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47화 (247/272)

247화

내게 남은 건? (2) 이규한은 더 이상 감정 능력을 사 용할 수 없게 됐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머잖아 대안을 찾아냈다.

바로 양동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내가 일전에 투 플러스 원을 제안 했었지?”

투 플러스 원.

양동현이 ‘신과 같이’가 투자를 받 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최고의 인지도와 연기력을 갖춘 주 연배우 두 명에 아이돌 그룹 멤버 한 명을 조합하라는 조언이었다.

“내가 생각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바로 강도빈이었다.”

‘의견이 일치했다?’

양동현의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반색했다.

그와 캐스팅에 대한 의견이 일치했 기 때문이었다.

“왜 강도빈이 적임자라고 판단하셨 습니까?” “내 딸이 강도빈의 팬이더라고.”

“네?”

“그레서 관심을 가지고 강도빈이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을 찾아봤 지. 많은 작품에 출연한 건 아니지 만,연기를 곧잘 하더라고. 그리고 중요한 건 작품에 출연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연기가 점점 는다는 점 이었어. 게다가 KTS라는 그룹은 꽤 오랫동안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인 덕 분에 해외 팬도 꽤 많은 편이더라 고. 머잖아 강도빈의 포텐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그래서 네게 추천을 하려고 했는데 한발 늦 었네.” 양동현의 눈은 정확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칭찬한다는 것이 강도빈을 캐스팅한 것이 실수가 아 니라는 중거였다.

“나중에 촬영장에 한번 찾아가도 되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왜……?”

“아까 내 딸이 강도빈의 팬이라고 했잖아? 딸내미한테 점수 좀 따고 싶어서 그래.”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이규한이 혼쾌히 수락하자, 양동현 이 어묵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 먹은

후 덧붙였다.

“솔직히 말하면 남지유를 캐스팅한 것에는 의아함을 품었다.” “왜 의아함을 품으셨던 겁니까?” 이규한이 질문을 던지자 양동현이 대답했다.

“인지도가 약하다고 판단했거든.”

그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비록 신곡 발표가 늦어지면서 최근 들어 남지유는 활동이 뜸해진 편이

그렇지만 그녀는 탄탄한 팬덤을 갖 추고 있었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가 기대 이상 의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 도 남지유의 팬덤이 영향을 미쳤었 다.

‘그런데 왜 인지도가 약하다고 평 가한 걸까?’

이규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때,양동현이 이유를 밝혔다.

“‘신과 같이’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느냐 그리고 작품이 개봉했을 때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둘 수 있을 정 도로 흥행할 수 있느냐,이 두 가지 를 결정하는 건 결국 해외시장에서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어. 국내시장의 파이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투자사들도 그 사 실을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남지유 의 캐스팅을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 각했어. 남지유는 해외에 잘 알려진 가수는 아니거든. 그런데… 상황이 변했지.”

이규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양동현은 상황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황이 변한 계기는 ‘부산행 열차’의 흥행 성공이었다.

홍콩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부산행 열차’는 그 기세를 몰아 중 국과 북미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 두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내에서의 흥 행 수익에 비견될 정도의 수익을 해 외시장에서 거둬들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OST에 참여했던 남 지유는 큰 수혜자가 됐다.

언어가 다르고 대중가요가 아닌 동 요를 불렀지만,남지유가 부른 노래 의 진정성은 외국인들에게도 감동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남지유의 음색에 해외 팬들도 호응하면서 남 지유의 인지도가 급상승한 것이다.

“혹시 여기까지 계획했던 것이냐?”

양동현의 질문을 받은 이규한이 고 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닙니다.”

“얻어걸렸다?”

“네.”

“운도 따르는구나.”

양동현이 웃으며 덧붙였다.

“내가 볼 땐 최상의 캐스팅이다. 이제 한 자리만 남았구나.”

“네,

“누굴 생각하고 있는 거냐?”

이규한이 대답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하정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극을 이끌어 갈 젊은 남자 배우.

얼핏 들으면 캐스팅이 쉬울 듯 보 이지만,실상은 달랐다.

하정후와 함께 연기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과 카리 스마를 갖춘 배우는 많지 않았다.

최민석과 김운식을 비롯한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남자 배우들이 적임 자였지만,문제는 나이였다.

웹툰 원작에서 하정후와 대립각을 세워야 할 남자 배우는 20대 후반 에서 30대 초반으로 설정이 돼 있 었다.

즉,젊은 남자 배우들 가운데 적임 자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마땅히 떠오르는 배우가 없 었다.

“나도 퍼뜩 떠오르는 배우가 없긴 하구나.”

양동현도 이미 ‘신과 같이’의 초고 를 읽은 상황.

캐스팅 적임자가 없다는 이규한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런 경우에 난 밥을 먹는다.”

“밥… 이요?”

“사람들을 만나는 거지.”

r?

“‘신과 같이’를 예로 들자면 원작 웹툰을 그린 작가,시나리오를 쓴 작가,연출을 맡기려는 감독을 차례 로 만나 밥을 먹으면서 허심탄회하 게 얘기를 나누지. 그들도 주연배우 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나 의견을 갖 고 있거든. 그 의견을 듣다 보면 의 외의 부분에서 답을 찾을 수 있기도 하지.”

‘좋은 방법.’

눈을 빛냈다.

‘왜 이런 방법을 생각 못 했지?’

그리고 이런 방법을 전혀 떠올리지 못한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감정에 너무 의존했어.’

감정 능력을 갖고 있을 때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캐스팅 후보군을 추린 후,예상 관 객 수 추이를 통해서 캐스팅 최적임 자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어느 새 감정 능력에 익숙해지며 100%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이규한이 양동현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을 때,양동현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 궁금한 건 따로 있지?”

“네?”

“‘신과 같이’ 1편의 관객 수가 얼 마나 될까,이게 궁금한 것 아냐?” 속내를 들킨 이규한이 얼굴을 붉혔 을 때,양동현이 덧붙였다.

“네가 부럽다.”

“왜 부럽다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 까?” “최소 천만은 넘을 것 같거든/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김대환이 제작 진행 보고서에서 시 선을 떼며 묻자 강태경이 고개를 숙 였다.

“죄송합니다.”

“이정진도 거절했나?”

“아직 설득 중이긴 하지만… 아무 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유는?”

“자존심이 상한 것 같습니다.”

“왜 자존심이 상했나?” “5순위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 다.”

김대환이 한숨을 내쉬었을 때,강 태경이 덧붙였다.

“아무래도 첫 단추를 잘못 권 것 같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쨌다?”

강태경이 한 말을 작게 되뇌던 김 대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주인공을 맡을 1순위 후보는 하정후였다.

그렇지만 하정후는 ‘어메이징 히어 로즈’ 출연을 고사했다. 그리고 하 정후가 출연을 고사한 이유는 ‘신과 같이’에 출연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 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김대환은 큰 충격을 받았다.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이미 투자 유치가 확정된 상황.

프리 프로덕션이 끝나는 대로 바로 촬영에 돌입하면 됐다.

반면 ‘신과 같이’는 아직 투자 유 치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 만큼 무척 변수가 많은 상황 이었지만,하정후는 ‘어메이징 히어 로즈’가 아니라 ‘신과 같이’ 출연을 선택했다.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2순위와 3 순위 후보였던 남자 배우들이 모두 ‘어메이징 히어로즈’ 출연을 고사한 때부터였다.

“그 소문이 진화가 되지 않고 있습 니다.”

강태경의 말대로였다.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기존 촬영 분을 모두 폐기하고 새롭게 프리 프 로덕션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절반에 가까운 70억의 제작비를 날린 만큼,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한정적이다.

따라서 망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계에 널리 퍼졌던 소문.

물론 김대환은 손을 놓고 있지 않 았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어메이징 히어로즈’ 제작비는 애초부터 200억 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추가로 150억 가까운 제작 비를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음에도 소문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하정후에 이어 2순위와 3순위 후 보였던 배우들이 차례로 출연을 고 사한 것에는 소문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4순위 후보였던 배우마저 출연을 고사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미 세 명의 배우에게 거절당한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알게 된 5순위 후보 이정진마저 출연을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정진 캐스팅이 무산된다 면?’

6순위 후보와 7순위 후보에게 출 연 제안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자존심 때문에 출연을 고사할 가능성이 높았다.

강태경이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고.

“일단 캐스팅 작업을 멈추게.”

“네?”

“아무래도 방법을 바꿔야 할 것 같 아.”

“어떻게 말입니까?”

강태경의 질문을 받은 김대환이 대 답했다.

“새로운 후보를 찾아보세.” “팬입니다.”

최효민 작가가 하정후에게 팬심을 고백했다.

하정후 역시 최효민 작가에게 팬심 을 고백했다.

“‘신과 같이’라는 웹툰 작품이 제 최애작이 었거든요.”

서로 팬심을 고백하는 두 사람으로 인해 술자리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 다.

잠시 후, 하정후가 박동선 작가에 게 고개를 돌렸다.

“박 작가님.”

“네? 네.”

“이번에 작가님 팬이 됐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시나리오가 너무 잘 나왔더라고 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다음 에 저와 같이 작업 한번 하시죠.”

“정후 씨와요?”

“제가 세운 제작사에서 준비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미 웹툰 원작 판권도 구매했고요. 그 작품의 시나 리오 작업을 맡아 주셨으면 합니 다.”

“저야… 영광이죠.”

“하핫. 그럼 약속하신 겁니다.”

박동선 작가와 하정후 사이에 오가 는 대화를 듣고 있던 이규한이 끼어 들었다.

“정후 씨,머잖아 제작자로도 성공 하시겠네요.”

“네?”

“하나를 알려 주면 열을 깨우치니 까 위기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기 회가 있을 때 놓치지 않고 잡는 것, 제작자에게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정후가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렸 을 때,이규한이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배우 하정후로 모 셨습니다.”

“제작자 하정후가 아니라 배우 하 정후요?”

“무엇입니까?”

“캐스팅 문제입니다.”

하정후와 이야기를 나누던 이규한 이 최효민과 박동선 작가와 차례로 시선을 맞췄다.

“두 작가분을 모신 이유도 같은 이 유입니다. 정후 씨와 대립각을 세우 면서 극을 이끌어 갈 저승사자 호왕 배역을 맡은 배우를 누구로 캐스팅 할지에 대해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여러분들의 의견 을 들어 보고 싶어서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규한이 본론을 꺼낸 순간 최효민 작가가 가장 먼저 나섰다.

“캐릭터를 창조할 때,작가는 부지 불식간에 기존 인물들의 영향을 받 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호왕이 라는 캐릭터를 창조할 때도 마찬가 지였습니다. 제가 영향을 받았던 인 물은… 주태훈입니다.”

“배우 주태훈이요?”

“네,맞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고개를 가웃했다.

배우 주태훈과 극중 호왕이란 배 역.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였다.

“혹시 ‘주 배우 TV’ 애청자이십니

까?”

하정후가 최효민 작가에게 물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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