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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헌터-23화 (23/200)

23화. 악의 세력

크로커는 작아진 미나를 새장에 가두었다.

새장은 창틀의 간격도 문제였지만, 높이 또한 문제였다.

천장에 매달아 그네처럼 흔들리는 새장.

그 안에 갇힌 미나가 탈출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었다.

녀석이 새장에 넣은 미나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톡톡 건드리자, 그녀의 연약한 피부가 쫙 하고 찢어졌다.

갈라진 등에서 출혈이 시작되고, 미나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끼야아야악!”

『이런이런, 너무 연약한 것 아닙니까?』

이제 그녀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너무 작은 크기.

보잘 것 없는 존재.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지구를 지배하던 종족이라고?

그의 눈에 벽을 기어다니는 개미가 보였다.

크로커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는 날카로운 두 개의 발톱으로 기어다니는 개미를 집더니, 미나가 있는 새장에 개미를 집어넣었다.

『배고프지 않습니까? 간식으로 개미는 어떠십니까? 신 맛이 예술일 겁니다.』

개미는 크로커의 날카로운 발톱 때문에 허리가 동강나 있었다.

아등바등 앞다리와 더듬이, 입을 요란하게 움직이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개미. 크로커가 개미를 미나 쪽으로 밀어넣자,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그 비명조차 크로커에는 잡음으로 들린다.

『왜 그러십니까? 크기가 맘에 안 드시는 겁니까?』

크로커는 알았다.

왜 페이즈 1에서 인간을 작게 만들었는지…….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인간들을 망가트리는 건 이것이 최선이었으니까.

그 분은 참 교활하다.

크로커는 자신의 본분을 상기해냈다.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본 역할은 다 했으니까.

[재충전까지 앞으로 60시간 남았습니다.]

차원이동의 돌.

지적 존재만 도달할 수 있다는 세계.

크로커는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기다렸다.

TV를 보고, 냉장고에서 인간세계의 음식을 맛보았다.

맛있긴 한데 아쉽다.

인간들은 왜 고기를 익혀 먹지?

날 것이 당긴다.

육식이 당긴다.

하지만 앞에 있는 인간 여자는 먹을 수 없다.

그랬다가는 그분의 노여움을 살 테니까.

게임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자신이 망치면 안 되니까.

* * *

다시 현재.

시간이 흘렀다.

재밌는 일이 생겼다.

낄낄.

쥐새끼가 보였다.

숨어서 기회를 보는 것 같지만, 냄새가 났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제 아무리 작은 생명체도 포착할 수 있는 후각이 이럴 땐 즐겁다.

식탁 밑에 숨어 있는 생명체.

하지만 지금 당장은 먹기보단 갖고 놀고 싶어졌다.

왜 나를 보는데도 겁먹지 않고 접근하지?

이유는 간단했다.

이 여자를 구하려고 온 것.

그렇다면? 함정을 파 줘야지.

천장에 매단 새장을 바닥으로 내렸다.

그리고 벽에 기대곤 눈을 감았다.

이족 보행할 수 있는 악어 인간 크로커의 함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 *

악어는 잘 때도 한쪽 눈은 뜰 수 있었다.

그래서 여유가 있었다.

자면서도 먹잇감이 오는 것을 알고 관찰할 수 있었다.

램 수면에 들어가면 완전 휴식에 들어가는 인간의 뇌와는 달리, 악어들은 양쪽으로 구분된 뇌가 자는 도중 번갈아가며 휴식에 들어간다.

크로커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악어들의 왕이니까.

그래서일까?

백현이 보기에는 감겨 있는 눈. 그러나 반대편은 사방을 두루 살피고 있다.

백현은 천장에 걸려있던 새장이 바닥으로 내려오자 희망을 보았다.

‘내가 구할 거야. 내가 구해야 해.’

강백현은 미나를 구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있는 악어를 향해 돌진했다.

다행이다. 악어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무사히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나가 봐주면 좋을 것 같았다.

구하러 갈 테니까 안심하라고.

그 말을 전하고 싶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실루엣만 간신히 보이는 그녀.

그런데 그녀가 손짓하고 있다.

‘그래. 기다려. 오빠가 구해줄게. 구해줄게.’

백현은 방법을 떠올렸다.

새장 사이에서 보호막을 펼쳐 철창을 구부린 다음 미나를 구해낸다.

그리고 곧바로 빛의 기둥으로 대피한다.

이게 계획의 끝.

그러나 미나의 손짓은 그게 아니었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오지 말라니까!”

아무리 외쳐도 백현에겐 들리지 않았다.

인간이 아무리 소리쳐도 목소리가 들리는 반경은 70m.

환산하면 고작 1.4m뿐.

크로커의 눈이 미나에겐 정확히 보이고 있었다.

백현이 보고 있는 쪽의 눈은 감고 있지만, 반대편 눈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동태를 살피고 있다.

미나는 절망했다.

“오빠! 오지 말라고! 위험해! 함정이야. 함정!”

하지만 오빠가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크로커는 방긋 웃은 채, 방 안으로 들어오는 강백현 방향의 눈을 떴다.

먹잇감이 보인다.

제 발로 찾아오는 녀석이 보인다.

넓적한 발이 강백현을 향했다.

백현은 절망했다.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보호막을 펼쳤다.

‘젠장!’

그러나 강력한 힘을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력의 힘.

크로커의 무게는 무려 600kg이 넘었다.

보호막은 순식간에 깨지고, 압사나 다름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백현은 믿었다.

자신이 죽지 않는다고.

윤수가 말했던 다시 만날 때가 있을 거란 이야기.

미나가 말했던 오빠가 자신을 구할 거란 이야기.

그러고 보니 떠오른다.

살 방법이.

자신의 능력으로 저 악어 괴물을 이길 방법이.

백현이 떨어지는 악어의 발바닥 중 볼록 튀어나온 아치형 구조를 찾아냈다.

인간의 발바닥과 같았다.

볼록한 부분.

저 부분으로 이동할 수 있으면 밟혀도 죽진 않는다.

생각대로였다.

크로커는 방긋 웃으며 생각했다.

『인간들은 역시 재미있어. 왜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지?』

그러고는 강백현을 손톱으로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순식간이었다.

우물우물 꿀꺽.

“오빠! 오빠!”

강백현이 먹혔다.

강미나가 좌절했다.

이 순간 좌절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저 멀리서 뛰어오던, 그를 구하러 온 김만철이었다.

미래는 확실히 바뀌었다.

자신은 죽지 않았으니까.

미리 알아차릴 것을 알고 숨었으니까.

그런데 백현의 죽음은 막지 못했다.

그렇게 죽을 거라는 것을 알려주었는데도 막지 못했다.

젠장! 젠장! 젠장할!

그런데 이상하다.

악어 괴물 녀석이 갑자기 몸부림을 쳤다.

커다란 비명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크르릉, 크르릉!』

그리고 미나에게 크로커의 생각이 들려왔다.

마인드 리딩.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능력.

[숨이 쉬어지질 않아. 젠장! 젠장! 젠장!]

그리고 또 하나의 생각이 들려온다.

[미나야. 기다려. 오빠가 구해줄게. 오빠가 구하러 왔으니까 안심해!]

백현은 악어에게 일부러 먹혔다.

사실 돌입 직전 백현은 작전을 세웠다.

1. 들키지 않고 미나를 구한다.

2. 들킨다면 나 혼자 먹히고 미나를 탈출시킨다.

3. 먹힌다면 식도에서 승부를 낸다.

사실 악어가 양서류였다면 이 작전은 실패였다.

피부로 호흡할 수 있으니까.

시간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악어는 파충류였다.

폐를 가지고 있고, 코와 입으로 숨을 쉰다.

더구나 먹이를 씹어 삼키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통째로 삼키는 나쁜 버릇도 가졌다.

만에 하나, 씹어 먹었거나 죽인 다음에 먹었다면 이런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식도 안에서 식도 크기만 한 보호막을 펼치며 질식시키는 작전.

[안 돼! 안 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죽을 순 없다고!]

크로커의 비명과 절규가 미나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그리고 오빠의 생각.

[미나야. 도망쳐.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혹시나 내 작전이 통하지 않으면 너도 죽고 말 거야. 그러니까 도망쳐.]

[아니야. 버틸 거야. 버텨서 이 괴물 자식을 죽이고 말 거야. 미나야. 내가 지킨다. 너 내가 구한다. 버텨! 버티라고! 강백현! 버텨! 버텨, 이 자식아!]

이를 악물고 고군분투하는 오빠의 마음을 듣게 된 미나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털썩.

정신을 잃고 쓰러진 크로커.

아니 생명을 다한 크로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크로커를 보며 미나가 새장을 흔들었다.

“오빠! 오빠! 오빠, 살아 있는 거지?”

그때 크로커의 입이 꿈틀거린다.

‘안 돼! 안 돼! 안 돼! 설마 살아있는 거야?’

그런데 아니다. 악어의 치아 사이에서 점액을 심하게 뒤집어 쓴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미나!”

“응.”

“많이 기다렸지?”

백현이 반투명한 막을 사용해 철창 사이를 늘렸다.

그리고 동생을 새장에서 꺼냈다.

그러자 미나가 점액으로 더러워진 백현에게 안겼다.

“야. 더러워. 붙지 마.”

“괜찮아. 그리고 미안해.”

“뭐가? 일단은 대피하고 이야기하자. 빛의 기둥까지는 거리가 멀어.”

“응.”

그때, 멀리서 뛰어오는 한 남자.

“백현아.”

“어? 아저씨, 여기 어떻게 왔어요?”

“이 미친놈아, 당연히 너 구하러 왔지. 근데…… 와! 너 저거 어떻게 죽였냐? 나 안 와도 되었겠는데?”

“아니에요. 아저씨가 와서 다행이에요.”

“클클, 혼자 다 처리하고서!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너 죽는 줄만 알았는데……”

크로커의 시체. 너무나 큰 괴물을 혼자 해치운 백현이 기특하기만 한 김만철.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강백현이 죽어가고 있단 사실을.

“미나야.”

“응?”

“아저씨한테 업힐래?”

“싫어.”

“업혀. 아저씨, 제 동생 좀 업고 빛의 기둥까지 가주세요.”

“왜? 같이 가면 되지.”

“저는 아람이 어머니랑 동생 구하고 가야 해요.”

강미나는 오빠의 말에 불안함을 느꼈다.

김만철도 느꼈다. 백현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것을.

“이미 구하고 왔어. 그러니까 탈출하자.”

“정말 구한 거죠?”

“그래. 인마!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왜 하냐?”

미나가 능력을 사용했다.

가슴에 모은 깍지 낀 두 손.

그게 마인드 리딩 발동조건.

[거짓말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너 위험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김만철의 속마음이 들린다.

[나는 끝이야. 위산이 너무 강력해. 피부가 벌써부터 녹아내리고 있어. 6시간이 뭐야. 10분도 못 버틸 것 같아. 빛의 기둥까진 못 가.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지? 뭘 해야 하는 거야?!]

오빠의 속마음도 들린다.

그러고 보니, 오빠를 껴안았던 강미나의 팔도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미나가 김만철의 의도를 알고 말했다.

“아저씨! 오빠부터 업혀줘요.”

아저씨라는 말이 자꾸 걸리는 김만철.

“응.”

“네. 빨리요!”

미나의 말에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을 알게 된 김만철.

백현의 표정이 좋지 않다.

피부가 노출된 부분의 살점이 짓물러져 있다.

그래도 괜찮았다.

걱정 없었다.

워프포탈이 있었으니까.

이제 자기는 구세주니까.

“백현아. 걱정 안 해도 돼. 거기 백현이 동생!”

“네?”

“걱정하지 마. 이제 안전하니까.”

김만철이 현관 입구 쪽으로 손짓했다.

그러자 망을 보고 있던 두 명의 여성이 달려왔다.

“구세주님!”

“응. 열어 줘.”

빛의 기둥이 열리고, 김만철이 백현을 업고 통과했다.

그리고 강미나와 워프포탈 두 자매도 기둥을 통과했다.

빛의 기둥 너머는 당연히 교회.

김만철이 다 죽어가는 형제자매를 데리고 오니 신도로서는 황송할 뿐.

그리고 목사의 그림에는 강백현을 업고 있는 김만철의 모습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누가 봐도 김만철을 구세주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

『구세주시여! 우리를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김만철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자자, 구원 이야기하기 전에! 여기 아픈 사람부터 부축 좀 해 줘요! 누가 하실래요?”

김만철이 말을 꺼내면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이 손을 들어 답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할 겁니다.”

“제가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옵소서!”

그들의 말에 김만철이 응했다.

“자자, 장정 4명 선착순! 여기 제 아둔한 조력자를 빛의 기둥까지 데려가주세요. 그럼 이제 출발합시다. 빛의 기둥으로! 하나님을 만나러!”

『아멘!』

빛의 기둥을 통과하는 사람들.

통과한 사람들은 다른 공간으로 전이되기 시작한다.

점차 의식이 희미해지는 강백현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 공주님을 찾으세요.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능력 슬롯 하나를 추가 개방하였습니다.]

그리고 강백현의 옆에 있던 강미나의 앞에도 메시지가 떠올랐다.

[메인퀘스트 페이즈 1을 통과하였습니다.]

[달성조건1, 2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초급 능력강화 주문서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능력 슬롯 하나를 추가 개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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