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69화 (269/272)

269화

예상치 못한 조력자 (2) “배우 한 명에게 250억을 투자하 는 곳이 할리우드 제작사입니다. 그 러니 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 는 300억의 제작비는 큰 금액이 아 니죠. 게다가 ‘신과 같이’는 300억 을 들여서 영화 두 편을 제작하는 셈이지 않습니까?”

“그런 셈이죠.”

“그러니 오히려 헐값이라 할 수 있 데이비드 윤의 설명을 들은 이규한 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데이비드 윤이 했던 말.

망언이나 실언이 아니었다.

할리우드와 대한민국 영화계는 자 본의 규모가 달랐기 때문에 ‘신과 같이’의 제작비인 300억을 그다지 큰 금액이 아니라고 평가했던 것이 다.

잠시 후,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 다.

‘신과 같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인 투자

유치 문제가 의외의 곳에서 해결될 실마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홍분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아직 협의해야 할 점들이 남아 있 었기 때문이다.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 율은 어떻게 됩니까?”

“한국 영화계에서는 투자사와 제작 사가 수익을 7 대 3으로 배분하는 것이 통상적인 수익 배분 비율이라 고 알고 있습니다.”

‘정말 조사를 많이 했구나.’

드 윤이 물었다.

“한국 영화계의 통상적인 수익 배 분 비율인 7 대 3으로 투자 계약을 체결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나쁘지 않다.’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규한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인 이유.

일전에 김태훈에게도 말했듯이 이 것이 해외투자사와 국내 제작사가 투자 계약을 체결할 때 선례로 남기 때문이었다.

“저는… 저는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가 보네요.

그럼 이규한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 은 얼마입니까?”

“6 대 4를 원합니다.”

이규한이 대답한 후,데이비드 윤 의 반응을 살폈다.

과한 요구라고 판단한 걸까.

데이비드 윤이 슬쩍 눈살을 찌푸리 는 것을 확인한 이규한이 긴장했다.

‘자칫 잘못하면 투자 체결이 무산 될 수도 있다.’

이규한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을 때, 데이비드 윤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뗐다.

“이상하네요.”

“뭐가 이상하단 겁니까?”

“제가 알아봤던 이규한 대표님은 돈 욕심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조건을 내세우는지가 이해 가 안 가네요.”

“그건……

“혹시 이게 선례가 되기 때문인가

요?”

데이비드 윤의 질문은 예리했다.

“…그렇습니다.”

이규한이 더 감추지 못하고 솔직하 게 대답하자,데이비드 윤이 재차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더 이상하네요. 제가 알 아본 바로는 이규한 대표님은 동료 제작자의 농간으로 인해 함정에 빠 졌습니다. 그로 인해 ‘신과 같이’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아 닙니까?”

‘정말 철저하게 조사를 했구나.’

데이비드 윤에게 새삼스러운 시선 을 던지던 이규한이 떠올린 것은 권 지영 팀장이었다.

이규한이 음원 판권을 구입하기 위 해서 미국으로 향했을 때,가이드로 데이비드 윤을 소개했던 것은 권지 영이었다.

데이비드 윤은 권지영의 후배.

그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로 ‘신과 같이’ 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유 가 권지영 덕분이란 생각이 불쑥 든 것이다.

그때,데이비드 윤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법지 않으십니 까?” “물론… 서운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갖고 있습니다.”

이규한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블루블랙 필름의 조성현 대표는 이 규한의 호의를 악의로 갚았다.

그로 인해 순조롭게 제작이 진행되 던 ‘신과 같이’는 투자 유치에 어려 움을 겪는 암초를 만났다.

이규한도 사람인 이상,원망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왜 이번 투자 계약이 선례 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망설이시는 겁니까? 막말로 다른 제작자들이야 앞으로 어떻게 되든 블루문 엔터테 인먼트에서 이번에 제작하는 ‘신과 같이’의 투자를 받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데이비드 윤이 잘 이해가 안 간다

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안 됩니다.”

“왜 안 된다는 겁니까?”

“나쁜 제작자는 극히 일부이기 때 문입니다.”

" ‘?”

“힘든 상황에서도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는 좋 은 제작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저 로 인해 그들이 어려움에 처하는 것 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살자고 그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 다.” 이규한이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이런 이규한의 신념을 데이비드 윤 은 이해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했 을 때였다.

“이 대표님은… 참 한결 같으시네 요.”

데이비드 윤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뜻입니까?”

“십 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강산 은 변해도 이 대표님은 변하지 않았 다는 뜻입니다.”

?

“이규한 대표님과 제가 함께 보냈 던 시간은 아주 짧았습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제가 이 대표님에게 강 렬한 인상을 받았던 이유가 무엇인 지 아십니까?”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신념… 이요?”

“당시에 이 대표님은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나성에 가거든’이라 는 곡을 사용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대표님은 저절로 굴러 들어 온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찼습니 다. 그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이 대표님이 어떤 대답을 하셨는지 기 억하십니까?”

‘무슨 대답을 했었지?’ 무려 십 년 전의 일인 만큼, 정확 한 대화 내용까지는 떠오르지 않았 다.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이규한이 솔직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대답하자,데이비드 윤이 대신 알려 주었다.

“내게는 두 가지 신조가 있다,첫 번째 신조는 같이 잘 먹고 잘 살자 이고 두 번째 신조는 최소한 양아치 는 되지 말자이다,그래서 고단한 삶을 이어 가고 있는 최소림 씨를 마주한 순간 계약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랬군요.”

이규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의 자신이라면 그런 대답을 꺼 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위너 브라더스 코리아에서 접촉한 한국 영화 관계 자가 이규한 대표님이 처음이 아닙 니다.”

“또 누구와 접촉했습니까?”

“감독과 배우 그리고 피디들과 몇 차례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 미팅 결과 제가 느낀 점은 이규한 대표님 은 다르다는 겁니다.”

“뭐가 다르다는 겁니까?”

이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위너 브라더스 코리아와 손을 잡고 일을 시작하면 내가 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늘어나느냐? 열이면 열 온통 돈에만 관심이 있었죠. 그렇지만 이 규한 대표님은 확실히 다르네요. 그 래서… 더 이규한 대표님과 일을 하 고 싶은 욕심이 커졌습니다. 투자사 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6 대 4로 하죠.”

데이비드 윤의 이야기를 듣던 이규 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요구로 인해서 투자 계약이 어 그러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했 었는데.

데이비드 윤은 의외로 쉽게 요구를 수락한 셈이었다.

“아직 더 조율할 부분이 남았습니 까?”

잠시 후,데이비드 윤이 물었다.

그 질문을 던지는 데이비드 윤의 표정을 무척 조급해 보였지만,이규 한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입을 뗐다.

“왜 이렇게 서두르시는 겁니까?”

“제가 서둘렀습니까?”

“혹시 밀당이란 말을 아십니까?” “밀당… 이요?”

데이비드 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외국 생활이 길었던 데이비드 윤은 밀당이란 단어 자체를 모르는 기색 이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설명했다.

“밀당은 밀고 당기기의 줄임말로써 연애를 하는 남녀 간의 미묘한 심리 싸음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그 설명을 들었음에도 데이비드 윤 은 제대로 이해한 기색이 아니었다.

“이 대표님과 저는 모두 남자인데 요?”

“그게… 밀당은 꼭 남녀 사이에만 통용되는 용어가 아닙니다. 협상에 서도 통용되는 용어죠.”

“아,그러니까 투자자인 저와 제작 자인 이 대표님이 작품 투자에 관한 협상을 하는데 밀당이란 게 없었다 는 뜻인가요?”

“너무 쉽게 끝났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네요.”

이규한이 말하자,데이비드 윤이 말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 다.”

“어떤 이유입니까?”

“우선 제가 이규한 대표님과 협업 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기 때문입 니다. 웬만한 조건은 다 수용하겠다

는 각오를 하고 찾아왔거든요.”

“그럼 나머지 하나의 이유는 무엇 입니까?”

데이비드 윤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 대표님과 빨리 술을 마시고 싶 어서요.” “들어가시죠.”

이규한이 포장마차의 휘장을 젖히 며 제안했다.

‘어디서 술을 사 줄까?’

한참 고민한 끝에 이규한이 선택한 곳은 포장마차였다.

포장마차는 데이비드 윤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공간일 거란 판단 을 내렸기 때문이다.

“굉장히 특이한 곳이네요.”

이규한의 예상대로 데이비드 윤은 포장마차에 흥미를 드러냈다.

“데이비드 윤은 포장마차가 처음이

죠?”

“포장마차요? 그럼 마차 안에서 술 을 마시는 건가요? 말은 안 보이는 데요?”

곳입니다.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가 볍게 술을 한잔하기 좋은 곳이죠.”

이규한이 포장마차에 대한 설명을 마쳤을 때,주인 할머니가 끼어들었 다.

“또 왔어?”

“네. 또 왔습니다.”

“이번엔 외국인이랑 같이 왔어?”

“외국인은 아니고……

“포장마차가 뭔지도 모르고,이름 도 데이브 뭐라며? 그럼 외국인이 지. 아주 글로벌 호구 납셨네.”

“껍

이규한이 입맛을 다셨다.

마땅히 반박할 말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호구가 뭡니까?”

그때,데이비드 윤이 흥미를 드러 내며 물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참 고민하던 이규한이 한숨과 함 께 대답했다.

“접니다.”

“네?”

“제가 글로벌 호구입니다.”

글로벌 호구가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복잡했기에 이규한이 자폭 한 후,비어 있던 탁자에 앉았다.

“알아서 갖다주십니다.”

“그래요?”

“자,한 잔 받으시죠.”

이규한이 소주병을 들었다.

예상치 못했던 데이비드 윤의 방문 덕분에 이규한은 ‘신과 같이’의 투 자 유치 문제를 해결한 상황이었다. 글로벌 호구라는 주인 할머니의 비 난에도 기꺼이 웃어 넘길 수 있을 정도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데이비드 윤의 잔을 채워 준 후, 이규한이 자신의 술잔도 채우며 입 을 뗐다.

“인생은 참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 다.”

“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데이비드 윤과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줄은 몰랐거든요.”

“아직 끝이 아닙니다.”

“네?”

“이번 작품으로 끝이 아닐 가능성 이 높다는 뜻입니다.”

데이비드 윤이 소주를 마신 후 덧 붙였다.

“위너 브라더스에서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 아

연간 관객 1억 명을 돌파한 한국 영화 시장의 규모는 큰 편이었다. 그래서 이규한은 위너 브라더스가 한국 영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데이비드 윤은 틀렸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한국 영화 시장이 아니라 한국 영 화에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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