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62화 (262/272)

262화

반격 (3)

A급 배우 뺨칠 정도로 훌륭한 연 기.

게다가 김태훈은 애드리브에도 능 했다.

“일단 오억 정도 생각하고 있었습 니다. 프리프로덕션 과정을 지켜보 면서 결과가 괜찮으면 전액 투자를 할 생각도 갖고 있었고요.”

원래 이규한이 부탁한 것은 NEXT 엔터테인먼트에서 오억을 투자할 의 사가 있다고 밝혀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태훈은 거기에 더해 프리 프로덕션 결과가 괜찮으면 전액 투 자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애드리브 를 쳤다.

이 애드리브가 고철민의 마음을 흔 들어 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었다.

“왜 금액이 다르다는 겁니까?”

김태훈이 계속해서 열연을 펼쳤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 김홍집 대표에게 뒷돈 을 건넸다는 사실을 본인 입으로 밝 히기 어려워서일까.

고철민이 대답을 주저하고 있을 때,김태훈이 술잔을 마저 비운 후 정색한 채 말했다.

“고 대표님.”

“말씀하시죠.”

“저는 솔직한 사람이 좋습니다.”

“네? 네.”

“고 대표님이 신뢰할 수 있는 분이 라는 확신이 섰을 때만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 대표 님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비밀,즉 감추는 것이 없으셔야 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습니까?”

정곡을 찔려서일까.

고철민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규한도 김태훈에게 새삼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성공 가도 를 달리던 와중에 이규한은 김태훈 을 만났었다.

그래서일까.

이규한이 만났던 김태훈은 항상 호 의적 이었다.

규한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 었다.

진짜 냉철한 투자팀장의 모습 그대 로였다.

“그럼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 다.”

고철민이 마침내 결심을 굳힌 듯 입을 뗐다.

“아까 투자 금액이 다르다고 말씀 드린 이유는 제가 씨제스 엔터테인 먼트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 뒷돈 을 건넸기 때문입니다.”

“뒷돈이 요?”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대체 누구한테 뒷돈을 건넨 겁니 까?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그런 뒷 돈을 받고 투자를 결정할 정도로 주 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아닙니 다.”

“그럼요?”

“혹시 김홍집 대표를 아십니까?”

김태훈이 김홍집 대표를 모를 리 없다.

얼마 전에도 이규한과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그렇지만 김태훈은 이번에도 모르 는 척 연기한다.

“김홍집 대표가… 누구죠?”

그리고 그가 김흥집 대표에 대해 모르는 척 연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 다.

김태훈이 몸담은 NEXT 엔터테인 먼트는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와 다르 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함이다.

“한국영화 제작자협회 협회장을 맡 고 있습니다.”

“아,그러고 보니 들어 본 것 같네 요.”

고철민의 설명을 듣고서야 김태훈 이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자기 왜 꺼내는 겁니까?”

“제가 뒷돈을 건넨 것이 김흥집 대 표이기 때문입니다.”

“김홍집 대표에게 뒷돈을 건넸다? 그 말씀은 김흥집 대표가 일종의 브 로커 역할을 했다는 뜻입니까?”

“정확합니다.”

고철민이 대답한 순간 김태훈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고 대표님,이건 함부로 말씀하시 면 안 되는 문제입니다.”

“함부로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모 두 사실입니다.”

“그럼 증거가 있습니까?” “중거요?”

“김훙집 대표가 뒷돈을 받고 브로 커 역할을 했다는 증거 말입니다.”

“증거라면… 있습니다.”

“어떤 증거입니까?”

“녹취 파일이 있습니다. 만약의 경 우를 대비해서 김흥집 대표에게 뒷 돈을 건넬 때 몰래 녹취를 했습니 다.”

“혹시 그 녹취 파일을 지금도 갖고 계십니까?”

“네,

“저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고철민이 휴대전화를 꺼내서 조작 했다.

잠시 후,녹취된 김홍집과 고철민 사이의 대화가 흘러나왔다.

“오천만 원입니다.”

“고 대표,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 다.”

“이번에 투자를 받지 못하면… 진 짜 큰일 납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책임지고 투자를 받아 줄 테니까.”

“그럼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알겠소. 나만 믿으시오.”

‘이 정도면… 증거로 완벽하다.’

녹취 파일을 듣고 있던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을 때였다.

“이렇게 하시죠.”

“어떻게 말입니까?”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팀장님께서요?”

“고 대표님이 김흥집 대표에게 찾 아가서 다시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 한다 한들 받아 내기 어려울 겁니 다. 그렇지만 제가 김흥집 대표를 만나서 얘기를 한다면 상황이 다를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제가 오천만 원을 돌려 받아 드리 겠습니다. 그리고 원만하게 상황을 해결해 보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단,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입니까?”

“그 녹취 파일을 제게 건네주셔야 합니다. 증거가 있어야 김흥집 대표 를 몰아세울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드려야죠.”

마침내 증거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순간 최고의 열연을 펼치던 김태훈 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누가 찾아왔다고?”

김흥집의 질문을 받은 임태술이 재 차 대답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이규한 대표 가 찾아왔습니다.”

“왜 날 찾아온 거지?”

“거기까진 저도 모르겠습니다.”

“뒷돈이라도 건네려는 건가?” 이규한 대표는 현재 궁지에 몰려 있었다.

궁지에 처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 고,그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자신 을 찾아왔을 거란 생각이 퍼뜩 들었 다.

‘얼마나 들고 찾아왔으려나?’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흥행에 성공 했다.

이규한 대표는 그 과정에서 많은 돈을 벌었을 터.

그래서 그가 거액을 들고 찾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 것이었 다.

“빈손으로 왔던가?”

“상자를 하나 갖고 찾아왔습니다.”

“어떤 상자?”

“사과 상자처럼 보였습니다.”

‘사과 상자를 5만 원권으로 다 채 우면 얼마나 들어가지? 3억? 4억?’

분주하게 머리를 굴리던 김흥집이 지시했다.

“들여보내.”

“알겠습니다.”

잠시 후 이규한이 회장실로 들어왔 다.

“이 대표,오랜만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네며 김 홍집은 사과 상자를 살폈다.

‘크다!’

이규한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상자 의 부피가 크다는 것을 확인한 김흥 집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오랜만입니다.”

“그건 뭡니까?”

“빈손으로 오긴 뭐해서요. 마침 사 과가 싱싱해 보이길래 사 왔습니 다.”

“무거울 텐데 빨리 내려놓으시고 앉으시죠.”

김홍집이 자리를 권했다.

“그나저나… 왜 그러셨습니까?”

이규한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김흥 집이 물었다.

“‘불야성’이란 작품이 그 정도로 탐이 났습니까?”

그 질문을 받은 이규한이 입을 됐 다.

“저도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 다.”

“무엇입니까?”

“제작자들이 힘겨워할 때는 모른 척 외면하고 계시던 분이 이번에는 왜 이렇게 빨리 움직이셨습니까?”

“누가 빨리 움직이라고 시키기라도 했습니까?”

‘이거 봐라?’

김흥집이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규한은 함정에 빠진 상황.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듯이 이규한이 도움을 정하기 위해서 자 신을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찾아 온 사람치고는 태도가 너무 뻣뻣했 다.

그때 였다.

“김대환 대표가 시켰습니까?”

이규한이 불쑥 던진 질문을 들은

김흥집이 흠칫했다.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김홍집이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대답을 못 하는 걸 보니 제 짐작 이 맞나 보네요.”

“그런 게 아니라……

“슈가 필름 고철민 대표가 제작하 는 ‘파란만장’에 오억을 투자해 주 는 조건으로 김대환 대표가 날 제명 하라고 지시했지 않습니까?”

“쿨럭

아까와 달리 김흥집은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다… 알고 있다?’

이규한은 마치 김대환 대표와 만났 던 자리에 동석을 했던 것처럼 정확 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당혹스러워하던 김흥집 이 시치미를 뗐다.

“지금 이 대표가 대체 무슨 이야기 를 하는지 모르겠소.”

“시치미 떼 봐야 소용없습니다.”

“시치미를 떼는 게 아니라……

김흥집이 살짝 언성을 높인 순간 이규한이 덧붙였다.

“증거가 있으니까요.”

“무슨 증거가 있다는 거요?” 김흥집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또 계속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치미를 떼는 데도 한계 가 있었다.

“직접 들어 보시죠.”

이규한이 휴대전화를 꺼내서 고철 민 대표에게서 넘겨받은 녹취 파일 을 재생했다.

“오천만 원입니다.”

“고 대표,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 다.” “이번에 투자를 받지 못하면… 진

짜 큰일 납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책임지고 투자를 받아 줄 테니까.”

“그럼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알겠소. 나만 믿으시오.”

재생되고 있는 녹취 파일을 들은 김홍집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 었다.

“이래도 계속 시치미를 떼실 겁니 까?”

이규한이 묻자 김홍집이 매섭게 노 려보았다.

“이걸 어디서 났소?” “출처가 중요합니까?”

“그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이 중거를 제가 갖고 있다는 겁니다.”

이규한이 지적하자 김흥집이 혀를 내밀어 바싹 마른 입술을 축인 후 물었다.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이오?”

“두 가지입니다. 우선 슈가 필름 고철민 대표에게 받았던 뒷돈 오천 만 원을 다시 돌려주십시오.”

“나머지 하나는 무엇이오?”

“제명을 막아 주십시오.”

이규한이 두 가지 요구 사항을 꺼

냈다.

그렇지만 김흥집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참을 망설인 후 물었다.

“만약 내가 그 요구 사항을 수용하 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오?”

“이 녹취 파일을 공개할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계속 협회장 직책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겁니 다.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니죠. 이전 에 뒷돈,아니 뇌물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군요. 뇌물을 받은 것들 도 다 드러나게 될 겁니다.”

김흥집이 한참 만에 입을 뗐다.

“내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실.

김대환이 안으로 들어와서 인사하 는 김흥집에게 못마땅한 시선을 던 졌다.

“여긴 왜 찾아왔나?”

언짢은 목소리로 쏘아붙이던 김대 환의 눈에 김흥집의 손에 들려 있는 커다란 상자가 보였다.

“그건 또 뭔가?”

“사과입니다.” “사과?”

“빈손으로 오긴 뭐해서 한 박스 갖 고 왔습니다.”

“괜한 짓을 했군. 일단 앉게.”

김대환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자리 를 권했다. 그리고 김흥집이 자리에 앉자마자 김대환이 타박했다.

“지금 날 만나는 게 좋을 게 없다 는 생각은 안 들던가?”

“저도 그 정도는 압니다.”

“그런데?”

“대표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 찾아 올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대체 뭔가?” “이규한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김홍집의 입에서 이규한의 이름이 흘러나온 순간 김대환이 흥미를 드 러 냈다.

“이규한이 자넬 찾아왔다고?”

“네.”

“자넬 찾아와서 뭐라고 하던가?”

“협박을 했습니다.”

“무슨 협박?”

“제가 대표님과 손을 잡고 이번 일 을 꾸몄다는 사실을 이규한 대표는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1억 관객 제작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