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71화 (271/272)

2기화

변화의 바람 (2)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덕분에 많 이 배웠습니다. 나중에 제가 제작한 영화의 시사회에 조대하겠습니다. 참석해 주실 거죠?”

“물론입니다. 그리고 제작을 하는 도중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지 연락하십시오. 제 일처럼 돕겠습 니다.”

이규한이 악수를 청하려다가 마음 을 바꿔서 하정후를 안았다.

‘만약 하정후가 날 믿고 기다려 주 지 않았다면?’

‘신과 같이’는 제작되지 못했을 것 임을 이규한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 었다.

그래서 하정후가 더 고마웠다.

하정후와 진한 포옹을 나눈 후,이 규한이 주태훈에게 다가갔다.

“제 눈이 틀리지 않았네요. 만약 태훈 씨를 캐스팅하지 않았다면 평 생 후회할 뻔했습니다. 최고의 연기

였습니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대표 님 덕분에 다시 비상할 수 있는 날 개를 단 것 같습니다.”

주태훈과 악수를 나눈 이규한이 다 음으로 데이비드 윤에게 다가갔다.

“지난번에 제가 드린 말씀,기억하 시죠?”

“무슨 얘길 말씀하시는 거죠?”

“‘신과 같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 이란 이야기요.”

“저희가 그런 이야기를 나눴던가

요?”

“이 대표님!” “하하,농담입니다. 똑똑히 기억하 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계약서를 쓸까요?”

“계약서요?”

“매트 데이먼, 레이철 맥아담스,조 지 하트넷,계약서에 서명만 하시면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과 작업하실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매트 데이먼, 레이철 맥아담스,그 리고 조지 하트넷까지.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유명 배우들 이었다.

이규한도 스크린을 통해서만 봐 왔 던 유명 배우들.

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데 이비드 윤의 제안은 분명히 매력적 이었다.

그러나 이규한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제안을 거절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럼……?”

“밀당을 하는 겁니다.”

“밀당… 이요?”

“제게 오는 제안들을 다 들어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데이비드 윤의 제안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것은 약속드리겠습니다. 가장 힘든 순간에 데이비드 윤이 제게 손을 내

데이비드 윤과 악수한 이규한이 마 지막으로 남지유에게 다가갔다.

“오빠.”

“이제 진짜 최고의 여배우가 다 됐 네. 혜수 씨한테도 밀리지 않던데?”

“혜수 언니가 들으면 화내실걸요.”

“하나도 안 무서운데?”

“하하.”

이규한과 남지유가 서로 웃으며 바 라보고 있을 때,아버지가 끼어들었 다.

“내가 예언했지 않느냐? 우리 지유 양은 최고의 여배우가 될 거라고.”

“아버지가 그런 예언도 하셨던가 “그것도 기억 안 나?”

“기억이 잘

“이렇게 기억력이 없어서 대체 영 화는 어떻게 만드는 건지.”

혀를 끌끌 차시던 아버지가 덧붙이 셨다.

“내가 분명히 말했어. 우리 지유 양은……

“아버지.”

“왜 말을 끊어?”

“이제 호칭을 바꾸세요.”

“호칭을 바꾸라니?”

“앞으로는 지유야,라고 부르세요.” “그게… 무슨 소리냐?”

“이젠 그렇게 부르셔도 됩니다.”

“응?”

“며느리한테 지유 양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며느리?”

“그렇게 됐습니다.”

이규한이 고개를 돌렸다.

쑥스러워서일까.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는 남지유를 향해 이규한이 팔을 벌렸다.

“약속대로 곁에 있어 줘서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남지유를 품에 안은 채 이규한이 고백했다.

찰칵. 찰칵.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쉴 새 없 이 터져 나왔다.

“슬슬 가 볼까?”

이규한이 대표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펑. 퍼엉.

요란한 폭죽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폭죽을 터트린 것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이 었다.

“갑자기 왜 폭죽이야?”

“대기록을 세운 기념이죠.”

“대기록?”

이규한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으로 묻자,김미주가 황당한 듯 바 라보았다.

“뭐야? 아직 모르는 거예요?”

“뭘 모른다는 거야?”

“오늘 오후 3시에 ‘신과 같이’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어요.” “그랬어?”

이규한이 마지막으로 ‘신과 같이’ 의 관객 수를 확인한 것은 오늘 아 침이었다.

924만 1,547명.

‘신과 같이’는 개봉 후 ‘어메이징 히어로즈’와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 면서 예매율 1위를 질주하고 있었 다.

더구나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혹 평세례와 함께 객석 점유율이 빠르 게 하락하면서 ‘신과 같이’의 상영 관은 개봉 직후보다 더 늘어나 있었 다.

그래서 이르면 오늘, 늦어도 내일 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것이 확 실하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 데.

‘신과 같이’는 이규한의 예상보다 조금 더 빨리 천만 관객을 돌파한 셈이었다.

“한국 영화 역사상 최단 기간에 천 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을 제작한 것 을 축하합니다.”

김미주가 불을 붙인 케이크를 들어 올리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제가 이래서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요.” “이 대표,축하해.”

“축하한다.”

백진엽을 필두로 황진호와 하태열 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 인사를 받고 환하게 웃은 이 규한이 제안했다.

“불은 같이 끄죠.”

“우리도 같이요?”

“그래요. 이번에 인센티브 단단히 챙기게 될 테니 다 같이 축하할 일 이죠.”

“인센티브 이야기를 들으니까 벌써 설레네요. 이런 추세라면 건물주가 되는 것도 가능하겠어요.”

김미주가 반색하며 제안했다.

“이렇게 좋은 날 회식 한번 해야

죠?”

그렇지만 이규한은 고개를 흔들었 다.

“다음에 하자.”

“왜요?”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그 래.”

“회식을 미룰 정도로 중요한 약속 이 뭔데요?”

이규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이 춘경이가 협회장으로 취임 하는 날이거든.”

“늦진 않겠네.”

청월 빌딩을 빠져나온 후 택시를 잡기 위해서 이동하던 이규한이 도 중에 걸음을 멈추었다.

“오랜만일세.”

낯익은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 기 때문이었다.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이규 한이 몸을 돌렸다.

“여긴 어떻게……?” 이곳에 찾아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한 김대환 대표의 모습을 발견한 이규한이 놀란 표정으로 물 었다.

“자넬 만나기 위해서 찾아왔네.”

“그럼 사무실로 찾아오시지 그랬습 니까?”

“그려러고 했는데 마침 자네가 나 왔군.”

김대환 대표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 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거짓말.’

김대환 대표는 한참 전에 이곳에 도착했다.

그가 조금 전에 내렸던 검정색 세 단.

한참 전부터 이곳에 주차되어 있었 다는 것을 이규한은 기억하고 있었 다.

“그런데 왜 저를 만나러 찾아오신 겁니까? 저희 사이에 더 이상 할 이야기는 없을 것 같은데요?”

“자넨 그렇지만 난 아닐세.”

“그럼 말씀해 보시죠.”

“여기서 말인가?”

“제가 선약이 있어서 오래 시간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군.”

잠시 망설이던 김대환 대표가 말했 다.

“내가… 졌네.”

" <……?"

“그것도 완패를 당했군.”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김대환 대 표의 모습.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규한이 의아하게 바라볼 때,김대환 대표가 덧붙였다.

“자네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서 찾 아왔네.”

“자넬 이기고 싶어서 편법을 동원 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리더군. 그 래서 더 늦기 전에 사과하러 찾아왔 네. 이만큼 나이를 먹고 추태를 부 렸어. 내 사과를 받아 주겠는가?”

“다… 잊었습니다.”

이규한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 자, 김대환 대표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 말해 줘서 고맙네.”

마음의 짐을 덜어서일까.

김대환 대표가 한층 홀가분해진 표 정으로 몸을 돌리는 것을 확인한 이 규한이 질문했다.

“혹시… 물러나시려는 겁니까?” “투자사 대표가 투자에 실패했으면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내 시대는 끝났네. 그걸 인정하기 힘들어서 너무 오래 버렸어. 이제는 자네처럼 젊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 계를 이끌어 갈 때야.”

김대환 대표가 쓸쓸함이 묻어나는 흐릿한 미소를 지은 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하겠네.”

“어떤 부탁입니까?”

김대환 대표가 대답했다.

“한국 영화계를 잘 부탁하네.” “…한국영화 제작자협회의 장으로 서 열악한 제작 환경 개선에 앞장서 고,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시 앞 장서서 제작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설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또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단상 앞에 서서 미리 준비한 연설 문을 읽어 내려가던 장준경이 도중 에 멈췄다.

탁.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둣 연설문을 덮어 버린 장준경이 머리를 긁적이

며 말했다.

“그냥 제 방식대로 하겠습나다. 새 로이 한국영화 제작자협회의 장이 된 만큼 두 가지는 약속드리겠습니 다. 우선 전임자처럼 뒷돈을 챙기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다행히 ‘베테랑들’이 흥행에 성공해서 제가 먹고살 만하니까 이 약속은 지킬 자 신이 있습니다.”

장준경의 이야기를 듣던 동료 제작 자들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 박수 소리가 멈추길 기다린 후, 장준경이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 더,적어도 동료들의 등에 칼을 꽂지는 않겠습니다. 같이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입장인데 서로 도와주진 못할망정 상대의 등 에 칼을 꽂는 건 너무 치사하니까 요. 제가 등에 칼 맞고 많이 아파했 던 녀석과 친해서 그게 얼마나 아픈 건지 잘 압니다. 등에 칼 맞은 멍청 한 녀석이 누군지는 다들 아시죠? 네,바로 저기 앉아 있는 블루문 엔 터테인먼트 이규한 대표입니다. 말 이 나온 김에 신임 한국영화 제작자 협회장으로서 첫 번째 일을 처리하 겠습니다. 바로 제명됐던 이규한 대 표의 복권입니다. 혹시 반대하는 분 이 있으면 손을 들어 주시죠. 물론 손 들어도 제 직권으로 복권하겠지 만. 그럼 남아 있는 임기 동안 잘

부탁드리 겠습니 다.”

짝짝.

짝짝짝.

단상 앞에서 연설을 마친 장준경에 게 기대에 찬 시선을 던지며 제작자 동료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규한이 장준경의 앞으로 다가가 꽃다발을 건넸다.

“축하한다.”

“너 때문이다.”

“뭐가?”

“체질상 앞에 나서는 걸 안 좋아한 다는 거 너도 알잖아? 그런데 네가 부추겨서 어쩔 수 없이 나선 거라고.”

“잘할 수 있을 거야.”

“정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자신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장준 경에게 이규한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적임자야.”

“내가 적임자라고?”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잖아.”

이규한의 말을 들은 장준경이 코웃 음을 쳤다.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 배 신을 당하셨어요?”

“그럼 적임자가 아닌가?”

“뭐?”

발끈하는 장준경을 향해 이규한이 웃으며 덧붙였다.

“아까 네가 약속했던 두 가지만 지 켜. 그거면 돼.”

“알았다. 기왕 맡게 됐으니 최선을 다할게.”

“분명히 잘해 낼 수 있을 거야.”

빈말이 아니었다.

장준경이라면 잘해 낼 수 있을 거 란 생각을 이규한이 하고 있을 때였 다.

“설마 이게 다는 아니지?”

장준경이 아까 이규한이 건넨 꽃다 발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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