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화
대박 사건 (1)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김덕원 팀장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질문했다.
전후 사정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 하는 김덕원 팀장이기에 이런 반응 을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이규한 대표를 말한 것이네.” 김대환이 이규한의 이름을 꺼내자
김덕원 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 이리라.
“갑자기 이규한 대표 이야기는 왜 꺼내시는 겁니까?”
“주태훈의 캐스팅과 이규한 대표가 연관이 있기 때문이네.”
? ……?"
“이규한 대표가 먼저 ‘신과 같이’ 에 주태훈을 캐스팅하려고 했거든.”
“왜… 입니까?”
“자네도 이해가 안 가는가 보군.”
김대환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 다.
이규한이 주태훈을 캐스팅하려 했 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이유 를 묻는 것으로 봐서 김덕원 팀장 역시 주태훈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는 눈치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해가 안 갔 네.”
김대환이 덧붙이자 김덕원 팀장이 다시 물었다.
“그럼 지금은 이해가 가신다는 겁 니까?”
“역시 자넨 하나도 놓치는 게 없 군. 맞네. 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이해가 안 갔지만,지금 은 이해가 가네.” “왜입니까?”
“주태훈을 직접 만났기 때문이네.”
김대환이 액터스 길드를 찾아가서 주태훈을 만났던 당시의 기억을 떠 올렸다.
주태훈은 자숙 기간이 길었다. 그 래서 그사이에 주태훈의 연기가 늘 었는가 여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김대환은 주태훈을 직접 만 나고 난 후 그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주태훈은 자신을 만났음에도 기분 을 맞추기 위해서 애쓰거나 잘 보이 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례하게 느껴 지지도 않았다.
또 자숙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예계 복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임에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고민할 시간을 주십시 오.” ‘어메이징 히어로즈’에 캐스팅하겠 다는 제안을 했음에도 바로 그 제안 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그가 신중 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여유가 있어.’ 김대환이 주태훈과의 만남에서 받 은 느낌이었다.
억지로 여유 있는 척하려는 게 아 니었다. 그리고 여유라는 것은 스스 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을 때 나오는 것이었다.
배우는 결국 내면이 단단해야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직업.
자숙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몰라도 주태훈은 인간적으로 한 층 성숙해졌고,내면도 단단해져 있 었다.
“한참 못 본 사이에 좋은 배우로 변해 있더군.” 아까도 말했듯이 주태훈이 최근 펼 치는 연기는 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내면이 한층 단단해 진 것을 통해서 이전에 비해 연기가 훨씬 늘었을 거라는 것은 추정이 가 능했다.
“탐이 날 정도였네.”
당시 기억을 더듬던 김대환이 덧붙 였다.
충분한 대답이 됐을까?
김덕원 팀장은 더 이상 그에 대해 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주태훈이 과연 저희의 캐스팅 제 안에 응할까요?” “뭐가 걱정인 건가?”
“아까 이규한 대표도 주태훈을 캐 스팅하려 한다고 말씀하셨지 않습니 까?”
“그게 나도 마음에 걸리긴 하네.” 주태훈이 자신의 캐스팅 제안에 대 해서 확답을 미룬 이유.
이규한의 캐스팅 제안 때문이란 생 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난 주태훈이 결국 내 제 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네.”
“혹시 믿는 구석이 있으십니까?” 김대환이 대답했다.
“액터스 길드의 조진석 대표를 잘 알고 있네. 내가 아는 그라면… 무 슨 수를 써서라도 주태훈을 설득할 걸세.”
스윽.
이규한이 휘장을 걷고 포장마차 안 으로 들어섰다.
“호구,또 왔네.”
주인 할머니가 이규한을 알아보고 인사했다.
함께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섰던 남 지유가 주인 할머니에게 의아한 시 선을 던지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오빠한테 호구라고 부르시는 거예요?”
“나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시거
드 ”
“무슨 오해요?”
“양동현 대표님과 같이 여길 몇 번 들렀어. 그리고 할머니는 양동현 대 표님을 백수라고 생각하고 계셔.”
“양동현 대표님을 백수로요?”
남지유 역시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 한 적이 있는 어엿한 영화인.
양동현 대표에 대해서 들어 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래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남 지유에게 이규한이 설명을 더했다.
“양동현 대표님과 여기 들렀을 때 마다 내가 계산을 했었어. 그랬더니 백수한테 술 사 주는 호구라고 오해 하시는 거지.”
“아.”
남지유가 비로소 이해한 표정을 지 었을 때였다.
“내가 무슨 오해를 했다고 그래? 백수한테 백수라고 했을 뿐인데.”
주인 할머니가 정정했다.
“참,내가 미리 말한다는 걸 깜빡 했다. 귀가 엄청 밝으셔.”
“그런 것 같네요.”
“그러니까 말조심해.”
“알겠어요.”
남지유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 주인 할머니가 물었다.
“오늘은 이 어린 아가씨의 호구로 온 거야?”
“그런 셈입니다.”
“돈 아껴 써. 그러다 말년에 후회 해.”
“명심하겠습니다. 오늘까지만 호구 노릇 하겠습니다.”
“대답은 넙죽넙죽 참 잘하네. 가서 앉기나 해. 계란말이 하나 해 주면 되지?”
“계란말이 두 개 해 주시고,골뱅 이 무침이랑 꼼장어,매운 어묵탕도 해 주십시오.”
“왜 이렇게 많이 시켜? 누가 또 와?”
“네,손님들이 더 을 겁니다.”
“오늘 호구 노릇 단단히 하는가 보 네.”
주인 할머니의 말씀을 들은 이규한 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 포장마차로 찾아올 손님은 경국 지색 모임의 멤버들이었다.
영화 촬영 일정 때문에 해외에 체 류 중인 박보연을 제외한 나머지 두 멤버인 제아와 전혜수를 여기로 초 대했다.
두 사람 중 먼저 도착한 것은 제 아였다.
포장마차 휘장을 살짝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살피던 제아는 남지유 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지유 언니.”
“왔어?”
“보고 싶었어요.”
“나도.”
남지유와 얼싸안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제아가 뒤늦게 이규한을 발
견하고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그런데 대표님은 왜여기 계세 요?”
“그게……
이규한이 대답하려 했지만,주인 할머니가 한발 더 빨랐다.
“호구 노릇 하러 왔어.”
달그락달그락.
안주를 만들면서도 주인 할머니는 포장마차 안에서 오가고 있는 대화 의 내용을 놓치지 않았다.
이규한이 참지 못하고 픽 하며 실 소를 터트렸을 때, 남지유도 웃으며 말했다.
“진짜 귀가 엄청 밝으시네요.”
“그게 다가 아냐. 엄청 미인이시기 도 하지.”
" ……?"
“여기서 경국지색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던 것에는 할머니께서 워낙 미인인 이유도 있었어.”
“그러고 보니 대단한 미인이긴 하 시네요. 젊으셨을 땐 진짜 경국지색 이라고 불리셨을 것 같은데요.”
남지유가 눈치 빠르게 이규한의 이 야기에 맞장구를 쳤을 때였다.
“호구라도 보는 눈은 있네.”
주인 할머니가 다시 말씀하셨다.
그런 주인 할머니의 목소리는 아까 와 달리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내가 오늘 안주 특별히 신경 써서 맛있게 만들어 줄 테니까 기대해.”
주인 할머니의 공언을 들은 이규한 과 남지유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내심 원하던 바를 얻어 냈기 때문 이었다.
“그런데 저 할머니는 대표님께 왜 호구라고 하시는 거에요?”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는 제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 다.
있었어.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 냐.”
“그럼 뭐가 중요한 건데요?”
“여기 계란말이가 기가 막히게 맛 있다는 게 중요해.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게 있어.”
“또 뭔데요?”
“그게 뭐냐면……
이규한이 바로 대답하지 않고 남지 유를 바라보았다.
“지유가 말할래?”
“제가 할게요,오빠.”
남지유가 대답한 순간,제아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오빠? 언제 호칭이 오빠로 변했어 요?”
“좀 됐어.”
“대박. 혹시… 명의를 만났어요?”
“명의라니?”
“죽은 연애 세포를 살려 주는 명의 말이에요.”
“명의는 필요 없었어.”
“왜요?”
“내 연애 세포가 완전히 죽은 건 아니더라고.”
이규한이 웃으며 대답했을 때 남지 유가 덧붙였다.
“호칭만 변한 게 아냐.”
“그럼요?”
“우리 진지하게 만나고 있어.”
“헐. 완전 대박.”
충격이 커서일까.
제아의 말문이 막혔을 때,주인 할 머니가 계란말이가 담긴 접시를 들 고 다가왔다.
“둘이 결혼해?”
“아직 결혼하기로 결정한 건 아니 지만, 진지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이규한이 대답하자 주인 할머니가 남지유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고생길이 훤하네.”
“네?”
“호구랑 살려면 고생할 게 뻔한 것 아냐? 어린 아가씨는 뭐 해?”
“무슨 말씀이신지……?”
“직업이 뭐냐고 물은 거야.”
“아, 저는 노래를 하는 사람입니 다.”
“가수야?”
“네,맞습니다.”
“그럼 앞으로 쉬지 말고 열심히 노 래해. 호구랑 같이 살려면 돈 많이 벌어야지.” 주인 할머니가 남지유에게 충고하 는 것을 듣던 이규한이 끼어들었다.
“저도 꽤 능력 있습니다.”
“나도 그 정돈 알아.”
“어떻게 알고 계셨습니까?”
“먹고살 만하니까 호구 노릇을 계 속하지.”
‘기승전호구로구나.’
주인 할머니가 다른 안주를 준비하 기 위해서 떠난 후,한숨을 내쉬던 이규한이 제아를 향해 말했다.
“약속 지켜야 해.”
“무슨 약속이요?”
“우주걸스 멤버들과 함께 결혼식 축가 부른다는 약속 말이야.”
“어머. 진짜 결혼까지 생각하시는 거예요?”
“아까 진지하게 만나고 있다고 했 잖아.”
“진심 대박 사건.”
제아가 마치 자기 일처럼 될 듯이 기뻐하고 있을 때였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 이야?”
포장마차 휘장을 걷고 전혜수가 들 어섰다.
“큰언니.”
전혜수를 발견한 제아가 반갑게 인 사할 때,주인 할머니도 그녀를 반 겼다.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잘 지내긴. 그냥 죽지 못해 사는 거지 뭐.”
전혜수가 주인 할머니와 살갑게 인 사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규한이 물었다.
“혜수 씨가 할머니를 어떻게 아세 “예전에 양동현 대표님과 몇 번 찾
아왔던 적이 있어요.”
그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물었다.
“그럼 혜수 씨의 직업도 아세요?” “아마 아실걸요.”
이규한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주인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주인 할머니가 대 답했다.
“배우잖아.”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도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
‘별로 없으신 것 같은데.’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했다.
양동현과 이규한.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영 화제작자들이 었다.
그렇지만 주인 할머니는 양동현과 이규한을 백수와 호구로 지칭했다. 이것이 주인 할머니가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증거.
그래서 이규한이 막 지적하려 했지 만, 주인 할머니가 한발 더 빨랐다.
“날 닮았었어.”
“혜수 씨가요?”
“그래. 젊은 시절 나와 많이 닮았 어. 그래서 눈여겨봤었고,내가 도움 을 줬지.” “어떤 도옴을 주셨는데요?”
“백수랑 자주 어울리지 말라고 충 고했지.”
리얼리 픽처스 양동현 대표와 자주 어울리지 말라고 전혜수에게 충고했 다는 뜻이었다.
“그 충고를 따른 결과는 알다시 피… 한동안 백조로 지냈죠.”
1억 관객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