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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230화 (230/272)

230화

속도의 차이 배우 겸 교수.

조달호는 두 가지 직함을 갖고 있 었다.

이규한이 그중 교수 조달호에게 용 건이 있다고 밝히자 그가 두 눈을 빛냈다.

“말씀하시죠.”

지도하셨죠?”

“그걸 대표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따로 좀 알아봤습니다.”

“왜요?”

“도경호라는 가수 겸 배우에게 관 심이 생겼거든요.”

이규한이 대답하자 조달호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루 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작품 에 캐스팅을 해 주시면 더 감사하고 요.”

“흥미롭네요.”

“어떤 부분이 흥미로우신 겁니까?” “일전에 교수님께 캐스팅 제안을 했을 때보다 더 기뻐하시는 것 같아 서요.”

이규한이 예전 조달호에게 캐스팅 제안을 했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 며 지적하자 조달호가 멋쩍게 웃으 며 대답했다.

“솔직히 더 좋습니다.”

“왜요?”

“제게 배우는 학생들이 잘되기를 바라거든요. 특히 경호의 경우에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남다릅니다. 소 속사에서 연기 수업을 할 당시부터 눈여겨봐 왔었기에 경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무척 강한 것은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연 기에 대한 감각이나 실력도 무척 뛰 어난 편이고요. 다만 아이돌 그룹 멤버 출신이라는 편견 때문에 연기 실력에 비해서 저평가되고 있는 점 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조달호가 꺼내는 이야기를 듣던 이 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오늘 조달호를 만난 목적.

현재 경향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 학 중인 도경호의 지도 교수였기 때 문이다.

‘조달호는 도경호의 연기 실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 다.’

이런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그와 만나서 도경호에 관한 이야기를 들 어 보려고 했던 것이었다.

“조 배우, 아니 조 교수님이 좀 도 와주십시오.”

“제가 뭘 도우면 됩니까?”

“도경호에게 맞춤 과외를 해 주셨 으면 좋겠습니다.”

“맞춤… 과외요?”

“그게 제가 도경호를 블루문 엔터 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작품에 캐스 팅하는 조건입니다.”

조달호는 자신의 지도를 받는 제자 들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아까 밝혔

그래서일까.

이규한의 이야기를 듣고서 두 눈을 빛냈다.

“일단 작품에 대한 정보를 좀 알려 주시죠.”

조달호가 꺼낸 부탁을 들은 이규한 이 작품의 제목을 알려 주었다.

“‘부산행 열차’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었 다.

조달호 역시 NEXT 엔터테인먼트 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은 ‘부산행 열차’라는 작품에 대해서 알고 있었

기 때문이다.

“총 제작비가 100억이 넘어가는 대작이로군요.”

“맞습니다.”

“거기서 경호가 맡을 배역은 무엇 입니까?”

“꽃미남 야구부 대학생입니다.”

“그럼 여자 친구를 지키기 위해서 좀비와 맞서 싸우는 역할이겠군요.”

이규한은 도경호가 맡아야 할 배역 을 소개했을 뿐이지만,연기 경험이 풍부한 조달호는 배역의 임무까지 짐작해 냈다.

그렇지만 조달호의 짐작은 틀렸다.

“엄밀히 말하면 좀비와 맞서 싸우 는 역할은 아닙니다.”

“네? 그럼?”

이규한이 대답했다.

“도경호가 맡아야 하는 배역이… 좀비거든요.” “그러니까 좀비와 맞서 싸우는 인 간이 아니라… 그냥 좀비라는 겁니

까?”

조달호의 질문을 받은 이규한이 고 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잠시 후 조달호가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럼 중요 배역이 아니로군요.”

‘부산행 열차’는 인간과 좀비의 대 결 구도인 작품.

당연히 인간이 주요 배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따라서 도경호가 맡을 배역이 인간 이 아니라 좀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조달호는 당연히 중요 배역이 아니 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주연 못지않은 중요한 배역입니 다.” 이규한이 정정하자 조달호가 의아 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대표님께서 분 명히 경호가 맡을 배역은 좀비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좀비가 맞습니다.”

“그런데 왜……?”

“좀비라도 다 같은 좀비가 아니니 까요.”

"

“속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이규한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린 속도는 크게 두 가지 의미입니다. 우선 도경호가 맡게 될 배역이 좀비로 변하는 지점 입니다. 극의 중반부까지 도경호는 좀비로 변하지 않습니다. 즉,인간으 로 출연하는 분량이 꽤 많은 편이 죠. 또 하나는 좀비로 변해 가는 속 도입니다. 도경호는 좀비로 변해 가 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느 린 편입니다. 현재 시나리오의 설정 상에서는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항 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좀비로 완전 히 변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좀비이지만 좀비가 아닌 시간도 긴 편이죠.” “좀비이지만 좀비가 아니다?”

조달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 말을 되뇌었다.

그런 그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 규한이 덧붙였다.

“쉽게 말해 생각도 하고 사랑도 할 수 있는 좀비라는 뜻입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조달호도 좀비 영화나 드라마를 많 이 봤을 터.

그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인간이 좀비에게 물리자마자 즉시 좀비로 변했을 터였다.

그래서 조달호가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안 될 것도 없죠.”

“네? 하지만……

“영화에서 불가능하거나 한계는 없 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좀비 중에 생각하거나 사랑할 수 있는 돌연변 이 좀비도 한 명쯤 있으면 재밌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도경호가 맡아야 할 배역이 바로 일종의 돌연변이 좀비입니다. 실제 로 극중에서 생각도 하고 사랑도 하 니까요.”

니까?”

“그렇습니다. 이제 왜 도경호가 맡 아야 할 배역이 중요 배역인지 이해 하셨습니까?”

“네,이해했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조달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연기하기 쉽지 않겠네요.”

좀비 연기를 하는 것만도 쉽지 않 았다.

그런데 도경호의 배역은 돌연변이 좀비로서 생각도 하고 사랑도 해야 했다.

말 그대로 돌연변이 좀비인 만큼 기존에 한번도 본 적 없는 캐릭터라 고 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조달호는 연기하기 결코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었다.

“그래서 아까 맞춤 과외가 필요하 다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이규한이 동조하자 조달호의 표정 이 비장하게 바뀌었다.

“제가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대표님 께서 경호가 배우로서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니까요.”

조달호에게서 허락을 득한 순간 이

규한이 덧붙였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무엇입니까?”

“도경호가 극중에서 맡을 배역이 좀비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그의 소속사 대표님이 작품 출연을 승낙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조금 전 조 교수님이 우려하신 것과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조 교수님이 도경호의 소속사 대표님을 설득하는 걸 도와주십시오.”

“그거라면 제게 맡겨 주십시오.”

조달호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을

더했다.

“우리 경호를 위해서라도 꼭 설득 하겠습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이규한이 회의실에서 안유천과 김 단비 작가와 미팅을 시작했다.

“내가 오늘 부른 이유는……

막 본론을 꺼내려 했을 때 안유천 이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잠시만요.”

“먼저 알려 드릴 게 있습니다. 받 으시죠.”

안유천이 안주머니에서 하얀 봉투 를 꺼내서 내밀었다.

“이건 뭐야?”

“청첩장입니다.”

“청첩장? 누가 결혼하는데?”

“제가 결혼하죠.”

“누구와……?”

무심코 누구와 결혼하느냐고 질문 하려 했던 이규한이 도중에 입을 다 물었다.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김단비 작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결혼하는 거야? 벌써?” “벌써라니요? 너무 늦었죠.”

“너무… 늦었다?”

안유천에게서 돌아온 대답을 되뇌 던 이규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두 작가가 처음 만났던 것은 ‘수상 한 여자’를 제작할 당시였다.

계산해 보니 어느덧 두 사람이 만 난 지 8년 가까이 홀러 있었다.

‘시간 참 빠르네.’

이규한이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 경황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그사이 시간이 이렇게 많이 홀 렸는지도 깨닫지 못했다.

“단비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할 정도입니다. 내가 꾸린 가정 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이 그동안 없어서 프러포즈를 못 했거 든요.”

“그런데 이제는 자신이 생겼다?”

“아니요.”

“응?”

“완벽하게 준비를 갖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단비를 계 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일단 식부터 올리려고 합니다.”

안유천이 꺼낸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이규한이 새삼스러운 시선을 던 졌다.

그동안 안유천을 한참 어린 철부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어른스럽게 변해 있었다.

‘이게 맞는 게 아닐까?’

어쩌면 안유천의 말이 옳다는 생각 을 하던 이규한이 입을 뗐다.

“두 사람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청첩장을 건네받아 살피고 있을 때

안유천이 서운한 기색으로 말했다.

“말로만요?”

“응? 내게 원하는 게 있어?”

“당연히 있죠.”

“뭘 원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뭐든지 할게.”

빈말이 아니었다.

두 작가와 이규한의 인연.

결코 얕지 않았다.

게다가 두 작가를 만나게 해 준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래서 두 작가가 결혼이라는 사랑 의 결실을 맺은 것이 진심으로 기뻤 고, 그들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해

주고 싶었다.

“대표님이 해 주실 것은 두 가지입 니다. 우선 1등을 해 주십시오.”

“무슨 1등?”

“축의금 순위에서 1등을 해 달란 말씀입니다.”

“오케이. 내가 꼭 1등 할게.”

굳이 안유천이 부탁하지 않았더라 도 이규한은 두 작가의 결혼식 축의 금을 두둑하게 낼 생각이었다.

해서 자신 있게 대답한 후 이규한 이 물었다.

“나머지 하나는 뭐야?”

“축가를 부탁드립니다.” “축가? 날더러 축가를 부르란 뜻이 야?”

이규한이 당황한 기색으로 묻자 안 유천이 어이없단 표정을 지은 채 되 물었다.

“일전에 저희와 노래방 같이 갔던 것 기억하시죠?”

“기억해.”

‘언제였더라? ‘변호사’가 개봉하고 난 후였던가?’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두 작가와 함께 술자리를 갖고 노래방에도 들렀던 기억은 분 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때 내 노래 실력을 확인하고 나 서 축가를 부탁하는 거구나.” “아냐?”

“신기하네요. 영화의 흥행 여부는 기가 막히게 알아맞히는데 본인 노 래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은 모르시 네요.”

안유천이 미간을 찌푸린 채 꺼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멋쩍은 표 정을 지었다.

“그 정도로 형편없었어?”

“그럼 왜 내게 축가를 부탁한 거 야?”

“표현이 틀렸습니다.”

“응?”

“대표님께 축가를 부탁한 건 맞지 만 대표님께서 직접 축가를 불러 달 란 뜻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저와 단비는 남지유 씨가 축가를 불러 줬으면 합니다. 대표님이 남지 유 씨와 친하기 때문에 부탁을 드린 거고요.”

비로소 말뜻을 이해한 이규한이 쓰 게 웃으며 대답했다.

“한번 부탁해 볼게.”

“약속하신 겁니다.”

“부탁해 보긴 하겠지만 장담은 못 해.”

이규한이 수락하자 안유천이 만족 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말씀하시죠. 저희를 왜 부르 신 겁니까?”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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