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40화 (240/272)

240화

은혜 갚은 제비 (2)

최효민 작가의 손에 들려 있던 시 사회 초대장을 바라보던 이규한이 입을 뗐다.

“백 피디가 ‘인천행 버스’를 졸작 이라고 표현했습니까?”

“네.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니 앉아 있는 백진엽에게 새삼스러 운 시선을 던졌다.

백진엽은 자존심이 무척 강한 편이 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작품에 졸작이라 고 표현한 것은 비교 우위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제비가 되기로 결심했거든요.”

조금 전 백진엽이 했던 말의 의미 도 비로소 이해가 갔다.

그래서 이규한이 희미한 미소를 머 금었을 때였다.

“진엽이의 의도대로 됐습니다. 아 까도 말씀드렸듯이 시사회에서 ‘부 산행 열차’라는 작품을 보고 난 후 이규한 대표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 이 좀 더 생겼습니다. 그리고 제 작 품을 이규한 대표님이 영화로 제작 해 줬으면 하는 욕심도 커졌습니 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저도 이규한 대표님에게 조금 힘 을 실어 주고 싶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기심을 조금 버리기로 했습니 다.” ‘무슨 뜻이지?’

이규한이 제대로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최효민 작가가 웃으 며 덧붙였다.

“일단 두 편만 제작하는 걸로 하시

“세 편이 아닌 두 편만 먼저 제작 하자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이규한 대표님의 능 력에 대한 의심은 완전히 사라졌습 니다. 그런 이규한 대표님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드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이게 제가 생각이 바뀐 이유입 니다.” ‘400억에서 250억으로 제작비가 줄어들었다.’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400억과 250억.

일단 앞자리가 달랐다. 그래서 체 감상 느껴지는 제작비 규모가 확 줄 어 있었다.

이 정도면 투자사 입장에서도 ‘신 과 같이’ 투자를 결정하는 것에 대 한 부담이 줄어든 셈이었다.

뜻밖의 제안.

그리고 이규한에게 큰 힘을 실어 주는 제안이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이규한이 감사를 표하자 최효민 작 가가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효민이 내밀고 있는 손을 이규한 이 힘껏 맞잡았다.

“까악.”

“까아악.”

하정후가 안으로 들어선 순간 커피 전문점 불루문 내부가 소란스럽게 변했다.

젊은 여자 손님들은 예상치 못한 하정후의 등장에 깜짝 놀라며 고성 을 내질렀다.

“축하드립니다.”

이규한이 앉아 있던 창가 쪽 탁자 로 다가온 하정후는 먼저 축하 인사 를 건넸다.

그가 축하 인사를 건네는 이유.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부산행 열차’가 8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예매율을 기록하면서 박스 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었기 때문 이다.

“그리고 아쉬웠습니다.”

“어떤 부분이 아쉬우신 겁니까?”

“‘부산행 열차’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요.”

하정후는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않 은 채 물었다.

“왜 제게는 캐스팅 제안을 안 하셨 습니까?”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질문부 터 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배 우 하정후로 오신 겁니까,제작자 하정후로 오신 겁니까?”

“오늘은 제작자 하정후로 왔습니 다.”

이규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뗐 다.

“그럼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산행 열차’의 투자사인 NEXT 엔터테인먼트 김태훈 팀장님은 정후 씨를 캐스팅 1순위로 추천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반대했습니다.”

“왜 반대하셨습니까?”

“정후 씨에게 어울리지 않는 배역 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투톱 주연을 맡은 배우 중 한 명이 마동수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후 씨를 캐스팅 한다면 이미지가 겹친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배우 하정후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그렇지 만 제작자 하정후 입장에서는 뼈와 살이 되는 강의가 될 터였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

다행히 아까 배우 하정후가 아니라 제작자 하정후로 찾아왔다는 그의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었다.

두 눈을 빛내면서 이규한이 꺼내는 이야기를 경청하는 하정후의 모습이 빈말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일단 차부터 시키시죠. 뭘로 드시 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 시오.”

“제가……

“정후 씨를 만나고 싶어 하는 팬들 이 많네요. 커피는 제가 주문해서 오겠습니다.”

하정후에게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 청하고 싶어 하는 커피 전문점 내 손님들을 힐끗 살핀 이규한이 웃으 며 일어났다.

카운터 앞으로 다가가서 바닐라 라 떼를 주문하려고 했지만 이규리가 선수를 쳤다.

고 있어. 그보다 하정후랑 아는 사 이인 걸 보니까 갑자기 사람이 달라 보인다.”

“앞으로 자주 올 거야.”

“하정후가 우리 가게에 자주 찾아 올 거란 뜻이야?”

“그래. 작품 하나 같이하기로 했거

드 ”

“혈. 대박.”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이규리 의 반응을 확인하고서 이규한이 쓰 게 웃었다.

하정후의 인기를 새삼 느낄 수 있 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이럴 때가 아니네.”

“그럼 뭘 할 때인데?”

“하정후 마케팅을 펼칠 준비를 해 야지.”

“하정후 마케팅?”

“하정후가 우리 가게를 자주 찾는 다는 소문이 나 봐. 그럼 하정후를 보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우리 가게 로 더 많이 찾아올 것 아냐? 사진 찍어서 SNS에 올려야겠다.”

‘마케팅 일을 했어도 잘했겠네.’

이규리가 정성껏 만든 바닐라 라떼 를 들고 탁자로 돌아온 이규한이 다 시 자리에 앉으며 입을 뗐다, “드시죠.”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정후 씨를 만나자고 청 한 이유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 니다.”

…?"

“제작자 하정후의 성장을 돕겠다는 약속 말입니다. 사실 ‘신과 같이’의 진행과 관련해서 새로운 소식이 있 습니다.”

“어떤 소식입니까?”

예상대로 하정후가 흥미를 드러냈 다.

“작품의 판권 구입을 마쳤습니다

이규한이 ‘신과 같이’라는 웹툰 작 품의 판권을 구입했다는 소식을 알 려 주자 하정후는 깜짝 놀랐다.

“그럼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겁니 까?”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정후 역시 ‘신과 같이’의 원작자 인 최효민 작가가 판권을 판매하는 데 있어서 내세운 조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을 확인한 이규한이 덧붙였다.

다. 세 편이 아니라 두 편만 먼저 제작하는 쪽으로 말입니다.”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뀐 겁니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너무 무리한 요구 조건이라는 것을 본인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하더군 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이유는 ‘부산행 열차’의 흥행입니다. ‘부산 행 열차’ 웹툰이 영화로 제작된 것 을 확인한 후 최효민 작가는 만족감 을 표했습니다. 그래서 제작자 이규 한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고 했습니 다.”

비로소 상황을 파악한 하정후가 고 개를 끄덕이는 것을 지켜보던 이규

한이 다시 입을 뗐다.

“제 자랑을 하기 위해서 이런 말씀 을 드린 것이 아닙니다. 정후 씨에 게 알려 주고 싶어서 말한 겁니다.”

“어떤 부분을 알려 주고 싶으셨던 겁니까?”

“시간과 끈기요.”

? 꾸"

“만약 ‘신과 같이’의 판권을 구입 할 목적으로 최효민 작가를 처음 만 났을 때,제가 터무니없는 조건이라 고 판단하고 바로 포기했다면 영화 제작은 거기서 무산됐을 겁니다. 그 렇지만 저는 ‘신과 같이’라는 작품 을 꼭 제작하고 싶었습니다. 또 ‘신 과 같이’라는 작품을 제작해서 성공 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포기하는 대신 시간을 갖고 최효민 작가에게 믿음을 심어 주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정후 씨

“저요?”

“정후 씨를 ‘신과 같이’라는 작품 에 캐스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서 최효민 작가가 깜짝 놀라더군 요.” ‘그렇군요.’ “결국 ‘신과 같이’라는 작품에 대 한 애정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판권을 구입하게 된 원동 력이었습니다. 끈기를 갖고 포기하 지 않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 주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귀를 종긋 세우고 경청하고 있는 하정후를 살핀 이규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판권은 구입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진행하려고 합니 다. 바로 작가 계약입니다. 그리고 제가 ‘신과 같이’의 시나리오 작업 을 맡기려는 작가는 박동선입니다.” “박동선… 작가요?”

낯선 이름이기 때문일까.

하정후가 고개를 갸웃했을 때였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박동선 작가가 커피 전문점 블루문으로 들 어왔다.

“마침 도착했네요. 박 작가님,여깁 니다.”

이규한을 발견하고 무심코 다가왔 던 박동선 작가는 하정후를 발견하 고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반응을 확인한 이규한이 물었 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진짜… 하정후 씨가 맞습니까?”

“네,맞습니다.”

“정말 하정후 씨군요. 저는 보면서 도 믿기지 않아서……

“해치지 않습니다.”

“네?”

“그렇게 뒷걸음질 치지 않으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아,네.”

“정후 씨, 해치지 않으실 거죠?”

“물론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 정후입니다.”

하정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른 손을 뻗었다.

“박동선이라고 합니다.”

하정후와 악수를 하는 박동선은 영 실감이 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리 고 이규한은 박동선의 이런 반응이 이해가 갔다.

현직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 긴 하지만 박동선이 배우들과 직접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난 후 배 우 캐스팅을 비롯한 프리 프로덕션 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었 다.

잠시 후,이규한이 하정후를 바라 보았다.

“아까 박동선 작가님의 이름을 못 들어 봤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후 씨가 생각하시는 것 처럼 초짜 시나리오 작가는 아닙니 다.”

“제가 언제……?”

“표정에 드러났습니다.”

? ‘?,’

“날 보고 이렇게 당황하는 것을 보 니 역시 예상대로 초짜 작가가 맞구 나, 이런 생각이 정후 씨의 표정에

드러났습니다. 아닙니까?”

정곡을 찔려서일까.

하정후가 얼굴을 붉혔을 때 이규한 이 덧붙였다.

“박동선 작가님은 신인이 아닙니 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 했던 ‘사관,왕을 만든 남자’와 ‘부 산행 열차’의 시나리오를 쓰셨습니 다.”

“제가 오해를 했네요. 죄송합니다.”

하정후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런 그는 박동선 작가의 필모를 뒤늦게 알고 새삼스러운 시선을 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규한이 다시 입을 뗐다.

“아까 제가 그런 말씀을 드렸던 건 정후 씨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탓하 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제작 자가 되려면 작가들에 대해서 이해 를 하는 것이 필요하단 말씀을 드리 고 싶었던 겁니다.”

“작가들에 대한 이해요?”

“그동안 작가들을 만나 보신 기회 가 많지 않으시죠?”

“그건 아닙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감독님들과 여러 작품을…… “그들은 작가가 아닙니다. 감독이 죠. 감독들은 시나리오를 직접 쓸 뿐만 아니라 현장의 책임자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배우들과 접촉하거 나 작업을 할 기회가 많죠. 그렇지 만 진짜 시나리오 작가들은 다릅니 다.” “어느 부분이 다른 겁니까?”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여기 박동선 작가님 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아까 정 후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많이 놀라 고 당황한 겁니다. 그리고 사실 정 후 씨가 제작에 관심이 없었다면 오 늘 이곳에서 박동선 작가님을 만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죠.”

하정후가 옳은 이야기라는 듯 고개 를 끄덕이는 것을 지켜보던 이규한 이 덧붙였다.

“작가들을 만날 때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제작자의 눈빛,표정,말투 하나에도 상처를 입거나 자신감을 얻을 수 있거든요.”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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