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화
대박 사건 (2)
전혜수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는 것을 듣고 이규한이 참지 못하고 웃 음을 터트렸다.
잠시 후 전혜수가 제아에게 물었 다.
“그나저나 아까 대박 사건이라고 했지? 대체 무슨 일인데 대박 사건 이라고 호들갑을 멸었던 거야?”
대표님이……
“같이 작품이라도 한데?”
“그게 아니라……
“네,맞습니다.”
이규한이 대답하자 전혜수가 흥미 를 드러냈다.
“어떤 작품이에요? 혹시 ‘신과 같 이’ 맞아요?”
반면 제아는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 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두 사람의 질문을 받은 이규한이 설명을 더했다.
“지유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고 있는 ‘신과 같이’라는 작 품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됐습니다.”
“축하해.”
남지유가 ‘신과 같이’의 여주인공 으로 낙점됐다는 소식을 들은 전혜 수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게 다 언니 덕분이에요.”
전혜수에게 남지유가 감사 인사를 할 때 이규한이 끼어들었다.
“두 여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 을 기대하겠습니다.”
“맞다. 언니도 ‘신과 같이’에 출연 하신다고 했죠?”
“출연을 하는 건 맞는데…… 전혜수가 이규한을 응시하며 물었 다.
“제가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걸 잊 으신 건 아니죠?”
“물론 안 잊었습니다.”
“그런데 아까 왜 그런 말씀을 했어 요?”
“어떤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겁니 까?”
“두 여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 을 기대하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기껏해야 한두 신 출연하는 게 다인 데 어떻게 지유와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펼쳐요?”
“다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요?”
“그건 두고 보시면 알게 될 겁니 다.”
이규한이 찾아낸 방법.
전혜수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었다.
실제 박동선 작가가 집필을 마친 ‘신과 같이’의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전혜수는 카메오라고 부르기에는 애 매할 정도로 꽤 비중이 컸다. 그리 고 전혜수가 맡은 배역은 1편만이 아니라 2편과 3편에도 등장할 예정 이었다.
정식 출연 계약을 맺자.’
이규한이 갖고 있는 플랜이었다. 그리고 전혜수는 눈치가 빠른 편이 었다.
이규한에게 어떤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간파한 전혜수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재빨리 화제를 돌 렸다.
“그보다 대박 사건이 무엇인지 궁 금하지 않습니까?”
“아,깜박하고 있었네. 제아야,대 박 사건이 대체 뭐야?”
“지유한테 직접? 대체 뭔데 그래? 빨리 말해 봐.”
전혜수의 재촉을 받은 남지유가 뺨 을 붉힌 채 입을 열었다.
“저와 오빠가 사귀고 있어요.”
“너랑… 이규한 대표님이 사귀고 있다고?”
“맞아요.”
“안 돼.”
“왜 안 된다는 거예요?”
“내가 이 대표님에게 눈독을 들이 고 있었거든.” 정말… 이요?”
“능담이야. 나 눈 높거든.”
전혜수가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꺼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발끈 했다.
“그 말씀은 우리 지유가 눈이 낮다 는 뜻입니까?”
“방금 우리 지유라고 했어요?”
“큼. 크흠.”
“벌써 지유 편드는 거예요?”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애인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제아야,안 그래?” ‘그러니까요.” 전혜수와 제아가 맞장구를 치면서 이규한을 압박했다.
“자,안주도 나왔으니 술 드시죠.” 이규한이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주문한 안주가 차례로 나오고,술 잔을 부딪치는 횟수가 늘어났다.
“참. 지유야,요즘은 어때?”
전혜수가 남지유의 빈 잔을 채워 주며 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소속사 흥세욱 대표와 사이가 삐 걱대고 있는 것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잖아.”
“아,그거라면 이제 해결했어요.”
남지유의 표정이 밝은 것을 확인한 전혜수가 물었다.
“어떻게 해결했어?”
“오빠가 도와줬어요.”
“이 대표님이 도와줬다고?”
“네,
전혜수와 제아의 시선이 동시에 이 규한에게 쏠렸다.
그 시선을 느낀 이규한이 멋쩍게 웃으며 입을 뗐다.
“제가 홍세욱 대표를 협박했습니 다.” 어떻게 협박했는데요?”
“그건 영업 비밀입니다.”
“치사하게 안 알려 주겠다는 거죠? 하긴,해결 방법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죠. 진짜 중요한 건 문제가 해결됐다는 거니까.”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전혜수가 남 지유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곧 신곡 나오겠네?”
“최대한 빨리 작업을 진행하려고 요.”
“어떤 음악을 할 거야?”
“원래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 있 었는데,요즘 마음이 좀 바뀌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곡을 만들어 보려고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한데. 대 체 어떤 음악이야? 힌트라도 줘 봐.”
이규한 역시 남지유가 새로 발표할 음악이 궁금했다. 그래서 귀를 기울 이고 있을 때, 남지유가 웃으며 대 답했다.
“사랑 노래를 할 거예요.”
“사랑 노래?”
“듣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사랑 노래요. 제가 지금 행복하니까 분명 히 제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행복해 질 거예요.”
“좋은 아침.”
이규한이 출근하며 인사를 건네자 김미주가 대꾸했다.
“별로 좋은 아침이 아닌 것 같네
요.”
“무슨 일 있어?”
“기사가 났거든요.”
“무슨 기사?”
“주태훈에 관한 기사요.”
‘주태훈의 기사가 떴다고?’
금시초문이었기에 이규한이 흠칫했 다.
이미 주태훈은 한 차례 성추행 사 건에 연루된 적이 있었던 상황.
그래서 가장 먼저 주태훈이 다른 안 좋은 사건에 휘말려서 기사가 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클럽은 안 갑니다.”
그러나 그도 잠시,얼마 전에 주태 훈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 이규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한 차례 성추행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에 주태훈은 클럽 근처에도 가 지 않을 정도로 몸가짐을 스스로 조 심하고 있었다.
또 자숙 기간 동안 주태훈은 한층 성숙한 인간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서 신문 사회면에 등장할 어떤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이규한이 판단했을 때였다.
“역시 모르셨나 보네요. 직접 보세 요.”
김미주의 제안을 들은 이규한이 그 녀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김미주의 말처럼 모니터 위에는 주 태훈과 관련된 기사가 떠올라 있었 다.
배우 주태훈,‘어메이징 히어로즈’ 주연 제안받고 복귀작으로 긍정 검 토 중.
이규한의 예상대로 사회면에 등장 한 기사는 아니었다.
주태훈과 관련된 기사는 연예면에 떠올라 있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기사의 제목을 확인한 순간 무척 당 황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기 때문 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규한의 머릿속이 헝클어졌을 때 였다.
“주태훈을 ‘신과 같이’에 캐스팅하 시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그리고 주태훈 캐스팅이 거의 성 사 단계라고 하셨잖아요?”
“맞아.”
“그런데 왜 주태훈이 ‘신과 같이’ 가 아니라 ‘어메이징 히어로즈’ 출 연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났어요?”
“나도 지금 그 이유를 몰라서 당황 스러 워.” 김미주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한 후 이규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정후가 동석했던 술자리에서 주 태훈은 ‘신과 같이’에 합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만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사이에 상황이 급변해 있었다.
“이런 기사가 난 건 거의 캐스팅이 확정됐단 뜻이잖아요.”
그때 김미주가 덧붙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옳았다.
보도 기사를 낸 것은 주태훈의 소
속사인 액터스 길드.
거의 캐스팅이 확정된 상황이기 때 문에 이런 보도 기사를 냈을 확률이 높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 한 변수가 발생한 셈이었다.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주태훈을 만났던 당시의 기억을 더 듬던 이규한이 잠시 후 표정을 굳혔 다.
“혹시… 그자인가?” 주태훈과 하정후.
두 배우와 술자리를 가지던 도중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룸 밖으로 잠 깐 나갔을 때,낯익은 얼굴을 만났 었다.
그 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변하고 나니 당시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
‘나와 김대환 대표가 동시에 주태 훈을 캐스팅 후보로 올릴 확률은 낮 아.’
하정후를 비롯한 A급 배우들의 경 우에는 여러 작품의 주인공 후보로 동시에 물망이 오르는 경우가 다반 사였다.
그로 인해 캐스팅 전쟁이 발발하기 도 했었고.
그렇지만 주태훈의 경우는 달랐다.
엄밀히 말하면 주태훈은 A급 배우 가 아니었다.
게다가 주태훈은 성추행 사건에 연 루됐던 탓에 자숙 기간이 무척 긴 편이었다.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제작비 이 백억대의 대작.
티켓 파워가 부족한 주태훈을 주인 공으로 캐스팅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그런데 왜 김대환 대표는 주태훈
을 캐스팅하려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 때문이야.”
주태훈이 ‘신과 같이’의 캐스팅 후 보에 올랐다는 정보를 입수했기에 주태훈을 캐스팅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일석이조(一石그鳥)라고 생각했겠 지.”
이규한이 ‘신과 같이’에 주태훈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려는 데는 분명 히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즈’에 캐스팅할 수 있다면 꽤 괜찮 은 배우를 얻는다.
덤으로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신 과 같이’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김대환 대 표는 이렇게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 이 높았다.
‘그때 더 신경을 기울였어야 했는 데.’
그날 이규한이 만났던 낯익은 인물 은 김대환 대표의 지시를 받고 따라 붙은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직원 혹 은 관계자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가 김대환 대표에게 이규한이 주 태훈을 캐스팅하기 위해서 만났다는
정보를 건넸을 것이고.
“이제… 어쩌실 거예요?”
김미주의 질문을 받은 이규한이 선 뜻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갑작스레 닥친 상황이라 금방 마땅 한 해법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지이잉. 지이잉.
그때,이규한의 휴대전화가 진동했 다.
발신자가 주태훈임을 확인한 이규 한이 아까 미뤘던 대답을 꺼냈다.
“일단 만나서 얘길 들어 봐야지.”
삼성역 인근의 커피 전문점.
이규한이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주태훈을 발견하고 그의 앞으 로 다가갔다.
“태훈 씨.”
“이 대표님,죄송합니다.”
주태훈이 미안한 표정으로 다짜고 짜 사과를 하는 것을 확인한 이규한 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보가 아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혹시… 기사를 보셨습니까?” 주태훈의 질문을 들은 이규한이 대 답했다.
“네,봤습니다.”
“많이 당황하셨죠?”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김대환 대 표가 직접 소속사로 찾아와서 캐스 팅 제안을 할 줄은 몰랐거든요.”
‘어지간히 급했구나.’
현재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 을 맡고 있는 곳은 네이처 필름.
그런데 주태훈을 캐스팅하기 위해 서 그의 소속사로 찾아간 것은 네이 처 필름의 강태경 대표가 아니라 씨 제스 엔터테인먼트 김대환 대표라고 했다.
이것이 김대환 대표가 무척 조급하 다는 증거.
“혹시 김대환 대표와 어떤 접점이 있습니까?”
1억 관객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