 있는 방향으로 걸었고, 김만철 또한 뒤따랐다.

그런데 김종필이 김만철을 향해 물었다.

“저기요. 형님. 초면에 죄송한데요.”

“응?”

“형님은 누굴 구하고 싶으신 건가요?”

김종필의 질문에 김만철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형.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김만철. 그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런 그를 향해 김종필이 충고의 말을 건넸다.

“그 머뭇거림이 나중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리 정해두시는 편이 좋아요.”

“…….”

아무 말 하지 못하는 김만철.

그런 그를 향해 김종필이 말했다.

“다들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일단 가시죠! 사실 저도 배고파 죽겠습니다.”

김종필의 말에 김만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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