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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249화 (249/272)

249화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 서로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하정후 와 주태훈이 죽일 둣이 서로를 노려 보기 시작했다.

“왜… 그랬습니까?”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는데?”

지 떵떵거리며 살고 싶었습니까?”

“총부터 내리지. 대화로 해결하자 고.”

“밀정과는 대화 따위 하지 않습니 다.”

‘밀정으로 확신하는 상황. 하지만 그동안 쌓인 정 때문에 주태훈을 바 라보는 하정후의 두 눈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시나리오 책에 적혀 있는 지문을 머릿속으로 체크하던 이규한이 어느 지점부터 지문에 대한 생각을 지워 버렸다.

하정후와 주태훈이 펼치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연기 대결에 부지불식

간에 함몰됐기 때문이었다.

“그럼 날 죽이겠다는 거야?”

“…죽여야죠.”

“참 한결 같네.”

“무슨 뜻입니까?”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 한다는 거 야.”

?

“이 나라는 끝났어. 썩은 내가 진 동하는 이 나라를 지켜서 뭘 하게? 차라리 싹 갈아엎고 다시 시작하는 게 이 나라를 위해서도 나아.”

“틀렸습니다.”

“내 말의 어디가 틀렸다는 거지?” “이 나라가 아닙니다.”

딸깍.

하정후가 소품 권총의 방아쇠를 당 긴 순간 주태훈이 쓰러졌다.

“조국입니다.”

쓰러진 주태훈을 내려다보며 하정 후가 덧붙였다.

잠시 후 하정후가 다시 입을 뗐다.

“최고의 제작자이시지만 최고의 감 독은 아니시네요.“

" ‘?,’

디렉션을 내려 주셔야죠.’

뒤늦게 디렉션을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규한이 멋쩍게 웃 었다.

“두 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그게 아니죠.”

“컷,오케이. 이제 됐습니까?”

“네. 됐습니다. 어땠습니까?”

하정후가 이규한에게 오디션 연기 를 지켜본 평가를 물었다.

“제가 먼저 묻겠습니다. 정후 씨는 어땠습니까?”

“음.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좋 았습니다. 운석이 형과 연기를 할 당시와 크게 다른 점을 못 느꼈습니

“태훈 씨의 연기가 좋았다는 뜻인 가요?”

“맞습니다.”

하정후의 평가를 들은 이규한이 천 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디렉션을 내린 후 지켜본 두 사람 의 연기는 단숨에 이규한을 몰입시 켰다.

순식간에 배역에 몰입한 하정후는 청바지에 면티를 입고 있음에도 불 구하고 진짜 독립 투사처럼 느껴졌 을 정도였다.

연기자 하정후의 진가를 단숨에 깨 달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주태훈의 연기였다.

배역에 몰입한 하정후가 발산하는 에너지는 엄청났다. 그리고 처음 연 기를 펼치던 주태훈은 하정후가 발 산하는 에너지에 압도당한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상황이 바뀌 기 시작했다.

하정후의 기세에 눌리는 것처럼 보 이던 주태훈은 이내 여유를 되찾았 다.

그런 그의 입가에 떠올라 있는 흐 릿한 미소에서는 상대를 자극하는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하정후의 에너지는 더욱 강하게 발 산됐지만,주태훈은 무너지지 않았 다.

마지막 순간까지 하정후와 팽팽하 게 대치했다.

‘인파이터와 아웃복서의 대결이라 고 표현하면 될까?’

두 사람의 연기 대결을 되짚어 보 던 이규한이 퍼뜩 떠올린 비유였다.

반면 주태훈은 아웃복서 스타일이 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연기는 더욱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적임자를 찾은 것 같다.’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하면서 주태 훈에게 질문했다.

“오디션을 보신 소감이 어떠십니 까?”

“현장에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후 형과 함께 좀 더 연기를 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 거든요.”

점에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음. 80점입니다.”

“왜 백점 만점에 80점을 주신 겁 니까?”

“예전 같으면 백점을 줬을 텐데… 자숙하는 동안 제가 좀 변했습니 다.”

?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아직 더 잘할 수 있는 부 분들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80점 만 줬습니다.”

주태훈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작 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의 말처럼 주태훈은 변했 다.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주태훈은 꽤 긴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그사이 그는 배우로서,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한층 성숙해진 느낌이었 다.

억울함을 분노가 아닌 웃음과 여유 로 승화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신과 같이’에 하정후와 함께 주연 으로 출연하는 것.

의 장이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방금 봤던 오디션의 결과가 궁금할 터였다.

그러나 그는 결과를 알려 달라고 재촉하지도 않았고,초조한 기색도 아니었다.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신다면 출연 계약을 맺겠습니다.”

“어떤 부탁입니까?”

“실제 촬영에 돌입하면 80점에 만 족하지 않고 100점을 채워 주신다 는 약속이요.”

“기회를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 습니다.”

비로소 주태훈의 표정이 밝아졌다.

“잘됐다.”

하정후가 그런 주태훈의 어깨를 팔 로 감쌌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던 하정 후가 제안했다.

“술 한잔하시죠. 제가 한잔 사겠습 니다.”

“그럼 오늘은 정후 씨한테 한잔 얻 어먹어 볼까요? 태훈 씨도 같이 가 실 거죠?”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신다면요.”

…?" “클럽은 안 갑니다.

“한 잔 받으시죠.”

주태훈이 따른 잔을 이규한이 탁자 에 내려놓았다.

하정후, 주태훈,남지유,강도빈.

‘신과 같이’의 주연 캐스팅은 거의 끝난 셈이었다.

이제 주태훈과 세부 조항 협의를 마무리하고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셈이었으니까.

원래라면 감정부터 했으리라.

그렇지만 더 이상 감정 능력을 사 용할 수 없는 상황.

이제는 자신이 내린 선택을 믿고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네.’

못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아쉬움을 털어 버리기 위해서 애쓰던 이규한의 시선이 주태훈에게 닿았다.

“잘해야 해.”

“원래 잘하거든요.”

“이번엔 더 잘해야 해. 내가 널 추 천했으니까 내 얼굴에 먹칠하면 절

대 안 돼.”

“내가 너무 잘하면 형이 곤란해질 텐데.”

“무슨 소리야?”

“하정후를 압도하는 주태훈의 강렬 한 연기,하정후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다.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게 무 섭지 않아?”

“하나도 안 무섭다. 제발 그런 기 사가 나오게 열심히 해 봐라.”

“방금 한 말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 없다.”

하정후와 티격태격하며 대화하는 주태훈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 미소를 응시하던 이규한이 물었 다.

“태훈 씨는 억울하지 않았습니까?”

“뭐가 말입니까?”

“성추행 사건이 결국 무혐의로 결 론이 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만 태 훈 씨는 그사이 잃은 것이 많습니 다. 그 사건으로 인해 자숙의 시간 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경제적인 측면이나 이미지적인 측면에서 큰 손실을 입지 않았습니까?”

주태훈이 소주잔을 들어 절반쯤 마 신 후 대답했다.

“억울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

남은 절반의 소주를 마저 비운 후 주태훈이 덧붙였다.

“화도 많이 났습니다. 공인이란 이 유로 내가 피해를 보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무혐의로 결론 이 난 후에 무고죄로 고소를 할까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왜 무고죄로 고소하지 않았습니 까?”

“자숙을 위해 가졌던 시간들이 제 게도 도움이 됐거든요. 제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습니 다. 좀 더 절제하자,좀 더 좋은 사 람이 되자. 이렇게 스스로를 채찍질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그동 안 제가 여러 작품들에서 했던 연기 들을 돌아보면서 반성도 많이 했습 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한 번 넘어지면서 자숙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구나 하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신 이유가 뭡니 까?”

“만약 그 사건 없이 계속 연기를 했다면 발전이 없었을 테니까요. 이 제야 연기가 뭔지 조금 알 것 같습 니다.” 주태훈은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담담한 목소리로 당시의 소회를 풀어 냈다.

그런 그의 표정을 이규한이 주시했 다.

억울함과 분노, 회한이란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음에도 주태훈의 입 가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예전에 비해서 표정이 풍부해지고 깊어진 느낌이랄까.

‘진짜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되 어 가고 있다.,

속으로 생각하던 이규한의 입가에 도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감정 능력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앞이 막막하단 느낌을 받을 정도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방금 이규한은 깨달았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감정 능력이 사라진 후 비로소 사 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만약 감정 능력이 존재했다면?‘

주태훈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고 난 후 힘든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극복해 나갔는지 궁금하지 않았을 것이다.

- 주연: 주태훈.

시나리오 책 위에 주태훈의 이름 세 글자를 적어 두고 감정을 통해서 예상 관객 수만 확인해서 캐스팅 여 부를 결정했으리라.

그렇지만 감정 능력이 사라지고 나 자 주태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 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호기심은 자연스레 관심으 로 이어졌고.

‘장기적으로는 어쩌면 잘된 일일지 도 몰라.’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드르륵.

일식집 룸의 문을 열고 나온 이규 한이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이규한이 걸음을 멈추었 다.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누구더라?’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 남자를 이 규한이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꼈을까.

계산을 마친 남자가 고개를 힐끗 돌렸다.

이규한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남 자가 고개를 홱 돌려서 서둘러 가게 를 빠져나갔다.

‘분명히 낯이 익은데.’

이규한이 서둘러 가게 밖으로 나갔 다.

그렇지만 남자의 모습은 이미 사라 진 후였다.

액터스 길드.

주태훈의 소속사였다.

액터스 길드에 도착한 주태훈이 대 표실로 걸어갔다.

“오늘 점심 같이 먹자.”

아침 일찍 전화를 건 액터스 길드 대표인 조진석은 함께 점심을 먹자 며 정오까지 소속사로 나오라고 했 다.

“갑자기 왜 나오라는 거야?”

대표실 앞에 도착한 주태훈이 고개 를 갸웃했다.

조진석은 좋게 말하면 사업가 마인 드가 투철한 편이고,나쁘게 말하면

이득만 좇는 냉혈한 스타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주태훈이 배우로서 잘나갈 당시에 는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친근하게 대했었다.

그러나 주태훈이 성폭행 사건에 연 루되고 난 후에는 태도가 돌변했다.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걸까.

주태훈은 말 그대로 찬밥 신세였 다.

특히 빈정이 상한 것은 소송을 하 는 과정이었다.

소송 지원조차 제대로 해 주지 않 아 주태훈은 사비로 변호사를 선임 했었다.

“일단 들어가 보자.”

주태훈이 대표실의 문을 열고 안으 로 들어갔다.

“우리 태훈이 왔네.”

주태훈이 들어서자 조진석이 다가 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덥썩 안기까지 하는 조진석을 확인 한 주태훈이 두 눈을 가늘게 좁혔 다.

‘진짜 왜 이래?’

갑자기 친한 척하는 조진석의 반응 을 확인한 순간,일단 의심부터 들 그래서 두 눈을 가늘게 좁혔던 주 태훈의 눈에 대표실 소파 상석에 앉 아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누구지?’

조진석이 소파 상석을 양보했다는 것.

남자가 특별한 신분이란 것을 의미 했다.

그래서 남자의 뒷모습에게 주태훈 이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였 다.

“우선 인사부터 드려. 씨제스 엔터 테인먼트 김대환 대표님이야.”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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