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43화 (243/272)

243화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2) 정곡을 찔려 버린 흥세욱이 당황했 다.

반면 남지유는 속이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반대를 한 게 사실이긴 합니 다. 네,인정하겠습니다. 제 오판이 었습니다.”

“‘부산행 열차’의 OST에 참여했던 게 지유에게 도움이 됐나 보군요.”

“해외 반응이 무척 뜨겁습니다. 특 히 흥콩과 중국에서 지유의 인기가 급상승 중입니다. 이게 다 ‘부산행 열차’의 흥행 덕분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개봉 4주 차에 접어든 ‘부산행 열 차’는 박스오피스 순위 2위에 올라 있었다.

가장 큰 경쟁작이자 올 여름 극장 성수기 시장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라는 작품에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내준 것이 다.

- ‘부산행 열차’는 기존의 한국 영 화와는 다르다. 재밌다. 스케일도 크 다. 그리고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았다.

‘부산행 열차’가 개봉한 후 관객들 과 매스컴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래서일까.

빅박스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은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는 개봉 일 자를 뒤로 미루었다.

‘두 주 정도 뒤로 미뤘어.’

그 즈음이면 ‘부산행 열차’ 열풍이

가라앉을 것이다.

백기원 팀장을 비롯한 빅박스 관계 자들은 이런 판단을 내리고 ‘은밀하 면서도 위대하게’의 개봉을 뒤로 미 뤘던 것이다.

그리고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가 개봉 일자를 뒤로 미룬 것은 ‘부산 행 열차’ 입장에서는 호재였다.

뚜렷한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개 봉 후 3주 가까이 다른 작품들과 압도적인 격차를 벌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했다.

덕분에 ‘부산행 열차’의 관객 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986만 명.

개봉 4주 차에 접어든 ‘부산행 열 차’의 관객 수였다.

천만 관객 동원이 확실시되는 상 황.

‘910만 명이었어.’

마지막으로 감정했을 당시,‘부산 행 열차’의 예상 관객 수였다.

그런데 이미 910만 명이 넘는 관 객을 동원한 상태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

제작비 상승을 감수하고 촬영 중단 후 재정비를 해서 재촬영에 임했던 이규한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증거였 다.

그리고 백기원 팀장 이하 빅박스 관계자들의 계산은 빗나갔다.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는 예상대 로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순위 1 위에 올랐다.

그렇지만 압도적인 1위를 질주하는 것은 아니었다.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의 예매율 은 개봉 첫 주 차임에도 불구하고 42%에 불과했다.

‘부산행 열차’의 흥행 열기가 개봉 4주차에도 식지 않으며 30% 후반 대의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 이었다.

즉,개봉 4주 차에 접어들면 ‘부산 행 열차’의 흥행세가 꺾일 거란 빅 박스 측의 계산이 틀린 셈이었다.

그리고 아직 끝이 아니었다.

‘부산행 열차’는 해외에서도 큰 인 기를 누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개봉했던 홍콩에서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른 데다가,중국에 서도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 있었 다.

또 북미 극장 개봉도 앞두고 있었 다.

‘지유의 인기가 흥콩과 중국을 비 롯한 아시아권에서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부산행 열차’의 OST에 참여 했기 때문이지.’

남지유가 부른 노래는 동요.

그렇지만 외국인들은 동요라는 사 실을 몰랐다.

남지유의 독특하면서도 깨끗한 특 유의 음색에 반해서 호응하는 것이 다.

“오히려 제가 지유에게 고마워할 일입니다. 지유가 OST에 참여해 준 것이 ‘부산행 열차’의 흥행에 도움 이 됐으니까요. 그런데 아까 부탁이 있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어떤 부탁입니까?”

이규한이 먼저 질문을 던져 주길 기다렸다는 둣이 홍세욱이 대답했 다.

“이규한 대표님이 준비하고 계신 ‘신과 같이’라는 작품에 소나무 엔 터테인먼트 소속 가수가 출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예상대로네.’

흥세욱이 꺼낸 부탁을 들은 이규한 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부산행 열차’의 흥행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주연배우로 출연 했던 공태유와 마동수였다.

- 드라마에서와 달리 영화에 출연 하면 공태유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한 다.

공태유는 ‘부산행 열차’의 흥행 덕 분에 이런 편견을 깨는 데 성공했 다.

그리고 마동수는 아직 주연으로 영 화 한 편을 이끌어 가기에는 부족하 다는 편견을 깼다.

‘부산행 열차’의 흥행으로 인지도 가 크게 상승한 마동수는 주연배우 로 자리를 잡을 기회를 확실히 잡았 다.

그렇지만 또 한 명의 수혜자가 있 었다.

바로 도경호였다.

좀멋남.

‘부산행 열차’에서 좀비로 분한 채 열연을 펼쳤던 도경호에게 새로 생 긴 별명이었다.

좀비지만 멋진 남자의 줄임말.

이번 작품에 출연하면서 도경호는 여성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 덕분에 여러 편의 광고 출연 계약 을 맺었을 뿐더러 그가 속한 아이돌 그룹 ‘엑시즈’의 인지도도 크게 상 승했다.

특히 ‘액시즈’의 해외 팬들이 많이 늘어났다.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던 ‘엑시즈’ 입장에서는 특별한 흥보비를 들이지 않고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은 셈 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도경호 신드 롬’.

그리고 ‘도경호 신드롬’을 경험한 여러 엔터 관계자들은 블루문 엔터

테인먼트를 주목하고 있었다.

‘도경호 신드롬’이 일어난 계기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부산행 열차’에 도경호가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한 것이기 때문이었 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까지 노리는 대작 판타지 영화의 제작을 준비하고 있 다. 그리고 그 작품에 출연할 제 2 의 도경호를 찾고 있다.”

최근 들어 널리 퍼진 소문이었다. 그리고 이 소문이 퍼지기 무섭게 소 나무 엔터테인먼트의 흥세욱 대표에 게서 만나자는 제안이 왔다.

그래서 이규한은 그가 이런 부탁을 꺼낼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끼를 물었다.’

잠시 후,이규한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홍세욱을 비롯한 엔터 관계자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소문의 출처가 이규한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규한은 미끼를 던졌 고,홍세욱은 그 미끼를 덥썩 문 것 이었다.

그때,남지유가 입을 뗐다.

“이것 때문이었어요?”

“뭐가?”

“오빠 연락처 알려 달라고 한 것 말이에요. 이런 일 부탁하려고 그랬 던 거예요?”

남지유의 눈빛과 목소리는 차가웠 다.

그렇지만 흥세욱은 당황하지 않고 변명을 꺼냈다.

“겸사겸사라니까.”

“실망이에요. 이러면 제 입장이 뭐 가 돼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이 래? 회사가 잘돼야 네 서포트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아냐?”

남지유와 홍세욱이 서로 언성을 높 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규한이 한숨 을 내쉬었다.

‘예상보다 심각하네.’

남지유와 흥세욱의 관계가 삐걱된 다는 것.

일전에 본가로 찾아왔던 남지유와

아버지가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두 사람의 관계가 삐걱대는 정도는 막 연히 짐작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그만하자.”

“하지만……

“우리끼리 있는 자리도 아니고,손 님도 있는 자리잖아.”

남지유가 마지못해 입을 다물자, 홍세욱이 고개를 돌렸다.

“초대하고 나서 이렇게 안 좋은 모 습 보여 드려서 죄송합니다.”

한 한숨 소리를 놓치지 않은 흥세욱 이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저도 직원들과 자주 투닥거리는 편입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 다.”

“그런데…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 다.”

“무슨 말씀이신지?”

“신뢰가 느껴지지 않네요.”

9”

“저와 직원들이 회의를 하거나 어 떤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의견 충 돌을 빚기는 하지만,기본적으로 서 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바 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홍 대 표님과 지유에게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느껴지지 않아서 드 리는 말씀입니다.”

“그건……

이규한이 이런 지적을 할 것을 예 상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흥세욱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반박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규한의 지적이 정곡을 찔렀기 때 문이리라.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규 한이 다시 입을 됐다.

“KTS의 멤버인 강도빈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KTS는 소나무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으로,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기 시작 한 상태였다.

“우리 도빈이를요?”

이규한의 입에서 강도빈의 이름이 흘러나온 순간 홍세욱의 표정이 눈 에 띄게 밝아졌다.

“역시 이규한 대표님의 안목은 대 단하시네요. 도빈이는 KTS 멤버들 중에서 특히 연기력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그의 말을 도중에 자르며 이규한이 끼어들었다.

“제가 강도빈을 ‘신과 같이’라는 작품에 캐스팅하면 홍 대표님은 무 엇을 해 주실 겁니까?” “뭘 원하십니까?”

홍세욱이 당황한 기색으로 되물었 을 때,이규한이 망설이지 않고 대 답했다.

“기회를 주십시오.”

“어떤 기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유가 변신할 수 있는 기회 말입 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어서일까.

홍세욱이 남지유에게 고개를 돌렸 다.

‘혹시 네가 부탁한 것이냐?’

그 시선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 었다. 그렇지만 남지유는 홍세욱이 자신에게 시선을 던지는 것조차 알 아채지 못한 기색이었다.

놀란 표정으로 자신만 바라보고 있 었다.

“오빠.”

“말해.”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 세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 구”

“내가 좋아하는 남지유라는 가수의 신곡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서 귀 호 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는 게 아쉬웠어.”

“하지만……

“잠깐만 기다려. 아직 내 얘기 안 끝났으니까.”

남지유의 말을 막은 이규한이 홍세 욱을 응시하며 입을 뗐다.

보셨습니까?”

“네,봤습니다.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시는지……?”

“괜찮으시다면 감상평을 들을 수 있을까요?”

“감상평이요?”

이런 부탁을 할 것을 예상치 못했 던 둣 흥세욱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 다.

아니,그는 지금 대화의 물줄기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온 것으로 인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 감상평을 왜 듣고 싶으신 겁니 까?”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까 ‘부산행 열차’를 보셨다고 말 씀하셨으니,일단 감상평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규한이 재차 부탁하자,흥세욱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재밌었습니다.”

“그게 끝입니까?”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영화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내심 원하던 대답을 얻어 낸 이규 한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물었 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좀비 소재의 작품이었으니까요. 제가 영화 관련 일을 하지는 않지 만,꾸준히 한국 영화를 챙겨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좀비 소재의 작품은 앞으로 몇 년은 더 지나야 나오거나,영원이 나오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데 ‘부산행 열차’가 개봉했죠. 그래 서 그렇게 말씀드렸던 겁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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