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41화 (241/272)

241 화

몰빵과 떡밥 ‘작가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게 이규한이 하정후에게 진짜 해 주고 싶었던 충고였다.

잠시 후,하정후가 고개를 끄덕였 다.

‘영리하니까 알아들었겠지.’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하정후가 무척 영리하다는 증 거였다.

그래서 이규한이 더 설명하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

“제가 박동선 작가님을 만나자고 청한 이유는 작가 계약을 맺기 위함 입니다. ‘신과 같이’의 판권을 구입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업을 박동선 작가님에게 맡기려는 겁니다. 제 판단에는 박동선 작가님 이 최적임자이거든요.”

“왜 박동선 작가님이 최적임자라고 판단하신 겁니까?”

“박동선 작가님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셨던 두 작품에 답이 있습니다.”

“‘사관, 왕을 만든 남자’라는 작품 과 ‘부산행 열차’요?”

“맞습니다.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공통점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것 아닙니까?”

하정후가 두 작품의 공통점을 언급 했다.

틀린 대답은 아니었지만,이규한이 원했던 대답은 아니었다.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원작이 있다는 점입니다.”

것을 알고 있었지만,‘사관,왕을 만 든 남자’라는 작품도 원작이 있습니 까?”

“네,소설책이 원작이었습니다. 소 설 원작의 제목이 달랐던 데다가 베 스트셸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후 씨가 몰랐을 겁니다.”

비로소 이해한 표정을 짓던 하정후 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여기 계신 박동선 작가 님이 ‘신과 같이’의 시나리오 작업 을 맡기기에 최적임자라는 겁니까?”

“더 유명한 작가도 있는데 왜 박동 선 작가님에게 맡기려는 것이냐는 의미시죠?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 “어떤 이유입니까?”

“박동선 작가님이 소설 작가 출신 이기 때문입니다.”

“아,소설 작가 출신이셨습니까? 어떤 작품을 쓰셨습니까?”

하정후가 흥미를 드러내며 박동선 에게 질문했다.

“그게……

그 질문을 받은 박동선이 살짝 당 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우물쭈물했 다.

잠시 후,박동선이 간신히 대답했 다.

“모르셔도 됩니다.”

"왜……?”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박동선은 소설 작가로 활동할 당시 에 집필했던 작품의 제목을 하정후 에게 알려 주는 것을 꺼려 했다.

그 이유를 짐작한 이규한이 서둘러 거들었다.

“소설 작가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 했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영역을 바꿨던 거고요.”

“그렇군요.”

“그리고 박동선 작가님이 소설 작 가로 활동할 당시에 어떤 작품을 썼 느냐,또 소설 작가로서 얼마나 성 공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진 짜 중요한 부분은 박동선 작가님이 소설 작가와 시나리오 작가,두 분 야를 모두 경험해 본 적이 있다는 겁니다. 즉,소설이란 분야와 시나리 오라는 분야를 모두 경험했기 때문 에 원작을 시나리오 형태로 바꾸는 데 있어서 특출난 재능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규한이 도중에 말을 멈춘 후 다 시 입을 뗐다.

“아까 왜 유명 작가가 아니라 박동 선 작가님에게 ‘신과 같이’의 시나 리오 작업을 맡기려고 하느냐고 의 문을 품으셨죠?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라고 해서 글을 더 잘 쓰 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전문 분야가 있고,거기에 걸 맞는 최적임자를 찾는 것이 더 중요 합니다. 그게 제작자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 배웠습니다.”

하정후가 웃으며 입을 뗐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작업 이야 기를 해 볼까요?”

이규한 역시 웃으며 박동선 작가를 바라보았다.

“박 작가님,웹툰 작품은 보고 오 셨죠?”

“물론입니다.”

“기존에 박 작가님이 하셨던 작업 들과 ‘신과 같이’라는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리즈로 제작해야 한 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전략이 필요 합니다.”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이규한이 대답했다.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몰빵 과 떡밥입니다.” 시리즈로 제작하는 작품의 경우, 후속편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 다.

따라서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신과 같이’를 예로 들자면,시리즈 로 제작될 세 편에 골고루 힘이 분 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이 다.

그렇지만 그게 바로 착각을 하는 지점이었다.

시리즈 작품의 특성상,첫 편이 흥 행에 부진했을 때 다음 편이 흥행에 성공할 확률?

지극히 낮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시리즈의 첫 편이었다.

첫 편이 흥행에 성공해야 2편이 성공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고,3 편 역시 개봉할 수 있는 확률이 높 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몰빵.’

아까 박동선 작가에게 양해를 구하 긴 했지만, 몰빵이란 표현만큼 정확 한 표현은 더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것이 떡밥 이었다.

‘1편을 보고 나니 2편도 궁금하네. 또 보고 싶네.’ 관객들에게 이런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떡밥을 1편에 뿌 려 놓아야만,2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흥행에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심플하게 생각하시죠.”

“어떻게 말입니까?”

“1편만 제작한다고 생각하고 시나 리오를 쓰십시오.”

“하지만……

“사건보다 캐릭터 위주로 시나리오 를 쓰셔야 합니다. 그게 시리즈 작 품이 성공할 수 있는 기본이니까 요.”

마아블이 제작한 ‘슈퍼 파워스’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요인.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이 작품 속에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캐릭 터들이 매력이 있으려면 그들의 사 연이 숨어 있어야 했다.

또 이 사연들만 있다면,새로운 사 건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었다.

“캐릭터 위주의 글쓰기를 하시라는 뜻이군요.”

“맞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언제 까지 작업을 마무리하면 될까요?”

면 언제까지 가능하겠습니까?”

“넉넉잡아 두 달이면 초고는 나올 것 같습니다.”

‘두 달이면 적당하다.’

이렇게 판단을 내린 이규한이 입을 뗐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 다.” 강남역 인근 일식집.

이규한이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을 때, 남지유가 룸 안으로 들어 왔다.

“오빠가 저한테 먼저 만나자고 연 락을 다 하시고,내일은 해가 서쪽 에서 뜨겠네요.”

그런 그녀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내가 그 정도로 비싸게 굴었었 나?”

“톱스타 못지않을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한테 술을 사겠다고 하셨어요?”

“고마워서 인사차 술을 사려는 거 야.”

“뭐가요?”

“‘부산행 열차’의 OST 에 참여해 준 것 말이야.” 이규한이 대답하자 남지유가 별것 아니라는 손사래를 쳤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어요.”

“아냐. 소속사 대표님의 반대를 무 릅쓰고 참여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이규한의 이야기를 들은 남지유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규리가 입이 싼 편이거든.”

“아.”

정보의 출처를 알아낸 남지유가 무 릎을 탁 쳤을 때,이규한이 덧붙였 다.

“드라마 OST도 아니고,영화 OST 는 참여해 봐야 흥보도 안 되고 돈 도 안 된다,게다가 대중 가요도 아 니고 동요를 부르면 더욱 돈이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소속사 대표님이 반대하셨다고 하던데?”

“대충 비슷해요. 그런데… 사장님 이 틀렸네요.”

“왜 틀렸다는 거야?”

“덕분에 오빠와 술을 마시게 됐으 니까요.”

“이게 뭐가 대수라고.”

“대수예요.”

“응?” “저한테는 아주 중요한 일이거든 요.”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하던 남지유가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표 정으로 자책했다.

“규리가 이러면 안 된다고 했는 데.”

“무슨 뜻이야?”

“너무 들이대지 말라고 했거든요.”

남지유가 한숨을 내쉬며 꺼낸 이야 기를 들은 이규한이 웃으며 맞받았 다.

“그대로가 좋아.”

“사람이 변하면 쓰나?”

“그럼 원래대로 할까요?”

생긋 웃은 남지유가 잔을 들어 앞 으로 내밀었다.

“한 잔 주세요. 마침 술이 마시고 싶었거든요.”

쪼르륵.

남지유가 내민 잔을 채워 주며 이 규한이 물었다.

“무슨 고민 있어?”

“제 얘기를 귀담아 안 들으셨군

“일전에 아버님에게 고민 상담을 드렸는데, 그때 못 들었죠?

“아니. 들었어.”

이규한도 그날 남지유가 했던 이야 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아버지와 남지유가 나누는 대 화에 끼어들 틈이 없었기 때문에 잠 자코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당시에는 그녀가 하고 있는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었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해 보고 싶 다고 했었지?”

“진짜 들으셨네요.” “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어떻게 생 각해?”

이규한이 기억을 더듬으며 물었다.

“내가 보기엔 지유 양에게 어떤 변 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

당시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었다.

“저도 아버님 말씀이 맞다고 생각 해요.”

“그럼 용기를 내 봐.”

“저도 그러고 싶죠. 그런데… 제 뜻대로 안 되네요. 사장님의 반대가 심하거든요.”

“왜 반대하는 거야?”

“실패를 두려워하시거든요.”

남지유에게는 어울리는 노래들이 있다.

그런 노래들을 불렀을 때 음원 순 위 성적이 좋았다.

그러니 성공이 어느 정도 보장된 안정된 길을 외면하고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새로운 음악적 시도 를 할 필요가 있느냐?

이게 남지유의 소속사인 소나무 엔 터테인먼트의 대표가 가진 생각일 터였다.

이규한이 고민하고 있을 때,남지 유가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떤 해답을 듣기 위해서 드린 말 씀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편하게 술이나 마셔요.”

“하지만……

“진짜 괜찮다니까요.”

“그래.”

채앵.

잔이 부딪치는 횟수가 늘어나며 술 자리가 깊어졌다.

“예전에 의성 마늘 축제에 참가했 을 때,트렁크가 가득 찰 정도로 마

늘을 받아 온 적이 있었어요. 괜찮 다고 했는데 관계자분이 끝까지 권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받아 오긴 했 는데,차에서 마늘 냄새가 빠지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세차를 맡겼어?”

“에이,세차 정도로 해결됐으면 고 민도 안 했죠. 거짓말 안 보태고 마 늘 냄새가 차 안에 진동을 했다니까 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차를 바꿨어요.”

“마늘 냄새 때문에 새 차를 샀다는 뜻이야?” “아니요. 소속사 다른 가수랑 차를 바꿨어요.”

“그럼 차를 바꾼 그 가수는?”

“개는 후각에 민감한 편이 아니라 서 괜찮다고 했어요. 그런데 개가 녹화를 할 때마다 출연진과 스태프 들이 마늘 냄새가 어디서 난다고 수 군거렸대요. 재밌죠?”

“재밌네.”

이규한이 맞장구를 쳤을 때,남지 유가 술잔을 비운 후 말했다.

“그런데 계속 제 얘기만 했다는 것 아세요?”

“그랬었나?” “이제 오빠 이야기가 듣고 싶어 요.”

“내 얘기?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 서 안 했어. 영화는 재밌지만,영화 를 만드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생각 처럼 재미가 없거든.”

“그래도 듣고 싶어요.”

“그럼 말해 줄게. 음,그나마 가장 재밌었던 건 ‘과속 삼대 스캔들’을 제작할 때인 것 같네. 당시에 그 작 품은…… ‘왜 결혼 안 하세요?”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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