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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250화 (250/272)

250화

가로채기 ‘김대환 대표?’

직접 김대환 대표를 만난 적은 없 었다.

그렇지만 주태훈도 영화계에 몸담 고 있었다,

그러니 김대환 대표의 이름을 들어 보지 못한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인먼트의 대표이자,영화계에 막강 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그래서 소파 상석을 양보했구나.’

소파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남자의 정체가 김대환 대표라는 이 야기를 전해 들은 순간,조진석이 소파 상석을 양보한 것이 이해가 갔 다.

‘그런데 왜 김대환 대표가 찾아온 거지? 그리고 날 부른 이유는 뭘 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 다.

그렇지만 당장 답을 찾을 수는 없 는 상황.

그래서 주태훈이 일단 김대환의 앞 으로 다가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배우 주태훈입 니다.”

“만나서 반갑네. 김대환이네.”

김대환이 입가에 미소를 매단 채 악수를 청했다.

주태훈이 그가 내민 오른손을 맞잡 았을 때 김대환이 불쑥 말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겠군.”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이제는 괜 찮습니다.”

주태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 을 때 조진석이 끼어들었다.

“이미 법원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 았습니다. 안 좋은 일에 휘말려서 애꿎은 우리 태훈이만 오래 고생했 습니다.”

“나도 알고 있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우리 회사에서 거액을 투자하는 작품에 출연 제의를 하려는 참인데, 내가 그 정도 조사도 안 했을까?”

김대환의 대답을 들은 조진석의 표 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정말 우리 태훈이를 씨제스 엔터 테인먼트에서 투자하는 작품에 캐스 팅하시려는 겁니까?” “그러기 위해서 찾아온 걸세.”

“역시 대표님의 안목은 대단하시네 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부성 발언을 하던 조진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어떤 작품입니까?”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이 네.”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면 제작비가 무려 200억이 넘어가는 대작 중의 대작 아닙니까? 혹시 우리 태훈이에 게 맡기려는 배역이……?”

“주연이네.”

“주연… 이요?” 주연을 제의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진석이 만면에 기쁜 표정을 드러낸 순간 주태훈이 질문했다.

“왜 갑자기 저를 씨제스 엔터테인 먼트에서 투자한 ‘어메이징 히어로 즈’라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하려는 겁니까?”

“기회를 주고 싶었네.”

“무슨 기회 말입니까?”

“이대로 잊히기에는 자네가 너무 아까운 배우라고 생각했네. 그래서 자네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고 싶었 던 걸세.”

김대환이 대답했다.

그렇지만 주태훈은 납득하기 어려 웠다.

‘만약 그럴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진즉에 기회를 줬어야지.’

김대환이 왜 하필 지금 시점에 갑 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국내시장뿐 만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걸 세. 자네의 재기를 위한 가장 좋은 기회의 장이 될 것이네.”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가?”

주태훈이 질문했다.

“왜 하필 저입니까?”

“왜 하필 자네를 선택했느냐는 건 가?”

“‘어메이징 히어로즈’ 정도의 대작 이라면 저보다 더 티켓 파워를 갖춘 배우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게 낫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드린 질문입니다.”

김대환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주태훈이 대답했을 때였다.

“야,너 지금 무슨 이상한 소릴 하 는 거야?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자주 찾아오는 줄 알아? 김 대표님께서 널 좋게 봐서 좋은 기회를 주시려고 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야……

“형은 빠져.”

“뭐?”

“아직 얘기 안 끝났으니까.”

조진석이 황당하단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주태훈은 아랑곳하지 않 고 다시 입을 뗐다.

“예를 들면 정후 형을 캐스팅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주태훈이 하정후의 이름을 입에 올 리자 김대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잠시 후,그가 짤막한 한숨을 내쉬 며 대답했다.

“내게서 솔직한 대답을 원하고 있 는 것 같으니 사실대로 말하겠네.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캐스팅 1순 위로 하정후를 생각했었던 건 사실 이네. 그렇지만 거절당했지. 그리고 하정후만이 아니네. 2순위로 생각했 던 배우,3순위로 생각했던 배우,4 순위로 생각했던 배우들에게도 모두 거절당했네.”

김대환이 꺼내는 대답을 듣고 있던 주태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솔직한 이유를 듣고 싶긴 했었지 만,그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대답 할 것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게 나아.’ 이번 대답을 통해서 김대환에 대한 주태훈의 평가가 조금 바뀌었다.

거짓말과 감언이설로 상대를 속이 는 편보다는 차라리 솔직하게 대답 해 주는 편이 훨씬 상대에 대한 신 뢰가 쌓이기 때문이었다.

“캐스팅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무 엇입니까?”

“소문 때문이네.”

“소문… 이요?”

“자넨 아직 그 소문에 대해 못 들 었나 보군.”

주태훈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을 짓고 있을 때 김대환이 덧붙였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듣는 것보다 는 내가 직접 소문에 대해 알려 주 는 편이 나을 것 같군.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망작이 될 거란 소문이 돌고 있네.”

“그런 소문이 도는 이유가 무엇입 니까?”

“한 차례 개봉이 연기됐기 때문일 세.”

9”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기존 촬영분을 모두 폐기하고 원점에서부 터 다시 제작을 시작했지. 그 과정 에서 약 70억의 제작비를 허공에 날렸네. 원래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총 제작비는 150억 수준, 그중 절반 가량이 날아갔으니 남은 80억으로 CG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어메이 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그러니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망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소 문이 나돌고 있는 거지.”

“그런데 왜 소문이라고 말씀하신 겁니까?”

“응?”

“소문이 아니라 사실 아닙니까?”

주태훈의 예리한 질문을 받은 김대 환이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이 아닐세. 허공에 날린 70억 을 제하고 다시 150억의 자금을 ‘어 메이징 히어로즈’에 투입할 생각이 니까.”

‘그렇다면… 나쁘지 않다.’

만약 김대환이 방금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분명히 주태훈에게는 호재였다.

아까 김대환 대표가 알려 준 소문 으로 인해서 다른 A급 배우들이 캐 스팅 제안을 모두 거절한 상황.

덕분에 주태훈에게까지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의 주연을 꿰찰 수 있는 기회가 돌아온 셈이었으니

까.

그때 김대환이 물었다.

“이제 내게 궁금한 건 다 해소됐 나?”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결정하게.”

“뭘 결정하란 겁니까?”

“내가 자네에게 다시 비상할 수 있 는 날개를 달아 주겠네. ‘어메이징 히어로즈’에 출연할 텐가?”

주태훈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 설일 때였다.

“왜 망설이고 있어? 당연히 해야 지.”

조진석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주태훈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분명히 좋은 기회이긴 한데…… 잠시 망설이던 주태훈이 대답했다.

“조금만 더 고민할 시간을 주십시 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뒷짐을 진 채로 창밖 풍경을 응시 하던 김대환이 빙글 몸을 돌렸다.

“뭐가 궁금한가?”

“왜 주태훈을 선택하신 겁니까?” 김덕원 팀장의 질문을 들은 김대환 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왜 하필 주태훈이냐는 뜻이겠지?”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궁금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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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주태훈이었을까가 말일 세.”

김덕원 팀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게 사실이었다.

사실입니다.”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을 맡 고 있는 네이처 필름 강태경의 이야 기를 듣고서 김대환 역시 가슴이 답 답했다.

1순위 하정후에서 5순위 이정진까 지.

A급 배우들이 모두 ‘어메이징 히 어로즈’ 출연을 고사한 상황.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배우들은 자존심이 강했다.

아무리 탐나는 배역이라도 본인이 캐스팅 1순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고 나면 자존심이 상해서 거절하는 경우가 잦았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겹치며 주연배 우 캐스팅에 실패해서 결국 작품 제 작이 무산된 경우도 여러 차례 존재 했다.

그리고 ‘어메이징 히어로즈’도 위 험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미 5순위 후보였던 이정진마저 ‘어메이징 히어로즈’ 출연을 고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김대환이 강태경에게 일단 캐스팅 진행 작업을 중단하라고 지 시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여기서 더 캐스팅 진행 작업을 진 행한다 한들 주연배우 캐스팅이 성 사될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6순위,7순위 후보로 넘어 갈수록 캐스팅이 성사될 확률은 점 점 더 희박해졌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캐스팅 작업을 중단시켰던 김대환이 선택한 방법은… 이규한에게 미행을 붙이는 것이었다.

‘신과 같이’를 제작하는 이규한 역 시 캐스팅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사 실을 김대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과 같이’의 캐스팅 진행 상황에 대해서 조사를 해 본 결과 캐스팅이 성사된 것은 하정후뿐이었 김대환도 ‘신과 같이’라는 웹툰을 본 상황.

하정후와 투 톱을 이룰 남자 배우 의 캐스팅이 아직 남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서둘러 움직이 지 않았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가진 정보 력을 총동원해 확인한 결과 A급 배 우들에게 출연 제안을 하지 않았다 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깜짝 캐스팅을 하지 않을까?’ 그로 인해 이런 의심을 품었던 김 대환은 이규한의 행보를 주시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직원을 은밀 히 그의 주변에 붙였던 것도 그 일 환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규한이 캐스팅을 위해서 접촉하는 배우가 주태훈임을 알게 됐다.

‘왜 하필… 주태훈일까?’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김대환은 놀람을 감추지 않았다.

깜짝 캐스팅을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설마 그게 주태훈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 했기 때문이다.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 논란에 휘 말렸고,성추행 추문에 휩싸인 후 자숙 기간이 길어지면서 복귀 여부 조차도 불확실한 배우.’

김대환이 조사해 봤던 주태훈의 현 주소였다.

그래서 주태훈은 ‘어메이징 히어로 즈’의 캐스팅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 했는데.

이규한의 판단은 달랐다.

‘신과 같이’에 주태훈을 캐스팅하 는 시도를 했다.

‘대체 왜지?’

처음에는 이규한이 자멸의 길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김대환의 생각은 이내 바 뀌었다.

이규한이 괜히 대한민국 최고의 영 화제작자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지난 십 년간 수많은 흥행 작품을 제작했던 이규한의 제작자로서의 능 력에 대해서는 김대환이 어느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 까?’

그래서 이규한이 주태훈을 ‘신과 같이’에 주연으로 캐스팅하려는 데

있어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 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생각 이 바뀐 순간,김대환은 주태훈을 가로채기 위해서 지체 없이 움직였 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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