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17화 (17/200)

17화. 경비 아저씨의 능력

백현을 본 경비의 얼굴에는 안도의 한숨이 걸렸다.

“벌써 이렇게 컸구나. 강진우 사장님을 꼭 닮았네.”

“네. 아저씨도 여전하세요.”

“그래.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모르겠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일단은 바깥을 나갈 수가 없으니…….”

백현은 아저씨의 이름을 기억해내려 했다.

하지만 경비 아저씨의 이름까진 알지 못했다. 다행히 그의 옷에 이름이 쓰여 있다.

최형우.

‘맞아. 최형우 아저씨였어.’

중소기업 사장인 아버지의 운전기사였던 최형우 아저씨.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초등학교 경비직 일을 하고 있다.

‘아저씨 복장이…… 근무복이잖아?’

백현이 커다란 의자를 바라보았다.

사람 모양의 실루엣이 보인다.

아저씨가 입었던 것과 똑같은 옷이 사람 모양의 실루엣을 만들어낸 것.

깔끔하게 다려진 와이셔츠, 검은색 벨트와 검은색 정장 바지. 그리고 검은색 양말과 구두가 경비실 검은색 의자에 사람 모양 그대로 걸려 있다.

‘아저씨가 가장 편하게 생각했던 복장이 근무복이셨나?’

생각을 뒤로 하고 방금 아저씨의 말에 백현이 대답했다.

“맞아요. 세상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아저씨! 다친 곳은 없으세요?”

“그래. 난 괜찮아.”

“혹시 의약품 같은 건 있을까요? 제 친구가 크게 다쳐서요.”

“의약품?”

“네. 소독약 같은 거요.”

백현의 말에 최형우가 서랍장을 가리켰다.

“저기 안에 있긴 한데…….”

철제 서랍장, 다행히 열려 있다. 그런데 너무 높다.

거의 5층 빌딩 높이.

최형우의 생각으로는 절대 사람이 가져올 수 없는 위치다.

그러나 백현에게는 문제없었다.

“저기 안에 있는 거죠?”

“그래.”

“알겠습니다. 제가 꺼내보겠습니다.”

백현이 바닥에 양손을 가져다댄다.

그러고는 보호막 기둥을 형성한다.

한 사람을 부른다.

“아저씨! 도와줘요.”

“그래!”

순식간에 뛰어오는 30대 남성.

그가 백현에게 다가오자 갑자기 백현이 바닥 방향으로 향한 손을 위로 올리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올라가는 두 사람의 전신.

그들이 허공으로 올라가는 모습에 최형우가 깜짝 놀란다.

강백현은 구급상자를 발견했다.

이미 활성화된 보호막을 거두고 구급상자의 틈에 보호막을 끼워 넣었다.

그리고 그 보호막을 넓혀 구급상자를 위로 걷어 올렸다.

보인다.

밴드, 연고, 그리고 소독약.

그런데 혼자 들 순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말했다.

“아저씨, 들어주실래요?”

힘을 쓰는 역할. 그게 김만철.

평소라면 야속해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틈도 없다. 사람 목숨이 걸렸다.

약품이 보인다.

밴드, 연고, 과산화수소. 필요한 모든 게 다 있다.

“일단 소독부터 하죠! 과산화수소부터 바닥에 던져요.”

“그래.”

강백현은 김만철에게 말한 후, 밑에 있는 최형우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약품 밑으로 떨어트릴 테니까 안전한 장소로 가 계세요.”

“알았다.”

빨간색 플라스틱 통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 다음 원형으로 된 연고크림이 떨어진다.

밴드가 바닥에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붕대가 바닥에 떨어진다.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려는 두 사람.

반투명한 기둥은 서서히 줄어들며 두 사람을 지상까지 안전하게 안내했다.

최형우는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며 놀라워했다.

그가 보기에 두 사람은 마치 초인.

“김만철 아저씨, 일단 과산화수소부터! 소독부터 해요.”

“괜찮을까? 고통이 장난 아닐 텐데!”

“패혈증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해요? 고통이 있더라도 소독은 하는 게 좋아요.”

“알았다.”

의식 잃은 아람이의 팔에 과산화수소를 붓는 김만철.

그의 행동에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김아람의 처절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으아아아아!”

“다행이에요. 의식이 돌아온 것 같아요. 아람아!”

“으아아아아아!”

“아람아! 정신 차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

“으……응.”

백현은 계속해서 아람이한테 말을 걸었다.

그러면서 김만철을 재촉했다.

“연고하고 붕대!”

“어.”

“아람아, 아파도 참아. 지금 응급조치 하고 있어.”

백현의 말에 김아람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팔을 쳐다보려 한다. 하지만 목이 돌아가질 않는다.

이미 김만철의 옷으로 고정된 상태. 얼굴은 정면 이외에는 볼 수 없도록 단단히 동여매놓았다.

“나…… 안 느껴져! 팔 감각이 안 느껴져.”

“그래. 알아. 아니까 참아. 참아야 해!”

“으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끄……응. 끄……응. 아아아아악!”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찢어 아람이의 잘린 팔 부위를 다시 한 번 돌돌 감는다.

그 와중에 김만철이 응급조치로 사용했던 자신의 옷을 제거했다.

피로 얼룩진 옷.

다시는 입을 수 없을 것 같다.

김아람이 입을 꽉 문 채 비명을 질렀다. 아파서 펑펑 울었다.

후회했다.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희열 때문에 무모한 행동을 했다는 후회감.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순 없었다.

잘려진 팔의 통증이, 이제까지 겪었던 그 어떤 아픔보다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평생 이 아픔을 안고 살아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는 붕대로 그녀의 땀을 조금이라도 닦아주려는 백현. 그러나 그녀는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른다.

“꺄아아아악!”

외팔이 된 김아람은 천장을 올려보며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다.

울면서도 자꾸만 그런 생각이 올라온다.

스스로 죽지 않아도 죽을 것만 같았다.

15분 후.

통증 속에 울다 지친 김아람이 겨우 잠들었다.

고통은 여전했지만 지친 마음과 신체가 그녀를 잠시 동안 수면이라는 일종의 마취 상태로 이끈 것이다.

모든 걸 지켜보던 최형우가 백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개한테 물렸어요.”

“개? 그 몰려다니는 개?”

“네. 알고 계셨어요?”

“그래. 잘 알지.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끌고 온 애완견들이 바로 그놈들이니까. 나도 그것 때문에 금고 안으로 도망친 거고.”

최형우의 말에 김만철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람이는 이제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걸까?”

만철의 말에 아람이를 고심하던 강백현이 말했다.

“저한테 두 가지 계획이 있어요.”

“두 가지 계획?”

“네. 첫째는 윤수를 만나러 가는 거예요. 어디까지나 제 예상이지만, 윤수라면 잘린 팔도 재생시킬 수 있을 거예요.”

“뭐? 윤수? 그 꼬마 아이?”

“네. 치료 능력자요.”

두 사람의 대화에 최형우가 끼어들었다.

“능력자? 팔을 재생시킨다고?”

“네. 이제 사람들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아저씨도 보이실 걸요? 능력명이 뭔지도 보일 거예요. 그걸 속으로 외치면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홀로그램이 나와요. 그게 어떻게 동작해야 되는지 알려줘요.”

최형우가 그때서야 자신의 능력을 다시 바라보았다.

솔직히 자신이 미친 줄로만 알았는데…….

이상한 글씨. 그게 능력이라고?

도대체 지금 세상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거야?

모두가 같은 상황.

그럼 저 글자가 내 능력이란 거지?

생각에 잠겼던 그가 속으로 외쳤다.

‘거대화?’

그러자 자신과 똑같은 홀로그램이 눈앞에 등장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배꼽을 한 손으로 꼬집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홀로그램 녀석의 몸짓이 순식간에 커졌다.

거인이 되었다.

홀로그램이 다시 배꼽을 꼬집는다. 그러자 크기가 다시 줄어든다.

녀석이 크고 작아지는 현상을 목격한 최형우.

그는 충격에 빠졌다.

자신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그가 홀로그램을 따라해보았다.

그러자 그의 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거대화 Lv1.

그의 신체는 10cm로 3배나 성장했다.

그걸 보며 강백현이 말했다.

“최형우 아저씨? 아저씨 능력이 그거예요?”

“그래. 네가 말한 능력이 이건가 보구나.”

“거인?”

“거대화…… 엘 브이 1.”

“아, 그건 레벨이라고 읽는 거예요. 축하드려요. 좋은 능력인 것 같아요.”

거대화된 몸으로 신기한 듯 돌아다니는 최형우.

미지의 세계에서 지급한 옷 때문인지 옷도 자연스럽게 늘어나서, 민망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그는 돌아다니며 약품들을 한곳에 모았다.

거대화된 만큼 힘도 세졌다.

‘능력 사용만으로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최형우는 생각했다.

조금만 더 컸다면 동물들과 마주쳐도 무섭진 않겠다고.

아무튼 이 정도 크기로 커지는 능력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유용하게 쓸 수 있을 테니까.

그때 궁금함을 참지 못한 김만철이 백현에게 물었다.

“윤수하고는 반대방향이야. 다른 방법은 뭐야?”

“아까 말한 적 있죠? 빛의 기둥. 그게 생겨나면, 그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상처가 회복된다고 들었어요. 죽지만 않는다면 원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빛의 기둥이라……. 인구의 50%가 줄면 생긴다는 그거를 말하는 거니?”

“네. 하지만 이건 제가 임의로 만들 수도 없는 거고, 실제로 생길지 안 생길지는 알 수 없어요. 그러니 지금은 윤수를 찾아가는 게 맞아요.”

“그럼 네 동생은?”

“…….”

“네 동생은!”

“…….”

김만철의 말에 강백현이 말을 잇지 못했다.

동생도 만나야 하는데, 그렇다고 아람이를 이대로 둘 순 없었기에 혼란에 빠진 것.

그때, 김만철이 새로운 제안을 시도했다.

“다른 방법을 제안하지. 셋째!”

“네?”

“넌 그냥 들어. 셋째! 일단 네 여동생을 찾으면서 윤수 같은 치료 능력자를 만나길 빌어본다.”

“그건…… 확실치 않은 방법이잖아요. 치료 능력자를 못 만나면요?”

“네가 말한 두 가지 방법도 마찬가지야. 지금 당장 윤수가 당장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빛의 기둥인가 뭔가가 바로 옆에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내 말대로 해.”

“하지만!”

“내 말대로 하라고!”

강백현의 논리를 깨는 김만철의 말에 최형우가 끼어들었다.

“빛의 기둥이라면 바깥에 있는 저걸 말하는 건가?”

“네?”

그의 말에 경비실 밖을 바라보았다.

새카만 어둠이 깔린 가운데, 펑펑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하얀 섬광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빨대처럼 원형 기둥 모양으로 생긴 신기한 빛이 지상에 정확히 도착한다.

한두 개가 아니다. 여러 개다. 아니 수십 개, 수백 개, 수천 개가 내려오고 있다.

백현은 알았다.

동생 미나의 소설대로 되고 있단 사실을.

일본에서 유명했던 『3cm가 된 사람들』 소설처럼 되고 있단 사실을.

그건 오랜만에 떠오른 메시지가 증명해준다.

모두에게 그 메시지가 보인다.

이제 알았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50%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불과 17시간 35분 만에 50%의 인구가 사망했단 사실을.

[생존시간 17시간 35분, 섹터 ROK. 인구 50% 감소로 인해 대피소, 빛의 기둥이 활성화됩니다. 페이즈 1, 종료까지 앞으로 144시간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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